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우울증의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진화론자들은 "왜"에 관심을 두며 "왜"에 대한 관심은 역사로 시작된다. 진화생물학은 생물이 어떻게 현재의 방식으로 존재하게 되었는가를 설명한다. 그도록 불쾌하고 비생산적인 기분 상태가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일어나게 된 것일까? 그것은 인간에게 어떤 이득을 줄 수 있나? 그것은 단순히 인간성의 결함일까? 왜 오리전에 도태되지 않았을까? 어째서 특정한 증세들은 떼를 지어 모이는 경향이 있을까? 장애의 사회적 진화외 생물학적 진화의 관계는? 이런 의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들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인간은 왜 기분이란 것을 갖고 있는가? 왜 감정들을 갖고 있는가? 왜 자연은 절망, 좌절, 성마름, 그리고 상대적으로 너무도 적은 기쁨을 선택했던 것일까? 우울증에 관한 진화론적 의문들을 탐구하는 것은 우울증이 인간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탐구하는 것이다.
기분장애가 단순하고 단일하고 분리된 상태가 아니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마이클 맥과이어와 알폰소 토로이시는<다윈 정신의학>에서 "우울증은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유전인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고, 일란성 쌍둥이들에게서도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고, 평생 지속될 수도 있고 지연스럽게 나올 수도 있다. ......우울증 환자들 중에는 불리한 환경에서 성장하고 사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으며, 가족력이 있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또한 우울증을 유발하는 생리 조직에도 개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에 있어서도 특정한 항우울제에만 반응을 보이는 경우, 약물치료는 듣지 않고 정기충격 치료에만 반응하는 경우,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어떤 개입에도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우울증이라고 부르는 것은 분명한 경계가 없는 상태들의 특수한 조합이라는 것이다. "기침"도 항생제에 반응하는 경우(결핵), 습도의 변화에 반응하는 경우(폐기종), 심리치료에 반응하는 경우(신경성 기침), 화학 요법을 요하는 경우(폐암), 그리고 고치기 힘든 경우가 있다. 어떤 기침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낳고, 어떤 기침은 만성적이고, 어떤 기침은 일시적이고, 어떤 기침은 계절성이다. 어떤 기침은 저절로 사라진다. 어떤 기침은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기침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기침을 하나의 질병으로보다는 다양한 질병들의 한 증세로 정의한다. 기침 그 자체에도 목이 아프고 잠을 못 자고 말도 잘 못하고고 목구멍이 간질간질하고 호흡이 어려운 증세들이 따르지만 말이다. 우울증도 기침과 마찬가지로 질병의 한 종류라기보다는 증세들을 지닌 하나의 증세이다. 만일 우리가 기침을 유발하는 질병들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난치성 기침"에 대한 이해의 토대를 가질 수 없을 것이며 왜 어떤 기침은 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지에 대해 온갖 억측들이 나올 것이다. 현재로서는 우울증의 상이한 유형들과 그 각각의 의미를 가려낼 분명한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우울증은 다양한 원인들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여러 각도에서 연구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는 정신분석학, 생물학, 외적 환경에서 조금씩 취해 아무렇게나 버무려 놓는 식으로 우울증에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우울한 정신 상태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려면 한데 뒤엉켜 있는 우울증과 슬픔과 성격과 병을 분리해야 한다.

- 진화 591-593p 



살이 심하게 빠져서 다시 타이핑을 치는것이 힘든 상태가 되었습니다.-_=;
어렵게 타이핑했습니다;;

오늘 <한낮의 우울>의 끝까지 다 읽었는데요. 주석에 저자가 추천하는 다른 작가들의 책들이 있었습니다. 번역본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얼핏 들어본 작가는 "줄리아 크리스테바"뿐이었습니다.
일단 찾아 볼 예정입니다.^^:;
케이 레이필드 제미슨 AnUnquiet Mind Night Falls Fast
줄리아 크리스테바 Born Under Saturn
스탠리 잭슨 Melancholia and Depressin


그외에도 본문을 보면서 궁금한 책이 나왔습니다.

셸리 E. 테일러 <긍적적인 환상들> 희망 파트에서 인용한 부분이 있는데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상적인 인간의 사고와 인지는 정확성이 아닌 자신과 세계와 미래에 대한 긍적적이고 자기 강화적인 환상들이 특징이다. 더욱이 이런 환상들은 적응성을 지니며 정신 건강을 해치기보다는 증진시킨다. ......가벼운 우울증을 지닌 사람들은 정상인들에 비해 자신과 세계와 미래를 정확히 본다. ......그들에겐 정신 건강을 증진시키고 실패의 충격을 완화시키는 환상이 결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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