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아마도 자극-저의 코어를 건드리는-이 되었던 부분은 어제(2월1일 월요일) 유정과 아버지의 엘리베이터에서의 대화 이었던거 같아요. 

사실 원작을 보던 시절에는 말그대로 타인의 삶을 구경하는 입장에서 지켜봤던 쪽 이었습니다. 그건 이야기 속의 타인의 고통이었고, 어떤 연유인지 모르겠으나 분명 건드려지는 부분이 있었을텐데도 고통이 저에게 도달하여 생각이 샤워를 하면서 생각이 이어지고 또 이어지게 만들었던 부분은 유정과 아버지의 유정이 가지고 있는 '통제욕구'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던졌던 말 이었습니다. 저의 생각엔 그건 타인과 상황을 통제하여 우위를 점유함으로서 월등한 존재로 남아 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을 배출하도록 허용받지 못하는 환경이 있었기에 그걸 허다루기 위해서 상대방과 상황 모두를 통제하려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비춰졌습니다. 그건 분명 좌절이 없어서 그러는게 아니었어요. 불안과 고통을 낮추기 위하여 성장하지 못한 아이가 습득한  유일한 방법-방어-일 뿐인거죠. 

유정이라는 아이가 진정으로 행복해 지기 위한 첫걸음은 아무래도 아버지가 걸어둔 세뇌에 대해서 의구심을 느끼는 것이 시작일거 같아요.
그래야지만 좀더 불행한-외부적 입장(저라는)에서 바라보는 서술입니다- 삶을 이어나갈 수 있을거 같은 느낌. 그래서 유정에게 가장 필수적인 좌절은 아버지가 주장하는 통제 욕구 혹은 우월감의 추구에 대한 좌절이 아니라 아버지의 애정에 대한 좌절이 가장 우선이 아닐련지. 아무리 노력하고 아버지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애써도 죽는 날까지 본인이 원하는 형태의 사랑-피드백-은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어야 지금 가지고 있는 옷-아버지의 가치관-을 벗고 좀더 자신답게 나아갈 수 있겠지요. 
그리고 지금까지 거기에 투자되던 에너지가 다른데 투자 될 수 있을테니 좀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고 아니면 지금보다 더 자원-에너지-가 늘어아서 삶이 좀더 윤택해 질 가능성도 열리게 되겠지요. 내가 원하는 형태의 사랑은 상대방으로부터 상대방으로부터 받으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는걸 받아들이고 그 분투에서부터 좀더 자유로워지기를 희망해봅니다. 



저에게 유정에 대해서 가장 안타깝게 느껴졌던 부분은 그의 아버지가 자기 아들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이미지 인거 같습니다.  
자기 아들이 이상하다(?)는 생각은 본시 본인으로부터 기원한 것이고 그 이상하다는 지점의 기준을 형성하는 축의 구심점중 하나가 자신의 완벽주의라는걸 1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비극중의 하나가 아닐련지요. 

아무리 머리가 좋다고 하여도 아이는 아이인데 이 사람은 이 명실상부한 사실을 간과했어요. 아이를 아이로 보지 않고 우려되는 혹은 두려운 존재-괴물에 가까운-로 보는 것은 아이의 눈에는 어떻게 비쳐줬을까요? 부모가 그런 시선을 가지고 있다는건 영특하기에 더 잘 인지하고 있었을거 같고, 그렇기에 아버지가 요구하는 당위를 더 따라가려고 애써왔던거 같아 보였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코어한 부분-최약점-이 개선이 아니라 아에 사라져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그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그건 그냥 그거에 사로잡혀 있는거죠. 자기를 도는 이슈가 그거라는 것도 모르는거 같아 보였습니다. 그러기에 자신의 코어를 건드리는것 같은 혹은 실제로 건드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아이의 특질을 있는 그대로 보는것은 불가능 했겠죠. 반드시 사라져야 할 (자신의) 특질이 자신의 자식에게 보이는 것을 견디기는 어려웠을테고, 그런 생각을 강화하는 한쪽에는 박사님도 있었구요. 전문가적인 서포터가 사라져야 한다고 말하는데... 달리 뭐라고 해야할까요.
설사 그것이 '여전히' 나에게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고 해도 저렇게 부정하는 형태라면, 자기 아이에게 보여지는 혹은 비추어지는-투사의 의미로- 면을 그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이 키우는 형태 이었을테고 그 괴물적인 형상은 보다 정확히는 자기 안에 있는 날것을 아이에게 투사한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아니라면 달리 뭐라고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투사하고 그리고 그걸 조절하려는 모습은 저에게는 전형적인 '투사적 동일시'로 보여졌습니다. 


감정을 표현할 수 없고 그런 가이드들로 삶을 살아가도록 하여 만들어진 사회적 자아-가짜 자아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네요-와 그리고 진짜 자기의 모습간의 괴리는 살면서 점점 더 커져만 갈텐데 정말 어쩔러고 그러시는건지. 아니 무슨 애한테 자비와 사랑을 배푸는 구도자 같은 역활을 강요하고 있다는 걸 왜 모르는건가에 대해서도 좀 생각해봤습니다. 
자신이 박사님으로부터 들었던 피드백이 저 영역이 정상의 범주가 아니라고 들었기 때문에 그 영역에 대한 기준치를 지나치게 높게 설정하게 되었던거 같아 보이더군요.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강박적으로 계속 그 생각을 키워왔을거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기준은 평생 애쓴다고 하여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달할 수 없는 너무나 높은 도적적인 기준이고, 그렇기 때문에 좌절은 더 커지고 내적 갈등도 커질거 같아요. 

원작에서는 아버지의 내적 갈등에 대한 부분은 다루지는 않지만, 유정이의 그런 행동에 대한 제삼자의 평가가 1-10 척도에서 5정도라면 이걸 이 아저씨는 모두 10으로 받는 느낌이었어요. 공포적이고 극도로 불안한 느낌으로요.

 


누군가가 좋을 수도 있고 싫을 수 도 있는건 자연스러운 모습이고 그런데 모두에게 자상해야 한다는 기준은 어디서 나온건지 그 기원을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고가 정말 타당하다고 느끼는지 논박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 아저씨 본인은 자기가 팔이 안으로 굽는 부모라고 생각하겠지만, 아이가 보기에는 철저하게 팔이 밖으로만 굽고 또 굽는 타입으로 보일겁니다. 성인인 제가 보기에도 팔은 밖으로만 굽는걸로 보이더군요. 정확히는 자신과 자신의 아이에게는 굽을 일이 없는 팔 이라고 해야하나요? 

그장 빡치는 부분은 이상적 인간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면, 그걸 적용하는데 있어서 '형평성'이라는 가이드 라인도 지켜야 하는데 이 사람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건 여전히 현재형이구요.
아니 왜 사람마다 기준이 다른건가요?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해요. 개개인의 차이로 인하여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는 건 부모쪽 생각이고, 당하는 쪽 아이 입장에서는 그건 '차별'이지 다른게 아니에요. 평등 혹은 차별. 자라는 동안 쭈욱 그런 생각을 하고 자랐겠지요. 당신이 당신의 자녀에게 주신 선물은 그거에요. 평등 혹은 공평에 대한 이슈.

같은 나이의 아이들 이었고 유정이도 엄마가 없었어요. 설마하니 돈이 많다고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길 바래봅니다. 아버지가 자신보다 타인의 아이에게 보이는 자상함이 내내 부러웠을테고 그걸 가지고 싶었을 겁니다. 저 아이만 없다면 저건 나만 온전히 받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 비교할 대상이 없었으면 어떠했을가하는 상상. 그런 상상들은 쭉 이어져왔겠지요. 

그래서 지금의 그 자매를 배제하려는 시도들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구요. 이 두사람이 자신의 주변에 있어서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자신이 좋았던 기억은 없었으니까요. 끊임없이 비교당하고 그리고 다른 기준의 잣대를 들이대서 좌절하고 그들을 부러워 하게 만드는 역동이 이어지는데 어느 바보가 저 두사람을 자기 아버지 옆에 붙여두고 싶어하겠어요. 

사랑은 나눈다고 커지는게 아니거든요. 부모의 사랑은 독점하고 싶어하는 것이 보통 정상적 반응이죠. 아이라면요. 뭘 나눠요. 나누는 행위를 한다면, 그 나누는 행위를 하는것에 대하서 어떠한 형태의 보상이 있었기에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지 그걸 순수하게 나누는 즐거움-이타적 함의-로 그러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모의 사랑 앞에서 경쟁자이지 협조자가 아니에요. 그런 분투들이 이어지면서 좌절하고 누군가를 미워하고 부러워하는 것에 대해서 통찰하게 되고 그리고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됨으로서 좀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이런 궤적은 계단식 성장이 아니라 평생 전자와 후자를 반복하는 패턴으로 이어지는게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아버지 아래-자신의 자식을 괴물이라고 의심하는-라면 보통 평범하다는 기준의 아이도 정상적으로 자라기 힘들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대상으로부터 그런 이미지를 끊임없이 부여받는데 아이가 할 수 있는것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걸 부정하거나 그절 긍정하거나 양쪽의 극단적인 방향 이외에는 불가능 할거 같은데... 뭐 모르겠습니다. 이것도 아이의 민감성의 척도에 따라서 달라질테니까요. 
물론 성인인 유정의 행동에 대해서 정당화, 합리화를 하는건 아닙니다. 어떤 영향으로 지금 어떤 선택을하고 행동하는지에 대한 이해는 하지만, 음성적으로 분출하는 양상을 긍정하는 것은 다른 영역이니까요.
다만 태어나서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있는 그대로- 그래서 늘 그런 사람을 찾아서 헤메이는 서사가 이 아이(청년)의 삶에 계속 반복적으로 나타날거 같아서 안타까웠습니다. 설이와의 만남이 결국 실패로 끝난다면, 다음에는 그런 상대방을 만난다고 하여도 시험하고 또 시험할거 같은 느낌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는 우리 곱슬머리 아가씨와 잘 되어주는게 좋겠지만, 주양육자에게 기억하는 한도내에서 허용받은 경험이 없는 아이가 타인에게 얼마나 솔직하게 자기를 들어낼 것인가에 대해서는 굉장히 회의적인지라. 게다가 그래본 경험이 없었고 자신의 본질적인 모습을 어디까지 들어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모호할거 같아요. 아주 어린시절 1차욕구가 허용되는 경험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허용 받은 경험이 얼마나 있었지를 상상하면 정말 아득해지는...


유정 파파에게 멜라니 클라인의 <아동의 정신분석>을 강제로 강독 시키고 싶어요. 아무 그냥 멘탈이 탈탈탈 털리고 정신좀 차리라구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동에 대한 환상을 와장창창 날려주고 싶습니다. 


자신의 코어한 부분을 모르는데 거기다가 완벽주의 성향까지 있는 사람이라면, 그냥 개체를 증식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왜냐구요? 저도 완벽주의니까요. -_-
제발 때려치라구요. 낳음을 당한 아이는 님이 님의 주양육자와 형성한 좇같은 애착관계를 그대로 물려받는 것으로도 모잘라서 자신의 부정하는 부분을 투사하고 조절하려는 대상으로 쉽사리 소비되니까요. 아니 그러니까 자신의 부정하고 싶은 부분을 왜 아이에서 발견하고 그걸 조절하려고 하는거죠? 아니 시발. 스스로를 조절하는 것도 무리라서 포기하거나 놓아버렸는데 남을 조절 할 수 있다는건지. 그건 교만이에요. 우리에게는 그런 권리가 없어요. 그러니까 그런 부질없는 노력을 때려치고 자기안의 것들을 조절하려고 애쓰는 삶을 살아가 보아요~~~.  이미 말아먹은 자신의 자녀의 삶을 이제와서~ 회복시키려는 노력도 다 헛수고니까 때러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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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주양육자가 아이의 정서에 강하게 반응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라고 어디선가 주워 들은건 있어서 아이의 정동조절에 관여하는 주양육자의 피드백에 관한 책을 좀 찾아보고 싶어졌습니다. 








트위터 1차 정리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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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영화로 등극한 <매드맥스> 블루레이랑


팬이 되어버린 하야카와 노지코님의 다른 단행본 <어둠속에 스트로브>

이분 첫 작품은 <밤하늘 한구석에>인데 이작품 하나로 반해버려서 구작들을 찾다보니..

<엔도군 관찰일기는> 이미 품절. ㅠㅠ 크흐흡

그림도 이야기 전개도 연출도 다 취향이었어요. 


북극곰 사진이 보고 싶어서 구매한 <봄날의 동물원>

윤리적인 부분의 이유로 살지 말지 늘 망설였는데  사진 자체는 좋더군요.

다만 그 공간이 동물원이라는 점이........


<어제 뭐먹었어>10권 

세월의 흐름을 느끼고 있습니다. 

탈모가 주제라니!! 탈모가!! ㅠㅠ (우는중)


<여름이야기>

지난번에 <봄이야기>를 구매해서 이어서 구매했어요.

이분은 찻잔 세트로 반했던 쪽이라 단행본의 존재는 전혀 몰랐는데...

이렇게 보배로울수가 없습니다. 보배보배 보배보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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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남입니다만> 

기다리던 신간과 이가 빠졌던 구간을 구했습니다. 만세!!!

제목 바뀌어야겠네요.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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뫄뫄님의 영업으로 알게된 존잘님.

<도쿄일인생활>-가을,겨울 편 텀블벅 후원으로 받았어요. >_<;;

구간도 구해야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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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ving Lines>

일러스트 책 이었는데 취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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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콤플렉스 벗어나기>

오카다 다카시 선생의 신간. 

<엄마라는 병>과 일본에서는 커플링 책이라고 해서 구매해봤습니다. 


<태양의 집>12

슬슬 엔딩으로 달리고 있네요. 즐거웠는데...아쉽기도 하고.

그래도 주인공의 성장을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던거 같아요. 


<어떻게 좀 안될까요?>10

뭐 사실 작가님이 딱히 누구랑 누구를 이어줄 기대는 없지만

이전에 당해본적 있어서 말이죠. 신뢰력 0이심. 천연소재...에서 이미 당할만큼 당했...

세월이 흐른 지금은 모두 커플로 가는 이야기 자체를 꺼려하지만, 

그래도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는 궁금하거든요. ...근질근질


<Kuma-Kuma Chan, the Little Bear>

완전 취향이었습니다. >_<;;

으흐흑 최고다!!


그리고 콘노우 아키님이 캐릭터를 디자인만 한줄 알았던 그 애니의

단행본을 발견해서 1권을 같이 주문했어요.

<モフィの泣いたり笑ったり思ったり>1

결과는 대성공!!! 꺄아아아!!!


그리고 하야카와 노지코님의 <밤하늘 한구석에>

최고에요. 흑흑. ㅠㅠ





*


오늘온 아이들!!


<미니언즈>는 스리디로 사봤어요. 티비를 산 기념으로!! 에헤헤~


콘노우 아키님의 <리락쿠마> 신간. 

표지가 수채라서 구매했는데 정말 선방했습니다.

보배로워요. ㅠㅠ 심장이..심장이...

심장에 무리가 가는 단행본입네다.




표지에서부터 포카포카한 기운이 오고있어요!!



나의 심장을 파괴하려고 온것이더냐!! 너란 곰두리는!! 

귀여워어어어엉~~~




<モフィの泣いたり笑ったり思ったり>2권!!

너도 매한가지다!!!



까야아아아아!!!!!

ㅠㅠ


리락쿠마도 이런식으로 나와주면 좋았을텐데~ 하고 생각을 좀했어요. 

너무 귀여워서... 얼렁 캐쉬가 생기면 나머지 단행본들도 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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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푸어> - 메모메모

리뷰/저장고 2015. 12. 21. 15:05 by dung


알로스태틱 과부하는 우리의 뇌를 수축시킬 뿐 아니라 몸을 병들게 한다. 오하이오주립대학의 행동의학연구소 소장인 로널드 글레이져를 비롯한 학자들은 스트레스가 인체의 면역체계를 악화시키고 염증과 심혈관계 질환, 고혈압과 당뇨, 관절염과 골다공증, 비만과 치매,치주 질환, 노쇠와 생활 기능 감소 등의 질병에 걸릴 확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스트레스는 우울과 불안과 관련이 있다. 특히 여자들은 스트레스에 2배로 취약하다. 남자들의 뇌가 여자들의 뇌에 비해서 기분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52퍼센트나 더 분비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학자들은 스트레스와 자가면역 결핍성 질환(만성피로 증후군, 엡스타인바이러스 등), 스트레스와 상처 치유 지연 사이에도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글레이저와 동료 학자들은 스트레스가 암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염증이 있으면 종양이 생존하고 확대하고 번식하기가 더 쉬어지기 때문이다.

뉴욕 록펠러대학에서 신경내분비학 실험실을 운영하는 브루스 매키언은 스트레스 때문에 뇌구조가 실제로 변형될 수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 중 하나다. 매키언은 쥐들을 3주동안 3~4시간씩 묶어놓았다. 그리고 나서 쥐들의 뇌를 관찰했더니 전전두엽과 해마의 뉴런들이 쭈글쭈글하게 수축된 상태였다. 반면 불안과 공포 따위의 부정적인 감정을 처리하는 부위인 편도체는 커져 있었다.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감금당한 쥐들은 불안 증세가 심해지고 인지적 활동이 위축되었으며 기억이 조금 손상되기도 했습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가 감금을 중단했더니 그런 증상들이 싹 사라졌다는 겁니다."

매치언은 쥐의 나이가 뇌의 회복 여부를 결정하는 결정적 변수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린 주들의 뇌는 3주 안에 완전히 회복됐다. 중간 연령대 주들은 일부만 회복됐다. 그리고 늙은 주들은 아예 회복하지 못했다. "이런 결과를 사람에게 대입하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남들보다 자가 치유 능력이 뛰어나거든요. 그리고 사람의 경우에는 외부의 개입이라는 변수가 있습니다. 예컨대 잘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의사의 명령으로 일주일에 5일, 하루 1시간 산책을 하면 해마가 더 커지고 정신의 유연성이 ㅈ으가한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 항상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을 위한 일.가사.휴식 균형잡기 <타임푸어>, 브리짓 슐트, 더쿼스트
-  쫓기는 삶, 조금씩 변해가는 뇌, p94






사람들은 자기 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관해 '어떻게 느끼는가;는 전반적인 건강 상태(우울, 불안, 흡연, 과식과 같은 증세를 나타낼 확률)로 예측하는데 다른 어떤 것보다도 유용한 척도가 된다. 학자들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사건 자체보다도 스트레스에 관한 느낌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자신과 생활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가가 곧 우리의 현실이다. 


- 항상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을 위한 일.가사.휴식 균형잡기 <타임푸어>, 브리짓 슐트, 더쿼스트

-  쫓기는 삶, 조금씩 변해가는 뇌, p97







슈워츠의 주장에 따르면 사람은 본래 오르락내리락 하는 존재로서 에너지를 쓰는 상태와 에너지를 충전하는 상태가 교대로 찾아온다. 심장에는 박동이 있다. 폐는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뇌도 파도처럼 움직인다. 우리는 잠에서 깨어났다가 다시 잠을 잔다.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데도 리듬이 있다. 따라서 사람이 일할 때도 리듬을 타야 한다. 고도로 집중하는 시간이 있으면 휴식과 충전의 시간도 필요한다. 구시대의 '이상적 노동자'문화에서는 일하는 시간이 평가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일에 오랜 시간을 투입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피로하고, 따분하고, 집중이 흐트러지고, 힘이 빠진다는 신호를 무시한다. 그러나 최고 성과를 내는 경우는 별로 없다. "우리는 휴식과 재충전, 회복, 조용한 시간의 가치를 잊고 있습니다." 슈워츠가 말했다. 


- 항상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을 위한 일.가사.휴식 균형잡기 <타임푸어>, 브리짓 슐트, 더쿼스트

삶의 균형을 잡다, p424








놀이

- 어느 시대, 어떤 사회에서도 여자들에게는 여가 또는 놀이의 문화가 없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당신은 바닥 쓸기, 치즈 만들기, 버터 휘젓기, 퀼트, 뜨개질에서 재미를 느끼는가?). 여자들이 스스로에게 놀 시간을 허용하려면 상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놀 시간을 만들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라. '노는 쥐들'같은 단체에 가입하거나 당신만의 단체를 만들어라. 벨라댄스에 도전하라. 산책을 하라. 친구들과 협력하거나 모임에 나가면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일탈을 추구하라!

- 여행을 앞두고 있거나 자유시간을 즐길 예정이라면, 어떤 경험을 하고 싶고 어떤 느낌을 원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가능하다면 메모를 해둬라. 당신이 어떤 느낌의 시간을 원하는지를 의식하고 그것을 당신의 목표로 만들면 정말로 그렇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 놀이는 유용한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라. 원래 인간에게는 놀이가 필요하다. 당신 자신에게 놀이를 허용하라. 일을 할 때도 노는 것처럼 하고, 집에서도 놀이를 하라. 두려움이 아닌 호기심을 가져라. 뭔가를 궁금해 하고 열렬히 감탄하는 시간을 가져라. 청소년기의 딸에게도 언제나 놀이를 잊지 말라고 말해줘라.

촛불을 켜보라. 덴마크 사람들처럼 당신의 생활에도 '휘게'를 만들어보라.

- 분홍색 플라스틱 돼지와 함께 사워를 하라.

- 집안의 먼지가 다 어벗어지고 냉장고가 꽉 찰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그냥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자. 케첩으로 만든 스프게티와 좋은 사람들만 있으면 충분하다.

- 날마다 고요한 시간을 가지가. 심호흡을 다섯 번만 해도 좋다. 하루 30분 이내의 마음챙김이 당신의 뇌를 커지게 한다.

-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당신에게 익숙한 영역을 벗어나라. 그리고 몰입을 경험하라.

- 당신의 힘을 믿어라. 완숙을 경험하라. 역할모델과 멘토를 찾아라. 긍정적인 말과 격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라. 그리고 마음을 다스려라. '성장 마인드셋'을 키워서 새로운 일들에 도전하라. 변화의 가능성을 믿어라.

-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면? 당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상대를 찾아라. 시간을 투자해서 지금 당신의 현실을 분석하고 당신의 목표를 명확하게 정리하라. 현실과 목표 사이의 간극을 인식하라. 그러면 당신의 두뇌는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창의적인 해결책들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 기발한 생각이나 아이디어는 당신이 악착같이 일하고 있을 때가 아닌 뜻밖의 순간에 갑자기 떠오른다. 노트를 가지고 다니거나 스마트폰의 메모 기능을 활용해서 그런 아이디어를 기록하라.

- 두뇌에 휴식을 허용하라. 머리속을 비우고 당신의 몸, 당신의 호흡,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 특히 여자들은 어떤 것을 계속 돼시기거나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당신의 생각들을 인지하되 함부로 판단하지 말자. 의식적으로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서 두뇌의 배선을 바꿔보자. 도움을 청하고. 일을 위임하라. 할 일을 목록으로 만들어 머릿속의 쓰레기들을 비운다. 그 일을 '하나도 하지 않을 자유'를 당신 자신에게 허락하라. 5분 동안 머리속의 쓸데없는 걱정들을 '걱정일기'로 옮겨라. 당신의 오염된 시간을 정화하라.

- 시간 시야를 좁혀라. 살 날이 얼마 남지 않는 것처럼 산다면 어떨까? 그러면 무엇이 중요한 일인가에 관한 당신의 생각이 들라질까? 시간을 쓰는 방법은 어떻게 달라질까? 한번 해보라.

- 바쁨을 추방하라.

- 진짜 '당신의 삶'을 살아라.


- 항상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을 위한 일.가사.휴식 균형잡기 <타임푸어>, 브리짓 슐트, 더쿼스트

- 부록, 놀이, P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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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가시미 이치로, 고가 후리타케, 인플루엔셜



본격 우리(?) 장르 영업서로 추천할만한 책이었어요. 대담 형식이라서 진도가 나가는게 쉬운 만큼  흔드는 강도도 거센 책이었습니다. 읽으면서 이 청년 많이 힘들었겠다는 생각을 제일 많이 했던거 같아요. 많이 흔드는 부분에서는 혼자 생각하는 부분들에서 그런것들이 많이 느껴졌어요. 버겁게 끌려가는데 애써 자기를 유지하려고 부던히도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거든요. 처음 만남 부터 장르 존잘님께서는 청년이 머글인걸 아시고 장르 영업을 머글 수준에 맞추어서 영업을 시작하시더니 점점 단계를 한 단계 한 단계 올려가며 계획적이고(?) 면밀하게 진도를 나가시는데 (1장에서의) 청년은 아마 자기가 거기까지 이 분이랑 달릴지 몰랐을거 같아요. 연속선 상에 있지만, 1장의 그와 5장의 그와는 분명 같으면서도 다른 존재이니까요. 

구성은 상담으로 치면 총 5회기 짜리 상담인 느낌인데요. 흔드는 강도는 뭐랄까 집단에서 여러명에게 같은 피드백을 받는 느낌의 강도와 유사한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암튼 엄청 흔드세요. 마구마구 흔드신다는 표현이 정확한 표현인거 같습니다. 진도 10이 넘는 강도로 줄기차게 흔드시고 그리고 청년쪽은 본인의 뿌리를 남기기 위해서 열심히 저항하는 모습이 참... 저항하는데도 추가로 흔드세요. 크으으으. 

그러다가 어떤 지점에서는 철학자의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소화하려고 애쓰고 그러면서 또 어떤 부분은 지금의 자신의로서는 타협하는 것이 불가능 한 부분이니까 그에게 그렇게 말하는 건 부당하다고 외치더군요. 그의 외침을 보면서 이 청년은 참 힘이 있는 청년이라고 느낌을 받았어요. 권위자에게 저렇게까지 말하는건 아시아권 문화에서는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아무리 저세계에서 청년의 설정이 그런 설정이라고 하여도 말이에요. 본인에게 그렇게 움직일만한 자원과 힘이 있다는게 느껴졌습니다.

읽으면서 제일 웃었던-재미있어서- 부분은 1장 이었어요. 프영감이랑 융영감 말고 우리 영감도 유명하거든! 우리장르 3대 천왕인데 머글들에게는 잘 알려진 분이 아니라서 그런데 내 존잘님 짱짱맨이라능! <- 이런 느낌으로 계속 이야기 하시는데 솔직히 귀여웠습니다. 철학자님. ㅎㅎㅎㅎㅎ 





*




<차브>


영국식 잉여 유발사건

오언 존스, 북인더갭



사실 이정도 강도인줄은 모르고 잡았습니다만... 초반부터 최근에 봤던 영화 <킹스맨>이 강하게 떠올랐습니다. 읽으면서 영국의 오늘날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이 느껴져서 그래서 읽는게 참 힘들었어요. 그 영화에서 그려지는 차브의 이미지를 아무런 생각없이 소비하던 저의 모습이 보여서 이런 지점도 마음이 편치 못했던거 같아요. 여러모로 이미지를 소비하기만 하는 저 자신의 태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고 반성하게 되었고, 국가에서 주도하는 계급적 이미지-노동계급을 비하하는-라던가 계급나누기-노동계급간의 갈등을 키우는-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폴라 토인비라는 사람이 많이 인용되는데 어딘가 익숙하다고 생각했더니 <거세된 미래>의 그분 이더군요. 그때도 참 읽으면서 참담하다고 느껴졌는데 그때의 참담함은 양반이었............ ㅠㅠ 

+

대처만 똥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서 여러가지 의미로 깜놀했던 책이었습니다. 똥은 지천에. 신노동당은 노동당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의 번데기 이었습니다. 느그들이 어디가 노동당이여. (빠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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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해야 할 것은 불평등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계층상승 가능성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소득불평등을 측정하는 데 쓰이는 지니계수는 1979년에 0.26이었는데 2011년에는 0.39까지 올랐다. 상위계층 사람들이 타인들의 삶을 점점 더 무시하게 맏느는 것은 이처럼 점증하는 사회적 불평등 때문만은 아니다. 이미 보았듯이 부유하지 못한 사람들을 악마화하는 것 역시 전례없이 상승하는 사회적 불평등을 당연시하게 만든다. 결국 우리 사회에 내재한 사회적 불의 때문에 어떤 사람들이 더 가난해진다면 당연히 정부의 행동이 요청될 것이다. 그러나 민중들이 그들의 상황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은 반대의 결론을 끌어낸다. "우리는 노동계급을 비인간적인 언어로 매도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문화를 만들어냈으며 이는 상당히 불평등한 사회가 되었다는 반증"이라고 조헌 하리는 경고한다 "남아프리나 베네수엘라, 또는 극소수의 부유층 엘리트가 존재하는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에서나 가난한 사람들을 비정상적이며 인간 이하라고 말하는 것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 영국식 잉여 유발사건<차브>, 어언 존스, 북인더갭

1장 새넌 매튜스의 이상한 경우,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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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근대 산업사회 이전의 아동은 어른과 구별되는 특별한 지위가 없었다. 일부 부유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족들은 생존을 위해 가족 자원 전체를 활용해야만 했으며, 아동 노동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이전에 어른과 특별한 구분 없이 경제활동 참여자로 여겨졌던 아동은 근대사회에 들어서 가족 내에서 엄마에 의해 집중적으로 돌봄을 받아야 하는 취약한 존재가 되었으며, 이에 따라 엄마에게는 자녀 양육과 관련하여 더 많은 노동이 부과되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남성 생계 부양자와 여성 전업주부로 이루어진 이러한 가족 형태는 근대 중산층에게서나 발견되는 특이한 가족 형태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예외적인 이 가족 형태에서 '바람직한 모성상'이 출현했으며,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계층에 영향력을 떨치며 여성을 구속하는 억압적인 이데올로기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샤론 헤이즈는 현대 미국의 지배적 모성 이데올로기를 '강도 높은 모성 이데올로기'라고 규정했다. 이는 "자녀 중심적이고, 전문가의 지도에 따르며, 감정 소모적이고, 노동 집약적이고, 재정 부담을 감수하는"엄마 노릇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데올로기 속에서 엄마들은 자녀 양육과 발달의 1차 책임자가 되며, 엄마 자신의 필요보다 자녀의 필요가 더 중요하게 간주된다. 즉, 자녀를 위해 자신의 시간 전체를 투여하여 과학적 육아 정보를 습득하고 훈련하는 등 지치지 않는 에너지로 양육에 헌신하는 엄마가 바람직한 엄마로 여겨지게 된다는 것이다. 끈임없는 학습과 훈련을 통해 아이의 발달 상황에 따른 신체적, 정신적 필요를 적절하게 채워주어야 하고, 아이를 위해서라면 재정적 부담 역시 기꺼이 짊어져야 한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 없다. 


- 1장 산후조리원, '엄마'를 찍어내다, 강도 높은 모성 이데올로기, p26



수유가 초기 양육에서 대단히 중요한 돌봄 과제인 것은 사실이나, 모유수유를 정상적 엄마라면 누구나 기쁜 마음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또한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육아에 대한 유용한 정보들이 많이 생거난 것은 사실이나, 엄마라면 누구나 전문가의 지도하에 육아 지식과 정보를 학습하고 훈련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아이에게 아낌없이 돈을 써야 한다고 믿게 만드는 것 역시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좋은 엄마 노릇에 대한 이와 같은 믿음은 현대 한국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강도 높은 모성 이데올로기'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자녀를 위한 여성의 희생과 헌신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그러한 엄마를 '정상적이고 좋은 엄마'로 묘사하여 여성을 억압한다. 

그러나 "자녀 중심적이고, 전문가의 지도에 따르며, 감정 소모적이고, 노동 집약적이고, 재정적 부담을 감수하는"엄마상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러한 엄마가 좋은 엄마라는 믿음이 얼마나 여성들을 짓누르고 있는지 생각해보아야한다.

엄마는 철인도 아니고 슈퍼우먼도 아니다. 엄마는 감정이 있고, 한정된 시간과 돈을 가진, 한 사람의 인간일 뿐이다. 게다가 이러한 엄마 노릇을 그나마 실천할 수 있는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시간적, 재정적 여유가 있는 중산층 전업주부 여성들뿐이다. 좋은 엄마노릇에 대한 이러한 믿음 일하는 엄마나 저소득층 엄마 같은,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배제하고, 이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줄 수 있다. 이러한 규범이 '나쁜 엄마'에 대한 규정과 낙인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좋은 엄마에 대한 이러한 믿음은 '남성은 일, 여성은 가정'이라는 전통적인 성별 분업에 기반을 둔 것으로, 여성의 남성에 대한 의존을 지속시키는 동시에 가정에서 남성이 해야 할 여러 의무들을 면제해준다는 문제가 있다. 게다가 이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남성 생계 부양자, 여성 전업주부'라는 가족 형태가 줄어들고 점차 다양한 가족 형태가 등장하고 있는 현대사회에는 엄마 노릇과 육아의 가족적, 사회적 책임에 대한 더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논의가 필요한 것이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사회에서 '좋은 엄마'에 대한 옛 이상만을 부여잡고 있는 것은 더 많은 여성들에게 과중한 짐을 부여할 뿐이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자녀 돌봄이 가져다주는 또 다른 기쁨과 행복으로부터 엄마가 아닌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 1장 산후조리원, '엄마'를 찍어내다, 스스로 정하는 행복한 엄마 노릇, p36



대한민국에서 엄마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엄마의 탄생>

오월의 봄, 김보성, 김향수,안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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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무언가 남자를 힐책하는 말을 하면, 특히 그것이 기득권의 핵심에 놓인 남자에 대한 말이라면, 사람들은 그 발언의 진실성을 의심할 뿐 아니라 그녀에게 그렇게 말할 능력이 있는가, 심지어 권리가 있는가 의심하는 반응을 보인다. 이런 일은 전혀 드물지 않게 벌어진다. 그동안 세대를 막론하고 모든 여자는 자신들이 망상적이고, 헷갈려하고, 타인을 조종하려 들고, 사악하고, 음모론적이고, 선천적으로 부정직하다는 비난을 들어왔다. 가끔은 그 모든 표현을 동시에. 

악질들 사이의 카산드라, p154



강간문화란 강간이 만연한 환경, 미디어와 대중문화가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규범화하고 용인하는 환경을 말한다. 강간문화는 여성 혐오 언어의 사용,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는 시선, 성폭력을 미화하는 태도를 통해서 지속되며, 그럼으로써 여성의 권리와 안전을 경시하는 사회를 낳는다. 강간문화는 모든 여성에게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성인 여성과 여자아이는 강간을 염려하여 자신의 행동을 제약한다. 대부분의 성인 여성과 여자아이는 강간을 두려워하면서 살아간다. 남자들은 일반적으로 그렇지 않다. 따라서 강간은 여성 인구 전체가 남성 인구 전체에게 종속된 위치에 머물도록 만드는 강력한 수단으로서 기능한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강간을 저지르지 않고 대부분의 여자들은 강간 피해자가 되지 않는데도 말이다. 

여자들은 다 겪는다, 21세기의 단어들, p191



'성적 권리의식'이라는 표현은 2012년에 보스턴 대학 하키팀의 성폭행과 관련해서 널이 쓰였는데, 그보다 더 앞서 쓰인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내가 이 용어를 처음 들은 것은 아시아의 강간 실태에 관한 조서 결과를 보도한 BBC뉴스에서였다. 조사에 따르면, 많은 경우 강간의 동기는 남자가 여자의 욕망과는 무관하게 자신이 그녀와 섹스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 마음이었다. 한마디로 남자의 권리가 여자의 권리에 앞선다는 생각, 혹은 여자에게는 권리가 없다는 생각이다. 이렇듯 여자가 남자에게 섹스를 빚지고 있다는 생각은 어디에나 퍼져 있다. 내가 어렸을 때처럼 요즘도 여자들은 우리의 어떤 행동이, 어떤 말이, 옷차림이, 우리의 모습 자체가, 우리가 여상이라는 사실 자체가 남자에게 욕망을 불러일으켰으므로 응당 그 욕구를 만족시켜주어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우리가 그들에게 빚을 졌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우리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남자들이 자신의 감정적,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에 분노로 반응하는 것은 너무나 흔한 현상이다. 다른 여자들이 자신에게 했거나 하지 않은 일을 갚아주기 위해서 엉뚱한 여자를 강간하거나 처벌해도 된다는 생각도 마찬가지다.

여자들은 다 겪는다, 21세기의 단어들, p193



-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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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와 이 지구에서는 여성에 대한 강간과 폭력이 엄청나게 많이 발생하지만, 그 사건들이 시민권 문제나 인권 문제로, 혹은 위기로, 혹은 하나의 패턴으로 다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폭력에는 인종도 계급도 종교도 국적도 없다. 그러나 젠더는 있다.

이 대목에서 한가지 사실을 밝혀두고자 한다. 그런 범쥐를 저지르는 사람이 사실상 거의 전부 남자이긴 해도, 그렇다고 해서 모든 남자가 폭력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게다가 남자들도 분명 폭력을 겪는다. 주로 다른 남자가 가하는 폭력을. 또한 모든 폭력적 죽음은, 모든 폭행은 다 끔찍하다. 여자들도 친밀한 파트너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고, 실제로 행사한다. 그러나 최근의 여러 조사에 따르면 여자의 폭력은 심각한 부상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드물고, 하물며 죽음으로 귀결되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다. 한편 남자가 파트너에게 살해될 때는 여자의 정당방어인 경우가 많은데, 수많은 여자들이 친밀한 상대의 폭력으로 병원이나 무덤까지 간다. 어쨌든 지금 이 글의 주제는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이 유행벙처럼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다. 친밀한 상대의 폭력과 낯선 사람의 폭력이 모두. 

가장 긴 전쟁, p37 



...이 대목에서 우리는 폭력은 무엇보다도 일단 권위주의적이라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폭력은 내게 상대를 통제할 권리가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살인은 그런 권위주의의 극단적 형태다. 살인자는 당신이 죽을지 살지 결정할 권리는 자신에게 있다고 살인을 통해서 단언하는 셈이다. 이것은 타인을 통제하는 긍국의 수단이다. 설령 당신이 고분고분하게 굴더라도 아무 소용없을지 모르는데, 통제의 욕망은 순종으로는 좀처럼 달래기 힘든 격렬한 분노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 행위의 이면에 모종의 두려움과 취약함이 깔려 있을지라도, 아무튼 그런 행위는 타인에게 괴로움을, 더 나아가 죽음을 부여할 자격이 자신에게 있다는 생각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 의식이 범인도 피해자도 비참하게 만든다.

가장 긴 전쟁, 당신은 죽일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가?, p45 



강간을 비롯한 폭력적인 행동들, 극단적으로는 살인에까지 이르며 폭력을 쓰겠다는 위협까지 포함하는 이 모든 행동은 일부 남자들이 일부 여자들을 통제하려는 시도로 펼치는 방어막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그런 폭력이 두려워 스스로를 제약하며, 그러다보면 자신도 익숙해져서 그런 상황을 거의 의식하지 못하게 된다. 우리도 그런 상황을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 예외가 있긴 하다. 지난여름, 누군가가 내게 편지를 보내 대학 수업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강사는 학생들에게 스스로를 강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어떤 조치들을 취하는지 말해보라고 했다. 젋은 여학생들은 자신이 늘 교모한 방식으로 경계하고, 세상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사전에 조심하며, 기본적으로 아주 자주 강간에 대해서 생각한다고 말했다(내게 글을 쓴 남자가 덧붙이기를, 남학생들은 그런 이야기를 듣고서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들의 세상을 가르는 간극이 일순간이나마 갑자기 가시화된 순간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보통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편이다. 인터넷에서 '강간을 피하는 열가지 요령'이라는 그래픽이 도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런 조언은 대개 젋은 여자들이 너무나 자주 접하는 뻔한 내용이지만, 이 그래픽에는 전복적인 반전이 있었다. 이를테면 이런 거 였다. "호루라기를 갖고 다니세요! 당신이 '실수로' 누군가를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면 주변 사람들에게 호루라기를 건네어 그들이 도움을 구하도록 할 수 있으니까요."(여느 강간 대처 요령을 비꼰 이 그래픽의 열가지 조언은 다음과 같다. 1. 여자의 음료에 약을 타지 말것. 2. 혼자 걷는 여자를 보면 가만히 내버려둘 것. 3. 차가 고장난 여자 운전자를 도울 때는 그녀를 강간하지 말 것. 4. 여자가 승강기에 탔을 때 강간하지 말 것. 5. 부서진 문이나 창문으로 여자의 집에 숨어들어 강간하지 말 것. 6. 여자를 공격하지 않고 못 배긴다면 늘 친구를 대동하고 다닐것. 7. 잠들었거나 의식을 잃은 사람과의 관계는 섹스가 아니라 강간임을 명심할것. 8. 호루라기를 갖고 다닐 것. 9. 정직이 최선임을 명심하며, 데이트하는 여자를 강간할 생각일 때는 그렇다고 솔직히 말할 것. 10. 강간하지 말것) 물론 우스갯소리지만, 이 말은 사실 끔찍한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여느 지침들은 그런 상황에 대해서 조언할 때 예방의 책임을 전적으로 잠재적 피해자에게만 지움으로서 폭력을 기정사실화한다는 점이다. 대학은 여학생들에게 공격자로부터 살아남는 방법을 알려주는 데 집중할 뿐 절반의 학생들에게 공격자가 되지 말라고 이르는 일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데, 여기에는 합당한 이유가 전혀 없다(나쁜 이유는 아주 많다). 

가장 긴 전쟁, 우리 세상을 가르는 간극, p51 



이 나라에서는 매년 87,000건이 넘는 강간이 벌어지지만, 모든 사건은 제각각 동떨어진 일화로만 묘사된다. 점들은 하도 바싹 붙어 있어서 하나의 얼룩으로 녹아들 지경이지만, 그 점들을 잇거나 그 얼룩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도 사람들은 그렇게 했다. 그들은 이 사건이 시민권 문제이고, 인권 문제이고, 모두의 문제이고, 고립된 일화가 아니며, 두번 다시 용인되어서는 안 될 문제라고 말했다. 상황은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당신의 일이고, 나의 일이고, 우리 모두의 일이다. 

가장 긴 전쟁, 조티 씽을 기억하며, p63

 


-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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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남입니다만> 세트
사실 이 책은 8월에 구매했는데 구매하고 바로 친구를 빌려줘서
10월 말에 돌려받았으니까 10월 구매라고 우겨봅니다. ㅎㅎ
예상대로 개그가 빵빵 터지더군요. 
구하지 못한 단행본들도 11권 통판 주문하면서 주문했어요. 
현재는 오매불망 배송을 기다리는 중. 

+

탐라에서 리트윗을 본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랑
엘리님이 보시기에 궁금해서 구매한 <너와 가타멜라타!>
입시미술 만화라고 해야할지 짝사랑 전문 만화라고 해야할지 난감하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입시 미술을 배워본적 없어서 이런식의 간접 경험 좋아하거든요. 
위에 메탈기어 가이드북이랑 게임잡지는 뽀미용. 


+​

친구가 놀러와서 남부시장 청년몰에 구경갔다가
귀여워서 구매한 스티커! 
플라스틱 소재의 화분에 붙일까 고민중이에요. 

10월에 상경했다가 북새통에서 구매한 <한다군>2!!
이번에도 초회 한정 부록이 들어있어서 좋더군요. ㅎㅎㅎ


+​

과자전에서 대실망하고 잠실 롯데에 방문했다가 
이분의 전시회장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반해서 도록도 사고 사진도 여러장 잔득 찍고.. 그랬어요.
피규어로도 팔면 좋겠다고 계속 생각했습니다만, 
아무래도 무리겠죠? ㅜㅜ 진짜 귀여웠어요. 
뼈에 모에를 느끼게 만들다니!! 존잘님은 존잘님이세요!!


​+

​(왼)독립출판서점에서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책을 구매했어요.
그림이 진짜 취향인데다가 인쇄도 취향이라서
책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 구매했습니다.
(뭐 덕분에 구매하면서 책값을 천원 할인 받았어요~)
(오) 아티스트 피규어를 전시하는 매장에서 구매한 엽서세트

이분 그림 진짜 귀여웠어요. 헤헤헤~

존잘님의 귀여운 그림체를 보라!!!
인쇄도 깔쌈하니 3도로 작업했는데 센스가 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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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월 도서 구매

리뷰/책이야기 2015. 10. 19. 16:52 by dung



+


<중쇄를 찍자>2권

1권에 이어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드라마화 되었으면 좋겠어요. >_<;;


<한다군>1권

네가티브 한다군.... 그러나 그는 사실 인기쟁이!!

학교내에서 공개적인 아이돌(?)로 위치하고 있으나

그런 상대방의 피드백을 모두 네가티브하게 받아들이는 한다!!

ㅠㅠ

제일 부러운점은 저렇게 네가티브한데 모두에게 사랑받는 다는 점이었어요.

이런 캐릭터야 말로 진정한 겝모에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다들 그의 네가티브한 행동을 포지티브하게 받아들이는 방식이 신선했습니다. 

개개인이 어떠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기저가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서 

개그로 승화해서 보여주는 만화의 극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 참고로 외전 격인 <한다군>보다는 본편을 더 좋아합니다.ㅎㅎㅎ 

그러니까 바라카몬은 애니 2기를!!!


<바라카몬>11권

바가지 머리 총각의 에피소드가 풀렸습니다. ㅎㅎ



<버섯강아지>3권

아아 여전히 포카포카한 전개라서 좋았습니다.

애니라도 나와주면 좋을텐데... 아 정말 포카포카한데 보는 사람이 없어요. ㅠㅠ

엉엉엉엉엉엉 귀엽다고!! 우리의 버섯 강아지는!!

인형도 팔아달라!! 봉제인형으로!!!!!!!  재질은 버섯 느낌보다는  이왕이면 털느낌으로!!


<학원 베이비시터즈>8권

여전히 귀여웠지만

전개가 이전에 비해서 재미지다는 생각은 좀 덜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일상이 반복되어서 그런거 같기도 하고. 전개가 느려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거와 별개로 우리 꼬꼬마들은 여전히 귀여워서 >_<;;;;



<빵공장이 들썩들썩>

고양이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하하 -_-;;

귀여워요. 다른 시리즈도 사야겠습니다. 잇힝!


<어떻게 좀 안될까요?>9권

우리 아가씨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명확하게 말해주네요.

자기야... 자기는 희망이 없어.. ㅠㅠ

그래도 다행인건 연재되는 동안은 이들이 연애를 할리가 없다는 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희망고문은 계속되는거공. 


<달콤 달콤 & 짜릿 짜릿>3권

아직 독서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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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여성 혐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치즈코, 은행나무



특히 모녀관계와 부녀관계에 대한 파트가 여로모로 저 자신에게 '재의미'를 부여하는 기회가 되었던 책 이었습니다. 몇년만의 여사님의 책인지 정확히 기억하는건 아니지만, 블로그에 있는 포스팅을 찾아보니까 대충 2008-2009년 언저리가 마지막이었던것 같아요. 2000년대 후반에 조한혜정과의 서신집인 <경계에서 말한다>를 읽고 이분에게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이어서 <결혼제국>를 읽게되었습니다만, 여기서 꽤 강한 데미지 받고 한동안 다시 여사님의 책을 읽는 걸 포기했는데 친구 A양의 지속적인 영업과 최근의 여혐 이슈, 그리고 때마침 도서관에 이 책이 있어서 빌려서 보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읽게 된걸 만족하고 있습니다.

친구의 말로는 치즈코 여사안에는 두가지 영혼이 공존하고 있다고 도쿄대 첫 여성 사회학 교수인 그녀와 키보드 워리어(우리로 치면 진중권 즈음?)의 그녀가 공존한다는 걸요. <결혼제국>은 그 키보드 워리어의 그녀로서의 저작이고 이번에 잡은 <여성혐오를 혐오한다>는 사회학자 + 키보드워리어가 혼재하지만 전자쪽이 더 강한 느낌의 책 이었습니다. 

근데 이 책이 이전에 읽은 책보다 덜 불편했던건 비난의 화살이 나 자신을 향하는 쪽이 아니라서 그럴지도 모르는다는 생각이 좀 들기는 했습니다. 이분법 구조로 나눈다고 하여도 시스템에 동조하고 사는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저 자신 또한 내부인인건 매한가기라서 건드려 지는 부분이 없다고 말하기는 애매한거 같습니다만. 가장 저의 와 닿던 부분은 '생산재-아들' '소비재-딸[각주:1]'로 프레임을 짜서 보는 부분이었습니다. 모녀관계나 부녀관계 파트도 강하게 각인되긴 했지만요. 전자쪽은 파트를 하나로 할당해서 설명했던 부분은 아니었는데도 그러했습니다.  




*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 Acquaintance Rape에 

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

로빈 월쇼, 일다



데미지가 굉장히 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아니었습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서술이 비교적 안전하게 서술된 느낌-대응 메뉴얼이 있었던 점이 그러했던거 같아요. 지속적인 노력을 담은 부분도 그랬던거 같구요.-을 받았던거 같기도 하고 성폭력 관련 저작을 이전에도 몇권 읽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일 충격적 이었던 책은 <근친 성폭력, 감춰진 진실>이었어요. 그리고 두번째는 아마도 삼인에서 출간되었던 성노동종사자 이었던 분들의 글쓰기 치유책 이었던거 같아요. 솔직히 안전하게 느껴졌던건 저 자신이 트라우마가 없었기 때문에 읽으면서 외상이 재상연 되는 느낌을 받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는 사람에 의한 성추행을 당한 수준이 낮다면 낮은 정도 이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사과를 받아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그렇게 생각해보면, <근친 성폭력, 감춰진 진실>을 읽을때는 저 자신이 그런 트라우마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인 데미지가 엄청났었거든요. 멘붕이 되는 수준 이었어요. 그때는. 전철에서 읽다가 울컥하고 한동안 그책을 읽지 못해서 좀 쉬어가면서 읽고 다시 읽어나가고 그랬어요. 

여하튼 각오를 다지고 읽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뚜껑이 열리게 하는 통계 자료를 봐도 그다지 뚜껑이 열리는게 아니었던건 내가 사는 국가도 여성을 향함 범죄 수준이 그러하기에 그런점을 그걸 현실로 직시하고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에서는 미국 사회에서는 그런 메세지-남성의 성욕구 표출의 정당화, 데이트 성폭력의 정당화-가 대학내 남성 서클이나 운동부 탈의실과 매체를 통해서 어떤식으로 계승되는지 말하는데 저 자신이 그런것들을 피부로 느꼈던 지점은 중고생 대상으로 하는 일본 순정 만화에서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남자는 성욕을 조절하는 것이 힘든것이 정상적이며 보통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면 강압적으로 키스하거나 성관계를 강요해서 삽입하는 것이 지극히 보통이라는 메세지를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서 줄기차게 던지고 있었고 유감스럽게도 그건 여전히 현재형이라서요. 

혹시 그들-저자-은 실제로 청소년 시절에 그런 데이트를 반복적으로 해왔고 그것이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하기에 그러한 상대방의 행동이 성추행 혹은 폭행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좋아하는 남자라고 해서 늘 오케이인건 아닐텐데 말이에요. 매체속에서 그려지는 아가씨들은 대부분 상대방의 그런 태도에 대해서 허용하지 못한다는 태도를 취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거 같아요. 뭐랄까 연애를 하면 섹스도 따라오는 의무인 느낌에 가까웠던거 같아요. (저의 기억엔~) 그리고 나를 좋아하는 상대방이 그런 행동을 공개적으로 학교에서 하는데도 자신과 그리고 상대방-나를 좋아한다는- 그리고 주변 학우들 모두 아무도 상대방의 그런 강압적이고 가학적인 행동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는 게... 꾸어어어...  내가 싫어하는 상대방이 내가 좋다며 그런 행동을 했는데도 말려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이야기자나요. 이런식으로 사회화 되어서 상대가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지극히 정상이라고 학습하고, 내현화 했으니까 현실이 아닌 상상의 공간에서도 이야기가 그런 흐름으로 이어지는 걸까요? 

사실 저 자신만해도 낯선 사람에 의한 성추행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피해자를 좋아한다고 주장하는)아는 사람에 의한 기습 키스나 뽀뽀가 성추행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건 비교적 최근이었습니다.................. 하하하. ㅠㅠ  부끄럽다. 좀더 정확히 말하라면 뭐 걍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거 같아요. 내 나이가 몇인데!!!!!!  그냥 그냥 술마시고 한 실수가 아니라 명백한 성추행인데도 말이에요. 좋아서 행동했다는건 상대방의 핑계에 불과한건데도 그 논리를 저도 수긍하고 있었습니다.  

뭐 그런 망상을 가지고 있고 그걸 매체를 통해서 다양하게 표현하는건 명백한 자유이긴 하지만, 동시에 그 매체를 읽는 대상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인지는 하고 그려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최근들어서 좀더 빈번하게 하게되었습니다. 시스템에서 제도적으로 올바른 성교육을 시켜주지 못한다면, 청소년을 대상인 매체에서라도 올바를 데이트 정보를 전달하는것이 바람직한게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하고. 내가 내 망상을 발현하는거일지도 모르지만, 동시에 사회화 된 것들을 재상산 하고 있는거이기도 한데 그거에 대해서 자기 자신은 어떤식으로든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재상산을 표현의 자유 혹은 상상력에 의해서 나왔다고 봐야하는건지 아니면 사회화의 결과물이라고 봐야햐는건지도 고민의 주제중에 하나에요. 그런식으로 행동해야지만 좋아함을 표현하는것라는 공식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방식을 우리가 처음부터 그걸 선호했는지는 알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그런 선호가 있었는지 그렇게 선호하도록 길러졌는지는 모르는 일이니까요. 솔직히 저는 대부분 후자쪽에 가까운게 아닐까하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1. 생산제로서의 아이에서 소비재로서의 아이로 변화한 점 등, '아들보다 딸을 키우기가 더 편한' 시대적 흐름이 반영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이가 더 이상 육아 투자의 회수를 기대할 수 없는 '소비재'가 되어 '딸을 키우는 것이 더 즐겁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늘었다면 이것은 육아에 대한 부담이 얼마나 큰 것인지 반증하는 것이 될 테다. 반대로 아이가 생산재(미래에 회수할 것을 기대하여 현재 투자를 행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얻는 수단)인 사회에서는 아직까지도 주저 없는 남아선호가 횡행하고 있다. 그리고 황실에서 남아는 분명한 생산재이다. -p111, 제6장 황실과 여성혐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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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여성 혐오는 타자에 대한 차별인 동시에 모멸이다. 남성은 여성이 될 걱정이 없기 때문에 안심하고 여성을 타자화하고 차별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여성에게 있어 여성 혐오는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가 된다. 자기 혐오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고통스러운 것이다.

사회적 약자는 그 종류를 막론하고 모두 비슷한 '범주 폭력'을 받고 있다. 왜냐하면 범주는 지배적인 집단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메커니즘을 매우 빼어난 문장 솜씨로 표현한 글을 인용해보자. 스즈키 미치히코가 고자쓰가와 사건의 범인인 이진우에 관해 1966년에 쓴 '악의 선택'이라는 문장 가운데 일부이다.


소년이 "나는 조선인이다"라고 절망적인 한 마디를 내뱉었을때, 이 '조선인'이라는 말은 정확하게 말해 무엇을 의미하는 건일까? 말이란 그 자체로서 역사와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서 멸시의 의미를 지닌 '조선인'이라는 단어는 그저 인종적인 사실을 나타내는 의미로 이해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 우리는 '나는 일본인이다'같은 사실 확인적 의미로 '나는 조선인이다'라는 말을 일본어로 말할 수 없다. 일본어밖에 말할 수 없는 소년은 일본인에 의해 일본어 속에서 만들어진 이 '조선인'이라고 하는 말이 의미하는 바를 어쩔수 없이 내면화 할 수 밖에 없다.

 

프랑스 문학자이면서 마르셀 프루스트 연구로 유명한 스지키가 어째서 이진우에 관해 논하고 있는 것일까? 이 수수께끼의 해답은 그가 이진우를 '일본의 주네'로 불렀다는 사실로부터 유추할 수 있다. 장주네-도둑이자 시인이며 동성애자-는 샤르트르에게 <성주네>(1966)라는 대작을 쓰게 한 일탈자다. 소년 시절 주네는 어느날 조그마한 절도가 발각되어 도둑이라는 딱지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는 결심한다.

"모두가 나를 도둑이라고 부른다. 그러니 나는 도둑이 될 것이다."운명을 선택으로 변화시킬 자유야말로 사르트르를 매혹시킨 '실존적 자유'의 행사였으며 스즈키는 이진우 속에서 같은 것, 즉 운명을 선택으로 바꾼 '악의 선택'을 본 것이다.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여성이 되는 것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이렇게 적었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여성이 되는 것일까? 그것은 여성이라는 '범주'를 받아들이는 것에 의해서이다. '나는 여성이다'고 자인하는 것에 의해서이다.

그러나 이진우의 '조선인'이 그랬던 것 처럼 '여성'이라는 범주도 모멸로 뒤덮여 있다.

사람은 누구나 이미 그곳에 존재하는 언어 세계 속에 뒤늦게 태어난다. 언어는 자신의 것이 아니며 타자에게 속해 있다. '여성'이라는 범주는 나 이전에 존재하며 '너는 여자다'라고 타자에 의해 지명된다. 그리고 '그래, 나는 여자야'하고 스스로가 정의했을 때 여성은 태어난다. 알튀세르가 말하듯, '여자'라는 호명에 답했을때 '여자'라는 주체가 태어나는 것이다.

우치다 타츠루가 <유대 문화론>(2006) 속에서 유태인이란 그 범주에 '뒤늦게 등장한'사람들이라고 표현한 것과 같이 '여성'도 (그리고 '조선인'도) 그 범주에 '뒤늦게 등장'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 범주를 받아들일 때에는 그 범주가 역사적으로 짊어진 모든 하중을 동시에 떠안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 이외의 '자유'로운 선택은 없다. 스즈키는 이 역설을 이진우를 예를 들어 훌륭하게 풀어낸 것이다. 같은 이야기를 여성에 대입하여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사람은 '여성'이 될 때 '여성'이라는 범주가 짊어진 역사적 여성혐오의 모든 것을 일단 받아들인다. 그 범주가 부여하는 지정석에 안주하면 '여성'은 탄생한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란 그 '지정석'에 위화감을 느끼는 자. 여성 혐오에 적응하지 않는 자들을 가르킨다. 때문에 여성 혐오로부터 출발하지 않는 페미니스트는 없다.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것은 이 여성혐오와의 갈등을 의미한다. 여성 혐오를 가지고 있지 않는 이상(그런 여성이 있다면)에게는 페미니스트가 될 필요도 이유도 없다. 때때로 "나는 내가 여자라고 하는 사실에 얽매여본 적이 한번도 없다"며 고집하는 여자들이 있는데 그 말을 다른 의미로 번역하면 "나는 여성 혐오와의 대결을 줄곧 피해왔다"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여성'이라는 강제된 범주를 선택으로 바꾸는 것- 그 안에 해방의 열쇠가 있을지도 모른다. 


- p156, 제8장 근대와 여성혐오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치즈코,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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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책하는 딸'의 등장

리뷰/저장고 2015. 10. 14. 13:48 by dung

이 변화에는 사회사적으로 세대와 젠더 효과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대 효과의 측면을 보자면, 성장기에서 정체기(성숙기라 하는 이도 있다)로 들어선 일본은 베이비붐 다음 세대가 부모의 경제적 달성과 교육 수준을 넘어서기 히든 사회가 되었다. 고등 교육 진학률은 포화 상태에 달해 학력 인플레이션마저 일어나고 있는데, 자식이 부모 세대를 앞서나가는 것이 당연시되었던 시대는 이제 끝이 난 것이다.

젠도 효과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결혼 말고도 사회적 달성을 성취할 수 있는 길이 여성에게 열리게 됨으로써 딸 또한 어머니의 기대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힘들어지게 되었다. 딸은 '여자 얼굴을 한 아들'이 되었고 아들과 딸에 대한 기대 차이는 축소되었다. 단, 나는 이것을 저출산 효과로 보고 있다. 사정이 어찌 되었든 젠더 차이가 축소되었으니 기뻐해야 하는 것일까?

그러나 어머니의 딸에 대한 기대는 아들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양의성을 가지고 있다. 어머니는 딸에게 '아들로서 성공하라'와 '딸(=여자)로 성공하라"를 동시에 보낸다. 두 메세지 모두 '제발 나처럼은 되지 말아 달라'라는 자기 희생의 메세지이지만 그 속에는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은 너야'라는 질책의 메세지가 숨겨져 있다.

이러한 양의적 메세지를 받은 딸은 가랑이가 찢어질 상황에 처하게 된다. '불만스러운 딸'이 고도 성장기의 산물이었다면, 그녀들이 역사 속으로 퇴장하면서 대신 등장한 아 어머니의 화신이 되어 그 부채에 신음하는 '자책하는 딸'이다. '한심한 아들'처럼 딸 역시 어머니의 행복에 책임을 질 입장과 능력을 부여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들과 달리 딸은 동일화의 대상이 어머니인 탓에 어머니의 만족스럽지 못한 인생을 대리 수행해야 한다는 책무로부터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노부터 사요코의 <어머니의 존재가 너무 무겁다 - 어느 묘지기 딸의 한탄>(2008)은 그 현실을 풍부한 사례와 함께 낱낱이 그려내고 있는 책이다. 이 '자책하는 딸'에서 한 결음난 더 나아가면 '자해하는 딸'로 이어지게 된다. 


- p153, 제8장 근대와 여성혐오 

-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치즈코,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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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으로 선별당하고 여자와 커뮤니케이션을 일반적으로 완전 거절'당하는 것은 미팅자리의 '추녀'에게 있어서는 친숙한 경험이리라. '자기 폄하와 멸시를 참아가며 아첨까지 하면서'여자들이 '결혼 활동' 해온 길고 긴 역사를 생각해보면 어제 오늘 이 정도의 경험에 비틀거리는 남자들은 아직도 약자가 되는 것에 익숙하지 않는 것일 뿐이다. 남성은 연애새장에서 '내려올'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다. '남자들로부터 선택받지 못하는 너의 존재는 무다'라고 선고 당해왔던 여자 입장에서 보면 '여자들로부터 선택받지 못하는 나의 존재는 무다'라며 스스로를 재판하는 남자들이 등장은 젠도 관계의 비대칭성이 시정되면서 나타나는 효과로서 이해해야 하는 걸까...(중략)... 

-p73, 제4장 비인기남과 여성혐오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것은 여성에게 선택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제2장에서 논한 세지윅의 호모소셜리티 개념에 의하면 남자는 여자에게 선택되는 것에 의해 '남성'이 되는 것이 아니다. 남자는 남성 집단의 정식 멤버로 인정됨으로써 최초의 남성이 되는 것이며 여자는 그 가입 자격을 위한 조건, 또는 그 멤버십에 사후적으로 딸려 오는 선물 같은 것이다.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것은 '여자를 한 명 소유'. 즉 문자 그대로 '자기 것을 하나 가지는' 상태를 가리친다. 다른 모든 요인에 결함이 있다 하더라도 최후의 요인, 자기 소유의 여자가 한 명이라도 있는 경우 남자는 남성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만족시키게 된다. 반대로 학력, 직업, 수입, 등 다른 모든 사회적 요인에 있어 우월한 남자라 할지라도 '여자 하나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남자는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남성 집단은 이러한 남자를 결코 진정한 남성, 즉 집단의  정식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암컷 '루저'에 비해 수컷 '루저'들이 '패배'를 인정하기 더 힘들어 하고, 처녀인 것보다 동정인 것을 커밍아웃하기가 더 힘든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 p75, 제4장 비인기남과 여성혐오


동아시아 유교권 삼국인 일본, 한국, 중국 가운데 일본만이 남아선오 측면에서 예외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 나라 모두에서 저출산화가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만약 일생 동안 오직 한 명의 아이만 낳을 수 있다면 어들과 딸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라는 질문을 여러 해 동안 조사한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에서는 아직까지도 압도적으로 아들을 선호하는 비율이 높지만 일본에서는 80년대 초반을 기준으로 딸의 선호도가 아들을 앞질렀다. 그러나 이 결과만을 보고 일본이 남녀평등도가 높은 나라라고 결론내리는 것은 성급하다. 육아에 대한 불안 증대와 남자 아이에게 들어가는 교육비 부담, 그리고 고령화 사회에 대한 불안과 나이 들었을 때 자신을 돌보아 줄 사람으로서 (며느리보다) 딸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점, 생산제로서의 아이에서 소비재로서의 아이로 변화한 점 등, '아들보다 딸을 키우기가 더 편한' 시대적 흐름이 반영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이가 더 이상 육아 투자의 회수를 기대할 수 없는 '소비재'가 되어 '딸을 키우는 것이 더 즐겁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늘었다면 이것은 육아에 대한 부담이 얼마나 큰 것인지 반증하는 것이 될 테다. 반대로 아이가 생산재(미래에 회수할 것을 기대하여 현재 투자를 행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얻는 수단)인 사회에서는 아직까지도 주저 없는 남아선호가 횡행하고 있다. 그리고 황실에서 남아는 분명한 생산재이다. 

-p111, 제6장 황실과 여성혐오 


...(중략)...가정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 치정에 의한 살인 모두 남성의 궁극적 여성 지배 욕구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걸 생각하면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여자가 살해당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대는 면식 없는 타인이이 아니라 남편 또는 애인이다. 미국에는 '배우자란 나를 죽일 확률이 가장 높은 타인'이라는 웃지 못할 농담까지 있을 정도다. 가정 폭력에 의한 살인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경우는 재결합을 요구하는 남자에게서 아내나 애인이 도망치려 할 때 발생한다. 재결합을 요구했을 때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남자는 말 그대로 '피가 거꾸로'솟는다. 그리고 그녀를 다른 누구에게도 넘겨주지 않기 위해, 죽인다. 살인은 긍국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여자의 질투는 남자를 빼앗은 다른 여자에게로 향하지만 남자의 질투는 자신을 배신한 여자에게로 향한다. 그것은 소유권의 침해, 한 명의 여자가 자신에게 소속됨으로써 유지되던 자신의 자아가 붕괴될지 모른다는 위험을 뜻하기 때문이다. 여자에게 있어 질투란 다른 여자를 라이벌로 하는 남자를 둘러싼 경쟁의 게임이지만, 남자에게는 자신의 프라이드와 아이덴티티를 건 게임이 된다.

그러니 폭력으로 여자를 소유하려고 하는 것은 가장 낮은 수준의 방책이다.

남자가 가지는 자원 가운데 가장 원시적인 것부터 차례로 늘어놓으면 폭력, 권력, 재력 순이 될 것이다. ...(중략)...

- p124, 제7장 춘화와 여성 혐오

-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치즈코,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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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ogyny. '여성 혐오'라 번역되기도 하고 '여성 혐오증' '여성 혐오감'이라 번역되기도 한다. 어쨋든 이런 여성 혐오적인 남자 가운데는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어자를 싫어하는 게 '여성 혐오'인데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가 많다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럼 더 알기 쉬운 번역어를 사용해보자. 바로 '여성 멸시'다. 여자를 성적 도구로 밖에 보지 않기 때문에 어떤 여자든 상관하지 않고 알몸이나 미니스커트 같은 '여성을 나타내는 기호'만으로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낸다. 먹이를 보여주면 조건반사적으로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실험이 떠오르는데, 이 메커니즘이 남성에게 존재하게 않았다면 작금의 섹스 산업은 성립되지 않았을 것이다.

여성 혐오는 성별이원제 젠더 질서의 깊고 깊은 곳에 존재하는 핵이다. 성별이원제의 젠더 질서 속에서 성장하는 이들 가운에 여성 혐오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중력처럼 시스템 자체 구석구석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너무나도 자명하게 존재하고 있는 탓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의식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여성 혐오는 남여에게 있어 비대칭적으로 작용한다. 남성에게는 '여성 멸시', 여성에게는 '자기 혐오'이기 때문이다. 더 노골적인 표현으로 바꿔보자. "여자로 태어나지 않아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남자는 과연 얼마나 있을까. 반대로 '여자로 태어나 손해'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여자는 얼마나 있을까. 


-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치즈코, 은행나무

제1장 호색한과 여성혐오, 여성혐오란 무엇인가,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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