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학대받은 모든 아이들이 해리를 통하여 현실을 변형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해리 능력을 가진 아이라고 할지라도 항상 여기에 의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학대의 현실을 피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 아이는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의미 체계를 구축해야만 한다. 불가피하게도, 아이는 자신의 본성이 악하기 때문에 현실이 이렇게 되어버렸다고 결론짓게 된다. 처음부터 아이는 이러한 설명을 집요하게 붙들면서, 의미와 희망과 힘을 지탱해 갈 수 있다. 악한 이가 나라면, 부모는 선하다. 악한 것이 나라면, 선해지기 위해서 나만 노력하면 된다. 이 운명을 이끈 것이 나라면, 어떻든 간에 이것을 변화시킬 힘은 내게 있다. 부모의 학대를 유발한 것이 내 자신이라면, 내가 충분히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부모의 용서를 구하고 그토록 절박하게 필요한 보호와 보살핌을 얻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자기 비난은 자기를 모든 사건의 참조점으로 삼는 초기 아동기의 일반적인 사고 방식과 일관된 것이다. 이는 외상을 경험한 어느 연령대의 사람이건 흔히 보이는 사고 과정과 일관된 것이기도 하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찾으려고 한다. 게다가 만성적인 학대 환경에서는 시간의 흐름이나 경험의 축적조차 이러한 자기 비난의 경향을 바로 잡아주지 못한다. 자기 비난은 오히려 지속적으로 강화된다. 본성이 악하다는 아이의 느낌은 자녀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양육자에 의해 직접적으로 승인받는다. 생존자들은 부모의 폭력이나 성적인 행동뿐만 아니라, 가족의 무수한 불행도 자기 탓인 것처럼 빈번하게 비난받았다고 한다.......

-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외상 장애, 아동 학대, 이중 자기,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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