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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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데 소바주 1
<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
나카자와 신이치, 동아시아 

몇년전에 정말 우연히 나카자와 신이치 교수의 책을 읽게 되었다. 그 책은 카이데 소바주 시리즈의 두번째로 <곰, 왕이 되다>로, 정말 즐겁게 읽었고 그 마음으로 주위에게도 권했었던 책이었다. 금년에 모 인터넷 사이트에서 나카자와 신이치 교수의 카이데 소바주 시리즈 를 50% 할인하고 있어서 냅다 질러두었던 책을 잘 묵혀(?)두었다가 이제야 꺼내서 읽기 시작했다. 우선은 그 시리즈의 1권부터. 
1권의 주요 주제는 '신데렐라 이야기'로 전세계에 전해지는 신데렐라 이야기와 좀 변형된 이야기들을 보면서 그 이야기 속에 남겨진 신화적 잔재들을 조합해서 그 이야기의 원형을 찾아가는 즐거움이었다. 이 시리즈를 처음 읽을때 느꼈던 그 부분, 마치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으로 한 페이지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까 종장 전 파트인 인디언들이 번형한 신데렐라 이야기의 경우에는 눈물이 나왔다. 
저건 분명 파라다이스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까. 그들은 박제가 되어가고  있고 그 증거로 그들의 이야기들이 텍스트로 전해지고 있으니까 매우 복잡한 기분. 신화는 구전되는 것이고 그걸 텍스트로 만들고 학문화 한 것들은 그들을 그들의 땅에서 몰아낸 사람들이니. 그래도 저렇게 생각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 안도가 되기도 했지만, 그들은 다른 그들의 문화에 침식되어서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안타까워졌다. 보호구역에서 살아야하며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는 그도 아직도 감옥에서 살고 있고... 그래도 나는 반대편 땅에서 그들의 아름다운 신화를 읽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 걸까? 역시 잘 모르겠다. 
신데렐라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에서 여러가지로 연결된 신화에 대해서 이야기 나왔는데, 일본 만화에 변형되어서 많이 나오던 가구야 공주의 야기도 역시 등장. 그녀의 청혼자들에 요청한 것들에 대한 근원적인 이유를 알게되었지만, 역시 불편했었다. 그 이유는 크게 <월광천녀>의 그 시선 때문이기도하고 책의 저자가 이웃나라의 교수라서 인가 전세계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연결고리에 대해서 이야기 할때 항상 그들의 신화로 시작하기 때문이기도. 2권을 읽었을때도 '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때 '단군신화'에 대한 부분이 즉각적으로 떠올랐지만, 다른 나라의 신화는 다루고 있었지만, 정말 가까운 이웃한 나라의 신화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나라의 신화에 대해서 인류학적인 시각으로 다룬 책을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우리'라는 말을 정말 혐오하는데도, 불편한 부분은 그들이 '우리'에 대해서 이야기 할때 나도 '우리'를 찾아간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논리로 '우리'가 없다면 지금의 '자신'도 없다는 주장에 뭐라고 반박해야할지 모르겠는데도, 우리를 우리로 만드는 것들은 여전히 불편하고 우리가 아닌 우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가하는 '차별'로 느껴진다. 자신에(이 나라의 신화에 대해서 다룬 책을 찾아보겠다는 것)대해서 합리화를 하자면, "그냥 이땅에 오래도록 살고 있었던 사람들의 신화의 원형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졌다." 정도 이겠다. 
하지만 이 땅에 언제 정착했냐는 그 기준으로 '우리' 그리고 '타자'를 나누는 기준은 불편하다. 이 신화가 '우리'의 근원이고 우리의 기원이라고 말하는 것은 불편하다는 말. 그저 이 땅에 살아갔던 사람들의 과거라고 말해주는 그런 입장을 마주하고 싶다는 것. 민족적(가족적)인 기원이 아니라 단지 그런 거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거기서 자유롭지 못하니까 불편한 것 이겠지. 나는 당신들을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가. 당신은 '이타자(외부인)'인가 아니면 우리안의 소수자인가. '국적'적인 부분을 열외로 한다고 해도 지금의 이 나라의 다수가 가지고 있는 우리(민족, 국민, 시민)에 대한 기준에는... 그래서 그 신화적 연결성에 대해서 듣는다면 조금 달라지지 않으려나. 내 안에서 우리는 같은 언어를 모어를 사용하고 있고 같은 시대적 배경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우리이기도 하지만, 같은 땅 아래서 살고 있는 사람도 우리이기를 바라고 그래서 노력중이다. 그건 반드시 그래야하는 부분이기도 하니까 그건 길들여지지 않음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마땅히 그리 생각해야 하는 것. 
그래서 그 기준이 모어를 벗어나서 좀더 자유로워져서 그 기원이 모두 같다는 것까지 연결된다면 자신의 안에서 우리의 기준은 언젠가는 확장될지도 모르겠다.

그 이외에 기억에 남던 신화적 잔재는 예전에 모 방송에서 피타고라스 학파의 특이한 행동에 대해서 나온 적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 그 이유에 대해서 신화적 해석을 알려주고 있었다. 콩과 제비집이 상징하는 그 의미를 알고...  방송에서도 이런 부분을 다루어 주면 참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남기며 페이지를 넘겼다. 뭐 예나 지금이나 '죽음'에 대한 부분은 공포니까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고 해야하나. 그래도 좀 서글퍼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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