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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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즘, 누군가의 해방투쟁>, 찰스 타운센드, 한겨레출판
최근에 읽은 인문학책 중에서는 가격이 가장 저렴했던 책으로 가격은 9,800원으로 사면서 '어라 디게 싸네?'라고 생각했던 책. 사서 보니까 판형이 작아서 들고 다니기도 편했고, 작은 판형에 비해서 서체는 보통 신국판 판형의 서체 크기랑 비슷해서 읽을때 별로 어려움도 없었던 책. 이 책은 시리즈로 '한겨례지식문고'로 명명되어 있었음. '한겨례지식문고'는  "나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라는 컨셉으로 여러 방향의 책들을 내기 시작한 시리즈. 이 책이 출판된 시점이 2010년 5월인데 책 날개에 같은 시리즈로 소개된 책들은 이 책 이외에 4권이 더 있었습니다. 그 책들은 <인권은 정치적이다>, <기후변화의 정치경제학>, <중동 전쟁이 내 출근길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인도 잘 모르는 미국 선거 이야기>. 이중에서 개인적으로 구미가 당기는 책은 <인권은 정치적이다>. <인권은 정치적이다>도 그렇지만 <테러리즘, 누군가의 해방투쟁>도 제목이 참 공격적이고 책에서 함축하는 내용을 잘 포괄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사실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배경은 제목이 가장 크게 작용했어요. 뭐 출판사의 이름도 어느정도 작용했지만요.  
책 내용 자체는 '테러리즘'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국가 테러리즘'에 대해서도 크게 짚어주고 있어서 한쪽 방향으로 치우친 책이라는 이미지는 없었습니다. 다만 저는 '국가 테러리즘'이나 테러외에 다른 선택치는 세계를 향해서 외칠수 없다고 절박하게 느끼는 사람들의 생각에 대해서 좀더 다루는 책(뭐 <거룩한 테러>쪽 방향인줄 알았거든요)인줄 알았으나 그런 방향은 아니고 '테러'의 역사와 의미에 대해서 천천히 설명해주는 기본기를 닦아주는 책이었습니다. 이 시리즈의 장점이라면, 앨피 출판사의 LP 시리즈 처럼 책의 권말에 그 주제에 관련해서 다른 책들에 대해서 친절하게 소개하는 부분이 있어서 이 책을 디딤돌로 어느 방향으로 영역을 확장해서 책을 읽을 것인지 생각하게 해주는 것이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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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가 될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드라마>, 앨리스 밀러, 권혜경 음악치료센터
몇년전부터 굉장히 읽고 싶었던 책중의 하나. 계속 절판이라서 거의 반은 포기했는데 비교적 최근에 책이 재입고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주문했습니다. 이 출판사에서 개정판을 내주거나 재판을 찍을 것 같은 느낌은 받지 못했거든요. -_=;; 사실 책을 읽기전에는 제목을 보고 학대받은 아이들이 부모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자신의 안의 천재성을 발휘해서 천재가 된 내용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는데요. 저자인 앨리스 밀러가 이야기하는 '천재'는 그런 의미의 천재는 아니었어요. 물론 그 천재도 천재지만, 저자가 말하는 이쪽의 천재도 충분히 천재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후기에서 "내가 제목에서 '천재'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때, 나는 학교에서 높은 성적을 받는 아이들을 말한 것도 아니고 특정 분야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염두에 둔 것도 아닙니다. 이는 단순히 적응할 수 있는 능력 덕택에 학대로 인한 고통 투성이의 아동기에서 생존한, 스스로를 마비시킴으로써 형언할 수 없는 잔임함에서 생존한 우리 모두를 의미합니다. 자연적으로 우리에게 제공된 이런 능력, 이런 재능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생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스스로를 억압하고 통제하고 기억을 삭제 또는 미화하는 방법으로 살아남은 아이들(우리들)은 그 기억과 다시금 마주해서 바라보고 자신의 고통을 바라보고 몸으로 느끼는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당시의 그런 주장을 하기 어려웠던 시대상이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자의 개정판 서문에서도 굉장히 크게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정신분석이 심리학의 주류이던 그 시기에 프로이드와 융을 통렬하게 비판하던 용기있는 그녀의 모습을 여러모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소개되었던 슈테트바허의 4단계의 치료법에 대해서도 좀더 자세히 알고 싶었는데, 그 부분은 충분히 다루어 지지 않아서 그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싶어요. ㅠ_ㅠ 최근에는 심리학 책이 굉장히 많이 소개되니까 앨리스 밀러의 다른 저작도 한권 정도는 새로 나올법 한데 말이에요. 어찌하여 출간되지 못하는건지 진심으로 알고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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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모성>, 엘리자베트 바댕테르, 동녁
굉장히 흥미로우면서도 괴로웠던 책이었어요. 이 책은 근데 이전에 사람들이 육아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에 대해서 굉장히 상세하게 알려주는 동시에 '모성'이라는 환상에 여자들을 어떤 방식으로 넣어서 가정으로 보냈는지 잘 알 수있었던 책이었습니다. 현재 만들어진 '모성'에 대한 이미지는 얼마나 역사가 짧은지 그리고 어떤이들의 환상을 반영해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 차근차근히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뭐 그 시기에 교육학에 대해서 주절주절 떠는 학자들의 자신의 책과 자신의 실제 육아의 패턴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뭐 또 그 부분에 대해서 접하니까 화가 좀 나더군요. 
덕분에 기숙학교가 만들어진 이유라던가 그런 별로 알고싶지 않았던 정보까지 알게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굉장히 슬프다는 느낌을 받았었고, 그리고 여성이나 아이들이나 모두 안됐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문체 자체는 담담하게 묘사하는 방식이라서 감정적인 접근을 어떻게 보면 차단하는 방향의 문체였는데도, 그 시절 아이들을 다루는 그 잔인성이 희석되거나 그런건 아니었습니다. 담담해서 오히려 더 강조가 된다고 해야할까요? 뭐 저는 그랬었어요. 강가에서 많은 영아들이 그대로 죽어갔다는 이야기나 출산후 유모에게 보내는 그 먼길에 수레에서 떨어져서 죽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나 아이들을 방치한 유모나 마찬가지로 아이들을 유기 또는 방치한 부모들에 대한 이야기 외에 다른 많은 이야기들은 읽으면서 내내 괴로웠습니다.
그리고 상류층의 여성들이 자신을 완성하기 위해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는지에 대한 부분도 그리고 그렇게 자신을 완성하려 했지만, 결코 얻고자 하는 것의 그 본질을 얻지 못했다는 사실 또한 슬프더군요. 아이들은 뭔 죈지;;; 암튼 이책은 읽으면서 괴로워서 굉장히 뜨믄뜨문 읽은 책 이었어요. 번역도 굉장히 잘되었고 그랬지만, 저는 그 아이들의 고통이 멀게 느껴지지 않아서 그랬는지 뭐... 이 양반의 다른책들도 찾아볼 예정인데 용기가 생기면 <남자의 여성성의 편견의 역사>를 읽고 다시 이 책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
그나저나... 책을 읽고 상당히 지난 시점에 포스팅을 할려고 하니까 도통 기억이.. OTL 
뭔가 이야기 할 거리가 굉장히 많았던것 같은데... 그게 시간과 함께 다 희석이 되어버렸습니다. 책은 읽고 바로바로 포스팅하는 습관을 길려야 겠습니다. 카이데 소바쥬 시리즈 마지막권은 뭘 읽었는지 조차 기억에 없더라구요.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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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는 없다>

리뷰/텍스트 2009. 2. 10. 07:41 by dung


양철북에서 나온 앨리스 밀러의 다른 저작 <폭력의 기억,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를 읽고 도서관에서 <사랑의 매는 없다>를 빌렸습니다. 현재 절판된 <천재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드라마>도 있으면 빌렸으면 하는데요. 도서관 검색에 아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없나봐요. 출판사에 전화해서 B급 책이라도 팔아달라고 해야할까봐요. 사실은 그 전화도 전화지만... 사실 저는 양철북에 전화해서 앨리스 밀러의 다른 저작도 전부 출판 할 계획은 없냐고 물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출판사 사장님을 하고 싶어요. 보고 싶은 책들을 번역해서 본인이 제일 먼저 읽고 싶거든요. 좋아하는 만화책, 화보집, 책들로 컬렉션들을 늘려가는거죠. 그러다보면 비슷한 취향인 사람도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거같거든요. 사실 저는 만화쪽이나 책쪽이나 드라마나 애니쪽이느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별로 만나본적이 없어요. 주로 혼자 희죽거리는 관계로 동인지를 할 때도 투인을 한다던가 함께 버닝해서 뭔가 같이 100제를 그린다던가 그런것들이 부러웠어요. 이야기가 삼천포로 나갔네요.

<사랑의 매는 없다>도 역시 책의 모든 부분을 줄치고 싶었어요. 물론 먼저 본 <폭력의...>를 봤을때보다 충격이라고 해야하나요? 마음에 크게 남은 부분은 좀 덜했지만요. 그치만 이 책을 먼저 봤다면 <폭력...>쪽보다 이 책이 마음에 더 크게 남았을거 같아요. 이번 책에서도 앨리스 밀러가 어릴적에 느끼던 성경에 대해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에 대해서 밀러식의 해석에 저 또한 크게 공감했었습니다. 저는 그런 부분들은 간과하고 편협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었거든요. 텍스트라는건 대화하는걸 그대로 받아적더라도 지금의 우리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때의 저런 의미의 단어였지만, 지금에 와서는 사라졌다던가 아니면 의미가 변질된 단어도 있을터이고... 하물며 그대로 받아적은것이 아니라 서술자가 재해석하여 만들어졌고 그리고 편집자가 재편집하여 재탄생을 계속 한것이 지금의 우리들이 읽고 있는 종교가 남긴 책들이니까요. 게다가 이 나라는 번역본의 또 번역본이니까요. 허허허. 그게 진리라고 생각하면 분노가 일지만, 사람들이 모여서 그때의 가치관을 기준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고 씁쓸할 따름입니다.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는 이유로 매를 맞은 아이가 자동차 앞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오히려 부모가 무서워 눈치만 볼 것이다. 그런 아이는 자신의 고통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고통을 전혀 느끼지 않게 되며, 자기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는 데 익숙해진다. 벌을 받을 때, 아무도 자기를 보호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자기는 보호받고 존중받을 가치가 없는 존재라는 믿음이 쌓인다.
이와 같은 잘못된 가치들이 아이의 몸에 정보로 저장되어, 그의 세계상과, 훗날 다른 사람들과 자기 자신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게 된다. 이런 아이는 자신의 존엄성을 지킬 수가 없으며, 육체적인 고통을 위험 신호로 인식하여 알리지도 못한다. 그렇게 되면 아이의 면역 체계가 해를 입을 수 있다. 본보기가 되어줄 다른 사람이 없는 아이는 폭력과 기만의 언어를 의사소통의 유일한 수단으로 이해하여 이를 사용할 것이다. 대게 성인이 되면 과거에 억눌렸던 무력감을 계속 억눌려두려고 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과거의 교육제도를 변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1부 눈감아 온 어린 시절의 진실, p83-84

나이든 부모를(도덕적으로 강요를 받아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용서하려면 전제가 필요하다. 부모가 안겨준 고통을 느끼고,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우리가 경험한 잔혹함의 정도를 여러 번 되풀이하여 파악해야 한다. 성인 여성은, 친절한 남자도 어린 시절에 학대를 경험했다면 난폭해질 수 있다는 점을 상상할 수 있다. 여기서 언급한 여성들처럼, 자신의 어린 아이와 똑같은 것을 경험하고 있고 스스로에게 솔직한 사람은 그것을 아주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용서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젊은 어머니들을 해방시키는 것은 용서가 아니다. 그들을 과거에서 해방시켜주는 것은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자기 혼자가 아니며, 진실을 부인해서는 안 되고, 악을 악이라고 인식해도 괜찮다는 사실이다.
- 3부 폭력과 체벌의 대물림을 막기 위하여, p166-167



뭐 여튼 책을 보면서 저의 과거시절에 '간접 증인'과 '전문가 보호자'가 누구였는지 가만히 생각해봤습니다. '간접 보호자'는 다롱롱이에요. 아주 어릴적이 아니라 다롱롱이 어느정도 자랐을때 부터요. 생각하면 안습. '간접 보호자'가 자신보다 어린 동생이라니. 하아. 고마워요. 다롱롱. 그리고 저를 지지해준 그녀 C선생. 전문가 보호자는 저의 선생님 두분이고... 앞으로 더 생길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예전에는 '설사인생'을 커밍 아웃하고 살 때는 주위에 친구들이 '치질'이나 '변비', '설사'로 고생하는 사정에 대해서 서로 좀더 자세히 알게 되었거든요. 변비인 지인인 그녀가 알려준 특효중에 하나는 화장실에 가서 바세린을 발라라던가... 설사가 심한 제가 지인들에게 알려준 지혜는 너무 자주 화장실에 간 날은 자기전에 후시딘을 발라라던가;;; 하하하 -_=;;
그와 비슷하게 지금은 과거의 정체성을 커밍아웃하니까요. 주위의 다른 사람들의 힘들었던 부분들을 좀더 알게되었어요. 다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치열하게 지금까지 살아왔더라구요. 그냥 웃고있어도 그 웃음이 그냥 얻어진것이 아니었어요. 저말고 상담을 받아본 사람이 주위에 3 사람이 있었고, 상담이 아니더라도 상담대신 종교에 의지하고 있다고 상담받는것에 대해서 이해하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자신이 상담을 받아야 할 수준이라고 이해하는 친구들도 있었구요. 좀더 앞으로 나아간 느낌이었어요. 물론 상담받으면 좋겠다고 저 자신이 생각하는 친구들을 설득하는건 힘들고 아직도 저는 성공하지 못했어요. 편견이라는건 그 만큼 무서운거고 그걸 이겨낼 수 있다고 지금은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전문가 증인'은 무리지만, '간접 보호자 지인이나 친구'가 되어주고 싶습니다. 누군가 자신의 아픔을 알아주고 앞으로 이겨낼 거라고 지지해주는건 정말 설명할 수 없는 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본인의 문제도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ㅇㅇ년 넘게 그렇게 살아왔는데 단기간에 그렇게 된다는건 사실 불가능한 일이라고요. 천천히 좋아지고 있는것이고, 원래 조금 뒤로 후퇴 할 수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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