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오늘자 방영분-15화-는 보면서 내내 울었던거 같아요. 육체적인 학대받은건 도현이가 아니라 바로 리진이라는 사실은 많이 놀랐던 부분이었습니다. 아버지를 보고 퇴행 반응을 보였던건 세기인줄 알았는데 도현이 이더군요. 분노에 차서 11화 리뷰를 적던 시점에는 이렇게 겁에 질린 아이가 세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뭐 세기가 도현이고 도현이가 세기이긴 하지마요. 그의 퇴행 행동을 보면서 저는 당연히 도현이에게 실제적인 폭력이 있었다고 생각했거든요. 

지난주 방영분은 14화를 먼저 보고 13화를 나중에 봤거든요. 순서대로 드라마를 보면서 생각해봤다면, 기억의 해리가 온 도현이보다 기억이 아에 없는 리진이쪽이 외상이 더 커서 그 시기에 기억 자체를 억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난주 방영분을 보면서 했을지도 모르죠. 뭐 암튼 전 그래서 리진이에게만 육체적 학대가 있었다는 사실은 많이 놀라운 사실이었습니다. 

다시 돌아가서 '해리성 기억상실증'과 '해리성 주체장애' 중에서 어느쪽이 외상이 더 크다 작다고 판단하는건 무리가 있겠지만, 직접적인 학대를 당해서 기억이 상실된 아이와 직접적인 학대를 당한건 아니지만 학대하는 주체-아버지인 차준표-에게서 학대의 이유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차도현-의 잘못에 있다고 '세뇌'당한 아이중에서 어느쪽이 더 고통을 받았냐고 한다면 전 후자쪽인거 같아요. 
이런 류의 투사는 그 당사자에게 견딜수 없는 고통을 선사한다는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 나때문에 그런 고통을 당한다고 한다면, 그걸 어떻게 체현해야 할까요? 이건 어른도 받아들이 힘든 고통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아이-도현-는 마음이 조각조각 낳았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것 같아요. 한사람으로서 온전히 감당할 수 없었던 고통이이게 여러 사람이 되어서 서로 도와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학대에 대해서 어떠한 식으로든 합리화를 하는건 불가능 하지만, 차준표, 신화란, 서태임이 선택한 창의적인 방법(?)은 가히 대단해서 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 였습니다. 뭐라고 말해야할지. 고통은 같이 분담하는 건가요? 부모와 자식이라서... 아니 자기가 아이를 학대한 이유를 왜 자기 아이에게서 찾는걸까요? 너무 혁신적이라서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더군요. 
내 아이가 자기가 정한 가이드 라인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왜 자기 아이가 아닌 다른 아이가 맞아야하는 건지 그 이유를 찬찬히 들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이 사람은 어쩌면 이토록 자연스럽게(?) 자신의 학대 행위에 대해서 정당화와 합리화를 하면서 그 책임을 아이인 아들에게 넘기는 투사 스킬을 사용했는지 말이에요. 뭐 이런 스킬은 뭐 자신의 부모에게 배웠겠죠. 오늘 서태임 회장이 마지막에 누워있는 차준표에게 하는 말을 듣고 있자니 정말 신물이 올라오더군요. 처음부터 끝까지 민서연의 책임으로 돌리는 방식은... ^^ 아 이걸 그래서 당신의 아들이 모방해서 그렇게 잘 사용했군요. 껄껄껄
신화란의 합리화와 그 탐욕도 오늘자 방영분에서 노골적으로 들어나서 ... 와 인간이 어떻게 하면 저렇게 역겨울 수 있는지 덕분에 즐겁게 감상 할 수 있었습니다. 눈앞에서 자기 아들이 피눈물을 흘리는데 이 여자는 그런것들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더군요. 그냥 봉사라서 모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요. 그건 아닌거 같고, 이 사람의 가치는 자신의 신분적 상승-자신의 아들이 세습해서 정점에 서는 것-을 통해서만 극복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 같았습니다. 이 사람에게 중요한건 오직 그것 뿐이구요. 그러니까 아들의 고통에 찬 외침은 이사람에게는 그런 방식으로 도달하는 거 같아 보였습니다. 

자신이 제일 중요한 이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에 어쩜 이렇게 한결같이 둔감할 수 있는지... 그러면서 자신의 괴로움은 정말 중요하고 그렇기에 나아갈 길도 참 분명한거 같아 보였습니다. 자신의 삶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각자 자신의 목표를 이룩해야지만 자신에게 진정한 행복이 찾아온다고 믿는거 같았어요. 특히나 신화란의 경우에는 오늘자 방연분에서 그게 더 노골적으로 보였습니다. 서태임 회장의 경우에는 자신의 아들 차준표가 살아나서 자신의 자리를 이어나가는 것이 그런 것이겠구요. 


그렇다면 누워있는 차준표에게 중요했던 건 어떤 것이었을까... 아버지에게 승인받는게 이 아들에게는 지상 목표이었겠지만, 자신보다 배우자인 민서연이 아버지에게 더 중요한 대상이라는 사실에 치열하게 싸우다가 어떤 마음으로 떠났고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때는 어떤 마음이었을지 짐작해야봐야 하지만, 별로 그러고 싶지가 않네요. -_- 이사람이 얼마나 가여운 인생이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설명되는건 아니니까요. 그건 그냥 인간이 하지 말아야 하는 최악의 종류의 미친 행동이죠. 

오늘 방영분을 보니까 6년동안 잠적을 한것은 차준표와 민서연 두사람이 함께가 아니라 차준표 혼자 이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리고 민서연은 그가 없는 동안 승진가에서 리진이와 살아왔던거 같았구요. 차준표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리진이는 그럭저럭 잘 지냈을거 같아요. 당연하게 말이에요. 이때까지는 리진이가 그들의 친손녀라고 생각했을테니까요. 차준표의 등장으로 리진이의 일상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고, 리진이의 일상이 무너지는 동안 엄마인 민서연은 무얼 하고 있었던 걸까요? 분명 그녀가 그집에서 함께 사는 동안에도 학대는 이루어졌던거 같아 보이는데 말이에요. 
자신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아이를 빼달라고 부탁한다고 해서 자신의 아이를 빼 올수 있다면, 그 자신이 리진이와 함께 나오는 선택치는 아에 없었을까요? 어떤식의 협박을 받아야만, 정상적으로 발휘해야하는 판단력이 마비되는 걸까요? 그 집에 학대 당하는 자신의 아이를 두고 혼자 나간다는 어떠한 전후 사정으로 선택했을까요? 

그녀는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었던게 아닌가 싶어요. 자신이 없다면, 학대가 더 노골적으로 이루어질거라는 건 안봐도 비디오일텐데 말이에요. 그녀가 협박을 받고 있었던게 사실이라면 그녀를 협박한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남편인 차준표는 아닌거 같고. 선대회장인 차건호나 아니면 현회장인 서태임이 아닐까 싶은데...  아 더는 상상하고 싶지 않아요. 


드라마고 작가님은 이 세계의 창조자니까 이들에게 모두 지옥의 고통을 선물해줬으면 좋겠어요.
해리상태에서 벗어난 리진이가 그들을 용서한다던가 그런 짜증나는 엔딩 말구요. 이들에게 이 아이들이 받았던 것처럼, 그런 공포와 무기력함 좌절감 그리고 책임감, 죄책감을 남은생 내내 느끼도록 해줬으면 좋겠어요. 
서태임에게는 자신의 아들이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그 자신을 말리지 않은 엄마에게 자신의 행동의 책임을 투사해서 자신의 과거를 더이상 정당화 할 수 없도록 한다던가. 차준표와 경우에는 죽는 날까지 자신의 아이에게 인간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혐오감을 받으며 그런 혐오감을 심어준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반추하고 또 반추하여서 죄책감과 수치심의 지옥을. 그리고 신화란에게는 자신의 욕망하던 욕망을 더이상 욕망할 수 없는 현실을 선물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리진이가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리진이가 기억을 떠올릴까봐 불안해하는 리온이도 보고싶지 않구요. 그리고 기억을 떠올려서 괴로워하는 그들을 보고싶지 않아요. 과거를 반드시 직면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지금 생활하는데 크게 지장이 없다면, 굳이 과거로 내려가서 기억을 찾을 필요는 없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그녀는 용기있는 아이니까 거기로 돌아가서 정면으로 바라보고 고통스러울 지라도 있는 그대로 보고 그리고 그걸 끌어않고 살아갈거에요. 이 아가씨는 그런 아가씨니까요. 
그렇다고 해도 그런 고통을 이 아가씨에게 주고 싶지 않아요. 이 아가씨는 분명 아주 많이 슬퍼할거 같아요. 자신보다 도현이 때문에요. 자신의 고통도 고통이겠지만, 차준표가 자신의 행동의 합리화를 위해서 선택한 투사 행위가 도현이에게 어떤 지옥을 선물해줬는지 그녀에게는 보일테니까 말이에요. 여전히 그가 아버지의 아래서 지배받고 그가 투사한 것을 온몸으로 받아서 체현하고 있다는 게 보일테니까요. 그가-차준표- 도현이를 학대를 제공하는 주체, 공모자, 동조자, 방관자로 '세뇌'했다는걸요.  

어린 아이인 도현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정말 최대한의 최대한의 최대한의...(무한대로~)의 용기있는 행동을 했어요. 리진이를 지키기 위해서요. 자신도 그렇게 맞을 수 있는데도 말이에요. 그녀를 위해서 막아섰어요. 그리고 이 아이는 일상에서 아버지가 리진이를 때릴만한 행동을 안하려고 부던히도 애를 쓰며 살아왔겠죠. 
맞는데 이유가 있나요. 그냥 때리고 싶으니까 거기다가 이유를 붙이는거죠. 그냥 아이를 때리고 싶은거에요. 폭력을 쓰고 싶은거죠. 자기보다 약한 존재에게요. 자신이 너무 불행하고 짜증나고 화가나니까요. 만만한 대상에게 자신의 분노를 퍼붓는거죠. 게다가 그 대상은 자신에게 보복을 할 만한 힘이 없어요. 그러니까 편하게~ 아주 편하게 폭력을 사용하는거죠. 그리고 일말의-일말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찜찜함은 자신의 아들에게 던져주는거죠. 이 아이도 만만하니까요. 얼마나 편해요. 잘못한것도 없는데 책임을 뒤집어 쓰는 대상이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있어요. 그런 비합리적인 주장을 사실로 믿어버리다니! 폭력을 사용하고 투사하는 동안은 자신이 전능하다는 걸 맛보겠죠. 누군가를 마음대호 휘두를 수 있고, 그리고 그 대상은 너무나 무기력하고. 무기력한 대상에게서 자신을 봤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더 폭력을 휘둘렀을지도 모르구요. 그 자신에게 화가나는데 자신에게 화가나는지 모르니까. 쉽고 편하게~ 정말 쉽고 편하게요. 이렇게 적합한 대상이 어디 있겠어요. -_- 그냥 로또인거죠. 로또. 감정 해소의 로또. 
그런데 이 아이-도현-가 무슨 죄가 있어서 속죄하면서 살아야 하나요? 그들의 자식이라는 이유 때문에? 도현이는 공모자도 방조자도 원인제공자도 아니에요. 그런데도 그-차준표-가 만든 프레임안에서 생각하고 자신을 비난하고 있으니까요. 그런 그를 보면서 누구보다 안타까워하고 속상하고 괴로워하고 슬퍼하는건 리진이 일거라고 생각해요. 그가 자책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른 무엇보다 그녀에게 더 괴로울거 같아요. 


왜 부모세대와 그 윗세대가 한 잘못을 이 아이가 고통 받아야 하는건가요? 아무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고 있지 않고 있어요. 아무도 말이에요. 이들의 행동에 할 수 있는 저항이란 저항은 다해왔던 도현이만 책임을 느끼고 고통받고 자신을 비난하고 괴로워하고 있는 이 아이러니...  도현이는 이 거지같은 부부의 로또가 맞네요. 인생 로또. 무슨 덕을 쌓아서 이런 애를 자신의 아이로 만났을까요? 이 어른들은 참 복도 많네요. 복도 많아요. 정말... 



+

생각해보니 도현이는 투사적 동일시를 하고 있는게 맞는듯. -_- 아버지의 수려한 유산이라고 해야할지. 일어나라고! 이 아저씨야! 일어나서 삶의 고통에 합류해야지! 누워있는데 의식은 있어서 옆에서 하는 말 다 듣는 설정이면 좋겠음. -_-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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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015.12.5. 목요일 방영분. 10회) 세기군이 했던 이야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피해자'와 '가해자'와 '방관자'가 이렇게 삼자가 존재해야지 '학대'가 성립된다고 했던가? 정확히 기억하는건 아니지만 대충 그런 말로 기억해요. 개인적으로는 '방관자'라는 말보다는 '공조자'나 '동조자'라는 말이 좀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그의 의견에 대부분은 공감하지만, 좀더 날을 세워서 표현하는 것도 세기군 캐릭터에 더 어울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가지 그가 출현한 드라마 중에서 기억해 챙겨서 본 그의 드라마는 <뉴하트>, <보스를 지켜라> 정도에요. 이 두 드라마 중에서 후자인 <보스를 지켜라>쪽은 끝까지 보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한 드라마로 극중에서 그가 연기한 캐릭터는 좋았지만-어떤 의미로는- 그 시기에 모 기업의 총수와 그의 아들이 시민에게 행사한 폭력 사건이 저절로 연상이 되었기 때문에 막연하게 편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는 아니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지금 찾아보니까 역시나 차회장이 보복 한다고 그렇게 행동했던건 비슷하네요. 다른점이 있다면 폭력의 강도의 차이 정도. 드라마 자체도 그 사건에서 영감(?)을 었었던게 아닐까 싶은데 그건 작가 본인만이 알고 가는 부분일테니까 뭐... 

<뉴하트>의 은성역은 정말 좋아하면서 봤었던거 같은데 모에를 부르기에는 뭔가가 좀 부족했었던거 같아요. 두 드라마를 토대로 결론을 내리면 저라는 사람은 이 친구의 발랄한 느낌과 어두운 면, 그리고개그적인 모습을 골고루 가지고 있는 모습이 보여질 때를 좋아하는거 같아요. 그러는 의미에서 다양한 그의 모습을 지켜 볼 수 있는 <킬미힐미>는 어쩌면 운명일지도? (뭐라고? ㅋㅋㅋㅋ)

덕분에 그이는 그냥 좀 호감이 있는 배우에서 현재를 기준으로 저의 안에서 최애 배우의 방을 차지했어요. 안녕~. 우빈씨. 우빈씨도 좋아하지만, 우빈씨가 좋아한 '최영도'가 더 좋았거든요. 미안요. ㅠㅠ 내 마음 나도 어쩔수가 없어요. 
각본도 좋고 배우분들 연기도 좋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너무 많아서 좋은 드라마 라고 말해봅니다. 안요섭, 페리박, 신세기, 요나...  아직 만나보지 못한 나나 모두 좋아요. 우열을 따지자면 세기군이 제일 좋고 그 다음으로 페리씨와 요나가 좋아요. 도현씨도 좋아하는 편이지만, 역시 내안에서는 세기군에게 밀리고, 페리박에게도 밀리네요. 아무래도 제가 좋아하는 걸 보니까 세기군은 정말 서브 남주가 맞나봐요. (당연하겠지만~) 전 늘 짝사랑하는 서브 남주를 좋아하는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있....-ㅁ- 으하하! 역시 리진이의 마음을 차지하지 못하겠군요. 흑흑 ㅠㅠ 

오리온과 오리진 남매도 좋고 이들 남매의 부모님 역인 분들도 좋아요. 박서준씨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인상 깊었는데 여기에서도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역인거 같아요. 하지만 이분도 역시 세기군과 같이 서브 남주 신세. ㅠㅠ 흑흑흑. 실장님도 좋아해요. 도현군과 쿵짝 거리는것 보다는 세기군과 삐그덕 거리는게 더 재미있더군요. 목요일날 방영 했던 내용중에서 리진이랑 실장님이랑 세기군을 의자체로 끌고 나왔는데 세기군이 의자와 함께 다시 회의실에 들어가는 장면은 ㅎㅎㅎㅎㅎ  아이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사실 저는 1화를 보며서는 우려 아닌 우려를 하면서 봤었어요. 뭐 보다보니 그게 기우라는 걸 알았지만요. 늘 이쪽 범주에 있는 사람이 나오는 드라마는 영화는 민감하게 느끼면서 보는 편이라서 1화의 받았던 지나치게 가벼운 개그톤으로 묘사된 부분이나 세기군으로 인격이 변화는 극적인 부분이 그런 느낌을 받게 했었던거 같아요. 그런 것들이 1화만 본 시점에서는 결코 편하게 하는 요소는 아니었거든요. 1화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이 드라마는 DID 환자의 고통을 개인을 묘사하기 위하여 소재로 알차게(?) 소비만 하다가 끝나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어요. 

2화를 봤을때는 1화랑은 느낌이 좀 달라졌지만요. 이 사람이 자기 취향에 대해서 아웃팅하는 느낌을 받았었어요. 그래서 엄청 웃었습니다. ^^;; 톤이 좀 개그톤(?)에 가까워서 작가가 자기가 좋아하는 인물에 다양한 인격을 넣어서 망상하는... "나는 이 얼굴이 이런 성격도 있었으면 좋겠고 저런 성격도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세상의 중심에서 외치는 느낌이랄까요? ㅎㅎㅎ 마치 팬티만 입고 길거리를 달리는 느낌? 그래서 정말 용감하다고 생각했었어요. 

이때까지 느껴졌던 가벼움은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내려가면서 무거움과 명랑함을 적절하게 조화되고 있어서 사라졌습니다. 지금까지 방영된(10화) 화를 기준으로 하면요. 마감에 쫓겨서 대본이 이상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일이 없다면 이대로 좋은 엔딩을 기대해도 좋을거 같아요. <괜찮아, 사랑이야>처럼요. 재열씨의 병을 그리는 모습이나 극중에서 재열씨의 병을 바라보는 시선이 참 좋았어요. 인간을 인간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그리고 그의 병에 대해서 설명하는 여러가지 것들이 참 좋았어요. 그래서 <킬미힐미>도 그런 느낌의 엔딩을 기대하고 있는데, 글쎄 어떨지 뭐 가봐야 알겠죠. ^^


드라마가 재미있는것과는 별개로 <괜찮아, 사랑이야>나 <킬미힐미> 그렇고 티비엔에서 방영하는 <하트 투 하트>도 그렇고 정신과 의사에게 시간을 정해두고-회기당 50분-상담받는게 일반적인 일은 아닌데도 상담을 하는건 정신과 의사의 주된 업무처럼 나와서 보는 입장에서는 불편했습니다. 상담심리협회에서는 뭘 하는건지... 저건 분명하게 잘못된 정보를 드라마에서 제공하고 있는건데 왜 가만히 있는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항의 서한이라도 써야하는거 아닌지. 서명운동도 할 수 있구요. 저에게 서명을 요구한다면 전 분명히 서명할거에요.  


사실 의사선생님과는 최근의 상태에 대한 이야기는 주로 약물 복용후 달라진 증상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주된 주제이지 그 사람의 정서적인 어려움을 장시간에 걸쳐서 이야기한다던가 그렇게 이야기함으로써 구조적인 부분을 재구조화 하는건 없거든요. 물론 상담을 해주시는 의사 선생님들도 계시지만, 그분들에게 상담을 받으려면 엄청나게 큰 금전적인 부담을 안고 상담을 받아야 하니까요. 제가 알기로는 정신분석의 선생님의 경우에는 50분에 15만원에서 20만원 선으로 알고 있어요. 주변에서 정신분석을 받았던 분을 한분을 아는데 6개월 정도에 일주일에 2회기 상담을 받았다고 들었어요. 뭐 금액은 15만원 정도로 들었고 그래서 통장 적금을 깨서 사용했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상담 비용도 적은 비용은 아니지만, 2배 이상 차이가 나는건 분명하니까요. 

저 자신이 처음 병원에 갔을때도 검사 받고 나서 임상심리사 선생님이 작성하신 보고서와 생리학적인 검사결과를 보면서 의사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내원 동기에 대해서 간략하게 이야기 하고 현재의 주된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약을 처방 받았어요. 주 1회 찾아가서 주로 했던 이야기는 이 약을 복용함으로 생기는 생리적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주제이었고 가끔(?)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누기도 하는데 전문적인 상담을 받는 것 처럼 정해진 시간안에 구조화되어서 이야기하는 건 아니었거든요. 물론 저의 뒤에 다른 대기하는 환자분이 적을때는 최대 30분까지도(체감상일지도 모르지만)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눈적도 있었던거 같아요. 뭐 그래도 가장 길게 대화를 나눴던 때는 초진을 했을때로 기억합니다. 

약을 먹어도 저의 경우에는 큰 변화가 없었고 오히려 작업능력이 떨어져서 사회생활을 하는데 어려가지 에러사항이 많아져서 힘들었었어요. 항우울제 이외에 다른 약들-수면제, 식욕촉진제-도 소용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늘 진료시간에 투약에 대해서 디테일하게 이야기를 나눴던거 같아요. 복용량에 대해서 상의하면서요. 의사 선생님과 약 이야기를 하면서 최근의 변화나 상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만 시간적인 제약이 있기 때문에 깊이 들어가는건 현실적으로 불가능 했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래도 선생님이 그때 해준 말들 중에서 큰 위로가 된 말들은 있었어요. 자기공개 해주셨을때가 그랬거든요. 레지던트 과정 내내 본인도 복용하셨다는 말은 저에게 참 위로가 되었어요. 

약을 먹어도 힘든건 매한가지가 아니라 더 힘들어지는거 같아서 큰 결심을 하고 병원내 부설기관으로 있는 상담센터에 신청을 했고 이 병원에서는 4회기를 한번에 신청하는 시스템이라서 4회기를 신청하고 매주 50분씩 상담을 받는걸 이어나갔었어요. 정말 자신이 와해되는 느낌이었는데 제가 만난 선생님은 절 잘 담아주셨고 그래서 그 시기를 잘 버틸 수 있었던거 같거든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드라마를 통해서 정신과적 질병과 그 치료법에 대해서 정보를 얻을텐데 좀더 정확하게 정보를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늘 드라마를 보면서 있어요. 처음 만나서 내원 동기를 힘들게 말했던 의사 선생님도 저에게 큰 힘이 되어주셨지만, 그래도 저에게 제일 큰 힘이 되어주신 분은 상담 선생님 이시거든요. 그래서 그분들 역활을 하는 사람도 드라마에 나왔으면 좋겠어요. 제가 상담 받은건 상담심리사 선생님이고 심리검사를 분석해주신 분은 임상심리사 선생님 이었으니까요. 병원에 가면 의사도 나오고 간호사도 나오는 것 처럼 이분들도 그 공간에서 함께 일하면서 협력하는 분들인데 아에 없는 존재로 묘사하는건 이해할 수 없어요.



+

다음  정주행 할 드라마는 로열패밀리나 비밀 중에서 고민중이에요. 보스쪽도 고민중이긴 한데... 역시 이쪽은 여러모로... (-_-)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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