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 여성의 말을 듣지 못하도록 사회화되고 여성에 비해 동일한 상황을 성적으로 해석하게끔 학습되는 사이, 그들은 또한 '정당화되는 강간'에 대한 믿음을 지니게 되었다. 정당화되는 강간이란 피해자의 어던 태도가 남성의 가해 행동을 유발했다고 보는 고나점에서 파생된 개념으로, '정당화되는 살인'과 마찬가지로 분명한 법적 정의를 갖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피해자 본인과 그녀의 가족, 그리고 유죄 여부를 결정하는 배심원들에 이르기까지, 그 사건을 대하는 많은 사람의 판단에 영향을 끼친다.
최근 수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남성들은 아래와 같은 상황에서 데이트 강간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느끼며, 여성에 대해 전통적인 태도를 가진 남성이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더욱 그런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 여자가 남자에게 데이트 신청을 할 때
- 남자가 데이트 비용을 부담할 때
- 여자가 '야한'옷을 입었을 때
-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보다는 남자의 집으로 갈 때
- 여자가 술을 마시거나 마약을 복용할 때
이런 결과와 유사하게, 퍼듀 대학의 유진 캐닌 교수 또한 1967년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통해 남학생들은 여성이 '자극하면' 자신의 성적 공격성이 정당화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주의 남자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1979년에 시행된 또 다른 조사에서도, 54퍼센트의 남학생들은 여자가 유혹하면 강간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특정 상황에서 강간이 정당화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실제로 성폭력 사건에 연류된 사람 간의 연관성을 연구한 뭘렌하드 교수는. "여성에 비해 남성은 상대가 데이트를 원한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성폭력이 수반된 데이트 상황만을 따로 분석했을 때 남녀의 차이는 더욱 명확해졌다. 남성의 60퍼센트는 여성이 자신과의 데이트를 원한다는 암시를 주었다고 응답한 반면, 실제로 그런 힌트를 주었다고 대답한 여성은 단 16퍼센트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60퍼센트에 해당하는 남성들은 상대 여성이 성관계를 거부했을 때 그녀가 자신을 "갖고 놀았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런 상황에서는 강간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 Acquaintance Rape에 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
로빈 월쇼, 일다
깊이 들어다보기-성폭력을 '학습'하고 '정당화'하는 사회,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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