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ogyny. '여성 혐오'라 번역되기도 하고 '여성 혐오증' '여성 혐오감'이라 번역되기도 한다. 어쨋든 이런 여성 혐오적인 남자 가운데는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어자를 싫어하는 게 '여성 혐오'인데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가 많다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럼 더 알기 쉬운 번역어를 사용해보자. 바로 '여성 멸시'다. 여자를 성적 도구로 밖에 보지 않기 때문에 어떤 여자든 상관하지 않고 알몸이나 미니스커트 같은 '여성을 나타내는 기호'만으로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낸다. 먹이를 보여주면 조건반사적으로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실험이 떠오르는데, 이 메커니즘이 남성에게 존재하게 않았다면 작금의 섹스 산업은 성립되지 않았을 것이다.
여성 혐오는 성별이원제 젠더 질서의 깊고 깊은 곳에 존재하는 핵이다. 성별이원제의 젠더 질서 속에서 성장하는 이들 가운에 여성 혐오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중력처럼 시스템 자체 구석구석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너무나도 자명하게 존재하고 있는 탓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의식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여성 혐오는 남여에게 있어 비대칭적으로 작용한다. 남성에게는 '여성 멸시', 여성에게는 '자기 혐오'이기 때문이다. 더 노골적인 표현으로 바꿔보자. "여자로 태어나지 않아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남자는 과연 얼마나 있을까. 반대로 '여자로 태어나 손해'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여자는 얼마나 있을까.
-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치즈코, 은행나무
제1장 호색한과 여성혐오, 여성혐오란 무엇인가,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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