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아이 양육과 장신치료에서 담아내는 양육자의 내용물'은 bion(비온)이 제안한 개념이다. 유아는 극단적이고 조절되지 않는 정서에 의해 압도되면 이러한 감정을 분리시켜 부모에게 투사한다. 부모는 관심을 가지고 유아가 투사한 감정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것을 조절하고 변형시키고 의미를 부여하여 아이가 동화할 수 있는 형태로 되돌려 준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이런 내용물은 심리적으로 진행되고 대사된 것이기에 아이가 보다 용이하게 내재화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그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담아낼 수 있게 된다. 

양육과정에서 흔히 어린아이가 까닭 없이 울음을 터트리면서 엄추지 않을 때는 당황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투사적 동일시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아이의 울음을 치료적으로 유연하게 담아내는 부모의 태도를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다. 


사례 73


(a) 아이가 불편함이나 괴로움을 느껴서 운다. 아이는 상대나 주위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울어 버린다. 그래서 아이의 울음은 그냥 괴로움을 호소하는 울음이 아니라 마치 피해를 받아서 우는 것 같은 울음이다. '나에게 필요한 것을 해 주지 않는다.' 혹은 '제대로 날 보살피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날 괴롭힌다.'는 식의 울음이다(투사).

(b) 아마도 유아는 자신의 불편함이나 괴로움을 엄마나 아빠도 똑같이 느끼기를 원할 것이다. 그래서 더욱 절실하게 괴로움을 전하기 위해서 아이는 사정없이 운다(연결감 유지).

(c) 아이가 그치지 않고 계속 울면 엄마도 짜증이 나고 괴로워진다. 마치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는 엄마에게 화를 내는 것처럼 들린다. 다시 말해서, 아이가 자신을 공격하는 것 처럼 느끼기 시작한다. 엄마는 곧 아이가 느끼는 감정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d) 아이의 울음 때문에 불편해지고 화가 난 엄마는 "애가 왜 이렇게 울어, 조그만 게 성질은 못돼가지고. 그만 그치지 않을 거야!"하며 아이의 엉덩이를 한 대 때린다(투사적 역-동일시). 

(e) 전혀 공감적이지 않고 실제 아이를 경걱하는 엄마의 반응은 아이를 더욱 괴롭게 만들어 더욱 자지러지게 울게 만든다(재내면화).


어머니가 이 상황(투사적 동일시의 의미가 담긴 아이의 울음)을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담아내기 과정이 필요하다. (a)와 (b)의 투사하고 조정하려는 과정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나, 그 조정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효울적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c') "아이고, 우리 똥강아지 화났어!"하며 엄마는 아이가 투사한 '안 좋은 감정'을 그대로 받아 준다. 다만 그것을 '나에게 화내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뭔가 괴로움은 있으나 아직 제대로 표현 못하는 아이의 어쩔 수 없는 방식으로 받아들인다(담아내기 시작)

(d') 부모도 아이의 반응이 아주 기분 좋은 것은 아니나(아이가 투사한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들임), 아이처럼 부정적이고 조절되지 않는 식으로, 즉 격렬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오히려 '따뜻하게 안아 주고' '말로 얼러 준다.'

(e') 아이는 자신의 괴로움과 격렬한 공격성을 투사했는데 부모로부터 돌아오는 것은 자신이 동화하고 흡수할 수 있는 감정이다. 그래서 얼러 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동화화 내재화)




- <대상관계이론을 중심으로 쉽게 쓴 정신분석이론>, 최영민, 학지사 

Part 3, 8 klein의 대상관계이론, p  378~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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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춰진 우울증에서 도취는,  두 가지 방식으로 나타난다. 그중 하나가 동화(merging)인데, 이때 자아를 둘러싼 일상적인 경계가 느슨해지거나 와해되면서 풍부한 감정이 생긴다. 알코올, 모르핀, 헤로인 같은 약물에 도취되면 자아경계가 느슨해진다. 음신, 쇼핑, 섹스도 마찬가지다. 사랑의 대상이 신처럼 느껴지면서 황홀경을 안겨주는 사랑중독을 통해서도 이런 희열을 맞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전능함이나 신성함을 어떤 사람에게 투영하고 그 사람에게 의존해서 자기가치를 정당화한다. 물론 이런 환상은 어느 정도는 사랑의 보편적인 속성이기도 하지만, 사랑중독자는 뭔가에 홀린 듯 사랑에 몰두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원초적 본능> <데미지>에 이르기까지, 성적인 강박만큼 억제하기 어렵고 불안한 것은 없다. 영화와 소설에서야 난폭한 열정을 찬양할지 모르지만 사랑중독의 실상은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
또 다른 도취 유형으로 고양(elevation)이 있다. 고양은 자신이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고 특별하기 때문에 심지어는 신과 같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도취 중 가장 순수한 형태가 조증인데 고양은 조증과는 다르다. 조증에서는 외부 대상이 없다. 감춰진 우을증을 앓는 남자는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 무언가를 소비하거나 행동한다. 그러나 조울증을 앓는 남자는 조증 단계에서는 과장을, 울증 단계에서는 수치심을 반복한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우울증을 떨쳐버리기 위해 과장된 자부심에 의존한다는 점을 보면 감춰진 우울증에서의 고양이 좀 더 극단적으로 나타난 경우가 조울증이라고 할 수 있다. 도박꾼들은 자기 솜씨가 좋다거나 자신에게 행운이 따른다고 믿을 때 자기가 특별하다고 느끼고, 섹스 중독자는 상대방을 유혹하는 능력에서 이런 감정을 느낀다. 고양의 경우에서 가장 일방적인 것이 폭력이다. 폭력에 중독된 남자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통제하면서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과시한다.
이 두 형태의 중독성 도취는 모두 과장의 형태이지만 성격은 다르다. 동화는 실제보다 더 큰 힘과 하나가 되는 환상을 주지만 고양은 자기 스스로 그런 힘 자체가 되는 환상을 주는 것이다. 에른스트 베커는 이런 두 가지 기능성 자학을 가학으로 불렀다. 자학적인 사람은 훌륭해 보이는 타인에 빠져드는 것으로 초월을 추구한다. 가학적인 사람도 초월을 추구하지만 신성한 존재에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신성한 존재가 되려 한다. 정신의학자 [각주:1]주디스 허먼은 아동학대부터 아내 구타, 심지어 정치적 고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폭력이 타인을 통제하여 자아를 고양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일관성을 가진다고 했다. 권위적인 가정에서 남성은 가족에게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고 가족은 여기에 복종함으로써 가장의 과장이 펼쳐지는 무대를 만든다. 동화와 고양이라는 중독성 도취는 감춰진 우울증을 앓는 남자가 고통을 필사적으로 누르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인 것이다.

- <남자가 정말 하고 싶은 말>, 챕터 3 수치심을 잊는 방법 - 중독, p 57~ p59





  1. <트라우마 - 가정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주디스 허먼, 플래닛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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