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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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가긴 다 틀렸어!>1~2
후지와라 카요, 학산 


이 만화를 처음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저도 저런 가정부님이 있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청소와 정리정돈도 순식간에!! 게다가 아직 10대라서 근성도 체력도 좋습니다. 덤으로 외모까지 ^^;;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요리를 정말 잘 한다는 점이겠지요. 
보면서 여러모로 <너는 펫>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스미레양처럼 마도카양도 엘리트고 직장에서는 완벽한 모습으로 후배들과 동기들과 상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존재로 굳이 흠을 잡는다면 너무 책임감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정도가 될것 같습니다. 그외로 그녀가 스미레양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순식간에 집을 쓰레기장으로 만든다는 점이 되겠군요. 그런 그녀는 1권을 펼치자마자 남자친구로부터 결별을 통보받습니다. 오무라이스밖에 못한다는 이유로요. 허허허허. -_-;;; 
그녀는 일과 집안일 양쪽 토끼를 여자에게만 강요하는 시스템 자체에 분노하기 보다는, 그냥 자신의 집안일을 못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자랑은 아니지만'이라는 단어를 첨부하여 개인적인 방향으로 해명하는 쪽을 선택합니다. 사실 뭐 거기에 저항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것도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부당한 요구는 부당하다고 말을 해야... 상대방도 자신의 요구가 그렇다는 사실을 알죠. 사실 그쪽에 관해서는 의식한적도 없어서 그게 부당하다라고 생각할 일 조차 없는 것이 보통일테니까요. 
성정체성에 따라서 요구받는 것이 분명 다르기는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직장에서도 그런것들을 요구 받고 반드시 해야하는 수행과제인 것은 정말 아닌것 같아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었던 부분은 회사 야유회에 누군가가 도시락을 싸올것을 요구하고 기대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야유회 도시락은 직장내 여성 동료가 꼭 싸와야 하나봅니다. 
아니 왜 근무시간 이외에도 추가노동을 해야하는건가요? 그리고 그 식재료 값은 지불해 주시는건지 그것도 매우 궁금해졌습니다. 그런건 도시락 업체에 주문해서 먹어야죠. 비용은 회사에서 지원받으면 지원비로 아니면 구성원 모두가 공평하게 나눠서요. 
 
다시 이야기로 넘어가서 퇴근해서 힘든데 집안일 까지 하는 여유는 없다고 투덜거리는 가운데 발견한 대행서비스 전단광고! 그녀는 용기를 내서 집안일을 의뢰하고 그녀의 의뢰로 인하여 히로세군이 그녀의 집에 방문하게 됩니다. 청소도 집안일도 정리정돈도 척척인 히로세군!! 그녀는 감탄하고 맙니다. 그리고 한달을 계약하게 됩니다. 
직장에서도 남성동료들과 달리 여성들은 업무적 완숙함과 여성적 완숙함을 모두 요구받는 현실에 대해서 그녀는 양쪽 모두의 것들을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서 부던히 노력합니다. 물론 그렇게 되는 이유는 그녀가 직장에서 쓴 페르소나 가면이 '모든것에 완벽한' 이라는 가면 때문이기도 합니다. 뭐 어찌되었던 그녀의 여성적으로 요구받는 것들을 실행하기 위해서 히로세군의 도움을 받아서 그 첫번째 도전과제인 '야유회의 도시락'을 무사히 통과합니다. 
 
그리고 다음 과제는 3일 남은 프로젝트 발표에 투입되어서 마무리 하는 업무였습니다. 이 업무에서 이 만화의 삼각관계의 한 축인 그이가 등장합니다. 직장동료와 그녀의 설명에 의거하면 잘생기고 업무도 잘하고 매너도 좋은 남성은 바로 쿠가씨. 전 이사람의 '반말'이 정말 거슬렸습니다. 마도카양은 그에게 존대를 하는데 이 양반은 처음 만났는데도 무려 당당하게 반말을 섞어서 사용하다가 이어서 하대를 하는 걸 보고... 멍...  
서로 성을 부르는 관계이고, 직책이 상대방이 더 높은것도 아닌것 같고(뒤에 대리님이나 부장님이라는 호칭이 없으니까) 동기일 확률이 높아 보이던데 그렇다고 해서 입사 선배라서 더 친한 것도 아닌데... 아니 왜 반말을 하는 건가요? 저게 보통인가? 매너 좋은 남자는 반말을 당연히 사용하는 건가 하는 결론을 내려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하하하 -_-;;;  
 
뭐 아가씨의 마음의 하트는 히로세군이에요. 그이는 그녀가 퇴근하면 밥을 차려주고 집안일을 정리해주고 그녀의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을 들어주고 그녀를 격려하니까요. 당연한거죠. 꽤 전에 읽었던 책에서 여성들도 '마더링'을 원한다는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위치를 생각하면 그렇게 가기는 힘들겠지요. 히로세 군은 그녀를 좋아해요. 게다가 어택도 꽤나 소심해서 ㅠㅠ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눙물이 나왔습니다. 그래도 그가 매번 좌절하다가 다시 힘을 내는 포인트는 그녀의 순식간에 집을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실력(?)과 밖에서와 집에서의 겝을 보며 이 아가씨는 자신을 빼고는 힘들겠다고 생각을하며 힘을 냅니다. 
읽으면서 신기했던 부분은 십대 아이들이 20-30대 직장인들 보고 가지고 있는 '환상' 혹은 '이미지'에 대한 부분 이었습니다. 전 그 나이때 딱히 그런게 없었던 관계로 뭐랄까 '이 사람은 어른이구나'하고 느끼는 부분에서 그다지 공감하지 못했거든요. 게다가 그 공감하는 포인트도 그닥... -_-;;;   



....라고 2013년 8월 26일날 적고 그대로 두었더군요. 
지인에게 빌려서 읽은 책이라서 뭐 그냥 이대로 본문의 내용을 수정하는 것 없이 그냥 공개로 설정을 돌리기로 결정했습니다만, 저의 글을 읽으면서 추가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은 아래에 적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2013년에 저는 이만화를 이런 느낌으로 읽었고 공개하는 지금 시점에서  다시 봐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 부분은 그대로인것 같아요.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 크게 간과한 부분은 집단에서의 사회적 압력에 대한 부분인것 같아요. 
교육을 많이 받고 유능하다고 여겨지는 여성이라면 이런 사회적 압력에 더 강하게 저항하는 것이 올바르다(?)라는 저의 편견이 이 책을 읽으면서도 이런 방향으로 작용했던것 같아요. 이 베이스에는 대학에서 여성학을 전공이 아니더라도 교양수업으로 배우고 과제를 하고 토론을 하고 그리고 그런 책들을 의미있게 읽었을거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습니다. 근데 뭐 실제로 그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개인의 저항은 (이상적으로~)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개인에서 시작해서 그 개인으로 끝난다면 의미가 없는것에 가까운가 하는 회의가 큰 관계로... 나의 저항이 그리고 너의 작은 저항이 모이고 또 모이고 쌓이고 또 쌓여서 언젠가는 바뀔지도 모르지만, 그 긴 세월동안 누군가는 그 시스템에 순응적으로 살면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스트레스도 비교적(표면적일지라도~) 적게받는다는데 어느 누군가에게만 그런것들을 요구하고 기대하는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인 이상은 모두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동일하게 압력을 받아야하고 책임을 져야하고 선택을 해야할 의무가 있으니까요. 
무엇을 선택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은 각자 그 개인의 몫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올라간 그 위치가 그 사회에 대해서 일정 이상 책임을 져야하며 영향력을 끼치는 입장이라면 이야기는 또 달라지기도 하지만...
하루하루를 영유하는 것 조차 버거운 아가씨에게 가혹한 기대를 하고 그리고 요구하는 입장으로 읽고 있었던 저를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저 자신이 자신에게도 그리고 타인에게도 기대의 수준이 매우 높고 가혹하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가장 이상적이라면, 이 사람보다 더 위에 있는 사람들이 이런것들의 압력에 대해서 언급을 막고 이런것들이 성차를 기반으로한 차별이기도 하다고 말할 수 있는 기반은 만들어서 거절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지금보다 좀더 앞으로 나아간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개개인의 성향의 차이를 존중하는 사회라서 이런것들로 인하여 주인공이 괴로워하고 자학하고 자신의 그런 부분을 혐오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사회인데 그런 사회로 가기 위해서 그런 것들을 개인에게-주인공인-만 기대하는 건 역시 가혹한것 같아요. 단지 이사람이 화자라는 이유로요.  그래서 좀 많이 반성했습니다. 개인에게 화를 내기보다 시스템에 화를 내야하는데... 전 왜 개인에게 화를 내고 있을까요? 그건 아마도 저 자신이 보이기 때문이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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