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괴물을 낳는(즉 무언가가 잘못되는) 환상은 여자들이 자신의 양가감정과 씨름할 때 가장 먼저 따라붙는 두려움이지만, 휠씬 더 만연한 두려움은 아이가 처음에 정상이다가 나중에 괴물로 자라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어머니가 아이를 충분히 사랑할 수 없거나 어머니노릇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까닭에 아이를 괴물로 만들 것이라는 생각은, 내 경험상 그 심리적 처리 방식에서 서로 다른 두가지 양상을 보인다. 어머니는 스스로를 탓하든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 특히 아이를 탓한다. 즉 어머니의 해법은 내면화. 죄책감. 자학-"내 잘못이야"-이든가, 아니면 외면화. 피해망상. 책망-"다른 누군가의 잘못이야"-이다. 

...(중략)... 내면화 해법의 경우에는 어머니가 양가감정에서 비롯된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고, 대게는 좋은 어머니가 되고자 더더욱 열심히 노력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지며, 자신의 실패에 대해 실제로든 상상으로든 스스로를 처벌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외면화 해법은 자기 자신이나 다른 중요한 사람들. 특히 부모나 형제자매, 부우자의 혐오스럽고 문제적인 부분들이 자신의 아이에게 구현되었다고 보는 어머니와 관련된다. 이런 어머니는 아이를 비난하고 더욱 화를 내는 경향이 있다. 내가 보기에 이 두 번째 해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머니와 관계를 맺는 데 장애가 있거나, 또는 초기 모자 관계가 지장을 입는 따위의 트라우마적인 경험들-유아와 아이들은 이를 모두 어머니의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경험한다-이 있는 경우에 보다 쉽게 나타난다. 

자신을 탓하는 어머니는 자신의 실패를 바로잡으려 한다. 그런 어머니는 심리치료를 찾을 가능성이 더 높고, 일단 치료를 받으면 자신의 내면적인 생각과 감정, 두려움, 환상을 바라보기가 더 수월해지낟. 또한 이미 스스로를 규탄한 터라, 자신이 알게 될 내용을 덜 두려워한다. 그러나 상황은 간단치 않다. 아이에게 자신의 잘못을 보상하려는 필요로 인해 어머니는 지나치리만큼 아이의 응석을 받아줄 수 있으며, 아울러 아이의 요구가 종종 타고난 기질 및 성격 발달과 관련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 ...(중략)...

다른 사람들을 탓하는 어머니는 죄책감이 아니라 수치심과 분노를 느끼는 경향이 있다. 그런 어머니는 아이에게서 자기 내면의 용납 불가능한 특성들을 보며, 아기의 불량함을 곱씹는다. 또한 자신이 직시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는 충동과 감정들을 자기 내부에서 밀어내야 하지만, 아이에게 이런 부분들을 볼 때는 보상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크게 빚지고 있는 쪽은 어머니가 아니라 오히려 아이이니 말이다. 이런 어머니들은 자기 아이를 별개의 자율적인 인간으로 느끼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치료를 구할 가능성도 낮은데, 그들이 자녀와 맺고 있는 관계를 바꾸는 것은 그들의 흔들리는 평정심에 너무나도 큰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 <어머니는 아이를 사랑하고 미워한다>, 바바라 아몬드, 간장

어머니는 누구나 양가감정을 느낀다, 어머니의 양가감정: 내면화 해법 대 외면화 해법, p 52~54


반응형
BLOG main image
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by dung

공지사항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407)
우리집 곰두리들 (149)
만날만날 (52)
토동토동 (370)
리뷰 (514)
나의 시간 (145)
알아차림과 수용 (0)
S - 심리치료 (145)
S - 일러스트와 디자인 (24)
w - 모에모에 설정 (0)
W - 나의 끄적끄적 (0)

달력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05-03 03:34
tistory!get rss Tistory Tistory 가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