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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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12 <벨 훅스,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


......
나는 이 책에서 돈이 없어서 기본적인 혹은 풍족한 삶을 살 수 없는 고통, 즉 커져가는 빈부 격차가 경제적 고통을 야기한다는 점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었다. 고통이 우리를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하고, 갈기갈기 찢어 놓고, 공동체와 상호 의존의 필요성을 인정할 때 비로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을 거부하도록 만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가진 자, 조금 가진자와 아무 것도 없는 자들 사이의 엄청난 차이를 보고도 이 나라에 계급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니 어이가 없다. 계급 없는 사회라는 이상이 지금 아무리 왜곡되어 있지만, 이상 속에는 부는 공유할 수 있으며, 계급 제도는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 존재할 가지도 없는 나머지 다수를 지배해야 한다는 가정에 기초한 것이라는 인식도 담겨 있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다국적 백인 우월주의와 자본주의에 물든 가부장제도가 야기한 심각한 불평등, 그로 인해 시모하되는 빈부 격차 때문에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계급을 돈 문제로만 치부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경제적 특권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이웃을 억압하고, 착취하고, 인격을 훼손하면서까지 돈을 벌어 스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들 중 부자는 소수지만(남을 착취하지 않고 부를 축척하기는 어렵다.) 대다수는 그들에게/우리에게(나도 이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모든 자원을 공유할 수 있는 계급 특권을 가지고 있다.
......
- 계급제도 없는 삶, p 209


모님이 추천하신 책인데 이제야 봤습니다. -_=;; 사서 보려했지만... 뭐 여러가지 사정상 결국 도서관에서 빌려봤습니다. 그치만 아마도 살 예정. 이번달에 책을 할부로 질러줬으니까 다음이나 그 다음이 될 예정이에요. 사실 뭐 저는 '계급'이라는 단어와 거리감을 두고 살아왔는데요. 최근 느끼는 여러가지 불편함들이 바로 저 문제 였다는 사실을 이 책을 보면서 알게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사회에서 '계급'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일을 거이 본 적이 없는거 같아요. 계급에 대한 부분은 은유적으로 묘사되거나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치환되는거 같아요. 가령 예를 들자면 지역이나 학연이나 나이 성별 등등 으로 말이죠. 근데 그건 계급이자나요. 저는 역시 계급이라고 생각해요.

얼마전에 지인분의 아버님 결혼식에 참석했습니다. 성당에서 하는 결혼식이었는데요. 결혼 미사를 하시는 신부님 말씀이... 남자는 여자를 소개해준다고하면 "그 여자 이뻐?"라고 물어보며 여자는 "그 남자 직업이 뭐야?"라고 물어본다며 오늘 신랑은 "교수"입니다. 여자분은 남편을 참 자알 만나셨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끊임없이(저 자신이 듣기에는) 강조해서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설교(?)를 듣는 내내 불편했는데요. 옆에 있던 다른 여자분에게 물어보니 그분도 그 신부님의 설교가 참 불편했다고 했습니다. 사실 저는 뭐 "교수"라는 직업이 그렇게 대단한(?) 직업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결혼 미사에서 그렇게 강조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말이에요. 그 설교의 나머지 부분들은 성의 이분법의 선을 또박또박 지키고 있었고 그리고 직업에 따른 계급에 대해서 계속 강조하는 설교이었습니다.
좀 극단적으로 듣자면, 여자분은 남자분의 직업을 통해서 계급을 상승했다는 말로까지 들렀어요. 뭐 근데 보통 소개를 받는 경우에는 상대방에 대해서 질문할때 보통 '직업'이 가장 먼저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 자신도 직업(혹은 계급)에 대해서 강조하면서 이야기 했던 적이 많았던거 같습니다. 
가령 사랑하는 다롱롱의 이야기를 할때 직업적인 부분을 이야기를 자주 하게되는데 그런게 그런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롱롱의 가장 자랑스러운 부분은 저의 짜증나는 이야기를 4~5시간을 닥치고 들어주는 자상함(?)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그런 이야기보다는 직업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게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흥미요소도 있지만, 계급적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럴지도 모르지요. 본인은 부정하고 있지만요.
저는 언제나 저 자신이 속한 배경(계급)에 대해서 쉽게(?) 말하는 편 이거든요. 물론 그 이야기가 계급적인 이야기라기보다는 그런 계급의 막장을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그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은 어떤 입장일지 생각해 본 적이 거이 없었습니다. 참으로 민망합니다만, 그랬습니다. 고백하고나니 더욱더 부끄럽습니다.

뭐 여튼간에 어떤 종류이던간에 노골적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계급)에 대해서 자랑하는 사람이나 자신의 주위(상대방이 전혀 모르는)의 높은 계급의 사람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분들을 만나면 그 사람들에 대해서 극단적으로 바라보는 저 자신(천박하다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저도 저 자신이 속한 것들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충동과 그런 충동을 느끼는 자신에 대해서 혐오감이 일어나는 3가지의 감정이 싸웁니다. 그 상황 그대로도 불편한데 말이죠. 그런 저의 3가지 감정 때문에 매우 불편하고 통제하기 힘들어집니다.
저는 주로 그런 사람들을 지칭해서 극단적으로 가면 '천박하다'라는 표현을 망설임 없이 사용하곤 합니다. 그 단어는 저 스스로에게도 포함되는 단어에요. 그 사람에 대해서 천박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저도 가지고 있는 부분이고, 다만 그걸 '노골적으로 들어내지 않는다', '노골적인 것을 수치로 안다', '그건 은유적이라도 표현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라고 인지하고 그렇게 생각하도록 노력하지만, 자신의 어떤 부분에서는 그런 것들에 대해서 매우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인간이니까요. 저는 좋은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걸 걸치고 먹어보고 싶다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는 욕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좋은것이라는 가치(혹은 기준)가 저에게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지만요. 어느 순간 그 기준들에 의거해서 모든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것들이 매우 불편했습니다. 그런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도 몰라서 당황했었습니다. 그건 수치스러운 일이었거든요.
욕망하는 자신은 수치스러워요. 탐욕스럽다고 해야하나요? 좋은것들에 대해서 욕망하는 자신에 대해서 기묘한 이질감과 죄책감이 항상 함께 합니다. 스스로를 위하서 욕망하는 것들에 대해서요. 도덕적 가치를 부과해서 그 부분을 넘어서는 것에 대해서 칼날을 들이대는거죠.

이런 자신이 있는 반면에... 살아가다보면 자기 자랑과 자기 주위의 자랑으로 끝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부류에 저도 포함이 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는 자신이 가진 주관적인 잣대의 정도이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저의 선을 넘어선 사람은 정말 탐욕스럽다고 느끼거든요. 역겹다거나...
근데 그 상대방이 자랑하는 것들에 대해서 부러워 하는 마음이 든다는 겁니다. 아 혐오스러워요. 부러워 하는 마음은 어쩌면 소비를 욕망하는 것이 정상적인 이 시대에는 모범적인(?) 모습일지도 모르는데 말이지요. 먼소리를 하는 건지.
금년 초에 있었던 일이에요. 어떤 사람이 자기 옷이 몇백만원짜리라고 자랑했습니다. 허허허. 그분은 나이도 많은 어르신. 근데 저도 그 옷을 보면서 비슷한 가격이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입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저는 상대방의 말을 듣고 그때 이런 생각을 했어요. "저걸 살 능력은 되지 않으니까 나는 뜨게질을 배워서 저런 디자인의 옷을 만들어서 입어라도 보고싶다."라고 말이죠.
그리고 다른분이 합세하여 자신들의 자식들에게 입힌 브랜드에 대해서 한시간 가까이 자랑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이야를 들으면서 "그래서 뭘 어쩌라는 건가? 그 브랜드의 옷은 소인도 입었소. 그게 자랑이오? "라는 생각들을 했습니다. 뭐 듣고 흘리면 되는 이야기 이거나 아니면 저도 반격(?)을 하면 되지만요. 저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 그냥 닥치고 듣고 있었군요. 
거기서 문제는 그 이야기를 하던 장소는 애도의 공간이었습니다. 그 사람에 대한 혐오감이 일면서도 비슷한 저에게 더더욱 혐오감이 일었어요. 살아가는 이상은 아무리 고통스럽고 슬픈 상황이더라도 그런 생각들을 할 수는 있다고 가끔 생각하곤 했어요. 그치만 그 상황에 저런 것(물질적인 가치)에 부러워서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자신은 역시 용서 할 수 없어요.

결국 그네들은 자기들의 계급에 대해서 자랑을 늘어놔서 저는 분노한거죠. 당신의 계급에 나도 결코 처지지 않는다고 말이이요. ㄱ- 헐. 그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이 아닌데 말이지요. 그 상대방이 '학벌'에 의한 계급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에 저의 컴플렉스를 자극한 것일지도 모르고, 저도 비슷한 인간인데 그걸 억누르는 어떤 부분이 막아줘서 대놓고 그 이야기를 신나게 하는 인간이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치만 그러면 뭐해요. 머리속에서는 저도 신나게 외치고 있는데요. 여기서 아아 시발.
이 나라는 그런 계급 자랑 혹은 비교가 참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나라인거 같아요. 새삼 느끼는 거지만, 가까운 웹용어로 말하면 '엄친아' 등등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계급을 획득하지 못하면 가치 없는 인간으로 전락해버리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거 같습니다.
스스로 그 계급이 없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은 주위의 그런 계급인 사람들을 이야기해서 자신도 그런 계급에 소속해 있음을 느끼기 위해서 그런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또 이어가나가는 거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것들로 자신의 자존감이 회복되지 않지만, 그런 사람들이 주위에 없는 비슷한 계급인 사람들보다 자신이 우위에 서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서 우월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이야기가 저의 이야기로 돌아갔네요.
모님은 이 책을 읽다보면 좀 많이 불편한 점이 있다고 했는데요. 저에게 있어서 그 부분은 공부하지 않는 그들에 대해서 동정의 가치가 없는 느낌으로 읽히던 부분이 있었는데요. 그 부분은 <미친년>에서 실리콘 밸리의 그 아줌마와 같은 류의 느낌이었습니다.
빡오른 모드로 말하자면, 그렇게 의식이 트이고 운이 좋고 머리도 좋고 노력을 하는 근성도 있는 인간들은 별로 많지 않다는 것. 그걸 모두 개인적인 불행으로 치환하는 것은 소생은 용서 할 수 없다는 것 입니다. 사회에서 책임져야 할 문제도 개인의 문제. 물론 사회가 해결해주지 않으니까 그런 마음을 갖고 그리고 노력해야 한다는 논조인거 같은데... 그렇다고 해도.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자신이 기존에 보던 것들과 조금 다른 시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고 그리고 그런 일이 가능하게 되는 것은 스스로의 노력만이 아니라 주변의 여건 그리고 주위의 도움 그리고 운(?)도 있어야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것들이 동시에 찾아 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녀의 시선은 내려다보는 시선이고 다른 그녀의 말대로 '하위 주체는 스스로를 대변 할 수 없다'의 느낌인가 하고 생각해봤습니다. 아래에서 아직도 발버둥 치며 책을 보고 스스로의 무식함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그들이 그렇게만 말하면 매우 화가납니다. 끄읏.


+
조금더 자신에 대해서 관찰해본 결과 저의 탐미(탐욕)은 옷과 그릇에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옷은 코트류 니트류. 그릇은 귀여운 것. 이만하니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는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어찌되었던 무한소비형 인간으로 가는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좀더 생각해볼 예정입니다. 자본주의의 소비주의를 경계하는 자신이 되어야하는데... 뭐 일단 선부터 긋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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