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자책하는 딸'의 등장

리뷰/저장고 2015. 10. 14. 13:48 by dung

이 변화에는 사회사적으로 세대와 젠더 효과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대 효과의 측면을 보자면, 성장기에서 정체기(성숙기라 하는 이도 있다)로 들어선 일본은 베이비붐 다음 세대가 부모의 경제적 달성과 교육 수준을 넘어서기 히든 사회가 되었다. 고등 교육 진학률은 포화 상태에 달해 학력 인플레이션마저 일어나고 있는데, 자식이 부모 세대를 앞서나가는 것이 당연시되었던 시대는 이제 끝이 난 것이다.

젠도 효과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결혼 말고도 사회적 달성을 성취할 수 있는 길이 여성에게 열리게 됨으로써 딸 또한 어머니의 기대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힘들어지게 되었다. 딸은 '여자 얼굴을 한 아들'이 되었고 아들과 딸에 대한 기대 차이는 축소되었다. 단, 나는 이것을 저출산 효과로 보고 있다. 사정이 어찌 되었든 젠더 차이가 축소되었으니 기뻐해야 하는 것일까?

그러나 어머니의 딸에 대한 기대는 아들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양의성을 가지고 있다. 어머니는 딸에게 '아들로서 성공하라'와 '딸(=여자)로 성공하라"를 동시에 보낸다. 두 메세지 모두 '제발 나처럼은 되지 말아 달라'라는 자기 희생의 메세지이지만 그 속에는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은 너야'라는 질책의 메세지가 숨겨져 있다.

이러한 양의적 메세지를 받은 딸은 가랑이가 찢어질 상황에 처하게 된다. '불만스러운 딸'이 고도 성장기의 산물이었다면, 그녀들이 역사 속으로 퇴장하면서 대신 등장한 아 어머니의 화신이 되어 그 부채에 신음하는 '자책하는 딸'이다. '한심한 아들'처럼 딸 역시 어머니의 행복에 책임을 질 입장과 능력을 부여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들과 달리 딸은 동일화의 대상이 어머니인 탓에 어머니의 만족스럽지 못한 인생을 대리 수행해야 한다는 책무로부터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노부터 사요코의 <어머니의 존재가 너무 무겁다 - 어느 묘지기 딸의 한탄>(2008)은 그 현실을 풍부한 사례와 함께 낱낱이 그려내고 있는 책이다. 이 '자책하는 딸'에서 한 결음난 더 나아가면 '자해하는 딸'로 이어지게 된다. 


- p153, 제8장 근대와 여성혐오 

-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치즈코,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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