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상실수업>

리뷰/텍스트 2009. 10. 5. 15:42 by d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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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이레 
엘리자베스 여사님의 책을 몰라서 사둔걸 이제야 꺼내서 천천히 읽고 있습니다. <인생수업>, <상실수업>,<생의 수레바퀴>,  <사후생>은 독서를 완료했습니다. 지금 읽는 책은 <죽음과 죽어감>입니다.  사실 저는 가장 유명한 <인생수업>을 먼저 읽은게 아니라 우연히 시한부 인생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담은 <죽는날까지...>를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게되었고 그래서 반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고 이 책을 사게 된 동기는 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었어요. 막상 책을 사고 드리려고 하는데 이게 잘하는 건지 잘 몰라서 읽어보고 드리려고 생각하고 차일 피일 미루다가... 반년이나 숙성(?)후에 읽게되었는데요. 정말 좋습니다. 주위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은 도서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특히 <상실수업>이 특효 처방전 이었습니다. <인생수업>도 좋았지만요. 

사랑하는 이가 죽어서 느끼는 상실의 분노뿐만 아니라 다른 경우에도 해당이 된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이 파트는 슬픔도 포함되는 파트라고 생각이 들었고, 여러가지로 다른 의미의 상실도 그렇고... 저의 경우에는 이 책이 정말 큰 지지가 되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추천한 매우 쩌는(표현이 이모양이네요. 죄송합니다. 저의 실망감을 표현할만한 단어는 저런 느낌의 단어 이외에는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개신교가 절대 진리라는 가치관으로 도배된 모 정신과 교수의 책보다는 만배 더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뭐 원저가 오래전에 출판되었다고 하지만, 뭐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던져버린 관계로 후속편도 볼 생각이 없습니다. 다른분들이 끝까지 보시면 그래도 좋다는데 전혀 그러고 싶지 않을 정도였어요. 이런 책은 거의 없거든요. 그래서 더 충격적이에요. -_- 이런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이 책은 특정 종교의 종교인(개신교도)으로서 느끼는 그 교만함(선택되었다는 느낌이나 진리라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고로 개신교도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추천해주기에 무난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종교인이나 불교인이나 모두에게. 진정한 의미의 진리(?)라면 이런 전달능력을 갖춘 책이 아닐까 싶어요. 뭐 비아냥 거리는 건 그만해야지요. 아휴. 그래도 말하고나니 속시원. OTL

자신의 분노는 강도나 정도는 어느정도 인지는 모르겠지만, 보통의 기준으로(유교적 가치관) 잣대를 잰다면, 매우 배척받는 분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녀의 그 말은 그야말로  명언이었습니다. '당신 자신'이라니. 스스로가 분노하면서도 주입된 가치관에 의해서 끊임없이 죄책감에 시달리는 그 패턴을 솔직히 멈추기가 참 힘들어요. 그걸 분리해서 바라보는 것두요. 분리해서 바라보는 것 조차 죄책감을 느끼도록 교육받았으니까요. 
분노하는 자신을 용서하지 혹은 용납하지 못하는 기분이란. 낄낄. -_- 경험하지 않고는 모르리라. 자신에게 살의가 치민다는 건 정말 치명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노하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분노를 바라보고 분노를 알아주고 스스로를 도닥이고...  결론은 스스로를 사랑하고 스스로를 보살피라는 말이 아닌가. 
이 사회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제도권에서 가르쳐 주지 않기 때문에 그걸 스스로 습득하기는 참으로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제도권이라는건 교육과 가정 모두 포함) 이 나라에서 살면서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사람을 본 기억이 거의 없었습니다. 퍽이나 사랑하겠네요. 그렇다고해도 표현하지 못한다면 사랑하는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디다가 써먹을라우? 

+
그나저나 이레 출판사는 <인생수업> 표지를 그렇게 만들어서 선입견으로 보지 않는 사람까지 만들었다니. -_-아 짜증남. 뭐 그녀의 대부분의 책을 내줬고, 번역도 매우 좋아서 읽으면서 매우 기뻐했지만 역시 그건 그거고 이건 이것대로 화가나는 건 참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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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훌륭한 콘서트가 막을 내려도 나는 결코 슬픔을 느끼지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의 나의 감정이 정확히 그것과 같았다. 너무도 훌륭한 연주였다. 마지막 피날레에 가까이 다가올 때 나는 마음속으로 '한곡 더!'를 외치고 있었다. 사랑하는 아버지는 우리를 위해 조금 더 오래 살아 있기 위해 무척 애를 쓰셨다. 하지만 결국 아버지가 '악기를 챙겨 집으로 돌아갈' 순간이 왔다. 장례식이 끝난 뒤 모트레이크의 공동묘지를 걸어 나와 런던의 차가운 부슬비 속을 걸어갈 때 - 그때 내리던 부슬비를 나는 선명히 기억한다 - 마음속에서 내가 다시는 아버지와 함께 있을 수 없으며 아버지가 영원히 내 삶을 떠났음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슬퍼하지 않았다. 울지 않았다. 내가 마음속에서 느꼈던 것은 이것이었다.
'얼마나 훌륭한 아버지인가! 아버지의 삶은 내게 얼마나 강한 영감을 주었는가! 내가 아버지 옆에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운 좋은가!'
어머니의 손을 잡고 미래를 향해 먼 길을 걸어갈 때. 나는 내 삶에서 훌륭한 콘서트가 막을 내렸을 때 느꼈던 것과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 기분을 결코 놓치치 않을 것이다. 고마워요. 아버지.
-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생의 아름다운 마무리, p265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대방에게서 오직 '잘못 얹힌 두 장의 벽돌'만을 발견함으로써 관계를 파국으로 이끌거나 이혼으로 치닫는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 안에서 '두 장의 잘못된 벽돌'만을 바라봄으로써 절망에 빠지거나 심지어 자살까지 생각하는가?
실제로는 거기 훨씬 많은 훌륭하게 놓은 벽돌들, 완벽한 벽돌들이 존재한다. 잘못된 것의 위와 아래, 오른쪽과 왼쪽 사방에는 멋지게 쌓아올려진 수많은 별돌들이 있다. 하지만 때로 우리는 그것들을 보지 못한다. 그 대신, 바리볼 때마다 우리 눈은 오로지 잘못된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때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잘못된 것뿐이고, 우리는 그것만이 그곳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것을 파괴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때로 우리는 슬프게도 실제로 '매우 아름다운 벽'을 폭파시켜 버린다.
안간은 누구나 두 장의 잘못 놓여진 벽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 각자 안에는 그 잘못된 벽돌보다 완벽하게 쌓아올려진 벽돌들이 훨씬 많다. 일단 그것을 보는 순간 상황은 그다지 나쁘지 않게 된다. 그때 우리 자신과 평화롭게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가 가진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상대방과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
-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벽돌 두장, p29


오랜만에 책을 보면서 내내 웃으면서 봤습니다. 108개의  즐거웠던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교훈과 유머가 있었어요. 처음 벽돌 에피소드를 읽었을때는 머리가 "뎅-!"하고 울렸습니다. 저의 이야기이기도 해서요. 읽다가 죽음을 앞에둔 호주 수행승의 이야기를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그녀로부터 병원에 입원한 누군가를 방문할 때는 환자가 아닌 인간 그 자체와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환자와 대화하는 것은 의사와 간호사에게 맡기고."
정말 어려워요. 그건. 눈앞에 고통스러운 얼굴을 보고 있는데, 그냥 일상을 물어본다고 해도 그건 고통스러운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되자나요. 어떻게 하면 즐거웠던 나날들이나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하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았습니다. 저의 이아기를 경청 하는 것도 힘들어 하시는데 잠자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는데 곁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잠자는 얼굴을 지켜보며 그 옆모습을 뇌리에 남기고자 하는 것 뿐입니다. 이제는 발을 주물러도 아프다고 하시는데,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보면 고통인지 분노인지 슬픔인지 모르는 눈물이 흘러내리는데 저는 그 눈물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잘 모르겠어요. 그걸 그냥 지켜보면서 닦아 드려야 하는지 아니면 당신을 만나서 나는 행복했고 당신의 존재가 지금의 나의 행복을 있게 해준 존재라고 말해야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선생님과 친구랑 이야기한 당신의 일대기를 책으로 내는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해서 당신에게 물어보는 일 조차 힘든 상태가 되어서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하는 일은 당신이 이야기 할 때 그저 웃어주는 것 뿐이에요. 아프지 않도록 좀더 몸이 좋아지도록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무력합니다. 너무나도.

+
이 책은 북크로싱으로 읽게 된 책입니다. 좋은 책을 북크로싱 해준 월덴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그나저나 저의 블로그는 트랙백을 할려고 하니 불가능하다고 뜨는군요. -_=;;; 뭐가 문제인지. 콜록. 트랙백->  http://walden3.kr/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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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준비 없이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경우에는 못 다한 일들이 남아 있게 마련이다. 그것이야말로 남아 있는 사람들이 겪어야 할 가장 큰 고통이다.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작별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를 내기도 전에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나면 우리는 엄청난 분노와 회한, 슬픔,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그런 감정들을 잘 다스리지 않으면 남아 있는 사람들은 결코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없다.
- p86


표지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던 책이기도 했고 그리고 아버님 때문에 근래에는 이런 부류의 책들에 흥미가 많아졌는데 역시 도서관에서 신간코너에서 발견하고 빌린책 입니다. <인생수업>, <상실수업>, <죽음 죽어감> 그리고 <안녕이라고 말하는 그 순간까지 진정으로 살아 있어라>중에서 뭘 먼저 사서 볼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사기전에 먼저 보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구매 예정인 책은 <죽음 죽어감>이 먼저일거 같아요. 책은 시원스러운 판형이었는데(163*217) 본문 역시도 시원했습니다. 읽는데도 부담 없었고 사진들을 보면서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는 틈을 만들어주는 구조였습니다.

표지에 나온 사람은 42세에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베스라는 여인이었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담담함이 본문에 있는 사진들에서도 얼핏얼핏 보였습니다. 책을 보면서 느낀것들은 시한부를 받은 당사자들보다 주위사람들이 죽음에 대해서 더 인정하려 하지 않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그런 모습인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주말마다 시아버님을 뵈러가지만, 아버님이 때때로 하시는 체념의 대화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 자신이 보고 자라온 가치관 대로 저는 대답을 하고 있지만, 그런 대답을 하는 사람은 가족 구성원 중에서 저 뿐입니다. 이게 잘하는건지...도 잘 모르겠고, 그렇다고 다른 분들이 잘 하고 있는건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고통에 대해서 공감해줘야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고통을 이겨낼 수 있다고 용기를 불어넣어드려야 하는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려워요. 좋아하는 선생님과도 이야기 해봤는데요. 저의 능력을 살려서 지금까지 아버님이 걸어오신 길을 책으로 만들어보는 것이 정말 그분께 힘이 될꺼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친구도 그랬구요. 뭔가 하기는 해야하는데... 답답해요. 그런걸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해도 되는건지도 자신이 없구요. 엘리자베스 퀴슬러 로스 교수의 책들을 다 보면 먼가 더 보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존재에 대한 상실에 대해서 이야기한건 친우 ㅊ선생과 한 대화와 그리고 좋아하는 동생 D양의 할아버지의 이야기 정도인거 같습니다. ㅊ선생의 상실에 대해서 정말 어느정도인지 절실하지 못해서 어느정도인지 물어봤더니 저의 동생정도라고 말해줬습니다. 듣는 순간... 저는 전화기를 던지고 화장실로 직행; 이때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심했거든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패닉상태. 하아. 상상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지 않다니요. 그런건... 살아있는것만으로도 얼마나 힘이되는 존재인데. 함께 살아주었다는 것만으로도 버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모두 힘을 내주었으면 좋겠어요. 아버님도 신랑도 어머님도 도련님도 그리고 저 자신도. 용기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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