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샌들러는, 환자의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 같은 감정을 분석가가 경험하는 듯한 임상관찰들을, 분석가가 포함된 환자의 소망 환상이라고 보았다. 환자는 환상에서, 마음속에 있는 대상표상이 자기표상이 원치 않는 부분들을 지니도록 수정한다. 환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환자는 분석가의 행동을 왜곡된 표상에 맞게 수정(혹은 통제)하려 든다. 자기대상 경계를 유지하는 것은 필수적인데, 대상을 통제함으로써 그들을 통제한다는 환상을 유지하는 한편, 기제들이 자기 측면을 제거하는 방어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이다. 

이런 개념은 어머니-아이 상호작용에서 입증되는, 표상들의 세대간 전승(Fraiberg, Adelson과 Shapiro, 1975; Sandler, 1994)이라는 맥락으로 설명될 수 있다. 아이와 어머니의 상호작용은 과거 애착 관계들의 표상을 토대로 한다. 어머니는 자기 아이의 표상을 수정하여, 자신의 원치 않는 측면과 똑같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는 유아가 지속적으로 자신의 왜곡된 표상에 따라 행동하도록 조종한다. 자연히 이런 과정은 양방향으로 작용한다. 유아는 감당할 수 없는 정동을 다루기 위해 양육자에 대한 표상을 왜곡시키며, 성인들에게서 자신의 정신적 표상이 맞음을 확인해주는 반응들을 불러일으킨다. 이 모델은 감당할 수 없다고 느끼는 아동의 경험이 절대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다룰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느끼는 양육자의 경험을 아동이 지각하는 것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역동적 모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점차 아이의 자기표상은 자신에 대한 양육자의 표상을 닮게 된다. 자기표상과 타자표상들 간에 심리내적으로 일어나는 변증법적인 과정(그들의 상호작용에 대한 표상적 틀 안에서)은, 두 개인 안에 한쌍의 동형 표상들을 발달시키는 경향이 있다. 


- 발달정신병리학적 관점 <정신분석의 이론들>, 피터 포나기, 메리 타제, NUM


구조 모델의 수정과 발달, 조샙 샌들러의 연구, 샌들러의 심리장애 모델, 원시적 기제: 투사적 동일시,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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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자의 정서적 접근성은 내적작동모델이 형성되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코헛이 주장하는 것처럼, 부모가 어떻게 아이와 '함께하느냐'는 부모가 무엇을 하느냐 보다 더 중요하다. 스턴(1995)도 이와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다. 왜냐하면 스턴은 대상표상이나 자기표상 뿐만 아니라 관계의 성질('함께 있는 경험')도 내재화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매론(1998)은 보울비가 내재화를 "전적으로 외부에 존재해온 것도 아니고 전적으로 내부에 존재해온 것도 아닌 어떤 것... 개인의 정신 속에 표상되어 있는 것은 관계이지 분리된 단위로서의 양육자가 아니다"p44라고 쓰고 있다. "단지 아기만 존재하는 그런 것은 없다"는 위니캇의 고전적인 진술처럼 내적작동모델도 존재의 일차적 단위는 자기표상이나 대상표상이 아니라 관계와 그 관계를 지배하는 규칙들이라고 본다. 반복된 경험을 바탕으로 유아는 양육자에게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를 학습한다. 이러한 기대를 지배하는 규칙들은 정신적 표상들을 따라 내면화되어 이후 친밀한 관계들 안에서 그 사람의 생각, 감정, 행동을 유도하게 된다. "당신과의 관계를 유지하려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말에 내포된 법칙들은 내적작동모델의 구조를 결정하고 타인들과 맺는 관계의 성질을 결정한다.


- <애착장애로서의 중독>, 3.애착이론: 치료를 위한 함의들, 4.애착 욕구들에서 벗어난 분리나 개별화는 정산적 발달이나 올바른 치료 목표가 아니다, p63~ p64, 필립 플로레스, N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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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agy는 다수의 불운한 사례들을 확인했는데, 이 모든 사례들의 공통된 주제는 아이가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정서를 부모가 담아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집착형 부모는 아이의 고통을 공감적으로 반영해 줄 수는 있지만 그것을 다뤄 주지는 못한다. 무시형 부모는 공감을 전달할 수는 없지만, 대처 능력과 안정성을 전할 수는 있다. 또한 부모의 정신적 상태에 대한 아이의 의도적인 입장에 공감적으로 반응하는 부모의 능력이 부모 자신의 취약함 때문에 손상되는 경우도 있다. 부모의 이런 취약함의 종심에는 분리된 존재로서의 아이에 의해 유발된 불안뿐만 아니라 부모 자신의 정신화 능력의 결함에 있다. 예를 들어, 임신한 한 엄마는 아기들이 "자기를 꿰뚫어 볼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자신을 불편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녀는 아기들이 무엇을 볼까 봐 두려웠던 것일까? 그녀는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막무가내로 떼쓰기, 지너분함, 그리고 그들이 그녀에게 방해가 될 수 있는 모든것을 그녀가 경멸하면서 견디지 못한다는 것을 그들이 불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부모가 만성적으로 아이의 고통스러운 정서를 담아낼 수 없을 때 아이는 그 정서에 대한 부모의 전형적인 반응이 내면화된 방식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들어, 무시형 어머니가 유아의 고통에 대해서 무시하거나 억제하는 방식으로 반응하면, 그 유아는 자신도 자신의 고통스러운 정서를 다루는 데 있어 회피적인 전력을 발달시킬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 유아는 그런 정서를 회피하거나 억제할 것이다. 사실상, 불안정 애착 부모의 아이들은 그들 부모의 방어를 '차용하고', 그래서 부모의 불안정은 종종 아이에게 유사한 불안정이라는 유산으로 남게 된다.


- <애착과 심리치료>, David J. Wallin, 김진숙, 이지연, 윤숙경, 04 Fonagy와 그 이후, 불안정 애착의 세대간 전이,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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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agy의 연구는 대부분 내적 세계와 외부 현실 간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지각을 반영하는 심리적 경험의 양식을 이해하도록 돕는 데 초점이 맞춰져 왔다. 다음은 세 가지 주관적 양식, 즉 심리적 등가성과 가장하기 및 정신화에 대한 Fonagy의 설명이다.


심리적 등가성 양식에서 내적 세계와 외부 현실은 그저 같은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에서는 신념과 사실을 구별하지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물리적인 세계에서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이런 마음 구조에서는 우리가 나쁜 대우를 받으면 우리 자신이 나쁜 사람이다라고 느끼기 쉽다. 그리고 자신이 나쁘다고 느끼기에 우리는 나쁜 대우를 받을 것을 '알고 있다.' 이런 폐쇄적인 체계에서는 심리적 주체로서 자기는 묻히기 쉽다. 경험을 해석하거나 창조하는 주체로서의 '나'는 없고, 일어나는 경험의 대상이 되는 객체로서의 '나'만 존재할 뿐이다. 

'가장하기'양식에서는 내적 세계와 외부 현실과 분리된다. 여기서 우리는 현실에 의해 구속되지 않는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실재로 느껴지고, 우리가 무시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중요하지 않게 여겨진다. 해리와 부정 그리고 극단적인 자기애적 과대성은 모두 이 '가정하기'의 예다. 이 양식에서는 심리적 등가성 양식처럼 경험을 해석하거나 창조하는 주체로서의 자기는 억눌려 있다. 왜냐하면 현실을 고려하는 행위는 상상했던 것을 위협하고 또한 무시했던 것을 보게 할 여지를 두기 때문이다. 

정신화(혹은 성찰적) 양식에서 우리는 내적 세계가 외부 현실과 분리되어 있으면서 또한 연관되어 있음을 인식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의 생각과 느낌 환상이 우리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에 영향을 주고, 또 그것에 의해 영향을 받는 양식에 대해 성찰할 수 있다. 이 양식에서 우리의 주관적인 경험은 해석적인 깊이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따라서 -우리는 사건과 사건에 대한 우리의 반응 간 차이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내적인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정신화는 풍부하고 복잡하며 모호한 자기와 타인의 세계-또한 우리의 실제 현실이 변함에 따라 우리가 외부현실에 때한 우리의 정신적 표상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세계-를 보여 준다. 

Fonagy에 의하면 이 양식들은 발달과정에서 순차적으로 드러난다. 처음에 유아와 어린 아동은 주관적 경험이 어쩔 수 없이 그리고 무섭게도 실재로 느껴지는 심리적 등가성의 세계에서 살 수 밖에 없다. 그런 다음 아이들은 주관적 경험이 현실과 분리되는 가장하기의 양식을 통해 일종의 자유를 찾는다. 그들은 놀이를 하면서 현실적 제약이 그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면서 4세쯤부터 이 두양식의 통합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제 내적 세계는 외부 세계와 동등한 것으로 여겨지지동 낳고 그렇다고 완전히 단절되지도 않는다. 성찰적 양식의 출현과 함께 내적 형실과 외부 현실 간의 관계를 암묵적으로 그리고 명시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진다.

심리치료에서 우리가 만나는 환자들은 심리적 등가성 그리고/또는 가장하기 양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리적 등가성 양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에 환자는 사실과 같은 것이기에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압박감을 주는 생각과 느낌때문에 고통 받는다. 가장하기 양식에서는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에 환자는 소망이 담긴 생각으로 현실에서 높이 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으로부터 그리고 그들에게 중요한 사람들로부터 격리된다. 연구자뿐만 아니라 심리차료자와 부모에게 중요한 질문은 '심리적 등가성과 가장하기 경험 양식에서 정신화 양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촉진하는 것은 무엇인가?'다. 이에 대한 Fonagy의 답은 Bowlby와 Ainsworth 및 Main의 결론에 대한 상세한 설명으로서, 애착의 상호주관적 관계라는 것이다. 이런 관계는 먼저 정서 조절을 충분히 할 수 있게 해 주고, 그런 다음 중요한 점으로, 성찰할 수 있는 타인과 함께 어느 정도의 놀이를 할 수 있게 해준다. 


- <애착과 심리치료>, David J. Wallin, 김진숙, 이지연, 윤숙경, 04 Fonagy와 그 이후, 경험의 양식, p7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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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기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애착 연구자인 Karlen Lyon-Ruth(1999)가 관련 문헌을 검토하고 경험적인 발견들을 추려 내어, '협력적인 의사소통'이라고 부르는 틀로 만들어 냈다. 이러한 의사소통은 전반적으로 아동이 안정성과 융통성 및 애착에 대한 일관된 내적 작동 모델을 발달시킬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녀가 제시한 틀은 다음 네 가지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로, 양육자는 아동이 경험하는 것의 전 범위(단지 고통의 표현뿐만 아니라)에 대해 수용적이어야 하고, 아동이 무엇을 느끼고 원하고 믿는지에 대해 가능한 많이 배우도록 시도해야 한다. 분명히 이런 종류의 개방성이나 포괄성은 통합을 촉진할 수 있는데, 이런 통합은 애착 이론에서 이해하는 건강한 발달에서 아주 중요한 측면이다. 

두 번째로, 양육자는 아동과의 관계에서 균열이 생겼을 때 먼저 관계를 복고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이런 시도는 아동에게 자신이 잃어버린 감정적인 평형상태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복구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해준다. 

세 번째로, 양육자는 아동에게 즉발적으로 나타나는 의사소통 능력을 위한 '발판을 제공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처음에는, 이를테면 언어를 습득하기 이전의 아동이 아직은 분명하게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대신 말로 표현해 주려고 시도함으로써, 그리고 이후에는 아동에게 '네 말로 해 봐'라고 요청함으로써 발판을 제공할 수 있다. 

네 번째로,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아이의 감각이 발달적으로 유동적인 상태에 있는 시기 동안, 양육자는 적극적으로 아동과 함께하며, 한계를 설정하고 아동이 저항하도록 허용해 주어야 한다. 이렇게 기꺼이 애쓰고자 하는 양육자의 마음이 아동에게 전달되면 심지어 아동이 분리감을 느끼는 동안에도 양육자와 연결되어 있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 <애착과 심리치료>, David J. Wallin, 김진숙, 이지연, 윤숙경, 07 애착 관계가 어떻게 자기를 형성하는가, 관계에서 일어나는 과정과 발달과정에서 진정 바라는 것,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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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관계 이론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작동하는' 정신적 표상의 발달은 분화와 통합이라는 두 가지 기본적인 과정을 수반한다(krrnberg,1984). 분화는 심리적 경계, 특히 자기와 타인 간에 그리고 내적 세계와 외부 현실 간에 경계를 만든다. 우리의 자기 표상이 잘 분화되어 있으면 우리는 타인이 우리에 대해서 갖는 느낌에 의해 규정된다고 느끼지 않고 자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잘못된 분화의 측면에서 본다면, 내부와 외부 간의 분화, 정신적 세계와 물질적 세계 간의 분화의 결여가 바로 불안정 애착 환자들의 기능을 저해하는 심리적 등가성 양식의 특징을 이룬다. 통합은 종합과 연결을 포함한다. 리 자신과 타인에 대한 통합된 표상은 우리가 감정적으로 모순된 경험을 한데 합칠 수 있게 해 준다. 그래서 예를 들어, 우리는 누군가에게 화가 나 있을 때도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 통합은 균형을 촉진하고 경험의 뉘앙스와 복잡성에 대한 자각을 길러 준다. 통합된 표성이 없다면 우리는 자신과 타인을 극단적이고 단순하게 경험하기 쉽다. 즉, 모두 좋거나 모두 나쁘게, 혹은 영웅이나 악한으로 본다.


- <애착과 심리치료>, David J. Wallin, 김진숙, 이지연, 윤숙경, 05 자기의 여러 차원, 표상적 자기,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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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wlby(1980)는 내적 작동 모델의 '자기 영속적인 속성'에 대해 언급했다. Main은 연구 결과에 대한 성찰을 통해 이 모델들-특히 불안정한 모델-의 지속성은 처음에 생겨날 당시 그것들이 유아의 생존에 필수적이었던 맥락에 기인한다고 보았는데, (1) 한 사람이 생존할 수 있도록 해 준 규칙들은 쉽게 버려지지 않고, (2) 내적 작동에 의해 요구되는 규칙들은 그 모델을 보존하기 위해 실제로 오랫동안 기능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규칙들은 개인이 무엇을 알아차리고 느끼며 기억하고 행동하도록 스스로에게 허용할지를 결정하고, 아주 엄격하게 지켜진다. 그 이유는 이를 위반할 경우 그 개인이 감정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 준 마음 상태와 존재 방식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안정된, 회피적인, 양가적인 혹은 혼란스러운 유아들의 내면에서 처음 생성되었던 특정한 애착 모델은 더 나아가 이에 상응하는 지각과 정서적인 경험 및 행동- 궁극적으로 양육 행동을 포함하여- 패턴에 의해 적극적으로 존속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 <애착과 심리치료>, David J. Wallin, 김진숙, 이지연, 윤숙경, 03 Mary Main: 정신적 표상과 메타인지 및 성인 애착 면접, '형판'이 아닌 '규칙'으로서의 작동 모델, p6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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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전 생에 걸쳐 자신이 가장 애착되어 있는 대상의 신체적, 감정적인 행방, 즉 가용성과 반응성을 점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애착의 정해진 목표로서 근접성에 안전의 느낌이 추가된 이상, 애착은 우리가 성장하면서 탈피하는 유치한 의존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인간의 욕구로 간주되어야 한다. Bowlby(1980)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친밀한 애착은 한 인간의 삶이 그것을 구심점으로 해서 움직이는 것으로, 이는 걷기 이전의 유아나 걸음마를 뗀 유아일 때뿐만 아니라 사춘기와 성년기를 거쳐 노년기까지 지속된다(p 442)" 


- <애착과 심리치료>, David J. Wallin, 김진숙, 이지연, 윤숙경, 02 애착이론의 기초, John Bowlby: 근접과 보호 및 분리,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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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을 낳는(즉 무언가가 잘못되는) 환상은 여자들이 자신의 양가감정과 씨름할 때 가장 먼저 따라붙는 두려움이지만, 휠씬 더 만연한 두려움은 아이가 처음에 정상이다가 나중에 괴물로 자라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어머니가 아이를 충분히 사랑할 수 없거나 어머니노릇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까닭에 아이를 괴물로 만들 것이라는 생각은, 내 경험상 그 심리적 처리 방식에서 서로 다른 두가지 양상을 보인다. 어머니는 스스로를 탓하든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 특히 아이를 탓한다. 즉 어머니의 해법은 내면화. 죄책감. 자학-"내 잘못이야"-이든가, 아니면 외면화. 피해망상. 책망-"다른 누군가의 잘못이야"-이다. 

...(중략)... 내면화 해법의 경우에는 어머니가 양가감정에서 비롯된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고, 대게는 좋은 어머니가 되고자 더더욱 열심히 노력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지며, 자신의 실패에 대해 실제로든 상상으로든 스스로를 처벌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외면화 해법은 자기 자신이나 다른 중요한 사람들. 특히 부모나 형제자매, 부우자의 혐오스럽고 문제적인 부분들이 자신의 아이에게 구현되었다고 보는 어머니와 관련된다. 이런 어머니는 아이를 비난하고 더욱 화를 내는 경향이 있다. 내가 보기에 이 두 번째 해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머니와 관계를 맺는 데 장애가 있거나, 또는 초기 모자 관계가 지장을 입는 따위의 트라우마적인 경험들-유아와 아이들은 이를 모두 어머니의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경험한다-이 있는 경우에 보다 쉽게 나타난다. 

자신을 탓하는 어머니는 자신의 실패를 바로잡으려 한다. 그런 어머니는 심리치료를 찾을 가능성이 더 높고, 일단 치료를 받으면 자신의 내면적인 생각과 감정, 두려움, 환상을 바라보기가 더 수월해지낟. 또한 이미 스스로를 규탄한 터라, 자신이 알게 될 내용을 덜 두려워한다. 그러나 상황은 간단치 않다. 아이에게 자신의 잘못을 보상하려는 필요로 인해 어머니는 지나치리만큼 아이의 응석을 받아줄 수 있으며, 아울러 아이의 요구가 종종 타고난 기질 및 성격 발달과 관련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 ...(중략)...

다른 사람들을 탓하는 어머니는 죄책감이 아니라 수치심과 분노를 느끼는 경향이 있다. 그런 어머니는 아이에게서 자기 내면의 용납 불가능한 특성들을 보며, 아기의 불량함을 곱씹는다. 또한 자신이 직시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는 충동과 감정들을 자기 내부에서 밀어내야 하지만, 아이에게 이런 부분들을 볼 때는 보상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크게 빚지고 있는 쪽은 어머니가 아니라 오히려 아이이니 말이다. 이런 어머니들은 자기 아이를 별개의 자율적인 인간으로 느끼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치료를 구할 가능성도 낮은데, 그들이 자녀와 맺고 있는 관계를 바꾸는 것은 그들의 흔들리는 평정심에 너무나도 큰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 <어머니는 아이를 사랑하고 미워한다>, 바바라 아몬드, 간장

어머니는 누구나 양가감정을 느낀다, 어머니의 양가감정: 내면화 해법 대 외면화 해법, p 5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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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자기애적 취약성
생의 초기 어머니가 공감적으로 반응해 줄 때, 아이는 어머니가 자신을 진정시키고 긴장을 조절해 주는 특성들을 내재화하여 자신의 내면에 심리구조로 형성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내면에 스스로 자신을 진정시키고 긴장을 조절항 수 있는 심리를 갖게 된다. 그러나 어머니가 공감적으로 반응하지 못할 때 아이는 그런 심리구조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아이는 외부 대상에 의존해서 자신을 진정시키고 긴장을 조절할 수밖에 없다.
심각한 외적 사건들, 예를 들어 부모의 이혼, 정신적 질병, 한쪽 부모의 죽음, 특히 자살과 같은 경우가 아닌 한, 가장 문제가 되는 심리적 상처는 어머니의 병리적 성격 그 자체다. 어머니 자신이 자기애적으로 고착되어 있는 경우, 아이의 욕구를 이해하고 반응하기가 어렵다. 어머니가 자기 자신에게 몰두해 있기 때문에 아이의 긴장에 대해 선택적으로 과도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쉽게 쓴 자기심리학>, 최영민, 174p, 자기애성 인격장애의 치료, 이상화 자기대상 전이의 사례

iPod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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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양가감정이 지니는 여러 차원들을 밝혀나가기 전에, 그 용어 자체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이해하려면 미움과 공격성의 차이를 명료화할 필요가 있다. '양가감정'은 갈등에 빠진 정신 상태, 즉 동일한 사람에게 사랑과 마음의 감정을 모두 느끼는 정신 상태를 지칭한다. 또한 그것은 단지 어머니와 아이의 관계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나타는 특징이다. 하나의 감정으로 다른 하나의 감정을 짓밟는 일이 없이 여러 경우에 두 가지 감정을 모두 견뎌낼 수 있다면, 정신건강이 좋다는 뜻이다. 사랑이나 미움 가운데 하나를 부인하거나 억눌러야 한다면, 관계가 협소하고 환고해져 다른 사람의 감정적 현실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된다. 

...(중략)...

미움과 사랑은 감정. 즉 우리가 우리 자신의 내면에서 경험하는 상태들이다. 공격성과 다정한 보살핌은 행위, 즉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향해 취하는 행동들이다. 공격성은 우리 자신의 필요가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작동하여, 혐오 띤 감정이나 분노에 찬 환상, 또는 행동의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미움은, 사람들의 필요가 심한 갈등을 겪거나 만족되지 않을 때마다 불가피하게 나타나지만, 또한 분리감을 길러 줄 수도 있다. 사랑과 나란히 존재하는 한, 미움은 개인의 발전을 용이하게 해줄 수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생은 형의 우월한 힘과 지식, 영향력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동시에, 형을 깊이 존경하여 모방하고 싶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그의 형처럼 될 수 없다. 그는 자신의 개성과 재능, 능력을 찾아야 하며, 그 과정에서 형에 대한 존경심이, 그리고 형 역시 성장의 몸부림을 겪어야 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도움으로 작용한다. 

영국의 분석가인 로지카 파커는 어머니의 양가감정이 충분히 창의적인 과정일 수 있다고 본다. 즉 그 과정에서 어머니가 자기 자신과 아이 사이의 차이를 적극적으로 생각하여, 보다 적절한 어머니노릇을 고려하는 해법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파커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양가감정이 일으키는 불안과 죄책감으로 인해 우리가 그 창의적인 측면을 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불안과 죄책감은 문화적 명령과 기대치에서 기인할 뿐만 아니라, 미움이 사랑을 능가하여 짓밟을 것이라는 뿌리 깊은 두려움에서도 기인한다. 

어머니의 양가감정은 평소에 다정하던 어머니가 가끔씩 조바심과 화, 심지어 미움을 표출하는 식으로 다소 가볍게 시작된다. 엄청나게 다양한 양가감정적 행위들이 근본적으로 무해할 수 있는데, 이는 그 행위들이 결국 사랑에 의해 완화된다는 뜻이다. 

...(중략)...


- 모성애에서 자녀 살해까지, 누구나 느끼지만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어머니의 양가감정에 대한 모든 것 

<어머니는 아이를 사랑하고 미워한다>, 바바라 아몬드, 간장, p 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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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양육과 장신치료에서 담아내는 양육자의 내용물'은 bion(비온)이 제안한 개념이다. 유아는 극단적이고 조절되지 않는 정서에 의해 압도되면 이러한 감정을 분리시켜 부모에게 투사한다. 부모는 관심을 가지고 유아가 투사한 감정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것을 조절하고 변형시키고 의미를 부여하여 아이가 동화할 수 있는 형태로 되돌려 준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이런 내용물은 심리적으로 진행되고 대사된 것이기에 아이가 보다 용이하게 내재화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그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담아낼 수 있게 된다. 

양육과정에서 흔히 어린아이가 까닭 없이 울음을 터트리면서 엄추지 않을 때는 당황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투사적 동일시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아이의 울음을 치료적으로 유연하게 담아내는 부모의 태도를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다. 


사례 73


(a) 아이가 불편함이나 괴로움을 느껴서 운다. 아이는 상대나 주위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울어 버린다. 그래서 아이의 울음은 그냥 괴로움을 호소하는 울음이 아니라 마치 피해를 받아서 우는 것 같은 울음이다. '나에게 필요한 것을 해 주지 않는다.' 혹은 '제대로 날 보살피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날 괴롭힌다.'는 식의 울음이다(투사).

(b) 아마도 유아는 자신의 불편함이나 괴로움을 엄마나 아빠도 똑같이 느끼기를 원할 것이다. 그래서 더욱 절실하게 괴로움을 전하기 위해서 아이는 사정없이 운다(연결감 유지).

(c) 아이가 그치지 않고 계속 울면 엄마도 짜증이 나고 괴로워진다. 마치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는 엄마에게 화를 내는 것처럼 들린다. 다시 말해서, 아이가 자신을 공격하는 것 처럼 느끼기 시작한다. 엄마는 곧 아이가 느끼는 감정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d) 아이의 울음 때문에 불편해지고 화가 난 엄마는 "애가 왜 이렇게 울어, 조그만 게 성질은 못돼가지고. 그만 그치지 않을 거야!"하며 아이의 엉덩이를 한 대 때린다(투사적 역-동일시). 

(e) 전혀 공감적이지 않고 실제 아이를 경걱하는 엄마의 반응은 아이를 더욱 괴롭게 만들어 더욱 자지러지게 울게 만든다(재내면화).


어머니가 이 상황(투사적 동일시의 의미가 담긴 아이의 울음)을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담아내기 과정이 필요하다. (a)와 (b)의 투사하고 조정하려는 과정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나, 그 조정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효울적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c') "아이고, 우리 똥강아지 화났어!"하며 엄마는 아이가 투사한 '안 좋은 감정'을 그대로 받아 준다. 다만 그것을 '나에게 화내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뭔가 괴로움은 있으나 아직 제대로 표현 못하는 아이의 어쩔 수 없는 방식으로 받아들인다(담아내기 시작)

(d') 부모도 아이의 반응이 아주 기분 좋은 것은 아니나(아이가 투사한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들임), 아이처럼 부정적이고 조절되지 않는 식으로, 즉 격렬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오히려 '따뜻하게 안아 주고' '말로 얼러 준다.'

(e') 아이는 자신의 괴로움과 격렬한 공격성을 투사했는데 부모로부터 돌아오는 것은 자신이 동화하고 흡수할 수 있는 감정이다. 그래서 얼러 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동화화 내재화)




- <대상관계이론을 중심으로 쉽게 쓴 정신분석이론>, 최영민, 학지사 

Part 3, 8 klein의 대상관계이론, p  378~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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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참 좋은 어머니는 유아가 자발적 욕구에 대해 거울 반응을 해 주고 또 유아가 홀로 있으며 자아 관계성을 느낄 수 있게끔 해 주는 어머니를 말한다. 후자는 요구하지 않고 유아와 함께하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유아에게는 흥분된 시기와 고요한 시기가 있다. 훙분된 시기에 어머니는 유아의 몸짓과 욕구에 거울반응을 해 주어야 한다. 즉, 유아의 몸짓과 욕구의 대상이 되어 주어야 한다. 그런 뜻에서 대상으로서 어머니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반면 유아가 고요한 시기에는 어머니가 유아를 침범하거나 요구하지 않는 하나의 환경으로만 있어야 한다. Winnicott은 유아가 흥분된 시기의 어머니 즉 대상으로서 어머니와 유아가 고요한 시기의 어머니 즉 환경으로서 어머니를 어머니의 두 측면이라고표현하였다. 다시 한 번 일상적인 용어로 표현하면, 아이가 찾을 때 곁에 있어주고, 찾지 않을 땐 가만히 내 버려둘 수 있는 어머니가 참 좋은 어머니인 셈이다. 물론 이때도 무관심하게 내 버려둔다는 뜻이 아니라, 어머니의 관심속에서 유아가 홀로 있을 수 있게 해 준다는 뜻이다. 

둘째, 참 좋은 어머니는 유아의 이행기 대상 경험을 존중해 주는 어머니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이행기 대상은 아이가 중요하게 경험했던 다른 대상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행기 대상을 갖고 놀면서 그런 중요한 인물들들을 아직도 아이 자신이 조절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것에 의미가 있다. 이러한 느낌은 부분적으로는 현실적이고 부분적으로는 환상인데, 이는 아이가 실제 대상에 관심을 쏟을 수 있으면서 동시에 좋은 대상을 내면화하여 환상의 세계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Winnicott은 어머니가 유아와 '공모하여' 이행기 대상을 인정하고 존중해 줄 때, 이러한 환영의 과도기적 세계가 창조적인 환상이나 문화 그리고 예술의 기원이 되며, 또한 객관적으로 외부 현실을 창조한다고 생각하였다. 

마지막으로, 참 좋은 어머니는 유아의 공격성을 보복하지 않고 견뎌 냄으로써(생존함으로써) 유아가 대상을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어머니를 뜻한다. 어머니가 잔인한 아이의 사용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을 때, 아이는 자기의(환상속의) 파괴에도 불구하고, (실제 세계에서) 살아 남는 다른 사람을 알게 된다. 이러한 환상의 전능한 창조와 자신이 행한 파괴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대상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전능한 통제 너머에 존재하는 현실을 감각하고 타인을 인식하게 된다. 


- <대상관계이론을 중심으로 쉽게 쓴 정신분석이론>

최영민, 학지사, Winnicott의 대상관계이론, p53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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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초기 어머니가 공감적으로 반응해 줄 때, 아이는 어머니가 자신을 진정시키고 긴장을 조절해 주는 특성들을 내재화하여 자신의 내면에 심리구조로 형성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내면에 스스로 자신을 진정시키고 긴장을 조절항 수 있는 심리를 갖게 된다. 그러나 어머니가 공감적으로 반응하지 못할 때 아이는 그런 심리구조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아이는 외부 대상에 의존해서 자신을 진정시키고 긴장을 조절항 수밖에 없다. 

심각한 외적 사건들, 예를 들어 부모의 이혼, 정신적 질병, 한쪽 부모의 죽음, 특히 자살과 같은 경우가 아닌 한, 가장 문제가 되는 심리적 상처는 어머니의 병리적 성격 그 자체다. 어머니 자신이 자기애적으로 고착되어 있는 경우, 아이의 욕구를 이해하고 반응하기가 어렵다. 어머니가 자기 자신에게 몰두해 있기 때문에 아이의 긴장에 대해 선택적으로 과도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 <쉽게 쓴 자기심리학>, 최영민, 학지사, 174p, 자기애성 인격장애의 치료, 이상화 자기대상 전이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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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권위적인 부모라면, 자식은 부모의 뜻을 어길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할 수 있다. 무모의 말을 안 듣고 너무 늦게 집에 들어간다면, 혹은 거짓말을 하면 어떤 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걸 확실히 알고 있다. 하지만 권위가 은폐된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네 결정이 정말 널 위한 길인지 잘 모르겠구나."


내용만 보면 아주 부드럽고 온유한 말이지만 그 말을 내뱉는 어머니의 말투는 평소와 사뭇 다르다. 어머니는 절망적인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고 우울해하며 두통을 앓고 가슴을 움켜쥐며 말이 없어진다. 딸은 어머니의 진짜 심경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고민하고 추측하고 머리를 쥐어짜야 한다.

그러니 이런 식의 말이 매질보다 오히려 더 자식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 권위가 은폐된 채 행사되기에 게임의 규칙이 불분명하다. 딸(아들)은 불안과 두려움에 떨며 괴로워한다. 그리고 어머니의 마음을 읽어내기 위해, 어머니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를 쓸 것이다.

어머니는 최선을 다하는 온화한 사람으로 남고, 어머니 자신도 스스로를 그렇게 평가한다. 하지만 딸(아들)은 어머니의 뜻을 따르지 못한다는 죄의식에 시달린다. 어머니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하면 할수록 더더욱 어머니의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로 인해 딸의 감정은 억압된다. 감옥에 갇힌 건 아니라 해도 딸은 눈에 보이지 않는 노끈에 몪여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 이런 상황이 위험한 이유는 무엇보다 은폐된 권위는 저항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난 권위는 저항하기가 수월하다. 상대방이 대놓고 요구를 하니까 곧바로 그에 반박하거나 반항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은폐된 권위는 아량과 인내의 탈을 쓰고 있기에 헷갈리고, 마음 놓고 저항할 수가 없다.

인격은 저항을 하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과정을 통해서도 성장한다. 그런데 은폐된 권위는 명확한 관계 설정을 방해하고 두려움, 죄의식을 조장하며 바람직한 인격 성작을 막는다. 그런 식의 조종에 저항할 방도는 그리 많지 않다. 고통스러워하는 어머니나 아버지에게 싸움을 걸 자식이 어디 있겠는가? 자식은 분노의 감정을 대놓고 표출하기 못하고 그저 혼자서 '삼키고'만다.

그 결과 우울증과 의존성 성격 장애의 기초가 형성된다. 자식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에 빠져든다. 표적이 되어야 할 사람에게 가닿지 못하는 분노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엉뚱하게 자신을 향하게 되는 것이다




- 착해서 고달픈 딸들을 위한 위로의 심리학<착한 딸 콤플렉스>, 하인즈 피터 로어, 레드박스, 

1부 부모라는 이름의 악마 - 마마보이, 파파걸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온화한 지배, p36





+

번역서 원문에는 '성격 장애'가 아닌 '인격 장애'로 번역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이 진단명을 기점으로 이야기를 확장해 나가기 때문에 정확한 표현인 '성격 장애'로 지칭하는 것이 적절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인격'과 '성격'은 분명 다른 말이기 때문이다. 사전적 정의에는 인격은 '사람으로써 됨됨이, 품격, 자격' 라고 하고 성격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성질이나 품성'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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