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사랑의 매는 없다>

리뷰/텍스트 2009. 2. 10. 07:41 by dung


양철북에서 나온 앨리스 밀러의 다른 저작 <폭력의 기억,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를 읽고 도서관에서 <사랑의 매는 없다>를 빌렸습니다. 현재 절판된 <천재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드라마>도 있으면 빌렸으면 하는데요. 도서관 검색에 아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없나봐요. 출판사에 전화해서 B급 책이라도 팔아달라고 해야할까봐요. 사실은 그 전화도 전화지만... 사실 저는 양철북에 전화해서 앨리스 밀러의 다른 저작도 전부 출판 할 계획은 없냐고 물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출판사 사장님을 하고 싶어요. 보고 싶은 책들을 번역해서 본인이 제일 먼저 읽고 싶거든요. 좋아하는 만화책, 화보집, 책들로 컬렉션들을 늘려가는거죠. 그러다보면 비슷한 취향인 사람도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거같거든요. 사실 저는 만화쪽이나 책쪽이나 드라마나 애니쪽이느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별로 만나본적이 없어요. 주로 혼자 희죽거리는 관계로 동인지를 할 때도 투인을 한다던가 함께 버닝해서 뭔가 같이 100제를 그린다던가 그런것들이 부러웠어요. 이야기가 삼천포로 나갔네요.

<사랑의 매는 없다>도 역시 책의 모든 부분을 줄치고 싶었어요. 물론 먼저 본 <폭력의...>를 봤을때보다 충격이라고 해야하나요? 마음에 크게 남은 부분은 좀 덜했지만요. 그치만 이 책을 먼저 봤다면 <폭력...>쪽보다 이 책이 마음에 더 크게 남았을거 같아요. 이번 책에서도 앨리스 밀러가 어릴적에 느끼던 성경에 대해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에 대해서 밀러식의 해석에 저 또한 크게 공감했었습니다. 저는 그런 부분들은 간과하고 편협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었거든요. 텍스트라는건 대화하는걸 그대로 받아적더라도 지금의 우리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때의 저런 의미의 단어였지만, 지금에 와서는 사라졌다던가 아니면 의미가 변질된 단어도 있을터이고... 하물며 그대로 받아적은것이 아니라 서술자가 재해석하여 만들어졌고 그리고 편집자가 재편집하여 재탄생을 계속 한것이 지금의 우리들이 읽고 있는 종교가 남긴 책들이니까요. 게다가 이 나라는 번역본의 또 번역본이니까요. 허허허. 그게 진리라고 생각하면 분노가 일지만, 사람들이 모여서 그때의 가치관을 기준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고 씁쓸할 따름입니다.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는 이유로 매를 맞은 아이가 자동차 앞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오히려 부모가 무서워 눈치만 볼 것이다. 그런 아이는 자신의 고통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고통을 전혀 느끼지 않게 되며, 자기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는 데 익숙해진다. 벌을 받을 때, 아무도 자기를 보호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자기는 보호받고 존중받을 가치가 없는 존재라는 믿음이 쌓인다.
이와 같은 잘못된 가치들이 아이의 몸에 정보로 저장되어, 그의 세계상과, 훗날 다른 사람들과 자기 자신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게 된다. 이런 아이는 자신의 존엄성을 지킬 수가 없으며, 육체적인 고통을 위험 신호로 인식하여 알리지도 못한다. 그렇게 되면 아이의 면역 체계가 해를 입을 수 있다. 본보기가 되어줄 다른 사람이 없는 아이는 폭력과 기만의 언어를 의사소통의 유일한 수단으로 이해하여 이를 사용할 것이다. 대게 성인이 되면 과거에 억눌렸던 무력감을 계속 억눌려두려고 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과거의 교육제도를 변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1부 눈감아 온 어린 시절의 진실, p83-84

나이든 부모를(도덕적으로 강요를 받아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용서하려면 전제가 필요하다. 부모가 안겨준 고통을 느끼고,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우리가 경험한 잔혹함의 정도를 여러 번 되풀이하여 파악해야 한다. 성인 여성은, 친절한 남자도 어린 시절에 학대를 경험했다면 난폭해질 수 있다는 점을 상상할 수 있다. 여기서 언급한 여성들처럼, 자신의 어린 아이와 똑같은 것을 경험하고 있고 스스로에게 솔직한 사람은 그것을 아주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용서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젊은 어머니들을 해방시키는 것은 용서가 아니다. 그들을 과거에서 해방시켜주는 것은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자기 혼자가 아니며, 진실을 부인해서는 안 되고, 악을 악이라고 인식해도 괜찮다는 사실이다.
- 3부 폭력과 체벌의 대물림을 막기 위하여, p166-167



뭐 여튼 책을 보면서 저의 과거시절에 '간접 증인'과 '전문가 보호자'가 누구였는지 가만히 생각해봤습니다. '간접 보호자'는 다롱롱이에요. 아주 어릴적이 아니라 다롱롱이 어느정도 자랐을때 부터요. 생각하면 안습. '간접 보호자'가 자신보다 어린 동생이라니. 하아. 고마워요. 다롱롱. 그리고 저를 지지해준 그녀 C선생. 전문가 보호자는 저의 선생님 두분이고... 앞으로 더 생길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예전에는 '설사인생'을 커밍 아웃하고 살 때는 주위에 친구들이 '치질'이나 '변비', '설사'로 고생하는 사정에 대해서 서로 좀더 자세히 알게 되었거든요. 변비인 지인인 그녀가 알려준 특효중에 하나는 화장실에 가서 바세린을 발라라던가... 설사가 심한 제가 지인들에게 알려준 지혜는 너무 자주 화장실에 간 날은 자기전에 후시딘을 발라라던가;;; 하하하 -_=;;
그와 비슷하게 지금은 과거의 정체성을 커밍아웃하니까요. 주위의 다른 사람들의 힘들었던 부분들을 좀더 알게되었어요. 다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치열하게 지금까지 살아왔더라구요. 그냥 웃고있어도 그 웃음이 그냥 얻어진것이 아니었어요. 저말고 상담을 받아본 사람이 주위에 3 사람이 있었고, 상담이 아니더라도 상담대신 종교에 의지하고 있다고 상담받는것에 대해서 이해하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자신이 상담을 받아야 할 수준이라고 이해하는 친구들도 있었구요. 좀더 앞으로 나아간 느낌이었어요. 물론 상담받으면 좋겠다고 저 자신이 생각하는 친구들을 설득하는건 힘들고 아직도 저는 성공하지 못했어요. 편견이라는건 그 만큼 무서운거고 그걸 이겨낼 수 있다고 지금은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전문가 증인'은 무리지만, '간접 보호자 지인이나 친구'가 되어주고 싶습니다. 누군가 자신의 아픔을 알아주고 앞으로 이겨낼 거라고 지지해주는건 정말 설명할 수 없는 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본인의 문제도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ㅇㅇ년 넘게 그렇게 살아왔는데 단기간에 그렇게 된다는건 사실 불가능한 일이라고요. 천천히 좋아지고 있는것이고, 원래 조금 뒤로 후퇴 할 수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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