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준비 없이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경우에는 못 다한 일들이 남아 있게 마련이다. 그것이야말로 남아 있는 사람들이 겪어야 할 가장 큰 고통이다.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작별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를 내기도 전에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나면 우리는 엄청난 분노와 회한, 슬픔,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그런 감정들을 잘 다스리지 않으면 남아 있는 사람들은 결코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없다.
- p86
표지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던 책이기도 했고 그리고 아버님 때문에 근래에는 이런 부류의 책들에 흥미가 많아졌는데 역시 도서관에서 신간코너에서 발견하고 빌린책 입니다. <인생수업>, <상실수업>, <죽음 죽어감> 그리고 <안녕이라고 말하는 그 순간까지 진정으로 살아 있어라>중에서 뭘 먼저 사서 볼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사기전에 먼저 보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구매 예정인 책은 <죽음 죽어감>이 먼저일거 같아요. 책은 시원스러운 판형이었는데(163*217) 본문 역시도 시원했습니다. 읽는데도 부담 없었고 사진들을 보면서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는 틈을 만들어주는 구조였습니다.
표지에 나온 사람은 42세에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베스라는 여인이었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담담함이 본문에 있는 사진들에서도 얼핏얼핏 보였습니다. 책을 보면서 느낀것들은 시한부를 받은 당사자들보다 주위사람들이 죽음에 대해서 더 인정하려 하지 않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그런 모습인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주말마다 시아버님을 뵈러가지만, 아버님이 때때로 하시는 체념의 대화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 자신이 보고 자라온 가치관 대로 저는 대답을 하고 있지만, 그런 대답을 하는 사람은 가족 구성원 중에서 저 뿐입니다. 이게 잘하는건지...도 잘 모르겠고, 그렇다고 다른 분들이 잘 하고 있는건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고통에 대해서 공감해줘야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고통을 이겨낼 수 있다고 용기를 불어넣어드려야 하는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려워요. 좋아하는 선생님과도 이야기 해봤는데요. 저의 능력을 살려서 지금까지 아버님이 걸어오신 길을 책으로 만들어보는 것이 정말 그분께 힘이 될꺼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친구도 그랬구요. 뭔가 하기는 해야하는데... 답답해요. 그런걸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해도 되는건지도 자신이 없구요. 엘리자베스 퀴슬러 로스 교수의 책들을 다 보면 먼가 더 보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존재에 대한 상실에 대해서 이야기한건 친우 ㅊ선생과 한 대화와 그리고 좋아하는 동생 D양의 할아버지의 이야기 정도인거 같습니다. ㅊ선생의 상실에 대해서 정말 어느정도인지 절실하지 못해서 어느정도인지 물어봤더니 저의 동생정도라고 말해줬습니다. 듣는 순간... 저는 전화기를 던지고 화장실로 직행; 이때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심했거든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패닉상태. 하아. 상상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지 않다니요. 그런건... 살아있는것만으로도 얼마나 힘이되는 존재인데. 함께 살아주었다는 것만으로도 버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모두 힘을 내주었으면 좋겠어요. 아버님도 신랑도 어머님도 도련님도 그리고 저 자신도. 용기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책 판형 메모
반응형
'리뷰 > 텍스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쟁을 위한 기도 (0) | 2009.01.01 |
---|---|
<우리가 몰랐던 아시아> 서구 외신의 눈으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아시아 현장의 살아있는 보고서 (0) | 2008.12.29 |
원폭 2세 환우 김형률 평전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1) | 2008.12.22 |
박노자 선생의 <만감일기> 나, 너, 우리 그리고 경계를 넘어 (6) | 2008.12.16 |
진보의 가부장제에 도전한 여자들 이야기 <오빠는 필요없다> (2) | 2008.1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