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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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선수 자와씨>, 미시마 에리코, 미우
사실 스포츠를 하는 아이들이 주인공인 만화는 거의 대부분 남자 아이들이 주인공이고, 여자 아이들은 운동을 하는 주체가 아닌 응원을 하는 주체로만 존재하는 것을 많이 봐왔던 터라서 이런 설정을 가지고 연재가 되는 만화가 있다는 것 자체도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스포츠보다 이 종목(야구)이더 여자에게는 문호를 개방되지 않았다는 이미지도 있었고, 그리고 유명 작가(H2의 그분)의 격찬했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이 만화에 대한 환상을 크게 키웠습니다. 
사실 "야구를 하는 여자"는 스포츠에 거의 문외한에 가까운 저로서는 뭐랄까 남자들의 성역에 도전했다는 느낌을 처음 받았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여자 사회 야구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되었고, 일본에는 여자도 프로 야구선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른 만화를 통해서 알게되었습니다. 국내의 경우에는 여자 야구 국가 대표 선수들은 세계대회에 나가기 위해서 회사를 자발적(?)으로 퇴사해서 간다는 사실도 알게되었고, 야구를 좋아하는 여자분-  야구 스포츠를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야구를 정말 즐기는 - 이 많다는 사실도 놀라웠습니다.
네. 실은 친구중에서 사회인 야구를 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도 자와씨처럼 멍도 많이 들고~ 근육통에 시달리고~ 피부도 많이 타지만, 그래도 정말 좋아하면서 야구를 하더군요. 눈 한쪽에 멍이 들었을때는 관두라고 많이 화냈었습니다. 뭐 이제는 그녀가 등이나 다리가 아프다고 하면 안마도 힘내서 해주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도 그녀의 등을 발로~ 즐겁게 -ㅍ-;; 여자야구 대회 결승전 시합 전날 집에 놀러와서 다음날 아침에 먹을 김밥도 싸줬습니다. ^^* (결론: 전 그녀의 팀의 우승에 일조했다는 이야기.)

아무튼 이런 저런 기대를 가지고 있던 저는 책을 펼치고 즐겁게 본 부분도 있었지만, 그 부분보다는 실망한 부분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이 만화는 주인공 자와씨의 활약상을 철저하게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그려지고 있는데요. 관찰자 시점에서 그려진다는 것은 여러가지 제약이나 편견이 크게 작용 할것..... 같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요.이 작품은 그 다수가 가지고 있는 그 편견을 기반으로 관찰자 시점이 그려집니다. 
스포츠를 하는 주체가 아닌 응원의 주체로서의 여성에 대한 편견이 이 만화의 이야기 전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편견을 기반으로 자와씨에 대해서 해석하고 잣대를 적용하고 그리고 멋대로 판단해 버립니다. 야구 배팅센터에 온 그녀와 그녀의 일행들을 보면서 하는 두사람의 대화를 통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 즉 '야구를 하는 사람은 남자이고 여자는 응원을 한다'에 대한 것 그리고 '여자는 주체로 있는 것보다 주변인(좋게 말하면 응원하는 주체)으로 남는 것을 선호한다'에 대한 부분이 그들의 단편적인 대화에서도 드러나 있습니다. 그런 그들의 편견을 향해서 그녀는 '홈런'을 날리죠. 그리고 그 홈런을 바라보는 두 사람. 그들은 이후에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지는 다들 예상하시는 대로 일것 같아요. 전 이런 전개를 희망했었거든요.
하지만, 이런 전개안에는 분명하게 한계를 담고 있습니다. 저런 생각이 대부분들 하는 생각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닌 사람에게도 대부분 저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하는 또다른 2차적 편견을 심어 줄 수도 있다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그녀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이런것들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서, 그런 의지를 낮추거나 아니면 두려움을 키우는 부분도 있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건 편견이라기 보다는 환상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네요. 좋게 말하면 말이죠. 여자의 육체를 소비하는 이 사회의 매우 구조적이고 일반화되어있는 태도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이 만화에서는 대부분의 에피소드가(정말 몇개를 제외하고는...) "야구를 하는 그녀"가 아니라 "야구 옷을 입은 그녀"에 대한 묘사가 참 많습니다. 정말 지나칠 정도로요. 그녀가 속옷을 입었는지 아닌지에 대한 부분은 함께 야구를 하는 동료도 그리고 그녀를 관찰하는 관찰자분들에게 정말 중요한 주제더군요. 그녀의 몸이 어떤 형태인지에 대한 부분도 그렇구요. 작가분이 여자라던데- 이런 부분을 스토리를 짜고 그리면서 어떤 생각을 하면서 그릴지 참 궁금해질 정도였습니다. 이 주제에 관련한 에피소드들은 정말... OTL 
'여성의 몸은 남성 주체로 의해서 소비되고 그 이미지가 재생산 될때 의미가 있다'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분명 있으시겠지만, 이게 정말 정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성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가장 쉬울것 같지만, 사실 가지고 있는 자의 입장에서는 그렇게까지 생각할 일이 보통은 ... 그렇게까지인 분들이 아니시더라도 이런 생각이나 시선에 대부분 익숙한편이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만해도 그런 시선을 받는건 불편하지만, 종종 그런 시선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이 만화가 가진 불편한 부분에 대해서 크게 인지가 없다면, 이런 가치관에 침식당했다는 것에 가까운게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거라고 기대를 했던 부분은 '그녀의 노력'에 대한 부분이었었어요. 여자도 남자의 이원적인 구분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향해서 노력하는 그녀의 노력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대했었거든요. 물론 그런 기존의 가치관(여자는 응원을 하는 주체)으로 바라보다가 자와씨의 목의 그 선을 보고 ... "정말 야구를 하는 여자아이"라고 알게되는 부분 이런건 아주 나픈편은 아니었어요. 편견이 극복되는 부분이니까요. 그렇지만, 대부분의 편견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서 보여주기 때문에 이런 패턴으로 이야기가 나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유의미한 주의가 필요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개인의 차이가 있다고 받아들이는 그런 부분들을 기대했었거든요. 하지만,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그런 편견의 확대하는 느낌들이 많아서 보면서 내내 좀... 
그녀는 야구를 하는 행위자로서의 주체인지 아니면 소비 당하는 몸으로서의 소비의 주체인지 알고 싶어졌습니다. 작가분은 이런 불편한 다수의 시선인 편견에 대해서 정면으로 도전하여 그로 인하여 문제 제기를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받은 느낌은 그쪽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부분이 더 많았다면 불편함 없이 대부분의 에피소드들을 즐겁게 봤을테니까요. 전 명백하게 불편했거든요.
별 불편함 없이 보신 분들이 많으시다면... 이게 노림수는 아니고 그냥 작가분도 의식하지 못한 그 기저에서 나올 정도로 저런 사고의 패턴에 대해서 침식이 심하다는 역설적인 증거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젠더의 한계'에 대한 부분은 인식하기도 어렵고(특히나 반대 성일 경우에는) 인식한다고 해도 자신과 관련된 부분이나, 아니면 누군가가 말해줘서 아는 경우가 많은것 같아요. 저만 해도 뭐... OTL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의미는 있네요. 저처럼 불편해 하는 친구가 저말고 주위에 또 있긴 했었거든요. 한사람 뿐이었지만요. (먼눈) 생각해보니까요. <H2>의 그분의 만화에도 그녀들은 항상 그렇게 소비가 되어왔었네요. 서비스 컷으로. ;;;; 네. 저도 그 패턴을 좋아라 하면서 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다리가 참 이쁘네~" 변명을 더해보자면, 그때도 ㅍㅌ를 매번 보여주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말 도통 몰랐었습니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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