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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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simple>, 오노 나츠메, 애니북스
이 책은 누나 혹은 엄마일지도 모르는 그녀를 찾아서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이안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관찰자적 시점으로 풀어낸 이야기이다. 사실 <not simple>을 처음 보았을때는 이안에게 어이없는 세상과의 이별을 결정적으로 안겨준 아이린에 대해서 굉장히 짜증이 났었다. '인간'에 대한 판단을 자기만의 편견으로 살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자연스럽게 하고있는 그녀를 보면서 여러가지 설명하기 힘든 혐오감이 올라왔었다. 그 혐오감때문인지 그 뒤로 이야기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은 뭐랄까 좀 분리해서 바라본다고 해야하나 굉장히 힘들게 느껴지는 이안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 크게 반응하지 않고 넘겼고 그리고 그 책은 꽤나 오래동안 지인댁에 있다가 얼마전에야 우리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오랜만에 이 책을 다시 잡았고...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았다. 
사실 이 이야기의 가장 큰 불행은 그가 그녀를 만나지 못하고 그녀의 딸에게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처음 만났을때 '인간 이하'로 취급받는 것이 아니라, 좀더 어린시절로 내려가서 그 이전에 그의 엄마이자 누나와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들로 거슬러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누나이자 친엄마인 그녀와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와 엄마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그녀가 이아을 출산하게 된 것은 아버지와 한번의 관계로 그런 결과를 불러왔는가에 대한 의문이 일었다. 아마도 거의... 그 가족의 관계는 사회에서 정상적이라고 정의하는 범위의 가족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친 성폭력 가정에서 많이 보이는 그런 패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악순환으로 태어난 아이 이안을 바라보는 호적상 엄마이지만 할머니인 그녀의 태도나 호적상 아버지이고 실제로도 아버지인 그의 태도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아버지에게 이안은 없는 존재이나 매한가지였다. 조금이라도 유의미한 점을 찾아보려고 했으나 이안의 이야기속에 그려지는 아버지는 그런 부분이 전혀 없었다. 자신의 딸에 대한 기묘한 애정 이외에... 
그의 호적상 엄마이자 할머니인 그녀는 어떤가? 그녀는 이안에게 어떤 행동을 했는가 말이다. 자신의 욕망이자 현실 도피를 위해서 그 아이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다. 이안은 그것에 대해서 사리분별이 가능한 나이가 아니었고 그리고 그에게 그 관계후 돌아오는 것은 '껌'. 여러가지 상황 아무리 참작하고 고려한다고 하여도 어린이 매매춘은 인간이로서 결코 용서 받을 수 없는 행동이다. 

이안이 태어난 것은 순전히 그녀의 잘못이었을까? 이안의 입을 통해서 그려지는 이야기는(정확히는 그녀의 어머니의 시선이지만) 그녀는 가해자로 그려지고 있었다. 어머니를 재치고 아버지와 부정한 관계를 한 딸로 말이다. 분명 '딸을 범했다'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복수심으로 너를 낳았다고 하는 부분에서 그런 확신을 받았다. 아버지가 자신이 아닌 딸을 선택한 것은 어머니인 자신의 문제도 아니고 딸인 그녀의 문제도 아니고 그건 온전히 아버지 혼자의 문제가 아닌가. 자식을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에 대해서 불문율을 붙여서 은폐하는 것도 그것은 온전히 그 집안에서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분명 아마 그녀는 아마 10대 이전부터 아버지에게 그런식으로 노출되어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은 작았을지(작았다는 말에 굉장히 어폐가 있지만;;)도 모르지만 끝은 그러했으니까. 그게 단발성 이었다고 어느 누가 말하겠는가? 그 관계에서 그녀가 그녀의 어머니에게 그 부분에 대해서 정확히 호소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어려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안과 다른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그 시절의 그녀는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고 그건 분명 그런 이유였다. 집이 아닌 밖으로 돌고 있는건 분명 그런 이유가 아닌가. 이걸 단지 소통의 부재라고 생각해야할까?
어머니와의 소통의 부재, 아버지의 자식의 몸에 대한 권력 행사, 그 관계의 정당화와 부정, 회피 그리고 그 끝에 이안이 있었다. 그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있었을까? 그녀가 마주하는 모습은 나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모습이었지만, 그녀는 분명 그녀의 부모들과는 달랐었다. 평생 술에 빠져서 자신의 딸과 자신의 남편 사이에서 낳은 자식을 착취한 엄마와 그리고 그 진실을 진실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자신의 쾌락만 찾아서 떠난 아버지와는 달랐지만, 내가 보기에 그녀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수치심을 자신이 받아서 그것들을 어떻게든 떨쳐나가기 위해서 애쓰고 있었다. 책에서 읽은 전달된 수치심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옥에 가기 전까지 엄마를 돌본것도 그렇고... 그녀가 그녀의 부모와의 관계에서 마주보려고 혹은 전달된 죄의식을 바라보려고 애쓰는 사이에 그녀의 작디 작은 아이는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을까?
이 이야기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에 대해서 굳이 언급하라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이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짐이 아이린에게 그런 분노를 토해냈지만, 사실 그 분노는 아이린가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의붓 어머니이자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이자 할아버지가  들어야 하는 이야기 이었다. 물론 그녀가 잘했다고 정당화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불편했던 것들이 바로 이런 이유가 아닐까 하고 조심스럽게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이안의 '껌'에 대해서 말하는 부분에 대해서 그들이 취했던 행동이나 느낌들도 그런 느낌들을 받았다. 그건 조심스럽게 접근한게 아니라 그걸 그저 덮어두려고 하는 패턴이었다. 보통 흔히 그런 일들을 들었을때 우리들이 방어하는 그 패턴 말이다. 이안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물어보는 선택치는 없었고 그냥 매매춘은 나쁘다는 그것 자체로만 시시비비만 남아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는 그런 구분을 할 수 있는 성인의 몸을 가지고 있지만 정확히는 여전히 그런것들을 구분 할 수 없는 아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아보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가장 슬픈 부분은 이 부분이 아닐까 싶었다. 그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싶어하는 그로부터도 이해를 받지 못했다는 부분. 타인에게 자신의 존재나 이유를 반드시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 사람은 그 모든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사람은 있으면... 그래도 힘든 삶에 아주 큰 위안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자신의 아들을 그렇게 만드는데 공모한 자신의 애인에게 한 남자의 여인이 아닌 한 아이의 엄마로써 칼을 들은 그녀. 그리고 감옥에서 죽어가면서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졌다. 이 모든 것들이 가족이라는 만들어진 신화에 가까운 이미지에 맞추어 살기 위해서 동조한건 아닐까 하는 그런 돌아봄이 필요한게 아닐까 싶다. 살사 그것이 그녀가 살아남기 위해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하더라도 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나로서는 굉장히 잔혹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그녀를 향해서 달려가던 이안은 이 세상이 아닌 공간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었을까? 부디 그 곳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그 공간에서는 그를 향해서 따뜻한 시선을 보내며 '존재'에 대해서 기뻐하는 사람들만 가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줘서 기뻐" 라던가 "너와 함께 있어서 행복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평범할지도 모르지만, 어느 누구에게는 굉장한 사치로 느껴지는 현실이 그저 애통할 따름. 부디 여기가 아닌 다른 공간에서 그런 말들이 당연하고 익숙하길 바라며 책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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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꽃>, 시무라 타카코, 중앙북스 
시무라 타카코 선생의 단행본을 처음 만난건 <푸른꽃>의 원서였다. 아름다운 그림체와 컷나눔이나 적절하게 절제된 묘사가 굉장히 인상이 깊었었다. 그래서 중앙북스에서 <푸른꽃>이 나온다고 했을때는 정말기뻐 했었다. 과거형인 이유는 이 책을 보고 나서 정말 실망했기 때문이다. 내용의 재미를 떠나서 이 작가가리는 성폭력에 대해서 시각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후미와 후미의 사촌에 대한 관계를 생각해보면... 그것이 과연 아름답게 미화되기만 해야하는 관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그녀는 자신의 인척을 범했고 그리고 버리는 것을 선택했다. '결혼'이라는 제도권에 들어가는 선택으로 말이다. 그녀가 후미와 그런 관계가 되었을때 후미는 중학생이었다. 
물론 이 관계가 권력관계를 기반으로 해서 인척의 몸을 취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를 아래에 깔고 있는 그런 패턴은 아니지만, 후미는 아이이고 그런것에 대해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인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청소년과 성인의 성관계를 금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그런 이유가 아닌가. 
그녀가 정말 후미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었다면, 그녀는 분명 후미의 성장을 지켜보고 기다려야 했다. 최근에 국내에 라이센스로 소개된 카리 스미코의 <상자속의 고양이>의 그 처럼 말이다. 그녀가 사랑이라고 외치고 미화를 아무리 하던 그건 눈가리고 아웅하기 이외에 달리 뭐라고 말해야 하는가. 당신은 당신의 욕망을 위해서 미성년이자 인척을 범한 성범죄자일 따름이라고. 그외에 달리 무슨 말이 필요한가? 그것 뿐이다. 
그것에 대해서 당위적 시각이나 미화하려는 태도는 우리는 항상 경계해야하며 그리고 그부분에 대해서 항상 촉각을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다. 1권만 본 내가 이런 말을 하긴 그렇지만, 만약 작가가 계속 이런 태도로 이야기를 그려낸다면... 그것에 대해서 옹호해야 할 태도를 가져야 할 필요가 과연 있을까? 이런 분위기나 패턴에 익숙해 지는 것이 가장 무서운 결과가 아닐까 싶다. 아무리 만들어진 이야기더라도 그것이 우리에게 익숙하고 당연한 느낌을 불러오는 것은 반드시 지양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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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나온 국내 단행본중에서 
가장 저의 이상의 취향에 근접한 디자인입니다. 

커버가 사라지면 저건 암만봐도 문고판의 소설책 표지같아요!!
저거!! 로망이죠 >_<;;; 


표지에 낚여서 1권을 사들고 나와서 귀가길에 펼쳐보고...
바로 달려가서 뒷권을 들고왔어요. 저를 반하게 만든 페이지는 저 위페이지! 
<군청학사>의 첫번째 에피소드를 가장 좋아합니다.
이 단편을 보고 좀 <백귀야행>이나 <충사>쪽이 떠올랐는데요.
뒤의 단편들은 연애가 메인들이 많더군요. 뭐 근데 이쪽도 좋아서 즐겁게 봤습니다.
그래도 간간히 자연을 무대로 하는 단편도 있어서 즐거웠어요. ^^

다음에는 단편이 아닌 연재로 만나보고 싶은 작가분입니다. 
 
1권에서 즐겁게 봤던 바보커플 이야기는 4권에서 좀 이상하게 끝나는 바람에
굉장히 실망하긴 했지만, 작화가 너무 좋아서 미워할수가 없습니다. ㅠ_ㅠ
필력이 이렇게 좋기는 힘들죠. 저 펜선에 진심으로 감탄하는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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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루네꼬>3, 쿠루네꼬 야마토, 중앙북스
3권입니다. 일본보다 발간속도가 많이 느려서 하루 빨리 따라갔으면 하는 바램이었는데 3권이 나와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현실에서 마주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요. 상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무엇보다 힘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3권에서 새로 (길에서) 입양해온 어린 고양이들을 보냅니다. 그리고 미와몽상님이 연세도 있으신 관계로 많이 아팠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 상태는 항상 약을 먹어야 하는 상태더군요. 그래도 잘 살아있어서 다행입니다. 전 카라스봉씨와 미와몽상씨가 가장 좋았거든요. 코봉씨도 살짝 좋아지고 있습니다. 코봉씨와 카라스봉씨의 조합도 좋아합니다. 두녀석들이 잘 놀아서 좋아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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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chemist's Drescciption>, 국수집 안주인
오랜만의 동인지입니다. >_< 전 운이 좋아서 안주인님의 신간은 좀 늦게라도 보고 있습니다. 예전에 유키님과 아스피린님의 트윈지에서 처음 소개되었던 축전원고 '선생의 처방'의 뒷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예상과 다른 반전(?)이 있어서 매우 웃었습니다. 고양이 컵에 담겨져있던 약의 비밀은 그것이었군요. 네타는 여기까지. ^_^;
안주인의 웹댁_ http://amethyst.x-y.net/

이번 2월에 있는 동인지 중심의 행사인 서플에도 가 볼 예정입니다. 지인분에게 들은 행사 평도 좋아서... 그리고 최근에는 다시 오리지널 붐이라서 가면 좋은 책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원피스도 다시 붐인거 같습니다. 이건 추측이지만, 원피스도 온리전을 하는걸 보니까 다시 붐은 붐인거 같아요. 만세! 행사에서 항상 짜증났던 코스도 아에 금지고 팬시만 판매하는 부스도 없다니 이거야 말로 왕년에 꿈꾸던 망상속의 행사이더군요. 그렇게되면 이런 분위기를 이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가봐야겠습니다. 함께 가실 양반도 조달(?)했고 뭐 그래서... 결론은 매우 기대됩니다. 두근두근 20대 중반 이후에 행사장에 가보지 않았으니까 근 5년은 넘은거 같습니다. 5년에서 ~7, 혹은 ~8년 정도? 아닌가? 저도 나이가 은근히 있군요. 음후후후후.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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