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오늘자 방영분-15화-는 보면서 내내 울었던거 같아요. 육체적인 학대받은건 도현이가 아니라 바로 리진이라는 사실은 많이 놀랐던 부분이었습니다. 아버지를 보고 퇴행 반응을 보였던건 세기인줄 알았는데 도현이 이더군요. 분노에 차서 11화 리뷰를 적던 시점에는 이렇게 겁에 질린 아이가 세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뭐 세기가 도현이고 도현이가 세기이긴 하지마요. 그의 퇴행 행동을 보면서 저는 당연히 도현이에게 실제적인 폭력이 있었다고 생각했거든요. 

지난주 방영분은 14화를 먼저 보고 13화를 나중에 봤거든요. 순서대로 드라마를 보면서 생각해봤다면, 기억의 해리가 온 도현이보다 기억이 아에 없는 리진이쪽이 외상이 더 커서 그 시기에 기억 자체를 억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난주 방영분을 보면서 했을지도 모르죠. 뭐 암튼 전 그래서 리진이에게만 육체적 학대가 있었다는 사실은 많이 놀라운 사실이었습니다. 

다시 돌아가서 '해리성 기억상실증'과 '해리성 주체장애' 중에서 어느쪽이 외상이 더 크다 작다고 판단하는건 무리가 있겠지만, 직접적인 학대를 당해서 기억이 상실된 아이와 직접적인 학대를 당한건 아니지만 학대하는 주체-아버지인 차준표-에게서 학대의 이유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차도현-의 잘못에 있다고 '세뇌'당한 아이중에서 어느쪽이 더 고통을 받았냐고 한다면 전 후자쪽인거 같아요. 
이런 류의 투사는 그 당사자에게 견딜수 없는 고통을 선사한다는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 나때문에 그런 고통을 당한다고 한다면, 그걸 어떻게 체현해야 할까요? 이건 어른도 받아들이 힘든 고통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아이-도현-는 마음이 조각조각 낳았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것 같아요. 한사람으로서 온전히 감당할 수 없었던 고통이이게 여러 사람이 되어서 서로 도와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학대에 대해서 어떠한 식으로든 합리화를 하는건 불가능 하지만, 차준표, 신화란, 서태임이 선택한 창의적인 방법(?)은 가히 대단해서 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 였습니다. 뭐라고 말해야할지. 고통은 같이 분담하는 건가요? 부모와 자식이라서... 아니 자기가 아이를 학대한 이유를 왜 자기 아이에게서 찾는걸까요? 너무 혁신적이라서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더군요. 
내 아이가 자기가 정한 가이드 라인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왜 자기 아이가 아닌 다른 아이가 맞아야하는 건지 그 이유를 찬찬히 들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이 사람은 어쩌면 이토록 자연스럽게(?) 자신의 학대 행위에 대해서 정당화와 합리화를 하면서 그 책임을 아이인 아들에게 넘기는 투사 스킬을 사용했는지 말이에요. 뭐 이런 스킬은 뭐 자신의 부모에게 배웠겠죠. 오늘 서태임 회장이 마지막에 누워있는 차준표에게 하는 말을 듣고 있자니 정말 신물이 올라오더군요. 처음부터 끝까지 민서연의 책임으로 돌리는 방식은... ^^ 아 이걸 그래서 당신의 아들이 모방해서 그렇게 잘 사용했군요. 껄껄껄
신화란의 합리화와 그 탐욕도 오늘자 방영분에서 노골적으로 들어나서 ... 와 인간이 어떻게 하면 저렇게 역겨울 수 있는지 덕분에 즐겁게 감상 할 수 있었습니다. 눈앞에서 자기 아들이 피눈물을 흘리는데 이 여자는 그런것들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더군요. 그냥 봉사라서 모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요. 그건 아닌거 같고, 이 사람의 가치는 자신의 신분적 상승-자신의 아들이 세습해서 정점에 서는 것-을 통해서만 극복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 같았습니다. 이 사람에게 중요한건 오직 그것 뿐이구요. 그러니까 아들의 고통에 찬 외침은 이사람에게는 그런 방식으로 도달하는 거 같아 보였습니다. 

자신이 제일 중요한 이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에 어쩜 이렇게 한결같이 둔감할 수 있는지... 그러면서 자신의 괴로움은 정말 중요하고 그렇기에 나아갈 길도 참 분명한거 같아 보였습니다. 자신의 삶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각자 자신의 목표를 이룩해야지만 자신에게 진정한 행복이 찾아온다고 믿는거 같았어요. 특히나 신화란의 경우에는 오늘자 방연분에서 그게 더 노골적으로 보였습니다. 서태임 회장의 경우에는 자신의 아들 차준표가 살아나서 자신의 자리를 이어나가는 것이 그런 것이겠구요. 


그렇다면 누워있는 차준표에게 중요했던 건 어떤 것이었을까... 아버지에게 승인받는게 이 아들에게는 지상 목표이었겠지만, 자신보다 배우자인 민서연이 아버지에게 더 중요한 대상이라는 사실에 치열하게 싸우다가 어떤 마음으로 떠났고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때는 어떤 마음이었을지 짐작해야봐야 하지만, 별로 그러고 싶지가 않네요. -_- 이사람이 얼마나 가여운 인생이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설명되는건 아니니까요. 그건 그냥 인간이 하지 말아야 하는 최악의 종류의 미친 행동이죠. 

오늘 방영분을 보니까 6년동안 잠적을 한것은 차준표와 민서연 두사람이 함께가 아니라 차준표 혼자 이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리고 민서연은 그가 없는 동안 승진가에서 리진이와 살아왔던거 같았구요. 차준표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리진이는 그럭저럭 잘 지냈을거 같아요. 당연하게 말이에요. 이때까지는 리진이가 그들의 친손녀라고 생각했을테니까요. 차준표의 등장으로 리진이의 일상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고, 리진이의 일상이 무너지는 동안 엄마인 민서연은 무얼 하고 있었던 걸까요? 분명 그녀가 그집에서 함께 사는 동안에도 학대는 이루어졌던거 같아 보이는데 말이에요. 
자신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아이를 빼달라고 부탁한다고 해서 자신의 아이를 빼 올수 있다면, 그 자신이 리진이와 함께 나오는 선택치는 아에 없었을까요? 어떤식의 협박을 받아야만, 정상적으로 발휘해야하는 판단력이 마비되는 걸까요? 그 집에 학대 당하는 자신의 아이를 두고 혼자 나간다는 어떠한 전후 사정으로 선택했을까요? 

그녀는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었던게 아닌가 싶어요. 자신이 없다면, 학대가 더 노골적으로 이루어질거라는 건 안봐도 비디오일텐데 말이에요. 그녀가 협박을 받고 있었던게 사실이라면 그녀를 협박한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남편인 차준표는 아닌거 같고. 선대회장인 차건호나 아니면 현회장인 서태임이 아닐까 싶은데...  아 더는 상상하고 싶지 않아요. 


드라마고 작가님은 이 세계의 창조자니까 이들에게 모두 지옥의 고통을 선물해줬으면 좋겠어요.
해리상태에서 벗어난 리진이가 그들을 용서한다던가 그런 짜증나는 엔딩 말구요. 이들에게 이 아이들이 받았던 것처럼, 그런 공포와 무기력함 좌절감 그리고 책임감, 죄책감을 남은생 내내 느끼도록 해줬으면 좋겠어요. 
서태임에게는 자신의 아들이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그 자신을 말리지 않은 엄마에게 자신의 행동의 책임을 투사해서 자신의 과거를 더이상 정당화 할 수 없도록 한다던가. 차준표와 경우에는 죽는 날까지 자신의 아이에게 인간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혐오감을 받으며 그런 혐오감을 심어준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반추하고 또 반추하여서 죄책감과 수치심의 지옥을. 그리고 신화란에게는 자신의 욕망하던 욕망을 더이상 욕망할 수 없는 현실을 선물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리진이가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리진이가 기억을 떠올릴까봐 불안해하는 리온이도 보고싶지 않구요. 그리고 기억을 떠올려서 괴로워하는 그들을 보고싶지 않아요. 과거를 반드시 직면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지금 생활하는데 크게 지장이 없다면, 굳이 과거로 내려가서 기억을 찾을 필요는 없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그녀는 용기있는 아이니까 거기로 돌아가서 정면으로 바라보고 고통스러울 지라도 있는 그대로 보고 그리고 그걸 끌어않고 살아갈거에요. 이 아가씨는 그런 아가씨니까요. 
그렇다고 해도 그런 고통을 이 아가씨에게 주고 싶지 않아요. 이 아가씨는 분명 아주 많이 슬퍼할거 같아요. 자신보다 도현이 때문에요. 자신의 고통도 고통이겠지만, 차준표가 자신의 행동의 합리화를 위해서 선택한 투사 행위가 도현이에게 어떤 지옥을 선물해줬는지 그녀에게는 보일테니까 말이에요. 여전히 그가 아버지의 아래서 지배받고 그가 투사한 것을 온몸으로 받아서 체현하고 있다는 게 보일테니까요. 그가-차준표- 도현이를 학대를 제공하는 주체, 공모자, 동조자, 방관자로 '세뇌'했다는걸요.  

어린 아이인 도현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정말 최대한의 최대한의 최대한의...(무한대로~)의 용기있는 행동을 했어요. 리진이를 지키기 위해서요. 자신도 그렇게 맞을 수 있는데도 말이에요. 그녀를 위해서 막아섰어요. 그리고 이 아이는 일상에서 아버지가 리진이를 때릴만한 행동을 안하려고 부던히도 애를 쓰며 살아왔겠죠. 
맞는데 이유가 있나요. 그냥 때리고 싶으니까 거기다가 이유를 붙이는거죠. 그냥 아이를 때리고 싶은거에요. 폭력을 쓰고 싶은거죠. 자기보다 약한 존재에게요. 자신이 너무 불행하고 짜증나고 화가나니까요. 만만한 대상에게 자신의 분노를 퍼붓는거죠. 게다가 그 대상은 자신에게 보복을 할 만한 힘이 없어요. 그러니까 편하게~ 아주 편하게 폭력을 사용하는거죠. 그리고 일말의-일말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찜찜함은 자신의 아들에게 던져주는거죠. 이 아이도 만만하니까요. 얼마나 편해요. 잘못한것도 없는데 책임을 뒤집어 쓰는 대상이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있어요. 그런 비합리적인 주장을 사실로 믿어버리다니! 폭력을 사용하고 투사하는 동안은 자신이 전능하다는 걸 맛보겠죠. 누군가를 마음대호 휘두를 수 있고, 그리고 그 대상은 너무나 무기력하고. 무기력한 대상에게서 자신을 봤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더 폭력을 휘둘렀을지도 모르구요. 그 자신에게 화가나는데 자신에게 화가나는지 모르니까. 쉽고 편하게~ 정말 쉽고 편하게요. 이렇게 적합한 대상이 어디 있겠어요. -_- 그냥 로또인거죠. 로또. 감정 해소의 로또. 
그런데 이 아이-도현-가 무슨 죄가 있어서 속죄하면서 살아야 하나요? 그들의 자식이라는 이유 때문에? 도현이는 공모자도 방조자도 원인제공자도 아니에요. 그런데도 그-차준표-가 만든 프레임안에서 생각하고 자신을 비난하고 있으니까요. 그런 그를 보면서 누구보다 안타까워하고 속상하고 괴로워하고 슬퍼하는건 리진이 일거라고 생각해요. 그가 자책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른 무엇보다 그녀에게 더 괴로울거 같아요. 


왜 부모세대와 그 윗세대가 한 잘못을 이 아이가 고통 받아야 하는건가요? 아무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고 있지 않고 있어요. 아무도 말이에요. 이들의 행동에 할 수 있는 저항이란 저항은 다해왔던 도현이만 책임을 느끼고 고통받고 자신을 비난하고 괴로워하고 있는 이 아이러니...  도현이는 이 거지같은 부부의 로또가 맞네요. 인생 로또. 무슨 덕을 쌓아서 이런 애를 자신의 아이로 만났을까요? 이 어른들은 참 복도 많네요. 복도 많아요. 정말... 



+

생각해보니 도현이는 투사적 동일시를 하고 있는게 맞는듯. -_- 아버지의 수려한 유산이라고 해야할지. 일어나라고! 이 아저씨야! 일어나서 삶의 고통에 합류해야지! 누워있는데 의식은 있어서 옆에서 하는 말 다 듣는 설정이면 좋겠음. -_-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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