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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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창세묘천>, 이와하라 유지, 학산
고양이가 뒷표지를 장식하고 있었고 그리고 그 고양이가 표지에서는 의인화된 모습으로 있었다는 이유 하나로만 잡은 책이었습니다. 예상했던 느낌과는 좀 다르게 읽으면서 내내 '대칭형 사회'에 대한 추억 혹은 환상   그리고 반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야사카 유미는 교외에 있는 한적한 학교로 진학을 결심합니다. 그녀가 그 학교로 진학을 희망한 이유는 단 한가지의 이유. '고양이와 동거'가 가능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녀가 기르는 고양이는 이마에 흉터 자국이 있는 수컷 고양이 칸스케. 칸스케는 언제나 자신의 이마에 있는 흉터를 통해서 그때를 기억해 냅니다. 차에 치일 뻔한 그를 구해줬던 그녀에 대해서요. 
그녀는 그런 이유로 이 학교에 진학했지만, 그녀와 달리 다른 학생들은 다른 이유로 이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인기만점인 학생부 부원들이 그들의 입학의 이유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갑자기 급전개가 있습니다. 이상한 요괴가 독백을 하면서 등장하고 그 요괴는 '카엔님의 부활을 위해서'라로 말하고 나서는 사라져버립니다. 
유미의 고양이 칸스케는 학교에 있는 다른 고양이들을 보러 나서고 그리고 학교내의 보스 고양이(?)로 추정되는 무사시마루와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무사시마루와 칸스케는 한판 승부를 벌이지요. 그들이 한참 싸우고 있는데 갑자기 등장한 아까의 그 요괴씨. 요괴씨는 그 근처에서 학교의 창업자의 동상을 닦고 있었던 유미 일행을 발견하고 유미쪽으로 직행합니다. 요괴에게 습격을 당한 유미그리고 유미를 보호하기 위해서 달려간 칸스케. 위험을 감지하고 달려가는 의문의 학생부 임원들이 모여 그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과거와 현재가 마주하면서요.

지금 우리들이 살고 있는 사회는 과거와는 분명히 다른 사회. 과거에는 분명 자연과 인간이 대칭을 이루며 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때로는 자연이 인간을 압도하기도 하고, 물론 지금도 일정 그런 부분(자연 재해라던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의 대칭형 사회와는 분명히 다릅니다. 과거에는 자연에서 무언가를 받을때도 분명히 대칭으로 교환하던가 아니면 의식이라던가 여러가지를 통해서 자연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았습니다. 자연은 착취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하는 공간으로서 말이지요.
<학원창세묘천>은 그 학교내에서만 제한적으로 어떤 부분들이 대칭형 사회로 돌아가 있습니다. 주인공인 유미와 그리고 학생회 임원들은 그들이 키우는 고양이들과 '언령'을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고양이중에서 일부는 인간으로 변하기도 하며, 그들은 서로 함께 있을때 상대방의 신뢰를 기반으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그 힘을 발휘하는 대상이 인간인 경우도 그리고 고양이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대칭형 사회로 부분적으로 회귀 했기에 가능한 설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들이 있는 학교라는 공간이 제한적인 결계가 된 이유는 과거의 연장선에 있었습니다. 과거 인간과 자연이 대칭을 이루던, 혹자는 자연이 인간들의 위에서 여러가지 스프릿츠로 군림하던 그 시절에 존재하던 영수(스프리츠)를 인간들이 봉쇄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과거에 이 공간에서 영수는 자신들의 힘을 인간들에게 의도하지 않게 이양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대로 봉인되고 잊혀졌습니다. 
하지만 그 봉인은 영원할 수 는 없는 법. 세월이 흐르고 흘러서 그들은 인간으로 부터 다시 자신들의 힘을 되찾아오기를 희망하며 그 기회를 지속적으로 노립니다. 그들 영수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결성된 것이 학교와 학생회 임원들입니다. 
이 이야기는 인간들의 대표 학생회와 자연 혹은 스프리츠들의 대표 영수들과의 싸움이 메인으로 비추어 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구도는 선악의 대결구도가 아니라 종으로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을 선택하고 살아왔느냐에 대한 반성과 그리고 그렇게 해야지만 했었나에 대한 회고를 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싸우면서도 영수의 종과 계속 대화를 하려고 했던 하츠타키 코토리를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그녀는 바보일까요. 아니면 이상론자 일까요? 

흥미로웠던 부분은 영수중에서도 그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종으로서 번식을 성공한 종이라서 인간과 공존을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런 종족인 늑대족. 그리고 종으로서 멸종되어버린 다른 영수인 용과의 갈등 구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종으로서 영수(스프리츠, 혹자는 힘)을 조정하는 위치에 스고자하는 인간에 분노를 느끼며 그를 타파하려는 고양이의 영수인 카엔. 처음의 그의 목적은 그들의 힘을 봉인당하고 이땅에서 존재를 지워버렸던 인간의 종에 대한 분노가 큰걸로만 비추어졌습니다. 그의 처음 알려진 목표는 '인간들에 행하는 그들의 응징 혹은 복수'로 표면적으로 알려졌지만, 엔딩에서는 알려진 공포보다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형평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결론인지, 아니면 인간중에 간혹 개개인은 나무랄 것이 없는 존재도 있지만 대다수의 인간이라는 종은 답이 없는 종이라고 말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찌되었던 정복자 혹은 지배자로서 자연과 인간 모두의 위에서 군림하고자 하는 그의 야욕은 영수들의 수장인 키엔에 의해서 끝나버렸고, 그리고 영수들은 뿔뿔히 흩터집니다. 지켜야 한 종이 사라진 영수에게 자신들의 종이 남아있는 다른 영수는 그에게 혼자서 존재한다고 해서 그 의미가 없는걸까 하는 말을 던졌고, 그리고 키엔은 인간들에게 경고의 말을 남깁니다.

"자취를 감추고 기회를 엿볼 뿐이야. 해로운 자의 목을 베어버리기 위해. 이 땅의 힘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이제 곧 나는 너희 눈에도 보이지 않게 될 테지. ...잊지 마라. 보이지 않아도 우리는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생명을 갖고 살아가는 모든 것의 눈을 통해... 너희가 하는 일을 지켜볼 것이다. 잊지 마라."

그리고 그 대칭형 사회를 보분적으로 복원했던 그 장은 사라집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사회가 무너짐으로써 그들의 고양이의 말을 다시 못알아 듣게 됩니다. 유미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을 전하지 못했는데 다시 이렇게 되었다고 슬퍼하는 칸스케에게 유미는 말합니다. 알고 있다고. 

"언제나 함께 있어줘서 고마워. 칸스케"

그리고 평화(?)는 찾아오고 일상은 조금 다르지만 여전히 이어집니다. 그리고 유미는 바람이 부는 풍경을 바라보며 영수들은 보이지 않아도 분명 지켜보고 있을거라고 웃으면서 생각하고 끝납니다. 
읽으면서 내내 나카자와 교수의 책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세계관이라던가 그런 부분을 차용한 것들이요. 역시 이것도 그가 말하는 일본의 신화적 잔재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쩐지 그런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연이 지켜보고 있으니까'잘해라는 의미심장한 엔딩. 그래서 이와하라 유지씨의 다음 작품의 행보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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