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Fonagy는 다수의 불운한 사례들을 확인했는데, 이 모든 사례들의 공통된 주제는 아이가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정서를 부모가 담아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집착형 부모는 아이의 고통을 공감적으로 반영해 줄 수는 있지만 그것을 다뤄 주지는 못한다. 무시형 부모는 공감을 전달할 수는 없지만, 대처 능력과 안정성을 전할 수는 있다. 또한 부모의 정신적 상태에 대한 아이의 의도적인 입장에 공감적으로 반응하는 부모의 능력이 부모 자신의 취약함 때문에 손상되는 경우도 있다. 부모의 이런 취약함의 종심에는 분리된 존재로서의 아이에 의해 유발된 불안뿐만 아니라 부모 자신의 정신화 능력의 결함에 있다. 예를 들어, 임신한 한 엄마는 아기들이 "자기를 꿰뚫어 볼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자신을 불편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녀는 아기들이 무엇을 볼까 봐 두려웠던 것일까? 그녀는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막무가내로 떼쓰기, 지너분함, 그리고 그들이 그녀에게 방해가 될 수 있는 모든것을 그녀가 경멸하면서 견디지 못한다는 것을 그들이 불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부모가 만성적으로 아이의 고통스러운 정서를 담아낼 수 없을 때 아이는 그 정서에 대한 부모의 전형적인 반응이 내면화된 방식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들어, 무시형 어머니가 유아의 고통에 대해서 무시하거나 억제하는 방식으로 반응하면, 그 유아는 자신도 자신의 고통스러운 정서를 다루는 데 있어 회피적인 전력을 발달시킬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 유아는 그런 정서를 회피하거나 억제할 것이다. 사실상, 불안정 애착 부모의 아이들은 그들 부모의 방어를 '차용하고', 그래서 부모의 불안정은 종종 아이에게 유사한 불안정이라는 유산으로 남게 된다.


- <애착과 심리치료>, David J. Wallin, 김진숙, 이지연, 윤숙경, 04 Fonagy와 그 이후, 불안정 애착의 세대간 전이,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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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agy의 연구는 대부분 내적 세계와 외부 현실 간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지각을 반영하는 심리적 경험의 양식을 이해하도록 돕는 데 초점이 맞춰져 왔다. 다음은 세 가지 주관적 양식, 즉 심리적 등가성과 가장하기 및 정신화에 대한 Fonagy의 설명이다.


심리적 등가성 양식에서 내적 세계와 외부 현실은 그저 같은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에서는 신념과 사실을 구별하지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물리적인 세계에서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이런 마음 구조에서는 우리가 나쁜 대우를 받으면 우리 자신이 나쁜 사람이다라고 느끼기 쉽다. 그리고 자신이 나쁘다고 느끼기에 우리는 나쁜 대우를 받을 것을 '알고 있다.' 이런 폐쇄적인 체계에서는 심리적 주체로서 자기는 묻히기 쉽다. 경험을 해석하거나 창조하는 주체로서의 '나'는 없고, 일어나는 경험의 대상이 되는 객체로서의 '나'만 존재할 뿐이다. 

'가장하기'양식에서는 내적 세계와 외부 현실과 분리된다. 여기서 우리는 현실에 의해 구속되지 않는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실재로 느껴지고, 우리가 무시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중요하지 않게 여겨진다. 해리와 부정 그리고 극단적인 자기애적 과대성은 모두 이 '가정하기'의 예다. 이 양식에서는 심리적 등가성 양식처럼 경험을 해석하거나 창조하는 주체로서의 자기는 억눌려 있다. 왜냐하면 현실을 고려하는 행위는 상상했던 것을 위협하고 또한 무시했던 것을 보게 할 여지를 두기 때문이다. 

정신화(혹은 성찰적) 양식에서 우리는 내적 세계가 외부 현실과 분리되어 있으면서 또한 연관되어 있음을 인식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의 생각과 느낌 환상이 우리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에 영향을 주고, 또 그것에 의해 영향을 받는 양식에 대해 성찰할 수 있다. 이 양식에서 우리의 주관적인 경험은 해석적인 깊이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따라서 -우리는 사건과 사건에 대한 우리의 반응 간 차이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내적인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정신화는 풍부하고 복잡하며 모호한 자기와 타인의 세계-또한 우리의 실제 현실이 변함에 따라 우리가 외부현실에 때한 우리의 정신적 표상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세계-를 보여 준다. 

Fonagy에 의하면 이 양식들은 발달과정에서 순차적으로 드러난다. 처음에 유아와 어린 아동은 주관적 경험이 어쩔 수 없이 그리고 무섭게도 실재로 느껴지는 심리적 등가성의 세계에서 살 수 밖에 없다. 그런 다음 아이들은 주관적 경험이 현실과 분리되는 가장하기의 양식을 통해 일종의 자유를 찾는다. 그들은 놀이를 하면서 현실적 제약이 그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면서 4세쯤부터 이 두양식의 통합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제 내적 세계는 외부 세계와 동등한 것으로 여겨지지동 낳고 그렇다고 완전히 단절되지도 않는다. 성찰적 양식의 출현과 함께 내적 형실과 외부 현실 간의 관계를 암묵적으로 그리고 명시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진다.

심리치료에서 우리가 만나는 환자들은 심리적 등가성 그리고/또는 가장하기 양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리적 등가성 양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에 환자는 사실과 같은 것이기에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압박감을 주는 생각과 느낌때문에 고통 받는다. 가장하기 양식에서는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에 환자는 소망이 담긴 생각으로 현실에서 높이 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으로부터 그리고 그들에게 중요한 사람들로부터 격리된다. 연구자뿐만 아니라 심리차료자와 부모에게 중요한 질문은 '심리적 등가성과 가장하기 경험 양식에서 정신화 양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촉진하는 것은 무엇인가?'다. 이에 대한 Fonagy의 답은 Bowlby와 Ainsworth 및 Main의 결론에 대한 상세한 설명으로서, 애착의 상호주관적 관계라는 것이다. 이런 관계는 먼저 정서 조절을 충분히 할 수 있게 해 주고, 그런 다음 중요한 점으로, 성찰할 수 있는 타인과 함께 어느 정도의 놀이를 할 수 있게 해준다. 


- <애착과 심리치료>, David J. Wallin, 김진숙, 이지연, 윤숙경, 04 Fonagy와 그 이후, 경험의 양식, p7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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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wlby(1980)는 내적 작동 모델의 '자기 영속적인 속성'에 대해 언급했다. Main은 연구 결과에 대한 성찰을 통해 이 모델들-특히 불안정한 모델-의 지속성은 처음에 생겨날 당시 그것들이 유아의 생존에 필수적이었던 맥락에 기인한다고 보았는데, (1) 한 사람이 생존할 수 있도록 해 준 규칙들은 쉽게 버려지지 않고, (2) 내적 작동에 의해 요구되는 규칙들은 그 모델을 보존하기 위해 실제로 오랫동안 기능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규칙들은 개인이 무엇을 알아차리고 느끼며 기억하고 행동하도록 스스로에게 허용할지를 결정하고, 아주 엄격하게 지켜진다. 그 이유는 이를 위반할 경우 그 개인이 감정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 준 마음 상태와 존재 방식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안정된, 회피적인, 양가적인 혹은 혼란스러운 유아들의 내면에서 처음 생성되었던 특정한 애착 모델은 더 나아가 이에 상응하는 지각과 정서적인 경험 및 행동- 궁극적으로 양육 행동을 포함하여- 패턴에 의해 적극적으로 존속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 <애착과 심리치료>, David J. Wallin, 김진숙, 이지연, 윤숙경, 03 Mary Main: 정신적 표상과 메타인지 및 성인 애착 면접, '형판'이 아닌 '규칙'으로서의 작동 모델, p6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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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전 생에 걸쳐 자신이 가장 애착되어 있는 대상의 신체적, 감정적인 행방, 즉 가용성과 반응성을 점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애착의 정해진 목표로서 근접성에 안전의 느낌이 추가된 이상, 애착은 우리가 성장하면서 탈피하는 유치한 의존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인간의 욕구로 간주되어야 한다. Bowlby(1980)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친밀한 애착은 한 인간의 삶이 그것을 구심점으로 해서 움직이는 것으로, 이는 걷기 이전의 유아나 걸음마를 뗀 유아일 때뿐만 아니라 사춘기와 성년기를 거쳐 노년기까지 지속된다(p 442)" 


- <애착과 심리치료>, David J. Wallin, 김진숙, 이지연, 윤숙경, 02 애착이론의 기초, John Bowlby: 근접과 보호 및 분리,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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