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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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콰이어트>, 수전 케인, 알에이치코리아


전부터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지인분께서 빌려주셔서 읽게되었습니다. 굉장히 읽기 쉽고 재미있는 책이었어요. 금년에 비슷한 방향으로 조명한 책[각주:1]을 읽었던 지라 좀 겹치는 부분이 많을거라고 예상했는데요. 그런 방향은 아니었습니다.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의 경우에는 저자가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분이었고, 대학내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좀더 민감한 사람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연구한 내용을 담은 책으로 민감하다는 것은 단점으로만 환원되는 특징이 아니며 좋은 점도 매우 많다는 것에 대해서 다루고 있었던 책 이었어요. 

후자인 <콰이어트>의 경우에는 '내향성'라고 분류되는 사람들에 대해서 서술한 책으로 저자가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분이 아니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저자 개인이 연구한 부분에 대한 부분 보다는 내향적인 성향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다루며 좀더 실제 생활에서 벌어지는 사례를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의 특징을 조명하면서 많이 다루고 있었습니다.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라면 저자 개인이 자신의 '내향적' 성향을 '외향적' 성향으로 바꾸기(?) 위해서 해왔던 노력들과 내향성 사람들과 외향성 사람들의 차이와 내향성 아이들을 양육하는 부분에 대해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어요. 

저자는 처음에는 자신의 성향을 좀더 외향적으로 되기 위해서 했던 노력들의 일환으로 '외향성을 기르기 위한 워크샵'에 참가해서 경험한 내용을 정말 내향적인 사람의 시선으로 솔직하게 적어줬는데 그 온도의 차이라고 해야하나요? 그런 부분이 재미있었습니다. ^^;; 외향성의 포텐(?)이 터지는 강사 토니에 대한 묘사는 참... 뭐라고 해아할지. ㅜ_ㅜ 

가장 빠른 속도로 읽었던 부분은 본인의 성향을 받아들이고 그런 성향 안에서 외향성 사람들과 다른 방향으로 내향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업무에서 좀더 능력을 발휘하게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외향성 사람들의 성지(?)인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저자가 방문해서 느낀 점에 대한 묘사이었어요. 극단적인 예시로 여기 학생들은 화장실도 거의 팀으로 간다는 예가... ㅎㅎㅎㅎ 외향성을 기르기 위한 워크샵 강사로 유명한 토니의 강좌에 참여해서 느끼는 이질감과 더불어서 하버드 경영대학원 학생들을 인터뷰한 파트는 저에게 큰 웃음을 선사해주셨습니다. ^^;;; 

참고로 저의 웃음은 상대방의 성향에 대해서 조소하는 건 절대로 아니구요. 그냥 삶을 바라보는 태도나 에너지의 온도차으로 인한 촌극이 벌어지는 부분이 많구나 하는 부분과 그 차이가 너무나 큰 간극이라서 웃었던것 같아요. 누구에는 마냥 좋게 보이는 모습이 다른 방향인 사람이게는 굉장히 이질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을 저자가 정말 디테일하게 묘사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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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타이완, 오키나와를 가다 

<서승의 동아시아 평화기행>, 서승, 창비


읽으면서 참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제가 그분들을 어떤 시선으로만 소비-바라보고-하고 있었는지 알게되었거든요. 고통의 당사자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 분들도 보통의 평범한 사람이고 고문으로 인하여 많은 고통을 받았으며 그 고통이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은 유감스럽게도 다른 방향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거든요. 

제가 이분-서경식, 서승, 서준식- 형제들에게 최초로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도 그런 '영웅사관'을 소비하는 형태가 먼저 이었으니까요.

읽으면서 여러가지로, 타이완의 역사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된 부분이 많았습니다. 백색테러에 대한 부분. 그리고 사상범(?)을 대하는 그 나라의 태도도 굉장히 신기하다 못해 황당한 수준...이었습니다. 사상 전환은 불가능 하기 때문에 그냥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 장시간 가둬둔다는 느낌이었어요. 타이완의 역사에 대해서 선생님이 이야기하는 정보를 조금씩 알게되면서 아 그럴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랬어요. 

본성인이 외성인을 구분하기 위해서 일어로 말을 걸었다는 부분에서도 참 많이 먹먹했었고, 아직도 가족의 시신을 찾지 못해서 항의 하는 가족들이 많다는 이야기나...  우리와 현대사의 비극적인 부분이 많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고 ... 네. 뭐... 이번 대선도 그렇고 진정한 의미에서 탈식민은 가능한걸까 하는 생각을 참 많이하게 되었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1.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일레인 N. 아론, 웅진지식하우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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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한국에서 출소 정치범이나 고문 피해자에 대한 정신치료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독재정권이 그런 치료를 할 리 없지만 민주화 이후에도 그런 제안을 들는 적이 없다. 항일독립운동 이래 지배자에게 저항해 투옥된 자는 불굴의 정신을 지닌 옥중투사이자 영웅이지, 치료가 필요한 만신창이의 피폐한 환자일 리가 없다는 관념이 굳어진 듯하다. 본인 스스로도 그렇게 믿어버렸고 주변에서 송구스러워 '이상하다'는 말을 입에도 올릴 수 없다는 식이다. 영웅사관에서 벗어나 트라우마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으며, 더구나 혹독한 경험을 한 정치범들은 비정상적인 것이 정상이라는 인식을 공유해야만 우리는 앞서 많은 분들이 온몸을 바쳐 추구했던 평화와 평등의 지평선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서승의 동아시아 평화기행>, 서승, 창비, 동아시아 평화를 찾는 여행, 인권과 트라우마, p 201



서승 선생님의 책을 읽는건 이번이 두번째 책. 


국내에 번역된 책이 단 한권[각주:1]이었는데... 이제 2권으로 늘어난걸 기뻐해야... 겠지? -_-;;

음. 단 이 양반 책 읽고 싶은 책이 많던데. 서경식 선생의 책도 2권을 합권으로 내는 이 마당에 그런걸 기대하면 너무 큰 욕심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읽고 싶다. ㅠxㅠ 일어 배워야하나. 크흐.. OTL 내 일맹고수인생 3*년의 결심이 흔들리는 중. 근데 언제 배워서 ... 언제 읽어... 쉬운 말도 아닌데. OTL 

책 제목에서 주는 느낌도 그렇고 저자 서문에서도 이번에는 좀 가볍게 가자(?)는 뉘양스의 편집자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만들어진 책이라는 말을 듣고 동아시아의 탈식민의 현장에 대한 레포트 즈음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좀 가벼운 느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나 몰랐던 부분이 많아서 ... 얼마전에 재일조선인 4세인 신순옥 선생의 책을 읽으면서 그런 부분-재일조선인(주로 남자)이 힘든 삶을 보낸건 사실이지만, 재일조선인 여성의 삶은 더 비참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부분- 을 참 많이 느꼈는데 이번에도 참 많이 반성하고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히 인용한 저 부분. 두고두고 기억해야겠습니다.

그냥 뭐랄까 그분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철저하게 타자화하여 그분들이 걸어간 궤적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과 가치관의 필요에 따라서 재정의하고 소비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자신 조차 처음 이 형제들-서승, 서경식, 서준식 세분-에게 관심을 갖게된 이유도 그런 부분이 일부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읽으면서 참 죄송스럽고 부끄러워졌습니다. 

신화는 그걸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만들어지고 그걸 소비하는 사람들의 필요에 끊임없이 그 이미지가 재생산되고 다른 의미로 환원되어서 원래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점점 멀어져서 이윽고 그 간극은 어떤 노력으로도 메우기 힘든게 아닐까 하는 생각. 

전 그런것들이 어느정도 필요했었고, 견딜수 없는 그 고통속에서 걸어갔단 그분들은 반드시(?) 올곧을 것이라는 환상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그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받았습니다. 

타자화를 통하여 우리와 그들을 나누고, 그리고 그런 시각으로만 소비되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분노하고 그런 시각에 대해서 굉장히 괴로워하며 그런 태도는 서로에게 굉장히 유감스러우며 부끄러운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도 말이에요. 저 자신이 타자화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민감해서 상대가 그런 태도를 취하며 말을 한것이 아닌데도 알게되는 경우가 많아서 참 괴로웠던 기억이 많았는데요. 근데 제가 그러고 있었다는 사실이... 아;;  하아. 뭐라고 해야할지. 



처음 서승 선생님을 알게된건 근무하던 출판사 책장에 있던 서경식 선생님의 <서준식 옥중서한> 때문이었어요. 그때 함께 사무실을 쓰시던 출판사 사장님께서 절판된 그 책을 자랑하시며 눈을 반짝이면서 이야기 하시는 걸 보고... 당시 품절이라서 그 책은 구하지 못했지만, 모 출판사에서 나온 <서준식의 생각>을 읽고 참 좋았었고... 자연스럽게 동생분인 서경식 선생님에게도 그리고 형인 서승 선생님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요. 서경식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장 아메리와 프리모 레비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프리모 레비의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이 울고 가슴이 먹먹해졌던 그 기억.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개인적인-자신의 생각을 그 오랜 기간동안 관철할 수 있었던 이유와 그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에 대한 부분-이유이었지만, 그래도 이 세분을 알고 이분들의 책을 읽게된 행운을 누리게 된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 




  1. <서승의 옥중 19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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