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여자가 무언가 남자를 힐책하는 말을 하면, 특히 그것이 기득권의 핵심에 놓인 남자에 대한 말이라면, 사람들은 그 발언의 진실성을 의심할 뿐 아니라 그녀에게 그렇게 말할 능력이 있는가, 심지어 권리가 있는가 의심하는 반응을 보인다. 이런 일은 전혀 드물지 않게 벌어진다. 그동안 세대를 막론하고 모든 여자는 자신들이 망상적이고, 헷갈려하고, 타인을 조종하려 들고, 사악하고, 음모론적이고, 선천적으로 부정직하다는 비난을 들어왔다. 가끔은 그 모든 표현을 동시에. 

악질들 사이의 카산드라, p154



강간문화란 강간이 만연한 환경, 미디어와 대중문화가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규범화하고 용인하는 환경을 말한다. 강간문화는 여성 혐오 언어의 사용,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는 시선, 성폭력을 미화하는 태도를 통해서 지속되며, 그럼으로써 여성의 권리와 안전을 경시하는 사회를 낳는다. 강간문화는 모든 여성에게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성인 여성과 여자아이는 강간을 염려하여 자신의 행동을 제약한다. 대부분의 성인 여성과 여자아이는 강간을 두려워하면서 살아간다. 남자들은 일반적으로 그렇지 않다. 따라서 강간은 여성 인구 전체가 남성 인구 전체에게 종속된 위치에 머물도록 만드는 강력한 수단으로서 기능한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강간을 저지르지 않고 대부분의 여자들은 강간 피해자가 되지 않는데도 말이다. 

여자들은 다 겪는다, 21세기의 단어들, p191



'성적 권리의식'이라는 표현은 2012년에 보스턴 대학 하키팀의 성폭행과 관련해서 널이 쓰였는데, 그보다 더 앞서 쓰인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내가 이 용어를 처음 들은 것은 아시아의 강간 실태에 관한 조서 결과를 보도한 BBC뉴스에서였다. 조사에 따르면, 많은 경우 강간의 동기는 남자가 여자의 욕망과는 무관하게 자신이 그녀와 섹스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 마음이었다. 한마디로 남자의 권리가 여자의 권리에 앞선다는 생각, 혹은 여자에게는 권리가 없다는 생각이다. 이렇듯 여자가 남자에게 섹스를 빚지고 있다는 생각은 어디에나 퍼져 있다. 내가 어렸을 때처럼 요즘도 여자들은 우리의 어떤 행동이, 어떤 말이, 옷차림이, 우리의 모습 자체가, 우리가 여상이라는 사실 자체가 남자에게 욕망을 불러일으켰으므로 응당 그 욕구를 만족시켜주어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우리가 그들에게 빚을 졌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우리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남자들이 자신의 감정적,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에 분노로 반응하는 것은 너무나 흔한 현상이다. 다른 여자들이 자신에게 했거나 하지 않은 일을 갚아주기 위해서 엉뚱한 여자를 강간하거나 처벌해도 된다는 생각도 마찬가지다.

여자들은 다 겪는다, 21세기의 단어들, p193



-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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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와 이 지구에서는 여성에 대한 강간과 폭력이 엄청나게 많이 발생하지만, 그 사건들이 시민권 문제나 인권 문제로, 혹은 위기로, 혹은 하나의 패턴으로 다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폭력에는 인종도 계급도 종교도 국적도 없다. 그러나 젠더는 있다.

이 대목에서 한가지 사실을 밝혀두고자 한다. 그런 범쥐를 저지르는 사람이 사실상 거의 전부 남자이긴 해도, 그렇다고 해서 모든 남자가 폭력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게다가 남자들도 분명 폭력을 겪는다. 주로 다른 남자가 가하는 폭력을. 또한 모든 폭력적 죽음은, 모든 폭행은 다 끔찍하다. 여자들도 친밀한 파트너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고, 실제로 행사한다. 그러나 최근의 여러 조사에 따르면 여자의 폭력은 심각한 부상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드물고, 하물며 죽음으로 귀결되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다. 한편 남자가 파트너에게 살해될 때는 여자의 정당방어인 경우가 많은데, 수많은 여자들이 친밀한 상대의 폭력으로 병원이나 무덤까지 간다. 어쨌든 지금 이 글의 주제는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이 유행벙처럼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다. 친밀한 상대의 폭력과 낯선 사람의 폭력이 모두. 

가장 긴 전쟁, p37 



...이 대목에서 우리는 폭력은 무엇보다도 일단 권위주의적이라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폭력은 내게 상대를 통제할 권리가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살인은 그런 권위주의의 극단적 형태다. 살인자는 당신이 죽을지 살지 결정할 권리는 자신에게 있다고 살인을 통해서 단언하는 셈이다. 이것은 타인을 통제하는 긍국의 수단이다. 설령 당신이 고분고분하게 굴더라도 아무 소용없을지 모르는데, 통제의 욕망은 순종으로는 좀처럼 달래기 힘든 격렬한 분노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 행위의 이면에 모종의 두려움과 취약함이 깔려 있을지라도, 아무튼 그런 행위는 타인에게 괴로움을, 더 나아가 죽음을 부여할 자격이 자신에게 있다는 생각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 의식이 범인도 피해자도 비참하게 만든다.

가장 긴 전쟁, 당신은 죽일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가?, p45 



강간을 비롯한 폭력적인 행동들, 극단적으로는 살인에까지 이르며 폭력을 쓰겠다는 위협까지 포함하는 이 모든 행동은 일부 남자들이 일부 여자들을 통제하려는 시도로 펼치는 방어막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그런 폭력이 두려워 스스로를 제약하며, 그러다보면 자신도 익숙해져서 그런 상황을 거의 의식하지 못하게 된다. 우리도 그런 상황을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 예외가 있긴 하다. 지난여름, 누군가가 내게 편지를 보내 대학 수업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강사는 학생들에게 스스로를 강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어떤 조치들을 취하는지 말해보라고 했다. 젋은 여학생들은 자신이 늘 교모한 방식으로 경계하고, 세상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사전에 조심하며, 기본적으로 아주 자주 강간에 대해서 생각한다고 말했다(내게 글을 쓴 남자가 덧붙이기를, 남학생들은 그런 이야기를 듣고서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들의 세상을 가르는 간극이 일순간이나마 갑자기 가시화된 순간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보통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편이다. 인터넷에서 '강간을 피하는 열가지 요령'이라는 그래픽이 도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런 조언은 대개 젋은 여자들이 너무나 자주 접하는 뻔한 내용이지만, 이 그래픽에는 전복적인 반전이 있었다. 이를테면 이런 거 였다. "호루라기를 갖고 다니세요! 당신이 '실수로' 누군가를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면 주변 사람들에게 호루라기를 건네어 그들이 도움을 구하도록 할 수 있으니까요."(여느 강간 대처 요령을 비꼰 이 그래픽의 열가지 조언은 다음과 같다. 1. 여자의 음료에 약을 타지 말것. 2. 혼자 걷는 여자를 보면 가만히 내버려둘 것. 3. 차가 고장난 여자 운전자를 도울 때는 그녀를 강간하지 말 것. 4. 여자가 승강기에 탔을 때 강간하지 말 것. 5. 부서진 문이나 창문으로 여자의 집에 숨어들어 강간하지 말 것. 6. 여자를 공격하지 않고 못 배긴다면 늘 친구를 대동하고 다닐것. 7. 잠들었거나 의식을 잃은 사람과의 관계는 섹스가 아니라 강간임을 명심할것. 8. 호루라기를 갖고 다닐 것. 9. 정직이 최선임을 명심하며, 데이트하는 여자를 강간할 생각일 때는 그렇다고 솔직히 말할 것. 10. 강간하지 말것) 물론 우스갯소리지만, 이 말은 사실 끔찍한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여느 지침들은 그런 상황에 대해서 조언할 때 예방의 책임을 전적으로 잠재적 피해자에게만 지움으로서 폭력을 기정사실화한다는 점이다. 대학은 여학생들에게 공격자로부터 살아남는 방법을 알려주는 데 집중할 뿐 절반의 학생들에게 공격자가 되지 말라고 이르는 일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데, 여기에는 합당한 이유가 전혀 없다(나쁜 이유는 아주 많다). 

가장 긴 전쟁, 우리 세상을 가르는 간극, p51 



이 나라에서는 매년 87,000건이 넘는 강간이 벌어지지만, 모든 사건은 제각각 동떨어진 일화로만 묘사된다. 점들은 하도 바싹 붙어 있어서 하나의 얼룩으로 녹아들 지경이지만, 그 점들을 잇거나 그 얼룩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도 사람들은 그렇게 했다. 그들은 이 사건이 시민권 문제이고, 인권 문제이고, 모두의 문제이고, 고립된 일화가 아니며, 두번 다시 용인되어서는 안 될 문제라고 말했다. 상황은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당신의 일이고, 나의 일이고, 우리 모두의 일이다. 

가장 긴 전쟁, 조티 씽을 기억하며, p63

 


-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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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콰이어트>, 수전 케인, 알에이치코리아


전부터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지인분께서 빌려주셔서 읽게되었습니다. 굉장히 읽기 쉽고 재미있는 책이었어요. 금년에 비슷한 방향으로 조명한 책[각주:1]을 읽었던 지라 좀 겹치는 부분이 많을거라고 예상했는데요. 그런 방향은 아니었습니다.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의 경우에는 저자가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분이었고, 대학내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좀더 민감한 사람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연구한 내용을 담은 책으로 민감하다는 것은 단점으로만 환원되는 특징이 아니며 좋은 점도 매우 많다는 것에 대해서 다루고 있었던 책 이었어요. 

후자인 <콰이어트>의 경우에는 '내향성'라고 분류되는 사람들에 대해서 서술한 책으로 저자가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분이 아니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저자 개인이 연구한 부분에 대한 부분 보다는 내향적인 성향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다루며 좀더 실제 생활에서 벌어지는 사례를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의 특징을 조명하면서 많이 다루고 있었습니다.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라면 저자 개인이 자신의 '내향적' 성향을 '외향적' 성향으로 바꾸기(?) 위해서 해왔던 노력들과 내향성 사람들과 외향성 사람들의 차이와 내향성 아이들을 양육하는 부분에 대해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어요. 

저자는 처음에는 자신의 성향을 좀더 외향적으로 되기 위해서 했던 노력들의 일환으로 '외향성을 기르기 위한 워크샵'에 참가해서 경험한 내용을 정말 내향적인 사람의 시선으로 솔직하게 적어줬는데 그 온도의 차이라고 해야하나요? 그런 부분이 재미있었습니다. ^^;; 외향성의 포텐(?)이 터지는 강사 토니에 대한 묘사는 참... 뭐라고 해아할지. ㅜ_ㅜ 

가장 빠른 속도로 읽었던 부분은 본인의 성향을 받아들이고 그런 성향 안에서 외향성 사람들과 다른 방향으로 내향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업무에서 좀더 능력을 발휘하게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외향성 사람들의 성지(?)인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저자가 방문해서 느낀 점에 대한 묘사이었어요. 극단적인 예시로 여기 학생들은 화장실도 거의 팀으로 간다는 예가... ㅎㅎㅎㅎ 외향성을 기르기 위한 워크샵 강사로 유명한 토니의 강좌에 참여해서 느끼는 이질감과 더불어서 하버드 경영대학원 학생들을 인터뷰한 파트는 저에게 큰 웃음을 선사해주셨습니다. ^^;;; 

참고로 저의 웃음은 상대방의 성향에 대해서 조소하는 건 절대로 아니구요. 그냥 삶을 바라보는 태도나 에너지의 온도차으로 인한 촌극이 벌어지는 부분이 많구나 하는 부분과 그 차이가 너무나 큰 간극이라서 웃었던것 같아요. 누구에는 마냥 좋게 보이는 모습이 다른 방향인 사람이게는 굉장히 이질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을 저자가 정말 디테일하게 묘사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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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타이완, 오키나와를 가다 

<서승의 동아시아 평화기행>, 서승, 창비


읽으면서 참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제가 그분들을 어떤 시선으로만 소비-바라보고-하고 있었는지 알게되었거든요. 고통의 당사자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 분들도 보통의 평범한 사람이고 고문으로 인하여 많은 고통을 받았으며 그 고통이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은 유감스럽게도 다른 방향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거든요. 

제가 이분-서경식, 서승, 서준식- 형제들에게 최초로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도 그런 '영웅사관'을 소비하는 형태가 먼저 이었으니까요.

읽으면서 여러가지로, 타이완의 역사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된 부분이 많았습니다. 백색테러에 대한 부분. 그리고 사상범(?)을 대하는 그 나라의 태도도 굉장히 신기하다 못해 황당한 수준...이었습니다. 사상 전환은 불가능 하기 때문에 그냥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 장시간 가둬둔다는 느낌이었어요. 타이완의 역사에 대해서 선생님이 이야기하는 정보를 조금씩 알게되면서 아 그럴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랬어요. 

본성인이 외성인을 구분하기 위해서 일어로 말을 걸었다는 부분에서도 참 많이 먹먹했었고, 아직도 가족의 시신을 찾지 못해서 항의 하는 가족들이 많다는 이야기나...  우리와 현대사의 비극적인 부분이 많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고 ... 네. 뭐... 이번 대선도 그렇고 진정한 의미에서 탈식민은 가능한걸까 하는 생각을 참 많이하게 되었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1.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일레인 N. 아론, 웅진지식하우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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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한국에서 출소 정치범이나 고문 피해자에 대한 정신치료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독재정권이 그런 치료를 할 리 없지만 민주화 이후에도 그런 제안을 들는 적이 없다. 항일독립운동 이래 지배자에게 저항해 투옥된 자는 불굴의 정신을 지닌 옥중투사이자 영웅이지, 치료가 필요한 만신창이의 피폐한 환자일 리가 없다는 관념이 굳어진 듯하다. 본인 스스로도 그렇게 믿어버렸고 주변에서 송구스러워 '이상하다'는 말을 입에도 올릴 수 없다는 식이다. 영웅사관에서 벗어나 트라우마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으며, 더구나 혹독한 경험을 한 정치범들은 비정상적인 것이 정상이라는 인식을 공유해야만 우리는 앞서 많은 분들이 온몸을 바쳐 추구했던 평화와 평등의 지평선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서승의 동아시아 평화기행>, 서승, 창비, 동아시아 평화를 찾는 여행, 인권과 트라우마, p 201



서승 선생님의 책을 읽는건 이번이 두번째 책. 


국내에 번역된 책이 단 한권[각주:1]이었는데... 이제 2권으로 늘어난걸 기뻐해야... 겠지? -_-;;

음. 단 이 양반 책 읽고 싶은 책이 많던데. 서경식 선생의 책도 2권을 합권으로 내는 이 마당에 그런걸 기대하면 너무 큰 욕심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읽고 싶다. ㅠxㅠ 일어 배워야하나. 크흐.. OTL 내 일맹고수인생 3*년의 결심이 흔들리는 중. 근데 언제 배워서 ... 언제 읽어... 쉬운 말도 아닌데. OTL 

책 제목에서 주는 느낌도 그렇고 저자 서문에서도 이번에는 좀 가볍게 가자(?)는 뉘양스의 편집자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만들어진 책이라는 말을 듣고 동아시아의 탈식민의 현장에 대한 레포트 즈음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좀 가벼운 느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나 몰랐던 부분이 많아서 ... 얼마전에 재일조선인 4세인 신순옥 선생의 책을 읽으면서 그런 부분-재일조선인(주로 남자)이 힘든 삶을 보낸건 사실이지만, 재일조선인 여성의 삶은 더 비참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부분- 을 참 많이 느꼈는데 이번에도 참 많이 반성하고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히 인용한 저 부분. 두고두고 기억해야겠습니다.

그냥 뭐랄까 그분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철저하게 타자화하여 그분들이 걸어간 궤적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과 가치관의 필요에 따라서 재정의하고 소비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자신 조차 처음 이 형제들-서승, 서경식, 서준식 세분-에게 관심을 갖게된 이유도 그런 부분이 일부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읽으면서 참 죄송스럽고 부끄러워졌습니다. 

신화는 그걸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만들어지고 그걸 소비하는 사람들의 필요에 끊임없이 그 이미지가 재생산되고 다른 의미로 환원되어서 원래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점점 멀어져서 이윽고 그 간극은 어떤 노력으로도 메우기 힘든게 아닐까 하는 생각. 

전 그런것들이 어느정도 필요했었고, 견딜수 없는 그 고통속에서 걸어갔단 그분들은 반드시(?) 올곧을 것이라는 환상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그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받았습니다. 

타자화를 통하여 우리와 그들을 나누고, 그리고 그런 시각으로만 소비되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분노하고 그런 시각에 대해서 굉장히 괴로워하며 그런 태도는 서로에게 굉장히 유감스러우며 부끄러운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도 말이에요. 저 자신이 타자화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민감해서 상대가 그런 태도를 취하며 말을 한것이 아닌데도 알게되는 경우가 많아서 참 괴로웠던 기억이 많았는데요. 근데 제가 그러고 있었다는 사실이... 아;;  하아. 뭐라고 해야할지. 



처음 서승 선생님을 알게된건 근무하던 출판사 책장에 있던 서경식 선생님의 <서준식 옥중서한> 때문이었어요. 그때 함께 사무실을 쓰시던 출판사 사장님께서 절판된 그 책을 자랑하시며 눈을 반짝이면서 이야기 하시는 걸 보고... 당시 품절이라서 그 책은 구하지 못했지만, 모 출판사에서 나온 <서준식의 생각>을 읽고 참 좋았었고... 자연스럽게 동생분인 서경식 선생님에게도 그리고 형인 서승 선생님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요. 서경식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장 아메리와 프리모 레비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프리모 레비의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이 울고 가슴이 먹먹해졌던 그 기억.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개인적인-자신의 생각을 그 오랜 기간동안 관철할 수 있었던 이유와 그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에 대한 부분-이유이었지만, 그래도 이 세분을 알고 이분들의 책을 읽게된 행운을 누리게 된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 




  1. <서승의 옥중 19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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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와 싸운다>

리뷰/텍스트 2008. 9. 24. 14:55 by dung



<세계화와 싸운다>는 잡지 <에콜로지스트>의 부편집자인 폴 킹스노스는 이 책을 쓰기 위해서 8달 동안 다섯 대륙을 여행하고 집필한 책으로 그간 여러가지 고민했던 부분에 대해서 소통 할 수 있는 책이었다. 게다가 무엇보다 정말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이런류의 책은 재미없어서 졸린 경우도 많은데... 좀 다르지만, 세계를 돌아보고 실천하는 사람들을 취재한 책인 <대안기업가 50인(이던가?)>는 보다가 너무 졸려서 포기한 책이었기 때문에 이책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결과는 대 반전. 여러가지 대안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보고 여러가지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가능성이 느껴졌다. 특히나 "꿈꾸는 켈리포니아"파트에서 보여준 가능성. 책의 마지막 파트에서 1381년의 이야기와 정리. 결혼하면서 신랑님과 나와의 어린이가 살아갈 세계는 좀더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있었는데...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살자라는 마음이 들었다.

억사에 구멍 내기_ '사빠띠스타 봉기'에 대한 이야기. 멕시코의 치아빠스주 원주민 '얼굴 없는 사람들'의 그들의 저항 이야기. 서구인들이 말하는 신대륙의 여러 원주민들의 지금의 고통스러운 모습이고 우리는 이를 알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주장이 정당하다는 것에 저또한 지지합니다.
한편에는 신자유주의가 있습니다. 억압적 권력과 죽음의 기계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는 인간이 있습니다. 현편에는 거대한 권력거래소가 있고, 이곳에서 하나의 권력이 되어 팔리는 것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체념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항하는 남자들, 저항하는 여자들은 언제 어디에나 있습니다. 체념이라는 실로 잣소 냉소라는 회색 물을 들인 옷을 찢어버리는 사람들은 언제 어디에나 있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무슨 인종이든, 무슨 언어로 말하든, 남들에게 또 자기 자신에게 "야 바스따!, 즉 그만 해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최근 멕시코 남동부에세 다양한 세계가 공존하는 세계가 건설되었습니다. 이곳이 우리의 메아리가 되게 합시다. 우리의 왜소함의 메아리가 되게 하고, 우리의 지역성, 우리의 특수성의 메아리가 되게 합시다. 그리고 이곳이 우리의 우대함의 메아리가 되게 합시다. 타자의 존재를 인정하는 메아리, 타자를 제압하거나 타자의 입을 막지 않는 메아리가 되게 합시다. 자기 자리를 지키며 자기 목소리를 내는 메아리, 자기와 함께 타자의 목소리도 낼 줄 아는 메아리가 되게 합시다. 이곳이 전쟁을 일으킨 권력에 저항하는 목소리의 네트워크가 되게 합시다.
- 치아빠스 엔꾸엔뜨로가 끝날때 사빠띠스타의 선언문


야수의 뱃속_ 이탈리아 제노바의 정상히담에 반대하는 국제적 차원의 대규모 시위. 폭력적인 진압을 보고 내가 살고있는 나라가 생각나는건 나만의 착각일지...

아파르트헤이트 2탄_ 남아공의 충격적인 현실. 그들의 희망이었던 신정부는 어떻게 그 길로 걸어가게되었는지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민영화의 막장의 끝을 볼 수 있었다. 직장을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이고 그래서 세금을 낼 수 없다면 이들에게 전기와 수도를 끊는 것은 과연 정당한 것인가? 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되었다.

쇼핑중단파 교회_ 도비라 뒤에 있었던 조지 W 부시의 모친인 바바라 부시의 말의 인용인 "'나는 대통령에게 미국을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어떻게 해야하나?'라고 물어봤다. 대통령은 '엄마, 정말 미국을 돕고 싶으면, 사고 또 사고 또 사요'라고 했다."가 지금의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었다. 문화해방이 과연 가능한걸까?

남근덮개 혁명_ 인도네시아의 한 섬인 서파푸아 원주민들의 저항 이야기.
"서파푸아에서 기업에 저항하는 운동을 하려면, 기업이 어떻게 들어왔는지, 기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기업이 현지인들을 얼마나 무시하는지, 기업이 들여오는 '돈의 문화'가 무엇인지 알아야한다. 그러나 단지 아는 것과 내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 남근덥개 혁명, p251

시작의 끝_ 브라질에서 열린 제 2회 세계사회포럼(WSF)의 이야기.  데이비드 코튼의 <기업이 세계를 지배할 때>가 보고싶어졌다.
"활동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기업의 자원 착취는 - 빈자의 부를 부자에게 재분배하는 효과를 낳는다 - 사람들은 가난하고 힘없는 존재로 만드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다. 세계화주의자들은 현 체제 아래에서 빈곤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말도 안되는 소리다"- 시작의 끝, 313p
지금의 미국의 사태로 신자유주의가 퇴조하고 조금더 달라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대안은 잘 모르겠다. 알면 여기에 있을리가 만무하지만... 그래도 걱정되는건 사실이다. 내가 사는 세상이니까.

땅과 자유_ 전 국토의 90%를 5%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는 브라질의 현실앞에서 저항하는 농부들의 이야기. 브라질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사는 나라의 일이기도 했다. 공정무역과 유기농 농업이 대안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꿈꾸는 캘리포니아_ 지역경제가 망하는 것은 내가 사는 나라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똑같은 일이 미국에서도 벌어지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대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혁신적이라고 생각되는 대안도 있었고 정말 반영되면 좋겠다는 대안도 있었다. 과연 이것들이 반영될것인가에는 매우 부정적이었지만, 노예제도와 농민운동 이야기하며 언젠가는 달라질것이라는 그들의 생각을 보면서 나도 희망이 보였다.
"노예해방 운동가들은 뒤늦게 강력한 입장을 취하기로 했습니다. '노예제'를 인정하지 않기로 한 겁니다. 이렇듯 시민불복종 노선을 채택하고 법을 무시하고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했을 때 승리가 찾아왔고, 헌법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패러다임과 법을 변혁했고, 미국역사의 흐름을 바꾸었습니다." 제프의 야심이 너무 큰 것 아닌가 싶기도하다.
제프의 말을 들을수록 나의 의심도 곧어진다. "우리도 그때 같은 패러다임의 전환을 일으키고 싶습니다. 다른 지역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일을 하도록 설득하고 싶습니다. 대담해질 겁니다.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 할 겁니다. '이것이 옳은 일이다. 이 일을 해야한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강구해보자."
- 꿈꾸는 캘리포니아, p401-402


폭풍전야_ 1391년 봉건제를 타파하고자 일어난 농부들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저자의 정리 파트.

부록_ 앞에서 이야기한 여러가지 운동들에 대해서 좀더 자세하게 소개되어있는 웹사이트들이 소개되어 있음.

그나저나 읽으면서 막장 민영화이었던, 수도민영화로 인하여 국민들의 폭동사건은 책의 어느 부분에 있었는지 기억이 않난다.-_-;; 이렇게까지 막장이라니...라고 충격받았는데 말이다.

오늘 경제신문에 나온 '신자유주의' 용어 설명_
작은 정부와 큰 시장, 세계화와 민명화, 완화와 경쟁 촉진 등을 핵심 개념으로 하는 경제 이념. 정부의 시장 개입을 중시하는 케인스 이론이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을 계기로 후퇴하면서 그 대안으로 나온 경제학의 신주류다. 국가권력의 시장개입을 비판하고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중시하는 이론. 1980년대 이후 미국의 레이거노믹스, 영국의 대처리즘, 금융 자유화, 변동환율제, 자유무역의 확대 등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창비의 사회과학과 역사 관련서 메모메모! 책 날개를 보고...

굶주리는 세계 - 프랜씨스 무어 라페 외 지음
초국적기업, 세계를 삼키다 - 존 매들리 지음
미국 패권의 몰락 - 이매뉴얼 월러스틴 지음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 유재현 지음
이슬람 문명 - 정수일 지음
전지구적 변환 - 데이비드 헬드 지음

책 제목만 적어주지말고 간단한 책 소개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이슬람 문명이 궁금하지만, 사서 1/4읽다가 말은 오리엔탈리즘이 생각나버렸다.-_-;; 책욕심 정말 많은거 같다;; 하하하.
당분간은 얼마전에 산 서준식 선생의 <옥중수고>를 열심히 읽을 예정. 이번에 재판 나온거 알고 즉시 구매했는데... 아쉽게도 본문이 한글 편집이었다. 게다가 글씨가 너무 적어!!라고 불평했더니 남편씨가 책이 나온게 어디나고 따끔하게 한마디 해줬다. 그러게 책이 나온게 어디인가. 감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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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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