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발달 과정에서 유아가 환경과의 동일화를 포기하고 신체와 동일화를 이루고, 그 후 언어능력의 발달과 함께 점차로 자아 즉 사고의 동일화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앞에서 살펴보있다. 현대인의 의식에서는 통상적으로 사고라 하면 감정과 감각보다 우위의 지배적 위치를 점하는 것으로 인식되낟. 그리고 사고는 거의 쉼없이 자동적으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일반적으로 성인의 생활은 항상 사고와 사고 작용의 동일화를 통하여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사고와의 동일화'는 사고 내용에 대해서도 적용하여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언가 걱정거리가 있을 때는 그 생각이 끊임없이 의식 위로 올라와서, 다른 사람이 말을 걸어와도 건성으로 듣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당사자가 그 생각과 사고 작용에 동일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동일화는 다음과 같은 사용법도 가능하다. 예를 들면 텔레비전을 보면서 무언가를 먹고 있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때 텔레비젼에 주의를 빼앗겨 텔레비전이 내보내는 다양한 자극에만 동일화되어, 음식의 맛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때 다양한 생각이 떠오르거나, 밖에서 다른 사람의 소리나 새 소리기가 나는 등 많은 일이 일어나지만, 우리들은 그곳에서 일어나는 전체를 보거나 느끼거나 의식하지 않고, 항상 무언가와 상대적으로 동일화되어 살고 있다. 

또 '역할과의 동일화'라는 이해도 유용하다. 가정에서 아버지, 회사에서 회사원, 남편이나 아내 등의 역할은 어느 정도 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성 속에서 거의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행동을 말한다. 회사에 도착한 순간, 그 사람은 의식하지 않더라도 누구를 만나든 회사원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것은 회사원이라는 '역할과 동일화'가 이루어지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이다. 이것을 좀더 넓혀 생각하면, 우리들은 사람만이 아니라 동물과 환경, 나아가 물질에 대해서도 항상 암묵적으로 어느 종류의 역활을 취해서 즉 동일화해서 행동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동일화는 그것이 의식되면, 필요에 따라 포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것이 정신통합이라는 치료체계를 구축한 이탈리아의 정신과 의사 로베르트 앗사지오리가 심리치료의 기법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탈동일화라는 개념이다. 

가면과 동일화는 언젠가는 어떠한 계기로 반성해야 할 때가 온다. 그때 사람은 가면으로부터 탈동일화를 강요받는다. 왜나하면 그것은 참된 자기가 아니기 대문이다. 만약 사람이 자기실현을 찾아가는 존재라고 하면, 사람은 언제나 깊은 곳에서 참된 자기를 추구하며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참된 자기가 되기 위해서는 가면을 제거해여 한다. 나아가 자아와의 동일화도 포기하고, 그곳에서 분화해 온 자기 자신의 신체를 돌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신체와의 동일화마저도 포기하고, 자기 자신이 분화해 온 환경과 일체가 되는 것, 즉 자타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 <심리치료와 불교>, 안도 오사무, 불광출판사, 서양심리학과 불교, 동일화로부터의 해방,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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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명상에 대한 심리학적 이해와 접근

<심리치료와 불교>
안도 오사무, 불광출판사

마음챙김을 기반으로 하는 인지치료쪽에 관심이 있다보니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 책이 디자인면에서 굉장히 매끈하게 빠진 책이라서 더 관심이가서 도서관 반납일인 오늘 새벽까지 읽게 만들었는데, 책의 전체 파트가 모두 건질만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자 후기에 있는 '제2의 패전'에 대한 이야기는 굉장한 불편함이... 뭐랄까 피해의식일지도 모르지만요. 일본사람들이 2차대전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 시각인지 면밀하게 느껴지는 단어로 느껴지더라구요. 최근의 국회의원이나 정부관계자의 막말 사건들도 떠오르고, 이들이 말하는 '건전한 내셔널리즘'의 연장선의 일환으로 느껴지는 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자 후기가 가장 크게 그런편 이었지만, 책의 후반 맨 마지막 파트도 비슷한 이유로 즐겁게 읽지는 못했습니다. 

이 책은 서구에서 불교가 종교가 아니라 학문으로서 각광받는 이유, 그들이 명상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서구 이론과 접근해서 어떻게 적용하는지에 대한 소개와 그리고 현대 일본인의 정신과 관련해서 일본인으로서 어떻게 이런 것들을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에 대한 비중도 꽤 큰편이었습니다. '선'이라는 것에 대해서 저는 이 책에서 가장 구체적으로 접한것 같아요. 에리히 프롬이 선에 대해서 서구에 처음 소개했다는 사실도 이 책을 보고 알게되었습니다.
뭐랄까 이부분의 묘사가 펙트를 기반으로 기술한거겠지만, 자민족 중심 역사사관으로 좀 기울어져서 기술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좀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보다 하고 읽었습니다만, 뭐랄까 (저의 좁은 생각에는) 전반적으로 위빠사나 명상이 더 각광받는것 같은데 이 책에서는 그쪽보다는 포인트가 최초로~ 일본의 선이 소개되어서~ 이런 논의의 촉발이 시작되었다는 뉘양스가 강한편이고 또 강조하는 면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_-;;;;;;; 


두번째 파트에서는 석가모니가 이야기한 불교의 개념에 대한 설명이 있었습니다만, 간단하게 지나가는 편이고~ 그리고 단어 자체가 처음 들어보는 한자 어휘가 많아서 읽는 내내 고생했습니다. 가볍게 지나가는 수준이라서 이 파트에 나오는 단어를 모두 이해하고 소화할 필요는 없는거 같고 어떤 것들이 있다는 정도만 인지하고 있어도 책 전체를 이해하는데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파트 3에서는 서양 심리학과 불교의 연관점에 대해서 기술된 부분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자기의 발달심리학'쪽이 굉장히 읽기 쉽게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전 이 파트는 마거렛 말러와 함께 연구한 분들의 책을 보고 공부했던지라 간단히 설명되어 있어서 큰 흐름안에서 이해하기에 좋았습니다. 파트 4는 현대 심리치료로서의 명상으로 명상에 대해서 현대 심리치료가 접근했었던, 접근하는 부분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프로이드의 연구, 융의 연구에 대한 부분으로 시작해서 더 확장된 부분까지 간단히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파트 5에서 본격적으로 명상치료의 실천에 대한 부분, 파트 6이 가장 중요한 핵심개념인 알아차림에 대한 설명, 파트 7이 현대사회의 심리치료의 방향에 대한 부분인데요. 현대사회긴한데 면밀히 말하면 일본사회 내에서의 심리치료의 방향에 대한 부분과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 사람이 참조하기엔... 좀. -.,- 많이 미묘했던것 같아요. 

마음챙김과 명상쪽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가볍게 읽기를 권해드리고 싶은 책이에요. 그치만 이 이론이 태동하게 된 분위기나 관련 이론에 대해서 개괄하는 책이라 깊이있는 공부를 원하시는 분에게는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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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 자연스런 삶, 평온한 죽음을 위한 노인요양원 의사의 따뜻한 조언 

<우리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나>
이시토비 고조, 마고북스


제목을 보고 좀 내용이 많이 무거울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담담하게 읽었던 책 이었어요. 이전에 고령화 시대를 일본은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에 대한 리포트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와 죽음의 5단계를 이야기한 엘리자베스 퀴슬러 로스 선생님의 <죽음과 죽어감>을 읽어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덕분에 자연스러운 죽음에 대한 부분, 위루술에 대한 부분 그리고 어떻게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좋은지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되었구요. <야마토마치~>를 읽을때는 고령화 시대에 맞추어서 노쇠하여서 사자가 불편한 노인을 모시는 것이 그 가족 구성원에게만 책임을 지우는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것에 대해서 동의하게 되었고 그 대안에 대해서도 좀 느끼는 것이 많았는데요. <우리는 어떻게 죽음을 ~>에서는 삶의 영역에서 비유한다면 그보다 더 후기에 대한 이야기 이었어요. 저자분의 노인 요양원 상근 의사로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일들과 그리고 고민들을 들으면서 느끼는 것이 많았습니다. 의료보험의 한계에 대해서 느끼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위루술에 대해서 굉장히 회의적이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더 적게 드시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어느 지역의 섬에서는 행하는 노쇠로 인하여 임종이 눈앞인 분을 대하는 자연스러운-전 자연스럽다고 느껴졌습니다. 먹지 못하니까 음식을 권하는 일이 없다는 것 그 자체가요.- 태도가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책 이었습니다.


부록으로 '사전의료의향서 양식'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 보면서도 다시 한번 정리가 이루어지더군요. 2-2 파트의 치료법 및 검사 선택에서 그러했습니다. 분류는 '체온, 배변/배뇨, 욕창', '수분, 산소공급', '진통제 투여', '항생제 투여',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적용', '혈액 투석', '수혈', '항암제 투여', '고단위 항생제 투여'로 나누어져 있고 '원합니다', '원하지 않습니다', '대리인에게 위임합니다',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라고 나누어져 있습니다. 

파트 1은 적용 시기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 파트 2-1은 사전 의료 의향 선택에 대한 이야기구요. 1과 2-1까지는 책을 읽으면서 정리했었는데요. 2-2에 이르니까 좀 많이 막혔습니다. 그게 그럴게 저렇게 디테일한 부분까지 선택해야하니까 혼란스럽다고 해야하나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1의 기준에서 보면 2-2도 원하지 않습니다로 선택해야 할 것 같지만... 막상 항목을 고르려고 하다보니 네.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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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감정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생각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겨 버리면, 아무런 자각없이 자동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하지만 명상을 통해 자신을 관찰하는 눈이 생겨나게 되면, 그때부터는 그 눈을 통해 관점과 자세를 취하게 되어 지금까지 자동적으로 반응해 왔던 패턴을 바꾸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행동을 컨트롤하고 수정하게 된다. 다이크만은 이 메커니즘을 탈자동화라고 부른다. 


- <심리치료와 불교>, 안도 오사무, 불광출판사, 현대 심리치료로서의 명상, 인지치료로서의 명상,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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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는 스트레스였든, 불안과 공포였든, 또 신체적 감정적 통증과 고통이었든, 명상에서 하는 것은 그것을 단지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다. 명상 특히 이 책에서 설명하는 통찰형의 명상에서는 그 순간순간에 거기에 있는 것, 혹은 일어나고 있는 - 사고, 감정, 신체감각 등을 포함하여- 모든 것에 주의를 기울리는 것, 즉 자각(알아차림)을 갖고 대웅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어떠한 불안이나 통증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리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면, 그때까지 알지 못했던 세세한 관점이 나타나게 된다.

앞서 말한 카밧진의 설명에 따르면 명상에서는 불안과 통증이라는 감각에 대한 자기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때까지는 그 감각을 '통증'이라고 불렀을지 모르지만, 통증이라고 이름붙인 것은 자기의 생각과 감정이다. 마음에는 이 통증과 관련한 다양한 생각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예를 들면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라든가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이런 고통 속에서 계속 살 바에야'와 같은 생각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그러나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자기의 생각일 뿐, 고통 그 자체는 아니다.

그리고 고통에 대한 생각은 자기 자신이 아니다. 그것은 고통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에, 고통에서 해방되고자 원하는 반응이다. 고통에 대한 자기의 생각과 감정, 고통스러운 신체적인 느낌, 그리고 신체 자체를 자신과 동일시해 버리면, 더더욱 혼란스러워져 '객관적인 방관자로서의 관점'이 유지될 수 없게 된다. 명상에는 이 '방관자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카밧진은 강조한다.

신체라는 것은 함께 인생을 걸어가야 하는 반려이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 그 자체'가 아니다. 신체 그 자체가 내가 아니라면, 신체의 고통도 나의 것이 아니다. 그리고 명상을 통해 그러한 자기의 존재감각에 깊숙이 들어갈 수 있으면, 고통과의 관계가 변하게 된다. 명상을 통하여 이러한 체험을 하게되면 고통을 받아들일 여유가 생겨나고, 고통과 함께 살아갈 자기 나름의 방법을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게 된다. 

메시추세츠 대학의 스트레스 클리닉에서는 이러한 생각에 입각하여 병원의 '통증 클리닉'과 연계하여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통증 클리닉에서 의료 처치만으로는 나을 가망이 없는 사람들 가운데,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명상을 도입한 치료적 관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치료 성과의 소개에 따르면, 의학적인 '통증 척도'에서 측정된 만성적인 통증을 안고 있는 화자들 중 60%에서, 통증이 반감되었다는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또한 그뿐만 아니라 치료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기 신체에 대한 부정적 견해도 단기간에 큰 폭으로 개선되었다고 한다. 


- <심리치료와 불교>, 안도 오사무, 불광출판사, 명상치료의 실천, 통증.고통에 대한 대처,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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