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

고령화와 비혼화가 만난 사회

<나 홀로 부모를 떠안다>

야마우라 모토키, 코난북스




이전에도 비슷한 주제의 책들-<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우리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나>-를 읽었기에 이 책에서 크게 데미지를 받을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저는 '빡쳐있었다'에 가까웠던거 같아요. 누군가만이 부모의 노년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에요. 저의 지금까지 삶을 관통하는 궤적의 주제인 '평등'이 건드리고 있었던 부분도 크게 작용한거 같아요. 

타인의 삶을 책임지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특히나 그 상대방의 죽음으로 가는 여정을 책임지는 건... 너무나도 어렵고 무거우니까요. 본질적으로 양육과 개호가 비슷하다고 할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차이의 간극이 큰 지점은 희망과 희망 없음의 차이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개호가 왜 더 어려운지 알게 되었습니다. 미래의 가능성과 죽음... 그리고 개호자들이 느끼는 고립감. 

죽음으로 가는 여정이 어떻게 하면 더 윤리적이고 서비스를 받는 사람도 만족하고 그리고 그의 가족들도 만족하게 도ㅣ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그런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에게 존경과 존중하는 태도를 보내야한다고 생각하기에 그들이 주변인으로부터 그런 피드백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크게 화가 났던거 같아요. 저자가 조사한 대부분의 가정에서 특정 한사람만 부모의 노년을 위해서 자신을 갈아 넣고 있었습니다. 다른 형제들은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데 말이에요. 그리고 그들은 그런 형제를 위해서 (저자가 조사한 대상 한정으로) 대부분 금전, 정서적, 육체적으로 도움을 주는 일은 없었습니다. 허허허허;;

책의 1장은 어느 날 갑자기 부모의 보호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 2장은 어느 한쪽-자신의 삶과 부모의 개호-도 포기할 수 없어서 애쓰는 사람들의 경험을. 3장은 치매 부모를 돌보는 어려움과 고통을. 4장은 개호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독신자인 부분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5장은 집에서 개호를 하는 어려움에 대해서. 그리고 부록으로 한국의 사정-통계-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제일 먹먹 했던 파트는 치매 노인을 개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었고 가장 빡쳤던 파트는 4장 이었습니다. 그들은 과연 자발적으로 비혼자가 되었는가 아니면 그것은 비자발적인지에 대한 논의는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 논의랑 비슷하게 다가오더군요. 혼자이기 때문에 당연하게 부모를 책임져야 하고, 그리고 혼자이기 때문에 부모의 죽음 이후의 자신의 삶도 스스로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부분... 후자쪽이야 당연한거겠지만, 전자는 뭐랄까 기혼이라는 것 자체가 면제부 구실을 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을 정도의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와 다른 특이점은 기혼자중의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부모를 개호해야 할때 자신이 부모를 개호하기 위해서 직장을 옮기고 그리고 자산의 부모의 노년을 혼자서 온전히 떠안고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에서 배우자가 그의 어려움에 공감하거나 현실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은 없었습니다. 면밀히 말하면 내부모인건 분명하지만 함께 삶을 살아가는 입장에서 배우자가 개호의 주체가 되는건 아니더라도 조력자는 되어주는게 가능할거 같은데 그런것들이 부재한 상황이 좀 의아했습니다. 


책을 끝까지 읽고 받았던 느낌은 결국 자택 개호라는 건 시스템에서 책임지기에는 비용적 문제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결국 개개인의 희생으로 알아서 해결하라는 느낌을 받았고 실제로도 그러했습니다.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에서 해당 지역의 지자체가 누리는 서비스는 그 지자체가 부유했기 때문이고, 지자체마다 복지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서는 해당 지자체로 이사를 가야 한다는 사실. 소득차-거주지차-에 따라서 다르게 받는다는 상황도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책-<야마토마치~>-에서는 주로 복지에 대해서 촛점을 맞추고 있어서 개호를 하는 사람들의 입장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산발적으로 서술되었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서 크게 체감하지 못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부분을 정말 정면으로 볼 수 있었기에 '자택개호정책(?)'이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하는 생각을 많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하는가>에서는 의사인 저자가 사회가 개개인에게 고령화로 인한 것들을 책임져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하며 과거에는 노년에 이르는 여정이 짧고 그리고 투병의 기간이 지금처럼 그렇게 길지 못했기에 개인이 어느정도까지 책임지는 것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그런것은 더이상 불가능 하다는 그 선생님의 이야기를 자택개호를 하는 그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하여도 그분들이 느끼는 죄책감이 얼마나 줄어들지는 미지수지만. 곡기를 끊어서 죽음을 맞이하는 근대 이전의 전통이라던가. 노화를 죽음의 원인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현대 의학계의 현실이라던가...  읽고나서는 일본보다 우리가 더 극심한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노인 빈곤율도 굉장히 높은데 우리는 어떠할지 생각하니 아득해졌습니다.




반응형
BLOG main image
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by dung

공지사항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407)
우리집 곰두리들 (149)
만날만날 (52)
토동토동 (370)
리뷰 (514)
나의 시간 (145)
알아차림과 수용 (0)
S - 심리치료 (145)
S - 일러스트와 디자인 (24)
w - 모에모에 설정 (0)
W - 나의 끄적끄적 (0)

달력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04-29 06:07
tistory!get rss Tistory Tistory 가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