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죽음과 죽어감>

리뷰/텍스트 2009. 10. 9. 12:23 by d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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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죽어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이레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선생님의 죽음에 대한 대표적 저작으로 많은 분들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이었다. 읽으면서 이 책을 좀더 읽찍 일었다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가장 컸었다. 시아버지가 아프실때 그분의 말들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몰라서 많이 당황했었고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았는데, 이 책을 보면서 그분이 어떤 감정들을 느끼셨고 어떤 마음으로 그런 말들을 하셨는지 아주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다.
죽음의 단계는 5단계로 분류되며, 제 1단계는 부정과 고립, 제 2단계는 분노, 제 3단계는 협상, 제 4단계는 우울, 제 5단계는 수용이라고 이 책에는 나와있었다. 각 단계마다 자신의 경험과 시한부 환자들의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그분들이 죽음에 대해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좀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구성이었음. 아래의 인용은 죽음을 앞두고 있는 한 아저씨의 이야기. 자신을 버리고 떠나간 부인에 대한 분노에 대한 그들의 답변이다.

우리는 그에게, 그의복잡한 심경을 이해할 수 있다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또한 그에게 다음번에 만날 때 부인에 대해 느끼는 분노에 대해 애기해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 고통이 사라지지 않으면 창밖으로 뛰어내릴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그 고통은 아마도 모든 분노와 좌절감을 안으로 삼켜서 생긴 걸 거예요. 망설이지 말고 그것을 밖으로 표출하세요. 그러면 아마 고통이 사라질 거예요."라고 대답해주었다. 

시아버지의 경우에는 병의 진행이 빨랐기 때문에 이런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올라오셨던거 같은데, 내가 느끼기에는 우울의 증상이 가장 큰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여러 책들을 보면 환자들에게 우울증 약을 투여해서 좋은 결과들을 많이 봤었는데 이 나라의 병원 시스템에서는 그런 처방이 있는지 없는지가 궁금해졌다. 물론 그분의 상태때문에 그런 약들을 처방하지 않았던게 아닌가 싶지만, 역시 질병에 관해서는 잘 모르겠다는 것이 나의 결론. 
'그렇게 급격하게 몸에 커져간다면, 3달에 한번이 아니라 한달에 한번이라도 검사를 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혹시 그 3달이라는 것은 의료보험에서 기준한 기준에 의거해서 3달에 한번씩 검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엘리자베스 교수님은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가장 큰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었고, 그들은 대화를 필요로 하고 있었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 사람들은 좀더 편안하게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것들을 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가장 컸었다. 책에서 나오는 에피소드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은 환자 자신이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데 가족들이 이를 부정하는 이야기였다. 나 자신도 그러했기에.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계속 좋아지실 거라는 말을 반복했었다. 
<죽음과 죽어감>은 환자 자신과 그리고 주의사람들에게 그리고 의료계통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상실수업>은 소중한 사람을 잃은 가족들에게 권해드리고 싶은 책. 
그래도 이 나라는 제사라는 것이 있어서 가족들이 먼저 보낸 사람들을 함께 기억하는 공간이 존재해서 매우 다행이라고 느꼈다. 나는 사실 제사에 참석해본 적이 별로 없어서 그런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이번 추석을 보내면서 이런것들을 느끼게 되었다. 먼저 간 가족에 대해서 가족간에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아니고 그런것들이 매우 어려운데 제사라는 상징화된 공간에서 그 사람을 기억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지는 다른 가족들을 보는것이 서로간에 큰 위안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것들을 공론화해서 고통을 나누고 그 사람을 기억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말이다. 
물론 제사가 그런 의미로 상징화 되어서 좋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것을 준비하는 주체에 대해서는 형평성 있게 일을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별에 따라서 누구는 어디를 가도 주체가 되고 누구는 어디를 가던 주체가 아니라면 그건 얼마나 가혹한 처사인가. 물론 그런 것들은 그냥 상징으로 남은 부분이라고 하겠지만, 민감한 사람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게 사실이기도하고. -_-
그리고 개신교의 시스템의 장점에 대해서 매우 잘 알게되었고, 목사라는 존재가 얼마나 환자들에게 큰 힘이 되는지도... 여튼 그래서 여러가지를 얻게된 책. 그래서 나의 그녀에게도 큰 힘이 되어주기를 바라고 있음. 힘내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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