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마크 데이비스의 <조류독감>을 먼저 보고 싶었습니다만, 아직 책이 출판되지 못한 관계로 <슬럼, 지구를 뒤덮다>를 먼저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책은 생각했던 것보다 잘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저의 무지. 두 번째는 아마도 저의 수적 감각 세 번째는 <슬럼, 지구를 뒤덮다>가 취한 서술방식이 아닐하고 생각합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여러나라의 여러가지 슬럼의 이름이 거론되고 이어서 서술되어지는 그 참상들. 문제는 그 참상들이 끝도없이 이어진다는 것 이었습니다. 끊임없이 나오는 슬럼지역의 여러가지 고통에 대한 통계들. 고통을 이해하고 어딘지 생각해내며 가기에는 데이비스의 흐름이 너무 빨랐거나 아니면 저의 문제이겠지요. 아마도 저의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하지만요.
곧 있을 중국의 올림픽 언급을 하며 아직까지 단기간에 슬럼을 쓸어버린(!) 국가는 88 올림픽 시절의 대한민국이더군요. 저자의 말에 의하면 이미 중국이 88 올림픽 시절의 대한민국의 기록을 연일 갱신하고 있다고...
그러고보니 사당동의 달동네가 포크레인으로 밀렸던 것은 딱 그시점이네요.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거기까지. 저는 부끄럽게도 거기까지만인 인간이거든요.;;; 앞으로 달라질지 모른다는게 더 문제겠지만요.
사당동 신림동 봉천동... 그 많던 달동네는 사라지고 모두 아파트 단지가 되어서 우뚝 서있습니다. 온 가족이 한방에서 자고 마을주민들이 화장실을 함께쓰던(영화 파워오브원의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들은 어디로 몰렸으며 그리고 지금은 어디에 정착해있는건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는지 아니면 주류인 우리들의 무관심으로 저 밖으로 몰려갔는지 알 수 없습니다. 가난에 대한 지배적인 시선에 저도 모르게 동조하는 자신을 가끔 발견하게 됩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에서 이야기하는 것 처럼 그들의 프레임의 언어로 대화하며 그러다보니 그들이 생각하는 흐름대로 흘러가는 거 같습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정말 이해하기 쉬운 구조로 그리고 그런 텍스트들로 서술되어서 정말 왜 세계의 절만이 굶주리는가에 대해서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에 쉽게 닿을수 있었습니다. UN의 식량조사관(이던가? 책을 본지 좀 시간이 지나서 가물가물하네요.)인 저자가 아들에게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악순환의 반복과 그 이유에 대해서 차근차근하게 설명해주고 있었습니다.
아프리카의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고있는데 그 나라의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대부분의 땅에서 플렌테이션 농업을 하는 이유, 아젠더 대통령 관련 일화, 다국적 대기업들의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 행했던 만행들...

대안의 가능성 앞에서 눈앞의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다수에게 행하는 만행들에 대해서 들으며 인간이란 존재는 과연 지구상에 존재해야할 가치가 있는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힘들게 생산한 것들을 쉽게 소비하며 그 소중함을 간과하며 소비하고 또 소비하고 버리고 또 버리기를 반복하는 기계적인 일상 사이에서 가능성이라는 것이 과연 있는것인지.
어제 사형수(참을 수 없는 극대화 설정에 대해서는 일단 접겠습니다.)에 대한 만화책을 보면서 든 생각은 국가테러에 대해서는 그렇게 관대한 것인가? 힘을 가진 '우리'라는 집단이 그들의 이익을 목표로 할 때는 그런 힘을 가지고 그 힘으로 이미지를 생산하여 복제하고 확대하여 그들의 프레임으로 그들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이미지를 각인시켜왔던것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월적인 그 힘은 그래서 두려운 것일지도. 영웅을 제조하고 신화를 만들어 기록하고... 있었던 것을 없었던것으로 만들어 내는 그 힘. 그곳에 있는 그들은 사라져가고 있는데 여전히 강건너 불구경은 이어지고있습니다. 정말이지 대단합니다. 사라져도 내일은 온다는 것. 정말 참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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