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Piece>3

리뷰/이미지와 텍스트 2010. 4. 23. 09:01 by d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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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ce>3, 아시하라 히나코

자포자기로 남과 자신을 모두 난폭하게 다루고 스스로 보려 하지 않아. 폐쇄적. 줄곧 이 사람이 무서웠다. 상처받을 것 같아서. 감당할 수도 없고 나와는 정반대의 사람이라 생각했다. 이해할 수도 없는 하지만 조금만 눈을 뜨고 시야를 넓혀 흐릿한 필터를 걷어내자 지금 나루미가 어린 남자아이로 보인다. 닫힌 상자 구석에서 조그맣게 몸을 말고 있는 아이. 아아, 그렇구나 이 사람은 '나'와 닮았구나. 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즐곧 겁먹고 있었던 거야. 나를 나루미를 "다정하게 대해주는 거야." 줄곧 이렇게 해주고 싶었다. "있지. 그거 알아? 세상은 의외로 아룸다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거. 매일 반짝이는 세상 속에서 화를 내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감동하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 꼭 거짓말 같지?" 닫혀 있는 세상을 공유하는 것보다 열린 일곱 빛깔의 세상을 공유하고 싶어. 나루미와-. "또 올게."

보면서 굉장히 안도했던 3권이었습니다. 미즈호가 본인을 돌봐주려고 하고 있었어요. 어떤 일에 실망하고 좌절하더라도 자기방어기제로 자신을 보호하고 격려하고 다시 일어나서 삶을 영유하는 것이 지극히 보통이라고 들었었어요. 보통은... 뭐가 보통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우울해 하지도 않고 절망적으로 느끼지도 않는다고. 자존감이나 자기방어기제가 기묘하게 형성된 것은 어린시절의 부모(강조하고 싶군요. 그것도 매우)로 받는 공격이나 상처들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형성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그 방식은 조금더 나이를 먹은 자신에게 알맞지 않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일이라고 생각해요. 입던 옷이 적어졌다면 다른옷을 입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이지만, 정신적인 부분에서 그것들을 느끼고 바뀌려고 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화는 어쩌면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즈호가 좌절하고 또 상처 받아도 원래 있던 그 공간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다시 용기를 내서 세상으로 나와주기를 희망합니다. 그나저나 나루미는 역시 그녀와 관련되어 있더군요. 3권 후반에서 보여지는 태도를 보니 애인은 아니었던것 같지만요. 

모 연애 관련 책에서는 과거가 불행한 사람을 자신이 그 과거의 나락에서 구해줄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고, 그건 자신의 과거의 불행과 맞물려서 그 패턴을 이어가기 위하는 그 패턴의 연속성이라고 말했던 그 문장이 기억이 납니다. 또 다른 책에서는 스스로가 계속 불행해 지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불행으로 몰아간다는 말도 생각이 났습니다. 그걸 '불행중독'이라고 하더군요. 스스로가 노력해도 앞으로 나아가길 힘들뿐더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도 정말 지루한 싸움을 해야하는데 그건 정말 견디기 힘들다고. 그러니 그런 상대방을 알아보고 선택해서 연애를 이어가는 것은 스스로를 학대하는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극복하지 못하는 그 과거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스스로 극복할때까지 혼자서 살아라는 말인가? 뭐 극단적으로는 그렇게까지 들리더군요. 뭐 냉정히 말하면 틀린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요. 
그러다가 토니 험프리 아저씨의 책 <부부의 사생활>에서 아저씨가 말하는 말들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비슷한 혹은 반대의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그 상처를 다시 한번 만나서 극복하기 위함이라고 그러니 결코 포기하지 말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자신의 상처를, 그리고 상대방의 상처에 도달해서 서로 도닥일 수 있다고요. 당신의 그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는 말을 해주셨어요. 
정말 귀신같이 서로가 알아보니까요. 그게 친구던 이성이던 간에 말이죠. (희죽) 저는 저 패턴에 대해서 항상 의문점을 가지고 있었어요. 왜 자신이 그런 상대방에 끌리는지요. 미즈호의 독백이 대답해주고 있었습니다. "아아, 그렇구나 이 사람은 '나'와 닮았구나. 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즐곧 겁먹고 있었던 거야. 나를 나루미를 줄곧 이렇게 해주고 싶었다." 그녀는 저런 생각을 하면서 나루미를 상처받고 상자에 들어가서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는 그 아이를 살포시 안아주었습니다. 따뜻한 체온을 가지고 애정을 가지고... 
인간이 인간을 구원한다는 건 교만일지도 모르지만,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상대방의 지속적인 지지와 애정 그리고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노력이 함께 굴러간다면요. 앞으로 나아가서 성인이 된 자신이 상처받은 어린아이인 자신을 돌봐주고 부모가 자신에게 어떤 행동을 해서 자신이 그 상자에 들어가서 고통받고 살아왔는지 분명히 알아야합니다. 그걸 알지 않으면, 자신도 그 패턴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할테니까요. 우리들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 고질적인 패턴을 대를 끊어버려야 합니다. 자신을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내일을 위해서 이기도 하니까요. 살아가는 자들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건 어떠한 형태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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