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우울증은 정말 흔해 빠진 감기일까?

연구자들은 우울증을 정서적 스트레스로, 그저 '흔한 감기'라고 곧잘 부른다. ... 그러나 흔하다고 해서 우울증을 감기라고 말할 수는 없다. 우울증은 미칠 듯이 고통스러운 병이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보통 심장 통증을 호소한다. 말 그대로 심장이 무겁고 제 기능을 못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하루 종일, 심지어는 꿈속에조차 심장에 통증을 느낀다.
감기는 일주일 정도면 치료가 끝나지만, 우울증은 그리 쉽게 끝나지 않는다. 원스턴 처칠은 평생 동안 시시때때로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는 우울증을 '검은 개'라 불렀다. 마치 사나운 검은 개가 억센 이발로 목을 꽉 물고 높지 않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평균 9개월 동안 우울증에 시달린다. 심한 경우는 몇 년 동안 시달리기도 한다. 우울증이 사람들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심심하면 재발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평생 우울증에 걸리지 않은 채 살아간다. 물론 가금 우울한 기분을 느낄 수는 있다. 하지만 병으로서 우울증에 한번 걸리면, 증상이 계속 반속해서 나타난다. 그래서 한번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평생동안 불행과 좌절감에 시달릴 확률이 높다. 이들은 뚜럿한 이유도 모른 채, 평생 동안 산봉우리와 계곡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기분을 느낀다.
우울증을 경험한 성인은 평생의 15%정도를 우울증 상태로 지낼 가능성이 높다. 1년으로 따지면 2개월은 우울한 상태로 지내는 것이다. 그리고 8개월 정도는 가벼운 우울 증상을 보인다. 하지만 이런 가벼운 증상도 삶에 대한 의욕과 자기 성취감을 방해하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1년 중 오로지 2개월 동안만 아무렇지 않게 보낸다.
우울증은 절대 흔한 감기가 아니다. 당뇨병이나 류머티즘처럼 나아지다가 다시 나빠지기를 반복하는 심각한 만성 질환이다. 또한 바이러스가 우리 신체에 잠시 침범해 일으킨 병이 아니라 내면에 잠재된 심각한 문제가 밖으로 표출된 질병이다.



슬픔이 우울증의 다가 아니다

우울증 증상은 신체적, 심리적, 정서적으로 전반에 결쳐 나타난다. 사람들은 보통 오랜 시간 슬픔을 느끼거나 기분이 처져있으면, 우울증에 걸린게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슬픔만이 우울증의 증상은 아니다. 필요 이상으로 화를 내고 극도의 분노를 표출하는 것 역시 우울증의 모습이다. 도 기분이 축 가라앉거나 모든게 공허하고 가슴이 먹먹하기도 한다. 어저면 잘 풀리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만약 이런 느낌이 오래 지속된다면, 비록 슬픈 감정은 없을지라도 우울증에 걸렸다고 말할 수 있다.
아래는 우울증의 다른 증상들이다.

* 갑자기 식욕이 늘거나 줄어든다
*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는데도 갑자기 몸무게가 불거나 줄어든다.
* 잠을 많이 잔다.
* 불면증(잠이 안오고, 한밤중에 깨거나 평소보다 일찍 깬다)에 걸린다.
* 항상 피곤하다.
* 안절부절못하고 흥분 또는 극도의 무력감을 느낀다.
* 하나의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마음이 심란하며 뭔가를 결정하지 못한다.
* 절망감과 좌절감에 바지고, 미래도 비관적으로만 느낀다.
*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고, 죄책감을 느낀다.
* 평소에 좋아하던 일에도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 죽기를 바라며, 어떻게 자살할지 구체적인 방법을 생각한다.

만약 위 증상 중 여러 가지를 최소 이주일 동안 매일 느꼈다면, 임상의학적으로 우울증에 걸린 것이다. 임상의학적 우울증은 치료를 요하는 심각한 증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치료를 받지 않는다. ...
분노, 먹먹한 감정, 축 처진 기분 등 위 증상이 여러 개 혼합되어, 오랫동안 그리고 지속적으로 나타나는가? 그렇다면 우울증에 걸렸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정신과 전문의나 심리 치료사를 찾아가야 한다.

- 심리학적 증상
애런 T. 백은 우울증을 주제로 많은 글을 쓴 정신과 의사다. 그는 '부정적 인지의 세 가지 요소'를 통해 우울증의 심리학적 증상을 묘사했다. 즉 우울증 환자들은 '자아, 세상, 미래'에 대해서 모두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자신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무슨 의미일까? 이들은 자신을 사회 부정응자로 생각하며 창피해한다. 제대로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뭔가 일이 잘못됐을 때 먼저 자신을 탓한다. 이런 자기비난은 종종 이해하기 힘든 정도로까지 발전한다. ...
이런 부정적 인식은 주변 세상으로 확대된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거라 여기며, 사람들의 비판과 거절을 미리 예상하고 불안해한다. 일부는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비판과 거절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또한 친밀한 인간관계를 거부하고 혼자 있기를 택한다.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받느니, 차라리 외로운 게 견딜 만하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일부는 사랑받고 있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끊임없이 사람들을 쫓아다닌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사람들을 화나게 만들고, 거절의 빌미가 되고 만다. 도한 이들은 남들이 자신에게 완벽을 요구한다고 믿는다. 미치지 않고서는 아무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불가능한 기준을 세워 그에 맞춰 행동하려고 애쓴다.
이러니 이들은 자신과 세상에 대해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겠는가? 어저면 이들의 삶이 꼬이고 우울한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들은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믿는다. 모두 자신의 능력 밖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은 물론이고 자신의 삶조차 바꿀 수 없다고 느낀다. 물론 이들도 좌절감을 느끼면서도 행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한다. 그러나 절망 속에서 느기는 무력감의 무게가 너무나 커서, 일부는 죽음을 꿈구고 실제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자살이 모든 우울증 환자의 결론은 아니다. 하지만 발작적으로 반복되는 우울증의 비극적인 결과물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 신체에 나타는 증상
우울증에 걸리면 몸도 이상한 변화가 나타난다. 식욕, 활동력, 수면 습관 등에 이상 증세가 나타나는데, 이렇게 되면 몸의 리듬이 뒤죽박죽되고 만다. 어던 이는 보통 때보다 세 시간을 더 잘 수도 있고 불면증으로 밤에 절반 이상 깨어 있기도 하며, 때로는 이 두 증상을 동시에 겪기도 한다. 끊임없이 먹어대거나 전혀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너무 무기력한 나머지 움직일 수조차 없거나, 노무 흥분하여 불안해하거나 안절부절못하기도 한다. 이런 신체적 변화는 정신적 변화도 함게 가져온다.
이들은 아주 간단한 일이나 문제 해결도 엄청 어려워한다. ... 심지어 아주 단순한 행동도 엄청 어렵게 여긴다. ...

- 중심 느낌은 슬픔이다
우을증은 아주 강렬한 정서적인 경험이다. 그리고 심장을 관통하는 그 중심 느낌은 슬픔이다. 이 슬픔은 보통 봇물처럼 쏟아지는 '울음'으로 표출된다. 우을증 환자들은 시시때때로 울분이 솟구치고, 그건 울음이 되어 나온다. 울음은 영화, 책, 고통스러운 기억 등 온갖 것에서 촉발된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슬픔을 느끼기 시작하면, 세상은 온통 자신을 고문하는 것으로 가득하다고 느낀다. 세상 모든 사물이 자신의 슬픔을 자극한다. 어느 단계에 다다르면 이 슬픔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되어, 마음의 문을 아에 닫아버린다. 그리고 자신을 짓누르는 공허감과 먹먹함에 바져들게 된다.
슬픔은 정상적인 인간의 감정이다. 매우 소중한 사람이나 가치있는 뭔가를 잃어버렸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극도로 실망했을 때, 거절당했을 때, 비난받았을 때, 사랑하거나 존경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을 때도 느낀다. 이런 슬픔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처럼 가슴 저 깊이서 우러나올 수 있다. 그러나 우울증이 만든 슬픔은 아주 격렬하면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게 단순한 슬픔고 다른 점이다. 우울증이 만들어낸 슬픔은 자신에 대한 느낌을 변화시킨다.
우울증에 걸리면 자신감을 잃고 모든 일을 자기 탓으로 돌린다. 슬픔이라는 감정이 자신을 점점 변화시키고 있다면, 이미 우울증으로 가는 차를 탔다고 봐야 한다. 사람의 감정 - 심지어 나븐 감정도-은 정상적이고,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할 수도 있다. 감정은 우리 몸의 상태를 나타내는 신호 기능이다. 우리가 느끼는 기쁨과 고통의 원천인 감정은 상황과 사람들을 판단하고 분석하는 걸 돕는다. ...



기억 저편의 비밀, 블라인드 스팟

많은 우울증 여성을 치료하면서, 나는 사람의 감정이 신호 기능을 잃어버리면 우을증에 걸린다고 확신하게 되엇다. 환자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예를 들어, 우울증 환자들은 자신을 깊은 슬픔으로 몰아가는 사람과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차라리 혼자 우울해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 인정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을 '불라인드 스팟'이라고 한다. 블라인드 스팟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보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인간관계를 푸는 중요한 열쇠다. ... 인간 내면에 숨겨진 블라인드 스팟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종종 그곳에 놓인 진실을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한다. 그곳에 뭔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불편한 감정을 느끼지만, 일부러 그 지점을 들 들여다보기 전에는 그 진실을 볼 수 없다.


- <여자를 우울하게 하는 것들>, 우울증이라는 검은 개, p 17, 발레리 위펜, 레드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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