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얼마전에 이사간 친구 집에서 그녀와 책을 정리하면서 예전에 좋아하던 책들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 했던 작가님은 토노씨 이었어요. 
저와 그녀 모두에게 애정하는 작가님이자 동시에 큰선물-이라고 쓰고 빅엿이라고 말해봅니다- 날려주신 <치키타 구구>엔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전에도 그 엔딩이 똥-이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뭐 그렇습니다. 주관적으로 받은 느낌이 그러합니다. 이건 저와 저의 친구 안에서의 이미지인거죠. 이걸 타인에게 강요할 생각도 없고 그냥 나는 그렇다는 이야기-이라는데는 합의를 했던적이 있었는데 그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대화를 나눈적이 없었거든요. 자연스럽게 대화의 흐름은 그 이유로 흘러가게 되었어요. 

저의 안에서 그 엔딩을 보고 최초로 받았던 느낌은 철저하게 이성애(근본주의)적 시각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명확히 말해서 뼈속까지 근본주의적인건 (아마도) 아니지만 최초에 받았던 느낌은 그러했습니다. 어짜피 개개인이 받는 느낌은 자기안의 현상학적 장의 안에서 받는거니까 저의 안에서는 그게 펙트로 느껴지는 거니까요. 다른 사람에게는 또 다르게 다가오는 거구요. 
어찌하여 그렇게 느껴졌는가 생각해보니까 저의 안에서 이 양반은 젠더에 대해서 이분법적인 포지션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고!!!!!-정확히는 그렇게 믿고 있었고!!!!!!!!!!!!!!!!!- 이 작품이 그런 이분법적인 구조를 깨는 서사로 나아갈거라고 확신에 차!!!! 있었거든요!!!! 저의 기대와 망상안에서는 "우리 작가님은 그럴리가 없지!!!!"에 가까웠던거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라에 대해서 작품 내에서 묘사되는 부분이 전 그렇다고 느꼈었어요. 라의 형태는 하나의 형상으로 정형화 되어 있는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자유롭게 변화했으니까요. 어떨때는 곰, 어떨때는 청년, 어떨때는 알수 없는 존재로... 라의 형태가 어떤 형태이던 치키타와 동반자 역활을 하는 엔딩이라면 좋을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것 같아요. 거기에다가 전 곰을 좋아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곰의 형태로 함께 살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으하하하하!!!! 몸에 꽃이 그려진 곰이라니 얼마나 귀여워요. 저의 로망을 실현해주는 긍극의 엔딩이었어요. 그건요. 말도하고 하늘도 날고 그리고 (제일 중요한거!!) 부들부들 하다는거!!!!

제가 라가 곰이 아니라 인간 여자로 살아가는 엔딩에 분노 했던건, 그 엔딩에서 받는 느낌은 '진정하게 유의미한 관계'는 남여 관계만 해당되며 출산을 해야지만 그 의미가 완성되는 근본적인-주관적에 가까운- 시각에 가까운 메세지가 느껴졌거든요. 그렇게 와 닿았던건 저 개인적인 불편함도 있었겠지만, <치키타 구구>의 이야기 안에서 그 둘의 관계는 두'연애'의 노선을 차근차근 이어가며 나아간 관계가 아니라 '동반자'에 가까운 관계이었어요. 분명히 말이죠. 평생의 생의 동반자라는 것이 반드시 저러한 형태로 나아가야지만 의미가 있는가 하는  회의가 가장 크게 왔던거 같아요. 그러한 관계가 아니더라도 분명희 의미는 있는것이고 그 의미는 유의미 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작가가 그린 세계와 큰 간극이 있는 이분법의 구조안에 이야기를 끝내기 위해서 그들을 억지로 밀어 넣은 느낌이었어요. 무엇보다 토노님이 엔딩을 통해서 연애-결혼이 제일 중요한 연대감을 유지할 수 있는 가치이며, 개체를 이어나가는 것이 가장 의미있는 일이라는 직간접적 메세지를 전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거죠. 근데 이분의 작품들을 보면, 지극히 현실적인 사회적 압력안에서 세계관을 구성한 판타지 이었던걸 전 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저의 안에서 그런식으로 재해석되어서 대안을 제시해줄 거라고 믿었던 그 부분은 어느날 지인분과의 대화에서 그 양반이 <칼바니아~>를 봐도 성차적인 부분이 과연 형평한 시각이었는지 생각해보라고 말해준 덕분에 저의 안에서 그려졌던 망상력에 가까운 작가님에 대한 이미지는 와장창창...;;;; 이 되었습니다. -_-;;; 
그쵸. 에큐가 그렇게 화를 내고 애를 쓴 이유가 .............. 에큐는 여자이기 때문에 .................  사실 정말 대안적인 세계관을 제시한다면 <이갈리아의 딸들>같은 세계관이 차라리..... ㅠㅠ


아무튼 저는 친구의 오래된 책들을 정리하면서 토노의 원서들을 치우겠다는 그녀와 대화를 하면서 그때까지 저 자신이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을 새롭게 알아차게 되었어요.  
그녀가 말하길 연애-결혼-번식이 제일이라고 하여도!!! 연애 라인 조차 없어서 이런 엔딩 자체가 뜬금 없지만, 제일 견딜 수 없는 부분은 라가 치키타의 가족을 모두 먹어버렸는데!!!!!!! 그런 라와 결혼해서 종을 이어나가는걸 이해가 가능하겠냐!!!!!!!!!!!!!!!!!!!라는 그녀의 외침이었습니다. 자기도 <칼바니아~>의 예고된(아마도?) 번식 엔딩은 용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건 정말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라가 치키타 가족을 전부 맛있게 먹어버렸다는 사실을요............  라의 안에서 살이되고 피가 된 그의 조상들은 라를 빌어서 다시 치키타의 가족으로 태어나는 건가요? 으아아아아아.................   OTL
라가 자신의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반성하며 나아가는 부분이 좋아서 전 라가 그들 모두를 먹어버렸다는걸 기억에서 지웠더라구요. -_-;;;;;;;;;;;;;;;;;;;;;;;;;;;;;  

가해자의 사죄를 받아주는것의 범위는 개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크게 생각해도 나의 고통은 고통일지더라도 그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의 반성이 어떤 의미인지 아는것으로 어떠한 연대가 어느정도는 이루어 질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 경험의 특이성을 생각해도 자기 부모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을 먹어버린 상대와 결혼해서 자손을 낳고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느껴지는 것은 설명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거부감 혹은 불편함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라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것들 안에서 치키타를 발견한다고 하여도 그가 행했던 선택과 결과가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요. 인지하지 못해서 그랬다고 하여도 행동에 대한 반성을 한다고 하여도 그의 주변의 모든 구성원을 죽인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아무리 그 빈자리에 함께 한다고, 결혼을 해서 2세를 출산해서 살아가는 것과 살아가면서 그의 외로움과 고통에 공명하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인거 같아요. 


+
저는 덕분에 <치키타 구구>의 엔딩은 '호머포비아엔딩' 혹은 '출산장려엔딩'에서 '구조적인 문제는 지극히 현실적인 판타지 엔딩'에서 달월님이 말해주신 '웅녀 혹은 환웅 엔딩'으로 그리고 현재는 '조상님의 뼈와 살을 연성해서 출산하는 등가 교환 엔딩'으로 바뀌었습니다.  ㅠㅠ 이게 뭐야.................. 엉엉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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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코와 술>

신큐 치에, AKcomic



고민하다가 다른분 리뷰를 보고 구매를 결정했는데요. 참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ㅁ^/ 제목은 <와카코와 술>이지만 정확히는 <와카코와 술과 안주>에 가까웠거든요. 음식 만화라고 봐도 무방한거 같아요. 술과 안주에 대한 비중도 딱 좋았고, 1회 분량이 보통 6페이지 정도 분량이라서 여러가지 안주를 먹는 와카코를 구경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중의 하나 이었습니다. 주인공의 이야기쪽 보다는 요리쪽 분량이 더 많아서 좋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와카코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에 없는 것도 아니라는 점도 좋았어요. 그야말로 황금 비율로 나눠졌다고 평해도 될것 같아요. 헤헷~ 

전체 에피소드는 17가지 안주와 술에 대한 이야기와 그리고 특별 에피소드도 2개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1권에서 등장하는 메뉴는 연어 소금구이, 얔키토리, 계란말이, 야키교자, 호바미소구이, 고등어초절임구이, 연두부, 아귀간폰즈, 마늘호일구이, 임연수어, 아게다시토아토, 차완무시, 다이가쿠이모, 말고기회,오징어토란조림, 카키아게, 생유바, 포테이토샐러드, 소라쓰보야키, 소라마메, 카라아게, 햄돈가스 모듬회, 카니미소, 야키소바, 생춘권 ... 헉헉. 많네요. 특별 비밀 메뉴는 집에서 술, 축하주. 전체 157p가 참으로 알찬 구성이었습니다. ㅠㅠ 보다가 먹어보고 싶은 메뉴도 생겨서 요리를 하고 싶다는 동기 부여도 좀... (그래봐야 책을 덮으면 사라질 동기일 확률이 높지만요. OTL)  2015년 1분기에 드라마가 방영 예정인데 그쪽은 어떨지도 궁금해졌습니다. 고독한 미식가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일거 같기도 한데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거니까요. BS제펜 채널에서 방영 예정인데 오늘이 1월 첫주를 지나서 달리고 있으니까 이미 1화나 2화는 나왔을지도 모르겠네요.

에피소드 하나가 끝나고 남는 페이지에 간간히 작가 취재담이 소개되어 있는데요. 그중에 만두가게 관련해서 <주문배달의 왕자님> 작가에 대한 코멘트도 나와서 이런 부분들은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거 같아요. 요리를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추천입니다. 강력하게!! 참고로 만드는 과정이 나오는 만화가 아닌데도 그에 대한 묘사가 좋아서 충분히 먹는 장면이 상상이 가능한 편이에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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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달콤 & 짜릿 짜릿>

아마가쿠레 기도, 삼양출판사 



역시 매한가지로 고민했던 신간이었는데... 다른분 리뷰를 보고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이쪽도 완전 취향이라서~ 오늘의 신간 도전은 '대성공!!!'이라능. ㅠ_ㅠ 기쁘다! 얼마만의 대성공인가!!

이 만화는 부녀 가정에서 아버지가 요리를 해서 어린 딸과 함께 먹는 이야기로 알았는데요. 배우자를 사별해서 어린딸 츠무기를 혼자 키우는 교사 코헤이씨와 그의 딸네미의 이야기 인줄 알았는데요. 여기서 예상외의 인물이 한명 등장합니다. 코헤이씨가 부담임으로 있는 반의 코토리가 세번째 주인공 이었어요. 첫만남은 꽃놀이에서 가볍게!!! 엄마가 싸주신 도시락 2인분을 혼자서 다먹은 그녀는 이 굶주린 부녀에게 어머니의 음식솜씨를 자랑하고 어머니가 운영하시는 가게의 명함을 내밀고 사라집니다. 어느날 코헤이씨는 늦게 귀가하게 되었는데, 현관문을 연 그가 발견한 광경은 아버지가 사오는 도시락 밥에 질려서 티비 음식 광고(정확히는 밥솥광고...)에 얼굴을 부비적 거리는 딸네미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 광경을 본 그는 큰 결심을 하고 코토리 어머니가 계시는 가게에 전화를 걸어서 식사를 부탁드리고 무작정 가게를 찾아갔으나 그녀의 어머니 대신 그녀를 마주하게 됩니다.

여기서 또 반전이라면 코토리가 요리를 잘 하는 소녀인 줄 알았으나 ... 예상외의 반전이... 그녀는 어릴적 칼에 대한 트라우마로 칼질을 전혀 하지 못하는 소녀라능....  고로 요리는 쭈욱 코토리양이 아니라 코헤이씨가 하게됩니다. 그녀의 업무는 요리순서와 맛보기와 그리고 먹기!!! ^^;;;  (저도 맛보는건 잘하는데..... -_-후후후) 

아무튼 처음 찾아간 가게에서 여주인이 없어서 당황하는데 코토리는 그 부녀에게 밥을 해주겠다고 하고 우여곡절(?) 끝에 밥이 지어지고 세사람은 사이좋게 밥을 먹습니다. 혼자서 먹는 밥보다 아빠와 마주보며 밥을 먹는게 좋다고 말하는 츠무기. 그리고 그녀의 웃는 얼굴에 코헤이씨는 큰 용기를 내서 앞으로는 아빠가 요리를 해서 밥을 먹겠다고 결의를 다지고, 그리고 모자가정이라서 혼자 밥을 먹는 일이 많은 코토리는 이 부녀에게 가끔 같이 밥을 먹으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서 코헤이씨는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셋이서 요리를 하는게 재미있다고 그의 딸 츠무기가 말했기에 그냥 넘기기지 못하고 망설임을 거듭하게 됩니다. 

고민은 하지만 이야기 구조상 당연하게(?) 셋이서 처음 요리를 만들게 되고 세사람은 행복한 식사를 하게됩니다. 그리하여 그녀의 어머니 가게에서 해먹기로 약속을 하게 됩니다. 매번 우여곡절을 거쳐서 요리가 만들어지고 세사람은 행복하게 먹는 이야기가 이어지는 구성이인데요. 이 작품의 백미는 딸네미 츠무기의 미소가 아닐까 싶어요. 작화가 참 이뻐서 츠무기가 너무 귀엽게 그려지거든요. >_<;;;;;;;;;;;;  러블리해요!!! 너무너무~!!!


참 걸리는 부분이 하나 있기는 해요. 권말에서 코토리가 자기가 선생님을 좋아하는 것 같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거든요. 근데 뭐 이 부분이-참고로 전 스승과 제자 관계에서 연애감정에 대해서 굉장히 회의적인 편이에요. 수직적인 관계인데가가 학교라는 특수성과 그리고 상대방이 성인이라는 점이 가장 크게 거슬리거든요. 바람직한(?) 어른이자 스승이라면 본인도 같은 마음이라면 상대방이 족업할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냥 학교에서 연애하는건 애들 입장에서는 뭔가 로망으로 그려지는데 그건 그냥 착취에 가깝게 느껴져서 말이죠.;;- 그냥 아버지 부재로 인하여 선생님에게 느껴지는 감정을 연심으로 착각하는 거 같아서 뭐 그다지 신경쓰이는 부분은 아닌거 같아요. 요리 만화이지 연애 만화는 아니니까... (뭐?!!!) 2권 뚜껑을 열어야지 알겠지만요. ^^;; 어리니까 충분히 그 감정을 착각할만도 하다고 생각해요. 부모의 부재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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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그리고>1~2

히가시무라 아키코, 애니북스



지인 O님이 취향이 아니라고 저에게 주셨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리고 같이 그림을 그리는 입장인 저에게는 좀 뭐랄까 자극이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공감이 가고 그리고 선생님의 폭력에 대한 묘사도 그렇게 위협적으로 와닿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아버지와 선생님의 대하여 다르게 수용하는것에 대해서 왜 이렇게 간격이 벌어지는지 좀 생각해봤는데, 이쪽은 본질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관계고 그리고 본인이 선택해서 나아간 길이라서 더 그랬던거 같기도 한데 선생님에 대한 묘사는 폭력에 대한 희화화가 크게 느껴지지는 건 아니었어요. 분명히 그 선생님에 대한 행동에 대한 관찰이 있있고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실에 계속 나가게 된건 자신의 선택이었던건 분명하니까요.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었구요.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말해야 하는 부분은 저의 경우에는 선생님에 대한 죄책감에 가까운 회한이었던거 같아요. 처음에는 이런 생각이 들면 지금이라도 만나러 가봐라고 말을 하고 싶었는데... 이 작품을 그리는 시점에는 은사님이 고인이라서 그런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게되었습니다. 그 부분은 뒷권이 나와야 알 수 있겠지만요. 

다만 계속 후회속에서 있는데 입시를 하고 대학을 다니면서도 그리고 그 후에 졸업하고서도 선생님께 몇년동안 배웠던 것들에 대한 부분은 그 후회속에서는 아에 사라지는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건 작가 본인의 후회가 어느정도인지 몰라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루구요. 

다만 그 선생님이 본인이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걸 좋아하실지 아닐지는 본인이 아닌 이상 모르는 것이지만, 꾸준히 작업을 계속하는 걸 좋아하실거 같다는 건 저자의 시선으로 걸러진 작품을 보면서도 보였습니다. 아마 만화를 그린다고 이야기 하셨어도 그렇게 화를 내고 그러셨을거 같지는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뭐 말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것도 이해는 충분히 가는 부분이었습니다. 네. 그렇죠. 만화를 한다고 말하면 ... 뭔지 알아요. 저도. 


선생님이 원해서 선택한 영역까지 모두 본인의 그 선생님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가져와서 등에 지고 있는거 같아서 읽는 내내 그건 좀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선생님께서 좋아서 수업을 늘린거죠. 당신에게 충분히 넘치도록 배려한것도 그건 분명히 선생님의 선택이었어요. 어떤 걸 받기 위함이 아니라요. 이렇게 해서 당신과 그림을 그리면서 함께 나아갈수 있다면 참 좋은거고... 아니라면 그 좌절도 본인이 가져가야 할 영역일 따름이죠. 

나는 나의 선택에 대한 부분을 가져가야 하는 것이고 당신은 당신의 선택한 영역에 대한 부분은 당신 스스로의 온전한 책임으로 가져가야 하는 부분이니까요. 우리가 만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것이지만, 가는 그 길에 만날 수 없다고 하여도 그걸로 상대방을 원망하거나 비난할수 없는거니까요. 만남에 감사하고 그 만남을 충분히 누렸다면 그 것으로 충분히 행복한 순간과 삶이었으니까요. 선생님을 만났고 본인의 삶의 8년이라는 시간동안 선생님과 꾸준하게 함께 걸어갔다는 것. 그건 굉장한 축복이고 그 시간을 그 선생님은 정말 반가워하고 즐겁게 보내셨을거 같았어요. 

지금에 와서 보이는 것은 지금이니까 보이는 것 이니까 그 후회를 계속 해봐야 지금의 나의 삶에 어떤식으로 영향을 주고 그 생각이 자원이 된다면 그 생각은 이어나가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지만, 그 상대가 지금 존재하지 않는 고인이라면 그 고마운 마음을 누군가에게 다시 나누어 주는것이 좀더 생산적이고 그리고 고인이신 그분도 좋아하실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당신이 하는 생각은 반추에 가깝게 느껴지는 것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받았던 제일 큰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편안하지 못했어요. 반추에 가까운게 아닐까 하다가 읽어 나가면서 중간에 선생님이 이미 고인이시기 때문에 작품안에서 전체적으로 그런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러는 의미에서 이 책 자체가 이제 고인이신 선생님을 그리워 하는 마음을 담아내는 방향이니까 그런 흐름으로 이해한다면 자연스러운 흐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으로 매체를 통해서그 마음을 담아내서 이 책을 읽는 어딘가에 있는 누구에게도 그런 은사님이나 소중한 존재인데 소원해진 관계가 있다면, 그 관계를 회복시키는데 큰 힘이 되어줄거 같기도 해요. 그치만 소원해졌다는 것에는 어딘가에 분명한 이유가 있는데... 매체의 간극을 넘고 그 마음이 전달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좀 했습니다. 자극을 받아도 결국 어떤 행위에 대한 선택은 그 자신이 스스로 온전하게 선택한 것이지 어떤 물리적인 힘에 의해서 밀려서 선택한 것이 아니니까요. 버티는지 앞으로 나아가는지는 결국 자신만이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자극을 전달해준다는 의미에서는 바람직할지도 모르겠네요.


다시 이야기를 돌려서 히가시무라씨 자전적인 만화에 대해서 기대치가 낮았던 이유는 작가분의 전작중 하나인 <해바라기 켄이치전설>의 뒤의 본인의 경험을 읽고 작품 본편의 에피소드들이 재인지 재경험 되는 일이 었었던 적이 있었기에 그 부분에 대한 기대-어느정도 폭력에 대해서 희화화 하는 부분 혹은 미화-는 처음부터 내려두고 읽었습니다. 정확히는 어느정도 각오를 했다고 해야하나요? 네 각오하고 읽었던것 같아요. 

<해바라기 켄이치전설>에서는 주인공의 아버지는 자신의 감정 상태에 따라서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 인물로 그려지는데 어떨 때는 다정했다가 어떨 때는 이해할수 없는 수준으로 사고가 비약하며 동시에 폭력을 휘두르는 인물로 기억합니다. 그 권말 후기에 작가는 아버지 캐릭터를 본인의 아버지를 롤 모델로 했다고 고백했고 그리고 이 이야기는 자신과 아버지의 에피소드가 반영되었다는 것도 이야기 했던거 같아요. 

제가 그때 받았던 느낌은 아버지와의 기억을 지나치게 이상화를 하고 있다는 느낌과 아버지의 폭력에 대해서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화의 연장선으로 미화(?)하는 형식과 동시에 그 폭력적인 장면 자체를 희화화 해서 타인으로부터 웃음을 유도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이유없는 폭력은 어떤 이유에서도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고 그것을 가지고 웃음의 소재로 가져오는 것도 굉장히 불편하고 용납하기 힘들었기에 불쾌함이 굉장히 크게 올라왔던걸로 기억합니다. 

부모가 예측할 수 없고 혼란스러워서 늘 예상범위에 벗어나는 위인이라서 부모가 휘두르는 폭력을 이해하기 함든 경험은 정말 고통스러운 경험이고 그리고 그것을 타인에게 이야기할때 이해받기 힘든 범주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만, 그리고 그걸 언어화 할때 쉽게 표현할 수 있게 전환되는 것이 개그적인 요소를 더하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런다고 하여도 그것에 대해서 견지하는 태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희화하 한다고 하여도 그 안에서 객관적으로 그 상황을 관찰하고 그것이 한 아이에게 (개인차가 있겠지만) 얼마나 고통의 경험이었는지에 대한 부분도 함께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히가시무라 작가에게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물론 매체를 통해서 그런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풀어라는 것은 아니지만, 뭐 간결하게라도 언급하고 넘어가야 했다면 제가 이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는 분명히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제가 읽으면 또 다를지도 모르지만요. 지나체게 저의 기준으로 감정 이입을 해서 이사람이 그런 부분도 함께 가져가는데 그것을 그냥 떠나보냈을지도 모르는 일이구요. 

뭐 암튼 몇년전의 저는 이 사람을 그렇게 봤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파리 공주>의 개그센스는 참 좋아했구요. 건드려 지는 부분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사람의 개그센스는 그만큼 매력적 이었던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궁금해졌던 지점도 그런 괴로움을 희화하해서 소화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좀...  뭐 근데 모르는거죠. 매체로 표현하는 것 자체도 경험을 주관적인 시선을 통해서 타인에게 보여지는 방식으로 재구조화 되는 것이니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펙트라고 받아들여야 할지는 사실... 경험이 왜곡된 부분도 분명히 있을테구요. 


다시 이 책으로 돌아와서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 제일 좋았던 부분은 화실에서 티슈케이스를 그리시던 할아버님의 이야기 이었습니다. 전시회에서 그 할아버님의 그림에 선생님이 주신 피드백이 참 좋았습니다. :)  그나저나 저자분은 복받은 인생이네요. 저런 선생님을 만나기도 힘들죠. 저런 후회를 남길만한 인연이었다는 것이.... 전 부럽네요. 그럴만한 은사님이 있다는 것이. 회한의 마음이랑은 별개로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 부러운거에요. 슬럼프에 달려와서 그사람이 격려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격려를 해준다는게... 정말 감사하죠. 나라는 개인에게 그 가능성(?)을 느끼고 애정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본인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 준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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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무라가의 아들> 1~3(완)

메이지 카나코, 현대지능개발사 



<언덕위의 마법사>를 읽고 반해서 고민 고민하다가.. 도서정가제 전날에 주변의 권유도 있고 해서 질러버렸습니다. 하지만 너무 기대를 해서 그런가 ... 기대한 만큼의 만족은 얻지 못했습니다. <언덕~>이 너무 대단한 작품이라서 그런거 같아요. 뭐 나쁜건 아니었습니다. 성장만화인 점을 감안하면 대체적으로 좋은편 이었던거 같아요. 

큐우쪽은 개인적으로 사실 사랑이라는 느낌보다는 그냥 각인이라는 느낌이 더 강했던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리가 태어나서 처음 보는 존재가 엄마인줄 알고 따라다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요? 큐우의 대인관계의 제한적인 부분을 스스로 알아차리는 부분에서 그런 느낌을 크게 받았던것 같아요. 자신에 대해서 어느 순간부터 객관적으로 인지하는 시각이 생기면서 각성하는데 이 친구의 관계가 오로지 그 친구를 향해 있던걸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던것 같아요. 사실 그런걸로 치면 큐우의 각인 상대(?)도 매한가지 일텐데 어째서일까 저는 큐우쪽이 더 그런 느낌을 크게 받았던것 같아요. 제일 좋았던 흐름은 고등학생에서 입시를 준비하면서 좌절하고 낯선 장소에서 느끼는 것들이나 대학에 진학해서 점차 관계나 주변이 변화하는 시기를 천천히 잘 그려져서 그런면은 굉장히 공감이 가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큐우의 감정선 변화도 비교적 그랬던것 같아요. 

읽으면서 많이 괴로웠던 부분은 형에 대한 에피소드 이었어요. 어릴적에 당했던 그 경험-성폭행-이 그 사람의 삶을 전반을 어떤식으로 지배하는지에 대한 부분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뭐 그려지기는 지금은 어느정도 현실에서 잘 적응하는 것으로 그려지지만... 전 애인이 주먹을 휘두르는 장면에서 본인이 역으로 제압하는 장면을 보면서 아 이사람은 어떤 의미에서는 .. 아니 사실은 명확하게 여전히 진행중이라는것이 느껴졌습니다. 이 친구가 어떤 마음으로 고향을 떠나고 그리고 그걸 어머니는 어떤 마음으로 보내줬을지, 타지에서 살아가는 동안 어떤 경험을하고 살아왔을지... 마음이 참... 고향에 내려가는 것에 대한 불편함도 소문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을때 참 먹먹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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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by d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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