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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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모트의 시간>, 토우메 케이
오랜만에 읽은 이 분의 작품이었습니다. 사실 예전에 <양의 노래>를 중간까지 읽다가 어두워서 포기했었거든요. 드라마인지 영화인지 양의 노래도 보고 싶었는데 찾아 보지도 않았구요. 한국에 이 분의 책이 소개된건 <무한의 주인>이 한참 인기 몰이중 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대학에서 같은 동아리의 선후배 사이로 사람들에게 소개되면서 번역본이 나오기 시작했었습니다. 초기 단편집에서 읽었던 설정과 비슷한 설정으로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외부와 단절된 학교에서 생활하는 네명의 아이가 등장합니다. 그들은 평화로운 학교생활을 하고 있었고, 그리고 각자가 몸이 조금씩 불편한 아이었습니다. 그러던중 한 아이가 전학을 오게됩니다. 네명의 아이중 한 아이가 그녀를 예전에 봤던걸 기억해냅니다. 그는 전학온 그녀에게 접근하였는데 그녀에게 뜻밖의 충격적인 여러가지 사실을 접하게 됩니다. 이게 진실이라면 부정하고 싶을 정도의 진실이었습니다. 그들이 다니는 학교는 모 제약회사의 생체실험 대상들이 있는 학교이며, 그들은 모두 기억을 조정당하고 있다는 것 등등 이었습니다. 그는 얼떨결에 그녀의 탈출을 돕게되었고, 그녀는 탈출했지만, 다시 잡혀서 기억을 봉인당하고 다시 학교로 들어옵니다. 그녀가 등장했다가 사라졌다가 다시 등장했는데도 별 반응이 없는 학교 아이들을 보고 그들은 그 학교의 아이들의 괴리를 느끼고 어디서부터 진실인지 모여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모르모트의 시간>의 결론은 그 학교는 결국 사라지게 되고 그곳에 있는 모든 아이들은 안전하지 않은(?) 밖의 생활을 하게됩니다. 생체실험에 대한 인식과 생체실험을 당하는 대상에 대해서 뭐 지금의 이 나라와 별반 다르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돈이 없어서 생체실험(이런 단어를 사용하면 화내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건 분명히 생체실험이에요)을 하는 학생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돈으로 생체실험을 할 사람들을 사는 행위. 책에서 태어나기를 원하지 않은 아이들의 호적을 그 부모로부터 사서 생체실험을 하는 행위와 뭐가 다른건지... 뭐 그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는 해체되었지만, 과거에 대한 반성도 약했고 그들이 느끼는 사회에 대한 받은 느낌도 인정하기 싫었지만, 현실의 일부였습니다. <양의 노래>때도 느꼈지만, 언제나 보고 싶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 느끼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래도 좋아요. 그림이 좋은건지, 이 분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가 좋은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좋아하는 선생님입니다. 세월이 흘러 저도 20대에서 30대가 되었으니 그의 작품들을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이제는 어떻게 보이는지 궁금합니다.

'가치'라는건 그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이 판단하는거라고 생각해요.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들 중에서 사회를 구성을 조정하는 사람들 이겠지요. '실험의 대상'으로 판단하는 것들도 결국 그들이고, 그리고 어느정도의 보통 사람(혹은 일반인)이 암묵적으로 묵인하에 그런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판단을 내리던간에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가 내리는 것이죠. 동물에 대한 생체실험도, 인간에 대한 생체실험도... 그 동물의 종류를 선택하는 것도 우리 인간, 그리고 생체실험에 필요한 인간을 돈으로 사는 것도 우리 인간.
그래서 어떤 동물의 경우에는 인간의 친구기 때문에 먹는 것은 금지되었고, 인간으로 하지 못할 행동이라고 말하는 것도 인간. 애초에 우리들에게 그런 권리가 있는지 의문이지만, 우리들은 그렇게 해오고 있고 그게 당연한 권리가 되어버렸으니까요. 어디서부터 어긋나버렸는지 모르겠지만, 어긋남을 계속 어긋나게 이어지기 위해서 저도 열심히 협조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문득 세토나의 단편이 생각났어요. 시대는 모르겠지만, 소도 인간과 같은 형상을 띄게 되었고 다만 그 차이가 있다면 목에 종이 있느냐 없느냐 이었어요. 말도 할 수 있고, 자신의 생각도 있었고, 감정도 있었고... 인간과 같이 모든 것들을 가지고 있었어요. 다만 그들의 목에는 종이 달려있을뿐. 한 소년이 아버지에게 부탁해서 그와 같은 연배의 소를 친구로 지낼 수 있게 부탁해서 그 소와 소년은 친구로 지내게 됩니다. 주위에 있는 모든 소들이 도살당해서 그들의 밥상에 올라가도 그 소는 그 소년의 도움으로 살아있습니다.
어느날 그 마을(그 나라)에서 엄청난 전염병이 돌게되었고, 그 병은 소의 몸에 있는 장기를 먹어야 고칠 수 있게 됩니다. 소년은 친구 소를 먹기를 거부하고 친구 소를 살리기 위해서 먼곳으로 보내자고 가족들에게 부탁합니다. 소년의 가족들은 눈물을 머금고 그 소를 보냅니다. 소년은 그 병으로 죽어가는데도요. 마지막은 소년은 소의 내장 요리를 먹고 살아납니다. 그치만 그 내장에서 어릴적에 소가 적었던 일기장의 자물쇄의 열쇄를 발견합니다.
눈 앞에 있는 현실에 대해서 그 소년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고 싶었지만, 그 이야기는 그만 거기서 끝나고 말았습니다. 소년이 어떻게 행동했을지는 모두의 머리속에서 남아 있을 따름이죠. 그는 그냥 그렇게 그런것들을 반복하면서 사는 어른이 되었을지, 아니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지, 아니면 그걸 묻어두고 살다가 어느 시점에 폭발하여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존재가 되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견딜 수 없이 슬픈 이야기라는 것. 인간이란 존재는 그런 존재라는 것.
그 이야기를 전개의 클라이막스를 읽으면서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었어요. 그냥 그의 가족들이 그 소를 잡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의 부정의 깊이는 이런건가봅니다. 그냥 그렇게 그대로 해석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의 오늘 저녁의 반찬은 돼지고기. 돈을 주고 사서 먹습니다. 그래도 닭고기(고기라고 명명할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존재라고 인식하면 죄책감이 더 커져요. '고기'라고 명명해야지 그 죄책감이 덜해지거든요.) 보다는 마음의 부담이 적습니다. 모든 부위를 먹으면서 이 존재가 원래 어떤 존재였는지 상상하는건 매우 힘듭니다. 그래도 고기를 먹는 거죠. 고기. 고기.... 고기를 먹으면서 생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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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메 케이 다른 저작들_ <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 <환영 박람회>, <루노>, <양의 노래>, <우리들의 변박자>, <제로>, <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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