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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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법은 지배를 가능하게 하는 기초다. 문명/자연, 주체/객체, 이성/감성, 정신/육체, 공/사 등의 이분법에서 두 항은 '다르지만 동동한 것'이 아니라, '인식자 대 타자'의 관계로서 인식자를 중심으로 타자를 정의내리고 세계를(상호 관련이 아닌) 대립적으로 파악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모든 이분법은 위계적이며, 거의 반드시 성별적으로 작동한다. 이런 이분법에서 전자는 후자보다 더 우월한 것으로 간주되며 따라서 후자에 대한 지배는 정당화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타자의 자리에 놓인 목소리들은 침묵당하고 시야에서 사라져버린다. -p129

'개인'이 진정 의미 있으려면 그 개인의 권리의 인정과 사회적 평등 그리고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어떤 집단으로 환원되거나 대표자에게 동잘화될 수 없는, 독립적이면서도 관계적인 개별자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과 집단, 개인의 이해와 '대의'가 대립적인 것으로 설정될 때, 그 집단 내부의 차이들이 문제로 설정되고 공개적으로 토론될 수 있는 가능성은 사라진다. 그것은 정당한 문제제기가 아니라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 "해당 행위", "조직을 깨는 짓"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을 희생하거나 '죽어야' 성립하는 집단이라면, 그 집단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애초에 '개인 대 집단' 이라는 이분법 자체가 의문의 대상이 돼야 하는 게 아닐까? - p142
<오빠는 필요없다>, 이분법의 경계에서 말을 잃다, 전희경, 이매진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은 여성의 인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 '민족의 자존심을 짓밟은 것', '집안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강간은 여성의 몸에 대한 폭력이 아니라 (그 여성이 속한) 남편, 집안, 민족, 국가에 대한 폭력으로 간주된다. 사회운동 집단의 담론에서도 이런 예는 수없이 많다. "미국이 한반도(윤금이)를 강간했다, "윤금이 몸에 뿌려진 하이타이(세제)는 한반도에 뿌려진 미국의 정액이다"등......-  p107

자신이 버는 것 이상을 소비하는 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광범한 분노와 규탄은, 남성의 소비는 소비 자체로 환원되지 않고 생산을 위한 최소한의 휴식이나 권리로 받아들여지는 반면 여성의 소비는 잉여로 받아들여지는 성차별적 해석의 산물이다 -  p111

"남성은 행동하고 여성은 보여진다. 남성은 여성을 바라본다. 여성은 보여지는 자신을 본다." 사진작가이자 비판적 미술평론가인 존 버거의 이 말은, 시선은 그 자체가 권력관계를 내포하면서 동시에 권력이 작동하는 하나의 방식이기도 하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또 여성주의 이론가 로라 멀비는 정신분석을 발전시켜 영화 속에서 '남성적 응시'가 구축되는 방식을 설명했다. 이 때 '남성적 응시'는 현실에서 사회적 권력의 지지를 받기 때문에 여성적 응시와는 다르게 행동력과 소유력을 수반한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무엇보다 '몸'으로 환원되는데 , 이때 '몸'이란 여성 자신의 것이 아니라 남성 사회가 전시하고 동원하고 사용하고 교환하는 몸이다. 여서으이 몸이 어떻게 훈육되고 '관리'돼야 하는가를 둘러싼 논쟁과 경합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  p115
<오빠는 필요없다>, '여성적인 것'의 타자화, 전희경, 이매진



매우 공격적인 제목이었는데 말이죠. 근데요 표지가 정말 귀여웠어요. 그 일러스트가 주는 느낌은 좀 가벼웠거든요. 그래서 크게 부담없이 책을 잡아서 빌렸습니다. 책은 표지도 재미있었지만, 본문 디자인도 재미있었어요. 책의 하시라가 있는 하단이 기존의 책들의 두배였는데, 물론 이런 책들은 종종봐왔습니다. 그치만 신국판 정사이즈에서 저런 책은 저로서는 처음 봤거든요. 하시라의 페이지 번호가 숫자간의 간격이 큰것도 신기했고요. 박음질 선을 이용한 차례나 도비라 구성도 좋았었습니다. 특히 페이지 마다 있는 각주가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맨 뒤의 전체 주는 먼가 앞의 디자인들과 거리가 먼 디자인이라서 좀 깼다고해야하나요? 뭐 그랬습니다.

책 자체도 뒷표지의 소개를 보고 고른게 아니라서 책을 넘겨서 읽기 시작했을때는 조금 당황했습니다. 뭐 언젠가는 이쪽 이야기도 읽어보고 싶었기때문에, 저의 기대와 다른 부분이었지만 즐겁게 넘겼습니다. 그리고 인터뷰한 사람들의 신상정보가 있는 곳에서 정말 괴리를 느꼈습니다. 학벌이나 출신에 대한... 뭐 그런거겠지만요. 책은 운동을 하는 분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여기서 운동이라고 하면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여기 있는 여성분들은 운동을 하면서 느꼈던 단절, 주류가 아니라서 이해받지 못하는 사람으로서의 괴로움이나 항상 주변인이 되어버리는 모습이나 뭐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서 지금은 여성주의 운동을 하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운동을 하는 사람은 좀더 진보적이라는 편견을 여실하게 깨주었다고 해야하나요. -_- 뭐 그랬습니다. 진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서도 성별의 구분은 여전했고, 그러한 구분에 따른 고통을 토로하면 받는 대접들이 그곳에서도 이어지고 또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여학생회에서 일했던 친구가 말해줬던 이야기들이 그 책들에 있었습니다. 읽으면서 내내 매우 답답했습니다. 그녀들이 느낀 좌절이 어느정도 였는지는 상상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그 공간에 있는 남성분들은 저희 아버지대의 사람들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거든요. 어디가 다른지 당최 모르겠다는... 어쩌면 더 할지도;; 그 분들은(운동하시는 남자분들) 여성이 해야한다는 부분의 일을 하는 것이 없었다는 증언뿐 이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는 우리집 영감님께 실례일지도 모르겠네요. ㄱ-; 그남자가 그남자인가;; 뭐 그런 생각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특히 성폭력 관련 이야기는... 하아.

책을 읽으면서 신랑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되었는데요. 뭐 신랑의 이야기는 남자든 여자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높은 위치에서 강압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은 거이 일관대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뭐 큰 직장에서 일해 본 적이 없는 관계로(전 항상 작은 회사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런가? 싶었는데, 문득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모 정당의 대변인씨라던가... 허허. 뭐 사실 저는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사회에서 강자가 취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행동들은 남성주의적인 행동이라고 정의되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가해자가 되는것은 남성이나 여성이나 그부분에 대해서 사회에서 말하는 대로 예민(!)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재현하는 존재가 되는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사실 그런것들을 재현할 때가 재현하지 않고 다른 입장에서 바라보는 경우보다 더 많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서... 그냥 답은 닥치고 공부... 그리고 다른사람의 고통에 좀더 귀 기울이고 이해할 수 없다면 노력을 해라. 정도인거 같습니다;
남자는 남자다워야한다. 여자는 여자다워야한다. 두가지의 기준에 의해서 고통받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공부해야겠습니다. 부끄럽지만, 지금까지 내가 여자라서 고통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해봤는데요. 반대인 입장은 거이 해본적이 없었습니다. 아이고;; 부끄럽군요.

예민한 쪽의 책들에 대해서 포스팅 할때는... 매우 고민이 됩니다. 전해받기를 그대로 전해받는것도 아니라 잘 모르는 저의 사고로 걸러진 관점이라서 저의 글을 보고 어디에 있는 누군가가 또다시 상처받는건 아닌가 해서요. 부족하고 잘 몰라서 그런거에요. 공부하려고 노력중이니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넘어가주시거나 살짝 비밀글로 지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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