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여류 시인 에이드리엔 리치가 말한 어머니에 대한 고정 관념, 즉 '모성 신화' 때문에 느끼는 고립된 기분을 나는 절절히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나는 실비아를 사무치게 사랑한다. 하지만 모성 신화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사랑에 기초하지 않는다. 모성 신화를 떠받치는 기둥은 어머니는 더 이상 자신만의 야심도 호기심도 욕구도 느낄 필요가 없다는 믿음이다.

- 도망칠 수는 있어도 숨을 수는 없다, p 88


가사 노동 때문에 비슷한 분노와 좌절감을 맛본 적이 있다면 팻 메이너디가 슨 <가사 노동의 정치학>을 읽어 보기 바란다. 펫 메이너디는 1970년에 내놓은 이 수필에서 "참여 민주주의는 가정에서 시작된다"라고 적었다. 책에는 메이너디 부부가 어떤 과정을 거쳐 집안일을 공평하게 나누어 하게 되었는지가 나온다. 두 사람은 맞벌이 부부였기에 가사 분담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의 남편도 처음에는 기분 좋게 가사 분담에 동의했지만 막상 해야 할 일들을 앞에 두고는 온갖 핑계를 대며 의무에서 빠져나가려 들었다. 팻 메이너디는 남편의 우스꽝스럽가까지 한 핑계들을 모아 정리해 두었다. 

"집안일을 나눠서 하는 것까지는 괜찮아. 그런데 난 아직 일에 서투르니까 어떻게 하면 되는지 당신이 먼저 보여 줘."
숨은 뜻: 앞으로 나는 일을 할 때마다 당신에게 방법을 물어볼 거고, 그럴 때마다 당신이 나에게 일하는 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주어야 할 거야. 왜내하면 나는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않으니까. 또 내가 일을 하고 있는 동안 앉자서 책이나 읽을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게 좋을 거야. 왜냐하면 당신이 직접 하는 게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당신을 약 올리며 괴롭힐 테니까."

"우리는 일의 성과에 대한 기준이 서로 달라. 그런데 어째서 내가 당신의 기준에 맞추어 일을 해야 해? 그건 불공평해."
숨은 뜻: 먼지와 쓰레기가 쌓여 괴로울 지경이 되면 나는 이렇게 말할 거야. "집이 돼지우리 같네." "이런 곳에서는 도저히 못 살겠어."그러고 나서 나는 당신의 반응을 기다릴 거야.

"집안일은 당연히 우리 둘이 공평하게 해야지, 그런데 내가 무조건 당신 스케줄에 맞출 수는 없잖아?"
숨은 뜻: 수동적 저항. 집안일을 하더라도 내가 하고 싶을 때만 할거야. 설거지는 일주일에 한 번, 빨래는 한 달에 한 번이면 족하다고 생각해. 바닥 청소는 1년에 한 번이면 되지 않을까? 이게 당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나에게 뭐라고 하지 말고 당신이 직접 해. 그러다 보면 나는 아에 손을 놓고 있어도 되겠지. 

- 페미니스트가 빨래하는 법, p 292


저널리스트 아리엘 레비는 <완고한 여성 우월주아자 벽창호들>이라는 책에서 외설적 문화를 사랑하는 여자들이 증가 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그 대척점에 있는 "여성스러운 여자들"보다 거칠고 현명하고 멋진, 이른바 "여성우월주의자들"은 남자들과 어울려 스트립 클럽에 가고 <플레이 보이>를 읽고 여자들을 대상화시키는 모든 통상적 의식에 참여한다. 그러나 남자들과 달리 이 '여성 우월주의자들'은 감정사의 역할과 피감정사의 역할을 동시에 해내야 한다. "여성 우월주의자들은 자신이 외설적인 비디오나 빅토리아 시크릿 카탈로그에 나오는 여성스러운 여자들과 다르다는 점을 남자들에게 어필하면서 그런 여자들에게 감탄하는 남자들을 인정해 주어 자신이 속 좁은 여자가 아님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또한 위트와 공격성 아래에 다른 여자들 못징낳은 섹시한 에너지와 속옷을 숨기고 있음을 은영중에 들어내야 한다. 이 모든 까다로운 과업을 완수할 때에만 외설에 대한 열정을 추구할 수 있다"레비는 이렇게 적었다. 

- 성의 정치학, p 318


길리건은 여자들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덕목, 즉 '자기 희생'이라는 악의적이고 집요한 믿음이 여자들을 '이기심의 망령'에 시달리게 만든다고 했다. 자신이 이기적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욕구를 완전히 매몰시키게 만든다는 것이다.

- 다른 목소리로, p 377


버틀러와 그녀의 일족들에게 '존재'란 없는 것이었다. 안정적 자아란 없었다. 우리의 정체성은 자발적 행동에 따라 표현에 참여할 때 항상 구조화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자발적 행동을 통해 주체성을 드러낼 수 있다. H교수의 말을 빌리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문밖을 걷고 있는 모든 순간 성별을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 젠더 트러블, p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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