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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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게 말걸기>, 대니얼 고틀립, 문학동네
자폐증 손자에게 쓴 <샘에게 보내는 편지>로 유명한 대니얼 고클립의 책이지만, 저는 대니얼 고틀립의 책은 처음 만나는 관계로 굉장히 남달랐습니다. 우선 그의 이력에 주목했고, 그리고 그가 자신을 어떻게 돌보려고 노력했고 그리고 자신을 어떤 방식으로 긍정하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33살 전도유망한 그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척추손상을 입어서 전신마비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신체적 능력의 상실에 대해서 그가 어떤 식으로 느끼는지 그리고 그에 대한 주위사람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새로운 부분을 알게되었고, 그래서 좀 많은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병원에서 아픈 환자들을 마주할 때 느꼈던 당황스러운 부분에 대해서 이 분도 이야기 하시더군요. 환자의 절망이나 상실에 대해서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것인지에 대해서요. 사실 우리는 이런 것들에 대해서 배운 적이 없기에 저는 죽음을 앞에 두셨던 저의 신랑의 아버지가 하시는 이야기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저 자신이 어떻게 반응해야지 좋을지 몰라서 당황했었습니다. 그분의 앞에서 웃어야 하는지 울어도 되는지 눈물을 어떻게 감춰야 하는 지. 굉장히 괴로워했습니다. 그분이 그런 이야기를 하실 때 저는 옆에서 그 말을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한 태도를 취하거나, 아니면 그 말들을 부정하며 삶의 동기를 부여해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지만 이게 좋은 방법인지 확신도 없었기에, 저 자신이 그때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은 그 분의 부운 발을 주물러 드리는 것뿐이었습니다. 이 책에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교수의 저작인 <죽음과 죽어감>과 <상실수업>에서 언급되었던 것들과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고 좀더 다른 면(사실 같을지도 모르지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과 자신을 긍정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어떻게 보면 불교적 관점에 가깝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읽은 저의 지인분도 그런 느낌을 받으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좀 달랐습니다. 그 양반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자신의 되고자 하는 자아를 현재의 자신의 모습과 근접하게 내려서 현실에서 실천할 수 만드는 쪽에 가깝게 만들어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전의 자신이 되고 싶은 자아가 너무 높아서 그 높이에 좌절해서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모습이 아니라 지금의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선으로 그 기준을 내려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자는 말의 다른 표현으로 들렸습니다. 이런 식으면 그 사소한 것들을 긍정하고 나를 긍정하고 긍정하고 또 긍정하다보면……. 언젠가는 좋아지겠지요. 
모두가 공부를 잘해서 1등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 1등 아래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1등을 해야지 반드시 행복하다'라는 신념은 만들어진 이미지(환상)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어떤 내가 아니라 그 상황을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 그토록 갈망하던 성공이지만, 그 성공을 거미 쥐어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승과 열패의 신화 속에서 그 1등을 유지하기 위해서 부단히도 노력해야하고, 그 위치에서 좀 더 내려가는 자신은 견딜 수 없습니다. 자신이 파괴될 것만 같은 공포. 그 공포는 자신이 그 위치를 미칠 듯한 노력으로 유지하고 있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뭘 견딜 수 없는 걸까요. 1등이 아닌 자신? 1등인데도 이렇게 견디기 힘든 불안감이 올라오는데 그렇지 못하다면……. 이라고 생각하는 환상에 가까운 공포. 그 공포는 환상이 아닐지도 모르고 환상일지도 모릅니다. 체현하지 않는 이상은요. 
'반드시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신념이 조금 유연해지면, 나는 좀 더 편해지고 그리고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이 아니니까 나 스스로 자신을 비난하는 기준에서 좀 더 자유로워집니다. 그리고 타인에게도 좀 더 유연해집니다. 수정된 신념은 나를 공격하는 행동들을 줄여갑니다.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이 아니니까 그것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사라지고…….  돌고 도네요. 사소한 부분에서 조금 바뀌어도 정말 많은 것들이 바뀐다는 말. 시작은 어려워도. 너무 천천히 시간이 흘러가도. 다시 돌아간 것 같아도. 그건 결코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앞으로 걸어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좋아지기 마련.
그는 정말 힘들었던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았고 스스로의 고통을 알아주고 수용하고 그리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가끔은 뒤로 후진하기도 하지만, 삶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기에. 앞으로 나아가기도 뒤로 조금 물러서기도 하기에. 그러면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것을 알기에. 포기하지 않습니다. 굉장히 감상적이 되어버렸네요. 전문적으로 배운 그와 같은 사람에게도 정말 힘든 일이니까 실패한다고 자신은 불가능하다고 완벽하게 좌절하지는(포기하는) 말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려봅니다. 그러니까 지루한 싸움으로 지쳐서 괴로워하며 울고 있는 어딘가에 있는 당신에게 당신은 지금 힘내서 잘하고 있다고 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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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 존 브레드쇼, 학지사
보다가 좀 많이 울었습니다. 그 부분은 저자인 존 브레드쇼 교수가 자신의 어린시절으로 돌아가서 어린 브레드쇼에게 성인인 브레드쇼가 해주는 말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다른 책에서 누차 강조하는 방법인 '성인인 내가 어린아이 나를 돌보는 방법'에 대해서 정말 체계적으로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주요 방법은 명상과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과 함께 하는 치유, 자신이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성인인 내가 어린아이인 내게 보내는 편지와 어린아이인 내가 성인인 내게 보내는 편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와 그리고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서 그 사건에 성인인 내가 어린아이인 나의 대변자가 되어서 성인인 아버지에게 이야기하는 것 이었습니다. 
사실 명상 쪽은 정신분석이나 최면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저는 이 효과를 체험해본적이 없어서 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환상인지 망상인지 진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성인인 내가 어린 아이인 내가 괴로워했던 상황에 개입해서 나를 대변하는 방식은 정말 효과적이라고 느꼈습니다. 다른 사람이(모르는 타인) 자신의 이야기를 한 텍스트를 보고도 눈물이 저절로 나왔으니까요. 힘들었던 자신의 과거가 생각나기도 했고 이런 식으로 자신을 돌보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기쁨도 있었습니다. 
책은 굉장히 세부적으로 어린 시절을 파트로 나누었고, 그 파트마다 그 시절마다 충족되어야 하는 욕구에 대해서 설명하고 그리고 그 욕구들이 충족되지 못하면 성인인 나에게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매 파트에서 그 해당 어린 시절에 충족되지 못한 혹은 충족된 욕구에 대해서 테스트 하는 문항이 있고 그 지표를 통해서 내가 어떤 욕구들이 충족되지 못하고 상실되어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것을 토대로 진도는 나가고 그 시기마다 충족되지 못한 욕구와 상실된 것들을 스스로 돌보는 구체적 방법에 대해서 안내합니다. 방법은 주로 명상을 통해서 스스로를 돌보는 방식을 택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성인에 도달합니다. 
힘들었던 나의 과거를 스스로 알아주고 돌보려 하고 자신의 감정을 긍정하는 것은 많은 자원들을 불러오는 것 같습니다. 아이는 살아남기 위해서 가학적인 부모에게 의지해야 합니다. 그런 아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나의 부모가 나에게 하는 행동은 나를 위해서 하는 최선의 행동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나의 부모가 자신의 성장하지 못한 내면 아이로 인해서 그 고통을 나에게 대물림 한다는 것을 어린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이겠습니까? 그건 성인이 되어도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인이 되어도 그 사람의 행동과 그 사람 자체를 분리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그 행동에 대해서 먼가 용서와 비슷한 제스처를 취하면, 그 무언가가 무너질 것 같은 공포. 나의 과거가 부정되는 것 같은 느낌. 그런 것들은 극복하기는 너무나 어려우니까요. 그래도 우리는 굉장히 구체적인 지침을 얻었습니다. 나에게 편지를 써 봅니다. 힘들었던 그 시절의 나에게. 나를 지지하는 말들을요. 그 말들은 부모로부터 가장 듣고 싶은 말이겠지요. 그 말들은 자원이 되어서 지금 힘들어 하는 내면의 아이를 가지고 있는 성인인 나에게 삶을 지지하는 힘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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