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에서 출소 정치범이나 고문 피해자에 대한 정신치료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독재정권이 그런 치료를 할 리 없지만 민주화 이후에도 그런 제안을 들는 적이 없다. 항일독립운동 이래 지배자에게 저항해 투옥된 자는 불굴의 정신을 지닌 옥중투사이자 영웅이지, 치료가 필요한 만신창이의 피폐한 환자일 리가 없다는 관념이 굳어진 듯하다. 본인 스스로도 그렇게 믿어버렸고 주변에서 송구스러워 '이상하다'는 말을 입에도 올릴 수 없다는 식이다. 영웅사관에서 벗어나 트라우마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으며, 더구나 혹독한 경험을 한 정치범들은 비정상적인 것이 정상이라는 인식을 공유해야만 우리는 앞서 많은 분들이 온몸을 바쳐 추구했던 평화와 평등의 지평선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서승의 동아시아 평화기행>, 서승, 창비, 동아시아 평화를 찾는 여행, 인권과 트라우마, p 201



서승 선생님의 책을 읽는건 이번이 두번째 책. 


국내에 번역된 책이 단 한권[각주:1]이었는데... 이제 2권으로 늘어난걸 기뻐해야... 겠지? -_-;;

음. 단 이 양반 책 읽고 싶은 책이 많던데. 서경식 선생의 책도 2권을 합권으로 내는 이 마당에 그런걸 기대하면 너무 큰 욕심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읽고 싶다. ㅠxㅠ 일어 배워야하나. 크흐.. OTL 내 일맹고수인생 3*년의 결심이 흔들리는 중. 근데 언제 배워서 ... 언제 읽어... 쉬운 말도 아닌데. OTL 

책 제목에서 주는 느낌도 그렇고 저자 서문에서도 이번에는 좀 가볍게 가자(?)는 뉘양스의 편집자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만들어진 책이라는 말을 듣고 동아시아의 탈식민의 현장에 대한 레포트 즈음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좀 가벼운 느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나 몰랐던 부분이 많아서 ... 얼마전에 재일조선인 4세인 신순옥 선생의 책을 읽으면서 그런 부분-재일조선인(주로 남자)이 힘든 삶을 보낸건 사실이지만, 재일조선인 여성의 삶은 더 비참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부분- 을 참 많이 느꼈는데 이번에도 참 많이 반성하고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히 인용한 저 부분. 두고두고 기억해야겠습니다.

그냥 뭐랄까 그분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철저하게 타자화하여 그분들이 걸어간 궤적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과 가치관의 필요에 따라서 재정의하고 소비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자신 조차 처음 이 형제들-서승, 서경식, 서준식 세분-에게 관심을 갖게된 이유도 그런 부분이 일부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읽으면서 참 죄송스럽고 부끄러워졌습니다. 

신화는 그걸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만들어지고 그걸 소비하는 사람들의 필요에 끊임없이 그 이미지가 재생산되고 다른 의미로 환원되어서 원래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점점 멀어져서 이윽고 그 간극은 어떤 노력으로도 메우기 힘든게 아닐까 하는 생각. 

전 그런것들이 어느정도 필요했었고, 견딜수 없는 그 고통속에서 걸어갔단 그분들은 반드시(?) 올곧을 것이라는 환상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그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받았습니다. 

타자화를 통하여 우리와 그들을 나누고, 그리고 그런 시각으로만 소비되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분노하고 그런 시각에 대해서 굉장히 괴로워하며 그런 태도는 서로에게 굉장히 유감스러우며 부끄러운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도 말이에요. 저 자신이 타자화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민감해서 상대가 그런 태도를 취하며 말을 한것이 아닌데도 알게되는 경우가 많아서 참 괴로웠던 기억이 많았는데요. 근데 제가 그러고 있었다는 사실이... 아;;  하아. 뭐라고 해야할지. 



처음 서승 선생님을 알게된건 근무하던 출판사 책장에 있던 서경식 선생님의 <서준식 옥중서한> 때문이었어요. 그때 함께 사무실을 쓰시던 출판사 사장님께서 절판된 그 책을 자랑하시며 눈을 반짝이면서 이야기 하시는 걸 보고... 당시 품절이라서 그 책은 구하지 못했지만, 모 출판사에서 나온 <서준식의 생각>을 읽고 참 좋았었고... 자연스럽게 동생분인 서경식 선생님에게도 그리고 형인 서승 선생님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요. 서경식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장 아메리와 프리모 레비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프리모 레비의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이 울고 가슴이 먹먹해졌던 그 기억.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개인적인-자신의 생각을 그 오랜 기간동안 관철할 수 있었던 이유와 그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에 대한 부분-이유이었지만, 그래도 이 세분을 알고 이분들의 책을 읽게된 행운을 누리게 된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 




  1. <서승의 옥중 19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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