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육체자본 & 매력자본

리뷰/저장고 2016. 10. 23. 16:38 by dung

이런 변화는 여성에게 외모가 본성이 아니라 새로운 능력이라는 생각을 반영한다. 이것은 부르디외의 '육체 자본'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육체 자본을 생산한다는 것은 사회 분야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몸을 개발한다는 것을 뜻한다." 몸은 계급의 상징물이 됐다. 걷거나 코를 풀거나, 먹고, 마시고, 말하고 등등 몸을 통한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고 개발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만 이러한 취향은 몸을 통해 드러나는 계급문화이다. 훌륭한 육체를 소유한다는 것은 그것 자체로 상층계급의 표상이 된 것이다.

- 외모 콤플렉스, <내 안의 여성 콤플렉스 7>, 115p


1990년대 중반 이후에 등장한 포스트페미니스트들은 여성다움에 대한 재평가를 강조하고, 1세대 페미니스트들의 여성성 억압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여성성의 회복의로 남성 중심 사회의 가치 전복을 꿈꾸었고, 여성의 매력이 여성적 권력을 획득하는 자신이 될 것이라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요즘 20대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캐서린 하킴의 <매력 자본>이 그런 주장의 중심에 있다. 하킴은 부르디외가 말한 경제 자본(자본, 토지 등 재정적인 이득을 발생시키는 자원과 자신의 총합), 문화 자본(교육을 통한 인적 자본과 문화적 지식과 문화적 가공물의 총합), 사회 자본(인맥, 사회적 관계 자산)에 매력 자본을 더했다. 하킴은 이성을 매료하는 외모와 태도가 매력 자본이라면서 매력 자본도 가치 자산을 창출하는 자율적 가치로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연예인이나 여성의 성공 사례를 보면, 실제로 이성을 매로하는 외모와 태도가 경제 자본이나 사회 자본만큼 이익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특히 매력 자본은 여성에 유리한 자산인데, 남성의 성적 욕망이 여성에 비해 크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관계에서 여성이 매력 자본을 이용해 우월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식 자산만 인정하고 신체적 자산을 무시하는 이전 세대 페미니스트들의 관점은 가부장제에 동조하는 셈이라고 비판한다. 


- 외모 콤플렉스, <내 안의 여성 콤플렉스 7>, 1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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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된 섹시즘

리뷰/저장고 2016. 10. 23. 16:33 by dung

각성된 섹시즘이란 섹시함이 자기 계발의 요소이자 성공 전략의 방법이 됐음을 설명하는 수전 더글라스의 개념이다. 섹시즘을 성차별주의로 옮기지 않는 것은 섹시즘이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성별주의를 전략적으로 스는 새로운 경향성을 설명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각성된 섹시즘은 페미니즘 덕에 여성이 충분히 진보했고 평등이 성취됐으니 이제 '재미로' 소녀들, 여성들의 성적 고정관념을 부활시켜도 좋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여성의 평등권이 침해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계산된 여성 이미지(얼굴 표정, 몸, 유혹, 섹슈얼리티)를 통해 진정한 파워, 재미로서 파워를 얻는다는 방송들이 솓아져 나온다고 한다. 이제 다 가졌으니 시간과 에너지를 외양에, 남성 유혹에, 핫한 것에 쏟으리고, 다른 여성들과 경쟁하고 쇼핑하라고 외친다는 것이다.

- 외모 콤플렉스, 1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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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여성의 삶은 실상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이라는 전통적인 성역할 논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채 오히려 상대적인 불평등에 노출되어 있다. 사회적 위치에 따라 남녀의 상황이 다르게 들어나는데, 불평등이 눈에 띄게 들어나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한다. 공적 영역에서 여성의 지위는 상대적으로 열등하고 불안정하며 가정 역할의 연장선에 있는 역할만 주어진다. ...(중략)...
형식적인 성평등 사회에서 성장한 젊고 똑똑한 여성들은 이미 남성의 능력을 추월하고 있으며 이들은 여성운동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페미니즘을 싫어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페미니스트 같다'는 말을 모욕으로 받아들인다. 이들에게 여성운동의 무게중심은 정치 운동에서 자기 계발로 이동한 듯 보인다. 자신의 미래는 앞서 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길을 개척하며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그들은 가부장적 사회와 맞서는 싸움이 아니라 자존감을 얻기 위해 자신과 벌이는 싸움 앞에 놓였다고 본다. 직장에서 일정한 직위 이상 승진할 수 없도록 막는 유리천장은 능력이 있고 담대한 여성이라면 깨트릴 수 있는, 말 그대로 유리일 뿐이라고 믿는다. 
그들의 호기로운 생각과 달리 많은 여성이 여전히 수많은 현실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도 사회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 남성에 견주어 턱없이 낮은 임금을 받고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일해야 하며,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불안정한 고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적극적으로 자기주장을 펼치기보다는 여성다운 여성이 환영받는 사회 분위기에서 할 말이 있어도 억누르면서 '나대거나 설치는'여자로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기도 한다.
여성들은 같은 시공간에 살면서도 서로 다른 상황에 놓이는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는 모순된 양상 속에 불안해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성평등 이면에 감춰진 불평등 때문이다. 성평등을 이미 정해진 일로 생각함으로써 여성들이 항상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는 사실이 은폐된다.

-  21세기 초입에 선 여성의 삶, 16p


여성의 자기 비하는 겸손이라는 아름다운 겉치레와 칭찬으로 가려지기 쉽다. '여자답다', '얌전하다', '참하다', '요즘 보기 드문 여자다'같은 말은 더욱 여자다운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며 한 인간을 여성으로 만들어간다.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길들여진다."라는 보부아르의 명제가 이를 잘 말해준다. 콤플렉스는 바로 사회가 기대하는 여성상을 끊임없이 자각하고 그에 집착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를 여성 콤플렉스라고 부를 수 있다. 착한 여자 콤플렉스, 신데렐라 콤플렉스, 성 콤플렉스, 지적 콤플렉스, 외모 콤플렉스, 슈퍼우먼 콤플렉스, 엄마딸 콤플렉스 등은 사회가 바라는 여성의 삶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동안 생긴 여성 콤플렉스다. 
무의식에 잠재한 여성 콤플렉스가 자신의 행동을 얼마나 제약하는지를 깨닫기는 쉽지 않다. 교육과 대중매체, 신화와 종교 등을 통해 체계적. 일상적으로 특정 여성상이 주입되고 세뇌되기 때문이다. 콤플렉스를 깨달아도 그것에서 벗어나기는 힘겹고 고통스럽다. ...(중략)...
여성 콤플렉스는 개인적 문제나 타고난 기질과 심리적 원인보다는 사회 경제 문화 등 외적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도, 여성 개인의 내면에 뿌리내리기 때문에 내적 장애료 여겨져 왔다. 여성 콤플렉스는 심리적 사회적 원인이 중층적으로 교묘하게 얽혀서 만들어지는 탓에 그 원인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 더구나 성평등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광범위하게 퍼진 오늘날의 여성 문제는 좀처럼 논의 대상이 되기 힘들고 다른 사회적 현안에 밀려 묻히기 쉽상이다. 따라서 여성 콤플렉스를 바로 진단하고 해결하는 데는 반드시 두 가지 시선이 필요하다. 여성 내면에 드리운 장애를 파악하는 시선, 여성의 삶을 지배하는 사회의 내부를 총제적으로 통찰하는 시선이 그것이다.

- 21세기 초입에 선 여성의 삶, 19p


여성이 충분히 진보했고 평등은 성취되었다는 자부심을 가지기는 아직 이르다. 혹독한 억압으로 점철됐던 여성의 삶이 이만큼이나마 짐을 덜었다는 것만으로 완전한 자유와 평등을 으루었다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해야한다. 그와중에 개인적인 노력과 책임으로 성공을 추구하라고 다그치는 신자유주의는 여성의 양극화 문제를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개개인으로 파편화해 '여성'이라는 범주를 해체하고 있다. 또한 소비적 물질주의에 사로잡히게 만들고, 실패한 삶은 가차 없이 개인에게 책임을 묻거나 사회적인 문제까지 개인에게 덮어씌우고 있다. 
- 21세기 초입에 선 여성의 삶, 37p


직업적으로 성공한 여성들의 로맨스 부재를 암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미혼 여성은 거의 예외 없이 '노처녀'라는 점을 부각하고, 기혼 여성의 경우 사회적 직업적 성공과 업적보다는 가정 문제를 부각하거나 혼인 및 가족 관계를 먼저 언급해 그가 가진 지적 능력을 상쇄하거나 부차적인 것으로 만든다. 
- 지적 콤플렉스,  158p


 딸이 자기와는 달리 멋지게 살기를 바라는 엄마는 딸에게 자신의 성공 욕망을 투사한다. 이런 투사적 동일시 때문에 엄마와 딸은 엄마와 아들보다 심리적으로 밀착되어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엄마가 딸에게 모순된 기대를 갖고 이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딸은 그때그때 이랬다가저랬다 바뀌는 엄마의 기대와 상반된 가치 속에서 혼란에 빠진다. 딸은 주체적 삶을 살라는 요구를 받고 여자도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며 자란다. 그러다 결혼 적령기에 이르면 여자의 인생은 결혼으로 결정된다는 현실 앞에서 분열한다. 사회와 부모가 요구하는 역할을 다 해낼 수는 없기 때문에 딸은 성인이 돼서도 부모와 분리되지 못하고 '나'자신이 아닌 엄마의 딸로 존재하는 경향이 있다. 엄마의 투사적 동일시와 딸의 심리적 불안이 빚어내는 의존관계가 엄마 딸 콤플렉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 엄마 딸 콤플렉스이 탄생,  215p


낸시 초도로우<모성의 재생산>에서 말했듯이 엄마와 딸은 역할 동일시인성적 동일시를 통해 어떤 관계보다도 친밀하고 독특한 애착 관계를 일생 동안 유지하게 되므로, 딸은 엄마로부터 독립하기가 쉽지 않다. 
- 엄마 딸 콤플렉스이 탄생,  2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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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 시인 에이드리엔 리치가 말한 어머니에 대한 고정 관념, 즉 '모성 신화' 때문에 느끼는 고립된 기분을 나는 절절히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나는 실비아를 사무치게 사랑한다. 하지만 모성 신화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사랑에 기초하지 않는다. 모성 신화를 떠받치는 기둥은 어머니는 더 이상 자신만의 야심도 호기심도 욕구도 느낄 필요가 없다는 믿음이다.

- 도망칠 수는 있어도 숨을 수는 없다, p 88


가사 노동 때문에 비슷한 분노와 좌절감을 맛본 적이 있다면 팻 메이너디가 슨 <가사 노동의 정치학>을 읽어 보기 바란다. 펫 메이너디는 1970년에 내놓은 이 수필에서 "참여 민주주의는 가정에서 시작된다"라고 적었다. 책에는 메이너디 부부가 어떤 과정을 거쳐 집안일을 공평하게 나누어 하게 되었는지가 나온다. 두 사람은 맞벌이 부부였기에 가사 분담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의 남편도 처음에는 기분 좋게 가사 분담에 동의했지만 막상 해야 할 일들을 앞에 두고는 온갖 핑계를 대며 의무에서 빠져나가려 들었다. 팻 메이너디는 남편의 우스꽝스럽가까지 한 핑계들을 모아 정리해 두었다. 

"집안일을 나눠서 하는 것까지는 괜찮아. 그런데 난 아직 일에 서투르니까 어떻게 하면 되는지 당신이 먼저 보여 줘."
숨은 뜻: 앞으로 나는 일을 할 때마다 당신에게 방법을 물어볼 거고, 그럴 때마다 당신이 나에게 일하는 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주어야 할 거야. 왜내하면 나는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않으니까. 또 내가 일을 하고 있는 동안 앉자서 책이나 읽을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게 좋을 거야. 왜냐하면 당신이 직접 하는 게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당신을 약 올리며 괴롭힐 테니까."

"우리는 일의 성과에 대한 기준이 서로 달라. 그런데 어째서 내가 당신의 기준에 맞추어 일을 해야 해? 그건 불공평해."
숨은 뜻: 먼지와 쓰레기가 쌓여 괴로울 지경이 되면 나는 이렇게 말할 거야. "집이 돼지우리 같네." "이런 곳에서는 도저히 못 살겠어."그러고 나서 나는 당신의 반응을 기다릴 거야.

"집안일은 당연히 우리 둘이 공평하게 해야지, 그런데 내가 무조건 당신 스케줄에 맞출 수는 없잖아?"
숨은 뜻: 수동적 저항. 집안일을 하더라도 내가 하고 싶을 때만 할거야. 설거지는 일주일에 한 번, 빨래는 한 달에 한 번이면 족하다고 생각해. 바닥 청소는 1년에 한 번이면 되지 않을까? 이게 당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나에게 뭐라고 하지 말고 당신이 직접 해. 그러다 보면 나는 아에 손을 놓고 있어도 되겠지. 

- 페미니스트가 빨래하는 법, p 292


저널리스트 아리엘 레비는 <완고한 여성 우월주아자 벽창호들>이라는 책에서 외설적 문화를 사랑하는 여자들이 증가 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그 대척점에 있는 "여성스러운 여자들"보다 거칠고 현명하고 멋진, 이른바 "여성우월주의자들"은 남자들과 어울려 스트립 클럽에 가고 <플레이 보이>를 읽고 여자들을 대상화시키는 모든 통상적 의식에 참여한다. 그러나 남자들과 달리 이 '여성 우월주의자들'은 감정사의 역할과 피감정사의 역할을 동시에 해내야 한다. "여성 우월주의자들은 자신이 외설적인 비디오나 빅토리아 시크릿 카탈로그에 나오는 여성스러운 여자들과 다르다는 점을 남자들에게 어필하면서 그런 여자들에게 감탄하는 남자들을 인정해 주어 자신이 속 좁은 여자가 아님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또한 위트와 공격성 아래에 다른 여자들 못징낳은 섹시한 에너지와 속옷을 숨기고 있음을 은영중에 들어내야 한다. 이 모든 까다로운 과업을 완수할 때에만 외설에 대한 열정을 추구할 수 있다"레비는 이렇게 적었다. 

- 성의 정치학, p 318


길리건은 여자들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덕목, 즉 '자기 희생'이라는 악의적이고 집요한 믿음이 여자들을 '이기심의 망령'에 시달리게 만든다고 했다. 자신이 이기적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욕구를 완전히 매몰시키게 만든다는 것이다.

- 다른 목소리로, p 377


버틀러와 그녀의 일족들에게 '존재'란 없는 것이었다. 안정적 자아란 없었다. 우리의 정체성은 자발적 행동에 따라 표현에 참여할 때 항상 구조화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자발적 행동을 통해 주체성을 드러낼 수 있다. H교수의 말을 빌리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문밖을 걷고 있는 모든 순간 성별을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 젠더 트러블, p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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