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근황

만날만날 2009. 1. 26. 19:59 by dung
시아버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오늘 발인했어요. 많이 울기도 했고 여러가지로 많은 일들이 있어서 정말 많은 생각들을 했습니다. 중환자 보호실에서 2일을 보내면서, 아버님 장례를 치르면서, 그리고 종교 문제를 보면서도요.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신랑이랑 된님(도련님), 어머님이 잘 이겨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자신이 할 수 있었던 일은 중환자실에 함께 있고, 울고 있으면 손을 잡아준다던가 그런것들 이외에 할 수있는 일들이 별로 없었어요. 살면서 함께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어주는 존재(사람이던 아니면 다른 것이던)가 이 공간에 존재하지 않게 되는 그 상실은 저는 아직 경험하지 못해서 어떻게 해아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많이 아프셨던 아버님이 좋은 곳으로 가는 거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그 곳에는 먼저 가신 부모님도 계시고 친구분도 있으시고 아프지도 않고 마음도 편하고 누군가가 상처주는 일도 없고 상처 받는데도 언제나 한쪽이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그런 상황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저는 종교는 없지만, 죽어서 가는 곳은 좋은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죄인은 지옥을 가고 착한일을 많이 한 사람은 천국에 간다는 이분법적으로 느껴지는 세계관을 좋아하지 않아요. 죄를 지었다면, 그건 순전히 자기 자신만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분법적인 사후관이 만약 사실이라면, 신이 공평하다면, 그럼 그런 부분들을 작용한 존재들도 함께 지옥으로 가야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몰랐다고 해서 넘어갈 문제는 아니죠. 몰라도 책임은 있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살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고, 각자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아온 거고 그런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곳에서 마음 편하게 고통 없이 불안한 마음도 없이 즐겁게 웃으면서 살 수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보내드릴 수 있을거 같아요. 그래서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거구요.
사는게 많은 노력을 하지 않으면 스스로가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이기도 혹은 방관자인 삶이 되어버리자나요. 시대의 흐름때문에 지금 현재 문제로 받아 드리는 것들을 보기 힘들었다면, 어느정도는 그 사람 나름대로 치열함은 인정해주는 것이 신이라는 존재였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사후에 구원(?)받아서 그간 살아오면서 피해자이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상처를 치료받고 가해자인 부분에 대해서는 자연적(?)으로 알게되어서 상대방의 괴로운 부분에 대해서 알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도 그런것들을 알게되는 것이 결코 현세계의 자기과잉적인 부분으로 반응하는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드리고 인정하게 되는...(먼소리인지... -_=;)

병원에서는 참으로 아픈 사람들이 많았어요. 의학이 아주 발달하게 되면 병원에 입원해서 투병하면서 스스로도 힘들고 간호하면서 함께 힘들어하는 일이 줄어들던가 아에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그런 상황에서 힘내면서 사는 사람들에게 금년에는 좋은 일들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의료보험이 좋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김선생님이 참 힘들게 이루(?)셨는데 이번 정권에서 그런 것들이 무너질까봐 걱정이에요. 뭐 여튼 저의 금년 목표는 참여적인 사람이 되는거입니다.

+
아버님 병에 대해서 물어봤을때 함께 걱정해주고 이것저것 알아봐주신 분들, 그리고 명절에 힘들게 와주신 분들, 못오셨지만 마음으로 힘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정말 많은 힘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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