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겉모습으로 선별당하고 여자와 커뮤니케이션을 일반적으로 완전 거절'당하는 것은 미팅자리의 '추녀'에게 있어서는 친숙한 경험이리라. '자기 폄하와 멸시를 참아가며 아첨까지 하면서'여자들이 '결혼 활동' 해온 길고 긴 역사를 생각해보면 어제 오늘 이 정도의 경험에 비틀거리는 남자들은 아직도 약자가 되는 것에 익숙하지 않는 것일 뿐이다. 남성은 연애새장에서 '내려올'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다. '남자들로부터 선택받지 못하는 너의 존재는 무다'라고 선고 당해왔던 여자 입장에서 보면 '여자들로부터 선택받지 못하는 나의 존재는 무다'라며 스스로를 재판하는 남자들이 등장은 젠도 관계의 비대칭성이 시정되면서 나타나는 효과로서 이해해야 하는 걸까...(중략)... 

-p73, 제4장 비인기남과 여성혐오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것은 여성에게 선택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제2장에서 논한 세지윅의 호모소셜리티 개념에 의하면 남자는 여자에게 선택되는 것에 의해 '남성'이 되는 것이 아니다. 남자는 남성 집단의 정식 멤버로 인정됨으로써 최초의 남성이 되는 것이며 여자는 그 가입 자격을 위한 조건, 또는 그 멤버십에 사후적으로 딸려 오는 선물 같은 것이다.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것은 '여자를 한 명 소유'. 즉 문자 그대로 '자기 것을 하나 가지는' 상태를 가리친다. 다른 모든 요인에 결함이 있다 하더라도 최후의 요인, 자기 소유의 여자가 한 명이라도 있는 경우 남자는 남성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만족시키게 된다. 반대로 학력, 직업, 수입, 등 다른 모든 사회적 요인에 있어 우월한 남자라 할지라도 '여자 하나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남자는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남성 집단은 이러한 남자를 결코 진정한 남성, 즉 집단의  정식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암컷 '루저'에 비해 수컷 '루저'들이 '패배'를 인정하기 더 힘들어 하고, 처녀인 것보다 동정인 것을 커밍아웃하기가 더 힘든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 p75, 제4장 비인기남과 여성혐오


동아시아 유교권 삼국인 일본, 한국, 중국 가운데 일본만이 남아선오 측면에서 예외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 나라 모두에서 저출산화가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만약 일생 동안 오직 한 명의 아이만 낳을 수 있다면 어들과 딸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라는 질문을 여러 해 동안 조사한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에서는 아직까지도 압도적으로 아들을 선호하는 비율이 높지만 일본에서는 80년대 초반을 기준으로 딸의 선호도가 아들을 앞질렀다. 그러나 이 결과만을 보고 일본이 남녀평등도가 높은 나라라고 결론내리는 것은 성급하다. 육아에 대한 불안 증대와 남자 아이에게 들어가는 교육비 부담, 그리고 고령화 사회에 대한 불안과 나이 들었을 때 자신을 돌보아 줄 사람으로서 (며느리보다) 딸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점, 생산제로서의 아이에서 소비재로서의 아이로 변화한 점 등, '아들보다 딸을 키우기가 더 편한' 시대적 흐름이 반영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이가 더 이상 육아 투자의 회수를 기대할 수 없는 '소비재'가 되어 '딸을 키우는 것이 더 즐겁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늘었다면 이것은 육아에 대한 부담이 얼마나 큰 것인지 반증하는 것이 될 테다. 반대로 아이가 생산재(미래에 회수할 것을 기대하여 현재 투자를 행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얻는 수단)인 사회에서는 아직까지도 주저 없는 남아선호가 횡행하고 있다. 그리고 황실에서 남아는 분명한 생산재이다. 

-p111, 제6장 황실과 여성혐오 


...(중략)...가정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 치정에 의한 살인 모두 남성의 궁극적 여성 지배 욕구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걸 생각하면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여자가 살해당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대는 면식 없는 타인이이 아니라 남편 또는 애인이다. 미국에는 '배우자란 나를 죽일 확률이 가장 높은 타인'이라는 웃지 못할 농담까지 있을 정도다. 가정 폭력에 의한 살인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경우는 재결합을 요구하는 남자에게서 아내나 애인이 도망치려 할 때 발생한다. 재결합을 요구했을 때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남자는 말 그대로 '피가 거꾸로'솟는다. 그리고 그녀를 다른 누구에게도 넘겨주지 않기 위해, 죽인다. 살인은 긍국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여자의 질투는 남자를 빼앗은 다른 여자에게로 향하지만 남자의 질투는 자신을 배신한 여자에게로 향한다. 그것은 소유권의 침해, 한 명의 여자가 자신에게 소속됨으로써 유지되던 자신의 자아가 붕괴될지 모른다는 위험을 뜻하기 때문이다. 여자에게 있어 질투란 다른 여자를 라이벌로 하는 남자를 둘러싼 경쟁의 게임이지만, 남자에게는 자신의 프라이드와 아이덴티티를 건 게임이 된다.

그러니 폭력으로 여자를 소유하려고 하는 것은 가장 낮은 수준의 방책이다.

남자가 가지는 자원 가운데 가장 원시적인 것부터 차례로 늘어놓으면 폭력, 권력, 재력 순이 될 것이다. ...(중략)...

- p124, 제7장 춘화와 여성 혐오

-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치즈코,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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