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거리를 두어도 기대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엄마와 접촉할 때마다 상처받거나 낙담하는 일이 생긴다. 떨어져 있다가 가끔씩 접촉하기에 자식은 어떻게든 엄마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쓰지만, 엄마는 자식의 그런 기분을 조금도 헤아리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마음을 짓밟는다. 자식이 아무리 엄마를 원하고, 용서하려고 해도, 엄마는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고 끊임없이 아이를 질책하고 업신여긴다. 아이를 아프게 하는 것이 일종의 쾌감이 되어 학대에 중독된 것이다. 이런 엄마에게 애정을 바랄수록 아이는 점점 더 큰 상처를 받는다. 실제로 이보다 더 위험한 일은 없다. 

이럴 때에는 일단 엄마와 인연을 끊어야 한다. 운이 좋아 어딘가에 연결되어 있다면 언젠가 서로 마음이 풀렸을 때 다시 만나 용서를 할 수 있다. 그날이 오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일단 엄마에게 무언가를 기대하는 마음을 접고, 접촉을 중단하는 편이 낫다. 원래 자립이라는 관문은 어떤 의미에서 엄마를 단념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은 강렬하고, 낯설고, 고통스럽다. 그동안 사랑을 듬뿍 받고, 안전한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은 이 관문을 쉽게 통과할 수 있지만, 사랑받지 못하고 불안정한 사람일수록 미련이 강해진다.

가혹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에게 엄마라는 병을 극복하는 과정은 엄마에 대한 갈망을 벼리고 그 당위성을 스스로 납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신에게 해만 끼친 사람이라고 해도 엄마를 포기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 <엄마라는 병>, 오카다 다카시, 7장 엄마라는 병을 극복하기 위해, 일단 엄마를 단념한다,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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